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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Author: 차차
last update Last Updated: 2023-08-04 16:35:45
여형민은 업계에서 꽤나 이름난 변호사였다. 지난 몇 년간은 전문적으로 돈 많은 부자들의 이혼 전문 변호를 맡으며 변호 한 번에 2억 이상씩 받았었다. 거기다 CY 그룹 주주라는 신분까지 있었기에 대구에 집을 사는 건 그에게 식은 죽 먹기였다.

“마침 저한테 빈집이 있거든요. 바로 이 근처에 있는 ‘리친시아’예요.”

‘리친시아’는 대구에서 탑 급에 속하는 고급 단지 중 하나였는데 그곳을 살 수 있을 정도면 어마어마한 부자여야 했다.

‘리친시아’는 로열 호텔에서 가장 가까운 주택가였고 주변에는 모든 시설이 구비되어 있었다.

“정말로 제게 임대해 주시는 거예요?”

심유진은 이렇게 좋은 일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물론이죠.”

여형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얼굴에 장난기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임대하실 생각 있으시면 지금 저희랑 집 보러 가도 돼요.”

“좋아요!”

심유진이 바로 답했다.

호텔 입구에는 차가 기다리고 있었다.

허태준과 여형민이 다가가자 운전석에서 누군가가 내리더니 그들의 짐을 트렁크에 실어주었다.

여형민이 심유진 보다 한발 앞서서 부 좌석의 문을 열었다.

“제가 여기에 앉는 걸 좋아하거든요.”

그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심유진이 바로 자리를 내주었다.

“타세요.”

두 사람이 말하고 있는 사이에 허태준은 이미 차에 앉아있었다.

그는 문을 닫지 않고 있었다. 싸늘한 음성이 심유진의 귓가에 똑똑히 들려왔다.

“빨리.”

심유진이 서둘러 뒷좌석에 올라탔다.

허태준은 뒷좌석의 중간쯤에 앉아있었는데 혼자서 두 사람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의 몸에 닿지 않기 위해 심유진은 차 문에 딱 달라붙어 앉았다.

그녀의 그런 노력에도 그의 얼굴은 무서울 만큼 굳어있었다.

심유진은 혹시 그의 화를 돋우기라도 할까 두려워 허리를 곧게 펴고 숨도 큰 소리로 쉬지 못하고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로열 호텔에서 리친시아까지 차로 5분 거리밖에 되지 않았기에 나름 견딜만했다.

차가 한 건물 아래에 멈춰 섰다.

“여기에요.”

여형민이 먼저 내리고 손으로 건물을 가리켰다.

“18, 19층이 모두 제거예요. 매니저님이 임대하시면 19층을 쓰시면 되겠네요.”

그 건물의 모든 집들은 2백 평이 넘는 큰 집이었는데 엘리베이터를 열면 바로 집이 나오는 구조였다.

그들은 먼저 19층으로 향했다.

집은 간단하게 인테리어 되어 있었다. 깔끔하고 단정한 이케아 풍이었다.

하지만 한눈에 보아도 여형민이 쓰는 가구들은 이케아의 것보다 훨씬 좋아 보였다.

“이 집은 인테리어를 마치고 줄곧 비어있었거든요. 여기서 잔 적이 없으니 모든 물건이 새것 그대로예요.”

여형민이 심유진한테 집을 소개했다.

“이곳에는 먹을 것만 빼고 모든 물건이 다 구비되어 있어요. 그저 짐 싸 들고 들어와서 살기만 하면 돼요.”

심유진은 집안을 쭉 둘러보았다. 방의 구조와 디자인 풍격 그리고 주변 환경까지 무척 마음에 들었다.

유일한 걱정이라면……

“임대료는……”

……아마 비싸겠지.

“한 달에 60만원?”

여형민이 입에서 나오는 대로 숫자를 불렀다.

그는 심유진의 경악스러운 표정과 커다래진 눈을 보고 서둘러 말을 정정했다.

“비싸다고 생각하면 40만원도 돼요. 제가 밖에서 임대를 해본 적도 없고 다른 사람한테 줘본 적도 없어서 시장가를 잘 모르거든요. 어쨌든…… 알아서 적당히 주세요.”

심유진은 그가 자신의 뜻을 오해했음을 알아차렸다.

“아니 아니 아니.”

그녀가 연신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60만원은 너무 싸요.”

이 집을 부동산에 내놓으면 한 달에 적어도 6백만원은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그는 그 금액의 십분의 일 정도의 가격을 부른 것이다.

심유진은 저도 모르게 감탄했다. ‘여 변호사는 정말로 고생 한 번 안 하고 살아온 도련님이구나!’

그녀의 답에 여형민은 그제야 한숨을 돌렸다.

“우정의 의미로 디스카운트해드리죠.”

그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어차피 이 집은 매니저님이 없으면 그냥 비어있는 집이에요. 매니저님이 들어오시면 저를 도와 집을 봐주실 수도 있잖아요. 저는 임대료를 받고 부수입을 벌고요. 어떻게 봐도 제가 더 이득인 것 같은데요.”

그의 논리정연한 말은…… 정말로 빈틈이 없었다.

심유진은 비록 60만원 밖에 안 하는 임대료에 솔깃했지만 여형민이 그녀를 친구로 생각한다고 한 이상 그렇게 부도덕한 일은 할 수 없었다.

“이렇게 하죠.”

그녀가 이를 악물었다.

“한 달에 3백만원씩 드리고 기타 공과금 같은 것들은 제가 낼게요.”

그 금액은 이미 충분히 그녀의 예산을 넘어섰지만 내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가장 중요한 건 그녀는 여형민의 좋은 마음을 저버릴 수 없었다. 집도 확실히 그녀의 마음에 딱 들기도 했고.

여형민의 표정이 굳어졌다.

“매니저님, 저를 너무 남처럼 대하는군요.”

지금까지 아무 말도 안 하고 있던 허태준이 입을 열었다.

“그냥 60만원으로 해. 싫으면 여기서 나가.”

두 남자는 마치 지금 손해를 보는 사람이 그녀인 것처럼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심유진은 어쩔 줄 몰랐다.

“60만원은 진짜 너무 적어요……”

그녀가 그들을 설득하려고 했다.

그때 허태준이 문을 가리키더니 그녀 쪽으로는 시선도 주지 않고 말했다.

“나가.”

급해난 심유진이 큰소리로 말했다.

“60만원으로 해요. 60만원!”

그녀는 무려 이틀간 뛰어다니면서 돌아봐도 적당한 집을 찾지 못했었다. 만약 여형민의 이 집을 놓치면 또 얼마나 오랜 시간을 낭비하며 집 보러 다녀야 할지 몰랐다.

여형민의 얼굴에 다시 미소가 걸렸다.

“좋아요. 이따가 제가 직원한테 계약서를 보내달라고 할게요. 내일 매니저님이 시간 되시는 대로 계약서를 체결하죠.”

그가 심유진에게 출입카드를 건넸다.

“매니저님만 원하시면 오늘 밤에 들어와도 돼요.”

심유진이 출입카드를 가방에 잘 넣었다.

“계약서를 체결한 후에 들어올게요.”

바로 들어오기에는 뚜렷한 명분이 없었다.

“편하신 대로 하세요.”

여형민과 허태준은 이번에는 그녀에게 강요하지 않았다.

“저는 여기 아래층인 18층에 살고 태준이는 20층에 살아요. 무슨 일 있으면 언제든지 저희를 찾아오세요.”

여형민이 말을 이었다.

심유진은 그가 예의상 한 말이라고 생각하고 그녀 역시 형식적으로 대답했다. 하지만 그녀는 절대 두 사람한테 폐를 끼칠 마음이 없었다.

**

집을 본 후 심유진은 호텔로 돌아가려고 했다.

그때 여형민이 자기 머리를 탁 치더니 괴롭다는 듯이 소리 질렀다.

“어떡하지!”

심유진은 당황스러운 그의 모습에 순간 긴장했지만 호기심이 생겼다.

“왜 그러세요?”

“아까 기사님한테 잠깐 밑에서 기다려달라고 하는 걸 깜빡했어요.”

여형민이 순식간에 거실을 가로질러 베란다로 향했다. 그가 난간을 잡고 아래를 내려다보았아. 그러고는 잔뜩 풀이 죽은 얼굴로 돌아와 말했다.

“기사님 가셨네요.”

“어디 다른 곳에 갈 일 있으세요?”

심유진이 그에게 물었다.

“제가 차를 불러드릴게요.”

“아니요.”

여형민이 설명했다.

“원래는 기사님한테 매니저님을 다시 호텔로 모셔다드려라고 할 생각이었는데.”

그 일이라면 더 해결하기 쉬웠다.

심유진이 곧바로 해결 방법을 말했다.

“여기서 로열 호텔까지 가까워요. 저 그냥 걸어가면 돼요.”

“그건 안 되죠.”

여형민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미 날도 어두워졌고 여기 리친시아에는 사람도 적어요. 매니저님 같은 여성분이 그렇게 다니다가 길에서 사고라도 당하면 어떡해요?”

심유진은 대구의 치안이 그렇게 나쁘지 않다고 말하려고 했다. 그리고 그녀는 그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멍청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그녀가 미처 말을 꺼내기도 전에 허태준이 소파에서 일어나더니 한 손을 바지 호주머니에 찔러 넣고 성큼성큼 문을 향해 걸어갔다.

심유진은 눈을 커다랗게 뜨고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허태준이 문까지 걸어가더니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몸을 돌렸다.

그가 미간을 찌푸린 채 심유진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심유진은 바로 그의 눈에 비친 불만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뭐해 안 따라오고?”

그가 귀찮다는 듯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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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건이의 이런 반응을 심유진은 미리 예상하고 있어 이제는 화도 나지 않았다.“너희들의 요구를 우린 충분히 만족시켰어. 목걸이는 우리 청소 직원이 훔친 게 아니야. 그러니까 모든 비난은 모욕과 비방이 되었지. 우리 호텔의 명성과 우리 직원의 명예를 실추시켰으니 우린 너희 두 사람을 모욕죄로 기소할 거야.”그녀의 말에 소아름과 조건이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그러자 심유진은 바로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물론, 너희들이 그렇게 악질 고객이 아니라 교도소까지는 아니고 그냥 배상 정도만 하게 될 거야.”조건이의 얼굴은 순식간에 빨개지고 이를 갈았다.갑자기 그가 탁자 위에 놓인 유리로 만들어진 재떨이를 심유진한테 집어던졌고 심유진은 날아오는 재떨이에 오른쪽 어깨가 부딪쳤다.“아!”어깨에서 극심한 통증이 전해지자 그녀는 숨을 한 모금 들이켰다.“매니저님!”이현과 청소 아주머니가 서둘러 달려와 그녀의 어깨를 살폈다.“매니저님, 많이 다치셨어요? 빨리 병원에 가요!”유리로 만들어진 재떨이는 아무 살점이 없는 심유진의 어깨에 부딪쳐 커다란 충격을 주었고 그 충격은 뼈가 고스란히 감당했다.심하게 다쳤는지 뼈가 부러졌는지 알 길이 없었다. 그저 오른쪽 어깨를 조금도 들지 못할 뿐이다.조건이의 잘못을 따질 시간조차 없었던 그들은 바로 심유진을 부축하고 병원으로 향했다.“빨리, 빨리 병원으로 가요!”응급실에 도착하자 의사는 여러 가지 검사를 진행하라고 했다.토요일 저녁의 응급실은 여전히 사람이 많다.엑스레이 대기실에서 심유진은 30분을 기다려야 엑스레이를 찍을 수 있었고 모든 검사를 마치고 다시 응급실에 돌아온 심유진은 눈이 너무 내려왔다.의사는 심유진의 엑스레이를 보며 그녀의 오른쪽 어깨를 가리켰다.“뼈가 조금 부러졌어요. 간단하게 고정할게요.”의사는 심유진의 어깨를 고정하는 기기를 가져와 당부했다.“뼈가 완전히 붙을 때까지 최대한 오른쪽 어깨를 쓰지 마세요. 잠을 잘 때도 각별히 조심해야 돼요.”너무 졸려...심유진은 어깨에 전해지

    Last Updated : 2023-08-04
  • 애처가 대표님과 결혼했어요   제21화

    “매일 배달 음식이나 시켜 먹는 거야?”야단을 치는 듯한 그의 말투에 심유진은 자신도 모르게 어깨를 움츠렸다.“어깨가 불편해서 어쩔 수 없이 배달시켜 먹는 거예요.”“어깨를 다쳤어?”허태준은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의 어깨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마치 그녀가 입고 있는 겉옷을 통해 그녀의 어깨를 투시할 수 있는 사람처럼.“오른쪽 어깨 뼈가 조금 다쳤어요.”심유진은 자신의 다친 어깨를 조심스럽게 가리켰다.“괜찮아요. 며칠 쉬면 괜찮아진다고 했어요.”“어쩌다 다쳤어요?”여형민도 눈살을 찌푸리고 물었다. 평소의 부드러운 모습인 그와 전혀 상반되는 표정이었다.심유진은 자신도 모르게 입에서 거짓말이 튀어나왔다.“벽에 부딪쳤어요.”하지만 여형민은 그녀의 말을 전혀 믿지 않는 것 같았다.“진짜 혼자 부딪쳤어요? 아니면 전 남편 가족들과 상관있는 일이에요?”심유진은 그의 물음에 가슴이 철렁하고 내려앉았다.자신을 수상하게 쳐다보는 눈빛과 심문하듯이 몰아붙이는 말투가 아니었다면 그녀는 그가 이미 사실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사실대로 말해요. 진짜 전 남편 가족이 그랬다면 폭행으로 증거를 남겨 배상금을 물게 할 거예요.”조건이는 조건웅의 친동생이 맞지만, 이번 일은 조건웅과 전혀 상관없는 일이다.“저도 더 많은 배상금을 받고 싶지만 아쉽게도 저의 부주의로 다쳤어요.”심유진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그래요.” 여형민은 더 캐묻지 않고 심유진의 손에 쥐어진 배달 주머니를 쳐다보았다.“매일 배달 음식을 먹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닌 것 같아요. 저와 태준이가 집에 아주머니를 고용했어요. 매일 저녁마다 밥을 차리고 돌아가는데 저녁이라도 같이 먹는 건 어때요?”심유진은 마음이 조금 흔들렸다. 매일 기름진 음식과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도 모르는 음식들을 먹으니 집밥이 사무치게 그리웠다.하지만 이렇게 높으신 분들과 같이 밥을 먹으면 사레에 들려 죽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밀려왔다.“아니요. 이제 거의 괜찮아졌어요. 조금만 더 괜찮아지면 배달음식

    Last Updated : 2023-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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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처가 대표님과 결혼했어요   제1009화

    하은설은 참지 못하고 재촉했다.“시간 없어, 빨리 가자! 너 기다리다 네 남편 목 빠지겠네!”심유진은 빨리 걷기 위해 두 손으로 얼른 웨딩드레스를 들어 올렸다.“응, 그래.”화창한 날씨에 황금빛 햇살이 꽃잎 사이로 레드카펫을 비추고 있었다.심유진은 아름다운 이곳에서 머물고 싶은 욕구를 억누르고 빠른 걸음으로 복도를 가로질러 온실 문 앞까지 걸어왔다.온실 대문 앞에는 육윤엽이 한 손에는 지팡이를 짚고 다른 한 손은 별이의 손을 잡고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별이는 심유진의 등장에 잡고 있던 육윤엽의 손을 떼고 그녀에게로 달려왔다.“엄마, 오늘 천사 같아요!”심유진도 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웃었다.“고마워, 우리 별이!”오늘 결혼식의 화동인 별이는 정장 차림에 작은 나비넥타이를 매고 있었고 앙증맞은 손에는 형형색색의 꽃잎이 들어있는 바구니가 들려있었다.온실 안에서 곧이어 결혼 행진곡이 울려 퍼졌고 육윤엽은 심유진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가자.”심유진은 애써 웃고 있지만 눈물이 맺힌 육윤엽을 보고 갑자기 꼬끝이 찡해졌다.하은설은 그녀가 울려고 하자, 옆에서 한마디 했다.“참아, 울면 안 돼! 카메라가 돌고 있는데 화장 번지면 안 예쁘잖아.”심유진은 쏟아져 나오려는 눈물을 꾹 참으면서 패딩 점퍼를 벗어 옆에 있던 스타일리스트에게 건넸고 육윤엽의 팔짱을 끼고 천천히 식장 안으로 들어갔다.별이도 앞에 서서 두 사람의 보폭에 맞춰 걸어가면서 바구니 속의 꽃잎들을 한 웅큼씩 집어서 하늘로 흩뿌렸다.신부의 등장에 하객들은 잇달아 박수를 쳤고 심유진은 미소를 지으며 그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허태준은 예식장 단상 앞에서 자신을 향해 한 발짝씩 걸어오는 심유진을 멍하니 바라보았다.결혼식장이 크지 않은 탓에, 육윤엽과 심유진은 2분도 안 되어 예식장 단상 앞까지 걸어왔다.행복함에 싱글벙글하던 허태준은 육윤엽이 굳은 얼굴로 헛기침을 몇 번 해서야 겨우 정신을 차리고 그를 향해 공손히 인사했다.“아버님.”육윤엽은 심유진을 한 번

  • 애처가 대표님과 결혼했어요   제1008화

    육운영과 김욱은 블루 항공이 설 연휴에도 쉬지 않은 탓에 경주에서 이틀을 보내고 떠날 수밖에 없었다.다만 심유진은 보름 정도 되는 설 연휴 중 절반 시간을 허씨 가문의 별장에서 가족과 함께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그도 그럴 것이 코로나로 인해 많은 공공장소가 문을 닫은 상황이라 밖을 나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육운영과 김욱은 짧은 휴가가 끝난 뒤, 업무에 복귀했다.별이도 설 연휴가 끝난 뒤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했고 허태준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별이의 유치원 픽업을 위해 일부러 허태준과 심유진이 사는 동네에 집까지 샀다.눈 깜짝할 사이에 시간이 지나, 블루 항공 경주 지사의 재건축도 이제는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김욱은 몇 명의 핵심 직원들을 경주 지사 쪽으로 파견시켜 심유진과 함께 회사 초반 운영을 하도록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회사의 운영은 정상 궤도에 올랐고 일부 본사의 업무도 경주 지사 쪽으로 넘어왔다.회사가 눈코 뜰 새 바빠지자, 심유진은 5월 예정이었던 결혼식을 취소하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하지만 허태준이 결혼식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것을 알기에 바쁜 일정 속에도 틈틈이 시간을 내서 디자이너들을 만나 웨딩드레스를 입어보면서 결혼식 준비를 했다....5월이 되자, 모두의 예상대로 코로나는 국내에서 유럽과 미국으로 퍼졌다.블루 항공은 다행히 코로나가 N시티에서 유행하기 전, 대부분의 부서를 이동한 상황이라 큰 타격은 없었을 뿐만 아니라 진성그룹과의 협업을 통해 국내의 여러 의료기기 공장을 설립하고 마스크 등 의료 물자를 전 세계로 운송하면서 큰돈을 벌었다. 반면 모어 항공은 블루 항공과의 소송에서 패한 뒤, 입소문이 나쁘게 퍼져서 고객들을 블루 항공에 뺏긴 신세가 되었다.게다가 이번 사건의 주역이었던 마리아는 집에서 쫓겨났다는 소문까지 돌았다.모든 일이 잘 풀리는 중, 심유진과 허태준의 결혼식 날도 다가왔다.심유진은 결혼식 날이면 해방감이 들 줄 알았지만, 날이 다가올수록 기대감과 긴장감으로 잠을 설쳤다....YT 그룹이 부

  • 애처가 대표님과 결혼했어요   제1007화

    허아주머니는 특별히 심유진을 위해 아침밥을 남겨두었다.심유진은 허아주머니의 정성에 감동했고 맛있게 아침을 먹었다.허태준과 별이는 그녀가 아침을 다 먹자,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났고 때마침 허아주머니는 주방에서 만두가 가득 담긴 도시락통을 허태준에게 건넸다.“자, 이거 잊지 마.”“고맙습니다.”허태준은 심유진을 바라보며 물었다.“떠나도 될까요?”심유진은 어젯밤의 일로 토라져서 답도 하기 싫었지만, 허아주머니 앞에서 자기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짧게 답했다.“네, 가죠.”그녀는 답을 하고 나서 별이의 손을 잡고는 허아주머니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빠른 걸음으로 대문을 나섰다.허태준도 귀여운 그녀의 행동에 웃음을 머금으며 두 사람을 뒤따랐다....허태준이 별이에게 미리 증조할아버지를 뵈러 간다고 말했고, 별이는 가는 내내 차 안에서 폭풍 질문을 던졌다.“증조할아버지는 왜 증조할아버지라고 부른 거예요?”“증조할아버지는 할아버지의 아빠인 건가요?”“증조할아버지는 무서워요?”“증조할아버지는 돌아가셨는데 어떻게 만두를 먹을 수 있어요?”...허태준은 별이의 모든 질문에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대답했다.그동안 심유진은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볼 뿐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허태준은 냉랭한 심유진의 태도에 어젯밤 자기의 행동이 과한 것 같아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하지만 허태준은 그녀가 거부할수록 점점 더 야만적으로 변하는 자기를 도저히 통제할 수 없었다.허태준은 어젯밤 생각에 몸이 반응해 오면서 또 피가 끓기 시작했다....허태준은 별이를 안고 묘지 입구에서 산 꽃다발을 무덤 앞에 놓았고, 몸을 굽혀 물티슈로 쌓인 먼지를 꼼꼼히 닦아냈다.“할아버지, 저 왔습니다.”심유진도 허태준의 할아버지를 보자, 화가 풀리는 느낌이었다.그녀는 별이와 함께 무덤을 향해 절을 세 번 올렸다.심유진은 사진 속의 자상한 노인을 보며 눈물을 글썽였다.“할아버지, 저 기억하세요? 태준 씨 아내 심유진이에요.”그러고는 별이를 자기 앞으로 끌어당기며 말했다

  • 애처가 대표님과 결혼했어요   제1006화

    심유진이 혼자 방에서 나오자, 사람들은 그녀에게 엄청난 질문 세례를 했다.“태준이는? 왜 같이 내려오지 않았어?”“아빠는 어디 있어요? 불꽃놀이 시켜준다고 저랑 약속했단 말이에요.”심유진은 방에서 나오면서 침착하게 둘러댔다.“샤워하고는 피곤하다고 일찍 잠들었어요.”어른들은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았고 김욱만이 그녀를 몇 초 동안 주시했다.별이는 실망한 듯 입을 삐쭉거렸다.“아빠 미워! 오늘 같은 날 왜 이렇게 빨리 주무시는 거죠?”심유진은 그런 별이가 사랑스러운 듯 머리를 쓰다듬었다.“피곤해서 일찍 잠들었어. 내일 아빠가 우리 별이랑 같이 불꽃놀이 해주실 거야, 그때까지 참을 수 있지?”그녀의 말이 끝나고 허태준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미리 준비해 두었던 세뱃돈을 심유진과 별이에게 건넸다.허아주머니는 두 사람을 보면서 또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유진아, 난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어.”심유진은 허아주머니에게 다가가더니 뜨겁게 포옹했다.“어머님, 고마워요.”허아주머니는 심유진의 말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고 그녀를 더욱 꽉 껴안았다.“우리 유진이는 너무 착해.”이어 육운엽과 김욱도 세뱃돈을 건넸고, 별이는 많은 세뱃돈을 받은 것에 기뻐서 펄쩍펄쩍 뛰었다.늦은 시간 탓에 몇몇 어른들은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고, 때마침 허아주버님이 먼저 입을 열었다.“늦었는데 다들 이만 들어가서 쉬지.”심유진도 별이에게 손을 내밀면서 말했다.“허태민, 너도 이제 자야지.”별이는 아쉬운 표정으로 한 손에는 두툼한 돈봉투를 꼭 쥐고 다른 한 손은 심유진의 손을 잡고 방으로 들어갔다....심유진은 별이를 재운 뒤에도 허태준의 화가 아직 풀리지 않은 것 같아서 한참을 망설이다가 방으로 향했다.다들 잠들었는지 온 집안은 쥐 죽은 듯 고요했고 심유진이 조심스레 방문을 열자, 그녀가 켜놓았던 무드등조차 꺼져 있어 칠흑같이 어두웠다.그 순간, 갑자기 누군가가 그녀의 손목을 잡아 방안으로 끌어당겼고, 놀라서 비명을 지르려고 할 때 손으로 그녀의 입을 막더니 발끝으

  • 애처가 대표님과 결혼했어요   제1005화

    “새해 복 많이 받아요.”왜인지 심유진의 눈가는 촉촉해졌다, 그녀는 울먹거리며 말했다.“왜 그래요?”허태준은 그녀의 얼굴을 손으로 감싸며 어쩔 줄 몰랐다. 그는 그녀와 눈을 마주치며 물었다.“불꽃놀이가 마음에 안 들어서 그래요?”심유진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완전 좋았어요!”“근데 왜 우는 거예요?”허태준은 그녀가 우는 게 싫었다.심유진이 울면 허태준도 덩달아 마음이 아팠다.“너무 감동적이어서요.”심유진은 그의 품에 얼굴을 파묻으며 훌쩍거렸다.“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새해를 보낼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해요.”“사랑하는 사람...”허태준의 입꼬리가 점점 귀에 걸리더니 심유진의 허리를 더 꼭 껴안았다.“저도 사랑해요, 유진 씨.”그는 머리를 숙이고 심유진의 이마에 키스했다.심유진은 허태준의 몸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고 다급히 그를 밀어냈다.하지만 워낙 세게 껴안아 밀어 지지 않았다.“모두 아래층에서 기다리고 있어요.”심유진은 이성을 잃은 허태준을 일깨워 줬다.김욱은 그녀가 잠에서 깬 것을 알고 있다. 게다가 불꽃 쇼도 끝난 상황에 허태준과 위에 오래 무르면 다들 이상하게 생각할 게 뻔했다.심유진은 그 의심을 피할 수 있을 만큼 낯이 두껍지 못했다. 허태준은 그녀를 화나게 했다가는 본전도 못 찾을 것을 알기에 그녀를 놓아줬다.“잠시 후에 꼭 보충해야 해요.”허태준은 위협적으로 말했다.“어떻게 때울까요?”심유진은 웃음을 터뜨리면서 서둘러 내려가지 않았다.그녀는 까치발을 들고 허태준의 턱으로부터 그의 얼굴 곳곳에 키스했다.“이러면 돼요?”심유진은 허태준의 아랫입술을 깨물고 눈웃음치며 그를 유혹했다.“아니면 이렇게?”그녀는 허태준의 몸을 어루만지며 그를 달아오르게 했다.허태준의 검은 눈동자는 반짝 빛났고 몸에 뜨거운 피가 흘렀다.하지만 그는 꾹꾹 참으며 인내심 있게 심유진의 다음 유혹을 기다렸다.“우리... 스릴 넘치게 놀아 볼래요?”심유진은 허태준의 턱을 잡으며 그의 애간장을 태웠다.그녀는 마치 섹시한

  • 애처가 대표님과 결혼했어요   제1004화

    설날에 모처럼 대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니 저녁이 되자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그들 모두 약주를 하자 허 아주머니는 육윤엽과 김욱을 모두 집에 못 가게 막았다.아침 일찍 일어나 쉴 새 없이 바빴던 심유진은 저녁이 되자 졸음이 쏟아졌다.허 아주머니는 피곤해하는 심유진을 발견하고 먼저 올라가서 쉬라고 했다.하지만 심유진은 주먹을 꽉 쥐며 졸음을 떨쳐내려 애썼다.“조금만 더 버텨볼게요.”심유진은 격식을 따지는 사람은 아니었기에 새해 카운트 다운을 하기도 전에 잠에 들었다. 하지만 올해는 먼저 자고 싶지 않았다.올해 그녀는 더 이상 떠돌이 처지가 아닌 가족과 함께였기에 더욱 이 소중한 순간을 조금이라도 더 만끽하고 싶었다.허태준은 눈썹을 찌푸리며 그녀를 극구 말렸다.“먼저 올라가서 눈 붙이고 있어요. 카운트 다운이 시작되기 전에 깨워줄게요.”허태준은 심유진이 무슨 마음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더 마음이 아프고 미안해졌다.허태준이 말리자 나머지 사람들도 그녀를 말리기 시작했다.별이 마저도 심유진의 손을 힘껏 잡아당기며 잠을 권했다.결국 심유진은 그들의 의견을 꺾지 못하고 일일이 인사를 나눴다. 그러고는 하품하며 침실로 향했다....“유진아! 심유진! 빨리 일어나! 12시야!”누군가 심유진의 뺨을 툭툭 치면서 깨웠다.심유진이 눈을 뜨자 눈앞에는 장난꾸러기처럼 웃는 김욱이 있었다.심유진은 김욱의 손을 치우고 그를 세게 때렸다.복수를 마친 심유진은 그제야 두리번거리며 물었다.“왜 오빠가 날 깨우러 온 거야? 태준 씨는?”“아래층에 있어. 별이가 태준 씨를 놔주지 않아서 내가 올라왔지.”김욱은 방금 맞은 곳을 문지르며 투덜거렸다.“이럴 줄 알았으면 깨우지 않는 건데.”“오빠가 먼저 날 때렸잖아! 내 탓 하지 마!”심유진은 이불을 젖히고 몸을 일으켰다.그녀는 헝클어진 머리를 정리하며 물었다.“지금 몇분이야?” 김욱은 휴대폰 화면을 켜고 말했다.“11시 59분이야. 이미 카운트 다운 시작됐어.”“이렇게 빨리?”조금만 잔줄 알

  • 애처가 대표님과 결혼했어요   제1003화

    심유진은 생각을 되짚어보고는 문득 허태준이 유럽으로 갔었던 일이 떠올랐다.하지만 허태준은 허택양의 일을 처리하러 유럽으로 가는 거라 핑계를 댔었다.“허태준은 너보다도 경우가 있는 사람이었어.”육윤엽은 코웃음 치고는 투덜거리기 시작했다.“너는 참 결혼하기 전부터 남편 생각밖에 안 하네.”“아이참...”심유진은 헛웃음 지으며 이를 꼭 깨물었다.그녀는 이미 들킨 바에 모든 사실을 다 털어버리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사실, 저와 태준 씨 이혼한 적 없어요. 저 이미 6년 전에 태준 씨와 결혼 했었어요.”허태준은 이 사실을 육윤엽한테 말한 적 없었다.심유진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육윤엽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너희 둘...”육윤엽은 가슴을 쥐어 잡고 괴로워했다.심유진과 김욱은 급히 다가가 물었다.“왜 그래요? 심장이 아파요?”육윤엽은 심유진의 뒤통수를 공격한 후에야 표정이 온화해졌다.그의 손이 너무 매웠는지 심유진은 아파서 눈물이 찔끔 났다.“앞으로 또 이런 중요한 일을 숨겼다간 더 아프게 때릴 줄 알아.”육윤엽은 험상궂은 얼굴로 겁을 주었다.심유진은 뒤통수를 쥐어 잡으며 대답했다.“다시는 안 숨길게요!”허태준의 부모님은 육윤엽과 김욱을 반갑게 맞이했다. 두 사람이 별장에 들어서서부터 허 아주머니는 차를 따라주고 과일을 내오며 쉬지도 않고 대접했다.육윤엽은 젠틀하게 허태준의 부모님을 대했다. 아무래도 오는 길에 심유진을 실컷 욕한 덕분일 수 있다.게다가 육윤엽은 두 사람의 선물도 준비해 왔다.그는 허 아주버님한테 비싼 브랜드 시계를, 허 아주머니한테는 경매에서 낙찰받은 비싼 보석 세트를 선물로 줬다.두 사람은 한참 거절하다가 끝내 심유진의 설득에 못 이겨 선물을 받았다.양쪽 부모님은 간단히 인사를 나눈 후,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이번에 여기에 온 것은 아이들과 같이 설을 보내고 싶어서 이기도 하지만 두 분과 결혼식에 대해 상의하려고 실례를 무릅쓰고 찾아왔습니다.그들이 중요한 얘기를 나누고 있을 때, 허태준과

  • 애처가 대표님과 결혼했어요   제1002화

    심유진은 다음 날 아침 일찍 육윤엽과 김욱을 데리러 가야 했다. 그녀는 저녁밥을 먹은 후 방으로 올라가 샤워하고 잘 준비를 했다.하지만 침대에 누워 한참을 뒤척였지만 도통 잠이 오지 않았다.그때 허태준은 별이를 재우고 방으로 돌아왔다. 그는 방에 불이 아직 켜져 있는 것을 보고 의아해서 물었다.왜 아직도 안 자고 있어요?”심유진은 이불을 들춰 몸을 일으켰다.“저 지금 너무 걱정돼요.”그녀의 긴 머리카락은 헝클어진 채 근심 가득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뭐가 걱정돼요?”허태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내일 저의 아버지가 여기에 오시잖아요... 만약 어머니와 아버님과 트러블이라도 생기면 어떡하죠?”심유진은 내일 육윤엽과 허태준의 부모님이 싸우기라도 할까 봐 생각만 해도 머리가 뻐근했다.“아버님은 현명하신 분이니 걱정하지 말아요.”허태준은 심유진을 다독였다.“아버님께서 아무 이유도 없이 사람을 눈치 보게 하는 분은 아니잖아요.”허태준의 말에 심유진은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태준 씨가 아버지 눈치를 많이 보던데요?”허태준은 마른기침하며 핑계를 둘러댔다.“그것도 이유가 있으니까 그런 거잖아요.”허태준은 이미 겁에 잔뜩 질려 육윤엽이 없어도 감히 그의 나쁜 말을 하지 못했다. 심유진은 이를 이미 알아차렸다.“아무래도 오빠한테 전화해서 신신당부해야겠어요.”그녀가 충전 케이블을 뽑자 휴재폰 충전이 중단되었다.허태준은 다급하게 그녀를 뜯어말렸다.“두 분 이미 잠에 드셨을 거예요. 할 말은 내일 아침에 데리러 갈 때 해도 늦지 않았어요.”심유진은 고민하다가 휴대폰을 내려놓았다.“하긴. 그렇긴 하네요.”허태준은 심유진을 침대에 눕히고 이불을 목 끝까지 덮어주었다.“됐어요. 얼른 자요.”허태준은 방안의 불을 끄고 무드등 하나만 켜뒀다.“내일 할 일이 워낙 많아서 쪽잠을 잘 시간도 없을 거예요.”심유진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허태준을 쳐다봤다.그녀는 갑자기 장난꾸러기같이 웃었다.“저 잠 좀 재워주지 않을래요? 아무 이야기를 해

  • 애처가 대표님과 결혼했어요   제1001화

    “네. 그럼 우리 먼저 가볼게요.”심유진은 들고 온 가방을 챙기고 허태준을 데리고 집을 떠났다.“내일 아침 제가 데리러 올게요. 설날이어서 택시가 잘 잡히지 않을 거예요.”육윤엽은 거절 대신 한가지 요구를 말했다.“그럼 너 혼자와.”심유진은 멈칫하다가 한숨을 내쉬었다.역시 육윤엽은 변하지 않았다.“알겠어요.”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저는 아버지가 다 받아들인 줄 알았어요.”현관문이 닫히자마자 심유진은 투덜거렸다.“아직도 태준 씨를 싫어하시는 거였어요.”허태준은 심유진의 손을 꼭 잡으며 미소를 띠었다.“우리 천천히 해요. 아무래도 시간이 필요하죠.”허태준은 육윤엽이 하루아침에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기를 바라는 건 아니었다. 그는 일이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심유진의 입술은 삐죽 튀어나왔다.“뭐 아버지가 저를 막 대하는 것도 아니고 태준 씨가 괜찮다면 저도 괜찮아요.”허태준은 그런 심유진이 마냥 귀여웠다.“그럼 제가 마음이 급했다면 어쩔 생각이에요?”그는 고개를 숙이고 부드러운 눈길로 심유진을 놀렸다.“저는...”심유진은 육윤엽의 태도를 바꿀 방법이 도무지 생각나지 않았다.“천천히 하죠. 천천히 해!”육윤엽과의 부녀 관계를 끊을 수도 없으니 그녀는 결국 자포자기하며 외쳤다....심유진과 허태준 별장으로 돌아오자 허 아주머니는 적잖게 놀란 동시에 조금 심술이 났다.“너희 둘 왜 이렇게 일찍 온 거야? 왜 사돈이랑 더 같이 있어 주지 않고!”허 아주머니는 물어보면서 허태준을 탓했다.“사돈께서 멀리서 오셨는데 잘 모셔야 할 것 아니야!”심유진은 허태준의 편을 들어줬다.“태준 씨가 모시고 싶지 않아서 온 건 아니에요. 저의 아버지와 오빠가 오랜 비행으로 잠을 못 자서 많이 피곤해하셨어요. 대꾸할 맥도 없어서 저희를 내쫓으셨어요.”“아... 그랬구나.”육윤엽의 거친 성격을 잘 몰랐던 허 아주머니는 머쓱하게 웃었다.“그럼 어쩔 수 없지.”심유진과 허태준이 밖에 나갔다가 온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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