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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작가: 차차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이혼에 관한 일은 전부 여형민한테 맡기니 당사자인 심유진은 오히려 너무나 한가할 정도였다.

휴가는 아직 이틀이나 남아있었다. 심유진은 부동산을 돌아다니며 로열 근처에 있는 작은 아파트를 알아봤다.

로열 호텔은 대구에서도 가장 번화한 지역에 있었다. 그 주위에는 온통 몇십억을 호가하는 고급 빌라 단지뿐이었다. 단지 내에 빈집이 매우 적었는데 있다고 해도 팔지는 않았다.

결국 그녀는 차선택으로 세 개 정거장 이내거나 막히지 않는 상황에서 삼십분 내에 도착할 수 있는 곳으로 범위를 한정했다.

중개인이 그녀를 데리고 하루 종일 다니며 여러 집을 보여줬지만 주변이 시끄럽거나 엘리베이터가 없는 낡은 단지뿐이었다.

결과적으로 그녀의 마음에 드는 집은 찾지 못했다.

심유진은 피곤한 몸을 이끌고 호텔로 돌아왔다. 그녀가 막 침대에 누우려는데 조건웅 동생 조건이한테서 전화가 걸려왔다.

그는 그녀의 이름을 부르지도 않고 다짜고짜 자기 용건을 말했다.

“나 다음 주에 아름이랑 대구에 갈 거니까 비행기 표와 호텔 예약해 줘요.”

조건이는 경주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었다. 소아름은 그와 교제한지 2년이 되는 여자친구였다.

심유진은 결혼식 그리고 이번 년 설에 조건이를 몇 번 본 게 다였기에 친하다고 할 수도 없었다. 소아름은 본적도 없었다. 그저 조 씨 부모한테서 그녀가 경주 어디 사장님의 외동딸이라는 말만 들었었다.

때문에 그녀는 조건이의 다짜고짜 한 “명령”에 얼떨떨하기만 했다.

이런 일은 그녀를 찾을 게 아니지 않나?

“네 형한테 예약해 달라고 해.”

보아하니 조 씨 집안에서는 아직 그에게 그녀와 조건웅의 이혼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은 것 같았다. 또 다른 분란을 만들고 싶지 않았기에 그녀 역시 먼저 말을 꺼내지 않았다.

그녀는 그대로 전화를 끊으려고 했었다. 그런데 조건이가 화를 내는 게 아닌가.

“우리 형이 얼마나 바쁜데요. 어디 그런 걸 예약할 시간이 있다고 그래요!”

그의 말투가 거칠었다.

“형수님이 되서 그 정도도 못해 줘요? 그리고 형수님 로열 호텔에서 일하잖아요? 프런트에 가서 한마디 하기만 하면 되는데 그게 그렇게 어려워요?”

그녀가 몇 번 밖에 보지 못한 조건이에 대한 기억은 항상 휴대폰을 붙잡고 게임만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몇 마디 말도 나눠보지 못했었다. 그것 때문에 심유진은 그가 내성적이고 말수가 적은 사람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실제로는 자기 부모와 똑같은 별종이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이해는 할 수 있었다.

“호텔 예약만 해줄 수 있어.”

심유진이 고민하다 말했다.

“비행기 표는 스스로 예매하든가, 아니면 네 형한테 찾아가.”

그가 기필코 로열 호텔에 들겠다면 그녀도 굳이 찾아오는 손님을 거부할 필요는 없었다.

“됐어요. 가식 그만 떨어요. 도와주기 싫으면 됐어요! 호텔도 예약하지 마세요. 다 제가 직접 할 테니까!”

조건이는 한바탕 소리를 내지르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심유진이 입을 삐쭉거리다가 휴대폰을 옆으로 던졌다.

그녀는 이렇게 이 일이 마무리된 줄만 알았다. 그런데 다음날 집을 돌아보는데 조건이한테서 또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비행기표는 제가 예매했어요. 호텔은 형수가 예약해 줘요. 스위트룸으로요. 금요일과 토요일 이틀 있을 거예요. 주민등록번호는 이따가 문자로 보낼게요. 번호는 지금 이 번호예요.”

부동산 중개인이 기다리고 있었기에 심유진은 조건이와 실랑이하고 싶지 않아 그저 알았다고 답했다.

2분 뒤 조건이한테서 일렬로 나열된 주민등록번호가 도착했는데 고맙다는 말 한마디 없었다.

그날 저녁 심유진은 여전히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호텔로 돌아왔다.

프런트를 지날 때 마침 조건이가 했던 부탁이 떠올라 소미를 찾았다.

“다음 주 금요일과 토요일로 스위트룸 하나 남겨줘요.”

“친구분 대신 예약해 주는 거예요?”

소미가 자연스럽게 물었다.

“그렇다고 할 수 있겠네요.”

심유진은 조건이의 개인 정보를 그녀에게 알려주었다.

소미가 정보를 입력하고 물었다.

“나중에 방값을 계산할 때 매니저님 직원 할인 쓸까요?”

“아니요.”

심유진이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이 바로 답했다.

예약해 주는 걸로 자신은 충분한 배려를 베풀었다. 거기다 그녀의 직원 할인을 받겠다고? 어림없는 소리!

“어라 심 매니저님?”

그때 등 뒤에서 여형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자 그와 허태준이 서있었다.

그들 곁에는 각각 트렁크가 놓여있었다.

“여 변호사님, 허 대표님.”

그녀가 인사를 건넨 후 물었다.

“체크아웃 하시려고요?”

“네.”

여형민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프런트를 가리키며 물었다.

“일 다 보셨어요?”

심유진이 곧바로 물러서며 자리를 냈다.

“다 봤어요!”

그리고 고개를 돌려 소미를 향해 말했다.

“여 변호사님과 허 대표님 체크아웃 부탁드려요.”

“네네 알겠습니다!”

소미가 부들부들 떨며 여형민이 내민 방 키를 받았다. 채 2분이 지나지 않아서 체크아웃이 완료되었다.

심유진이 여형민에게 물었다.

“두 분은 대구를 떠나시는 겁니까? 그럼 제 일은……”

그녀는 조금 걱정이 되었다.

“대구를 떠나는 건 아닙니다.”

여형민이 웃으며 답했다.

“그 반대로 저와 여기 허 대표는 이곳에 남아있기로 결정했습니다.”

“무슨 뜻이죠?”

심유진이 이해 가지 않는 표정으로 물었다.

“사실 저희는 CY 그룹 분사를 설립하는 일로 대구에 온 거거든요. 원래는 일을 마무리하고 경주로 돌아가려고 했는데 그 과정이 생각했던 것보다 복잡하게 되어서 당분간은 여기 있게 되었어요. 몇 년이 걸릴 수도 있고요.”

여형민이 설명했다.

“CY 그룹?”

심유진이 놀라 물었다.

“제가 아는 그 CY 그룹 맞나요?”

불과 10년 사이에 IT 업계의 일인자 위치에 오르고, 그룹 대표의 이름도 잘 알려지지 않은 신비한 회사였다.

“네.”

여형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 CY 그룹입니다.”

“하지만…… CY 그룹이 두 분과 무슨 상관이 있나요?”

심유진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눈앞의 두 남자 중 한 사람은 베일에 싸인 로열 호텔의 고위층 임원이고 한 사람은 이혼 전문 변호사였다. 어떻게 봐도 CY 그룹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인물들이었다.

갑자기 여형민이 허리를 꼿꼿하게 펴고 넥타이를 정돈한 후 목을 가다듬었다.

“소개할게요.”

그가 정중한 태도로 말했다.

“이분은……”

그가 허태준을 가리켰다.

“CY 그룹의 창시자이자 현임 대표이시고, 저는……”

그가 자신을 가리켰다.

“당시 그의 파트너이자 현재 CY 그룹에서 두 번째로 큰 주주입니다.”

만약 심유진이 안경을 끼고 있었다면 무조건 바닥에 떨어뜨렸을 것이다.

“참 최근 이틀 동안 어디 가셨나요?”

여형민이 빠르게 화제를 돌렸다.

“듣기로 아침 일찍 나가서 늦게 돌아왔다던데요.”

여형민과는 함께 중요한 일을 도모하는 파트너라서 그런지 심유진은 그를 외부인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그녀는 솔직하게 말했다.

“집 보러 다녔어요. 원래 살던 집에는 못 있게 되어서요. 호텔 휴게실은 일하긴 편하지만 다른 방면은 불편해서요.”

“집을 사려고요?”

여형민이 물었다.

심유진이 쓴웃음을 지었다.

“살 돈이 어디 있겠어요. 일단은 월세로 살다가 이혼이 마무리된 후 수중에 돈이 좀 생기면 대출을 받아서 살 생각이에요.”

대구는 전국에 두 개밖에 없는 일선 도시 중 하나로서 근 10년 사이에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었다. 시 중심을 벗어난 지역도 몇억씩 들었다.

현재 심유진의 재산으로는 시 중심에서 화장실 하나도 못 살 것이다.

“그럼 이미 봐둔 집은 있어요?”

“아니요.”

심유진이 고개를 저으며 저도 모르게 불만을 토로했다.

“이틀간 열몇 채는 본 것 같은데 하나도 마음에 안 드는 거 있죠.”

“그럼 제 집을 임대해 드릴게요.”

여형민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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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니저님, 긴급 상황입니다. 빨리 직접 오셔서 처리해 주세요.”이현의 목소리가 아주 다급해 보이자 심유진은 바로 침대에서 일어나 옷을 입고 호텔로 향했다.이현은 이미 주차장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의 차가 주차장으로 들어오자 바로 운전석 문을 열어주며 미간을 찌푸렸다. “무슨 일이에요?”심유진은 차에서 미처 내리지도 못하고 물었다.“어젯밤에 2510호에 입주한 손님께서 한 시간 전에 저희 안내 데스크에 전화를 걸어와 목걸이가 보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저희 청소 직원이 가져간 거 아니냐고 해서 제가 아주머니들한테 물어보니 청소할 때 목걸이는 아예 보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지금 손님께서 경찰에 신고까지 한 상황이고 매니저님보다 일찍 도착한 경찰관들이 지금 호텔방에서 상황을 알아보고 있습니다.”이현은 심유진의 바로 뒤에 붙어 걸으며 상황을 설명했다.“2510호?”심유진은 눈살을 찌푸렸다.2510호는 조건이와 그의 여자친구가 묵고 있는 방이다.25층에 도착한 심유진은 바로 두 사람을 발견했다.3명의 경찰관과 호텔 객실 청소를 하는 아주머니 2명과 함께 있었다.심유진이 방 문을 노크하자 방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고개를 돌려 그녀를 쳐다봤다.그녀는 먼저 자기소개를 했다.“죄송합니다 여러분. 저는 로열 호텔의 매니저 심유진입니다.”어젯밤 안내 데스크에서 심유진을 만난 적 있는 소아름은 바로 그녀를 기억해 냈다.“로열 호텔 매니저? 조건이의 형수?”소아름은 조금 놀란 표정을 짓더니 바로 씩 웃음을 지었다.“잘 됐네요.”그녀가 호텔 청소 아주머니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몸 수색을 해봐야겠어요. 사물함도 같이 뒤져보면 더 좋고요.”“네, 가능합니다.”소아름의 제안에 심유진은 바로 동의했다.“하지만,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그녀는 바로 동의를 했으나 조건이 있다고 말했다.“무슨 조건이죠?”“몸 수색을 하고 사물함도 뒤졌는데 손님 목걸이를 찾지 못했다면 저희 직원들한테 사과하세요.”객실에 꼿꼿한 자세로 서있는 심유진

  • 애처가 대표님과 결혼했어요   제20화

    조건이의 이런 반응을 심유진은 미리 예상하고 있어 이제는 화도 나지 않았다.“너희들의 요구를 우린 충분히 만족시켰어. 목걸이는 우리 청소 직원이 훔친 게 아니야. 그러니까 모든 비난은 모욕과 비방이 되었지. 우리 호텔의 명성과 우리 직원의 명예를 실추시켰으니 우린 너희 두 사람을 모욕죄로 기소할 거야.”그녀의 말에 소아름과 조건이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그러자 심유진은 바로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물론, 너희들이 그렇게 악질 고객이 아니라 교도소까지는 아니고 그냥 배상 정도만 하게 될 거야.”조건이의 얼굴은 순식간에 빨개지고 이를 갈았다.갑자기 그가 탁자 위에 놓인 유리로 만들어진 재떨이를 심유진한테 집어던졌고 심유진은 날아오는 재떨이에 오른쪽 어깨가 부딪쳤다.“아!”어깨에서 극심한 통증이 전해지자 그녀는 숨을 한 모금 들이켰다.“매니저님!”이현과 청소 아주머니가 서둘러 달려와 그녀의 어깨를 살폈다.“매니저님, 많이 다치셨어요? 빨리 병원에 가요!”유리로 만들어진 재떨이는 아무 살점이 없는 심유진의 어깨에 부딪쳐 커다란 충격을 주었고 그 충격은 뼈가 고스란히 감당했다.심하게 다쳤는지 뼈가 부러졌는지 알 길이 없었다. 그저 오른쪽 어깨를 조금도 들지 못할 뿐이다.조건이의 잘못을 따질 시간조차 없었던 그들은 바로 심유진을 부축하고 병원으로 향했다.“빨리, 빨리 병원으로 가요!”응급실에 도착하자 의사는 여러 가지 검사를 진행하라고 했다.토요일 저녁의 응급실은 여전히 사람이 많다.엑스레이 대기실에서 심유진은 30분을 기다려야 엑스레이를 찍을 수 있었고 모든 검사를 마치고 다시 응급실에 돌아온 심유진은 눈이 너무 내려왔다.의사는 심유진의 엑스레이를 보며 그녀의 오른쪽 어깨를 가리켰다.“뼈가 조금 부러졌어요. 간단하게 고정할게요.”의사는 심유진의 어깨를 고정하는 기기를 가져와 당부했다.“뼈가 완전히 붙을 때까지 최대한 오른쪽 어깨를 쓰지 마세요. 잠을 잘 때도 각별히 조심해야 돼요.”너무 졸려...심유진은 어깨에 전해지

최신 챕터

  • 애처가 대표님과 결혼했어요   제1009화

    하은설은 참지 못하고 재촉했다.“시간 없어, 빨리 가자! 너 기다리다 네 남편 목 빠지겠네!”심유진은 빨리 걷기 위해 두 손으로 얼른 웨딩드레스를 들어 올렸다.“응, 그래.”화창한 날씨에 황금빛 햇살이 꽃잎 사이로 레드카펫을 비추고 있었다.심유진은 아름다운 이곳에서 머물고 싶은 욕구를 억누르고 빠른 걸음으로 복도를 가로질러 온실 문 앞까지 걸어왔다.온실 대문 앞에는 육윤엽이 한 손에는 지팡이를 짚고 다른 한 손은 별이의 손을 잡고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별이는 심유진의 등장에 잡고 있던 육윤엽의 손을 떼고 그녀에게로 달려왔다.“엄마, 오늘 천사 같아요!”심유진도 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웃었다.“고마워, 우리 별이!”오늘 결혼식의 화동인 별이는 정장 차림에 작은 나비넥타이를 매고 있었고 앙증맞은 손에는 형형색색의 꽃잎이 들어있는 바구니가 들려있었다.온실 안에서 곧이어 결혼 행진곡이 울려 퍼졌고 육윤엽은 심유진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가자.”심유진은 애써 웃고 있지만 눈물이 맺힌 육윤엽을 보고 갑자기 꼬끝이 찡해졌다.하은설은 그녀가 울려고 하자, 옆에서 한마디 했다.“참아, 울면 안 돼! 카메라가 돌고 있는데 화장 번지면 안 예쁘잖아.”심유진은 쏟아져 나오려는 눈물을 꾹 참으면서 패딩 점퍼를 벗어 옆에 있던 스타일리스트에게 건넸고 육윤엽의 팔짱을 끼고 천천히 식장 안으로 들어갔다.별이도 앞에 서서 두 사람의 보폭에 맞춰 걸어가면서 바구니 속의 꽃잎들을 한 웅큼씩 집어서 하늘로 흩뿌렸다.신부의 등장에 하객들은 잇달아 박수를 쳤고 심유진은 미소를 지으며 그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허태준은 예식장 단상 앞에서 자신을 향해 한 발짝씩 걸어오는 심유진을 멍하니 바라보았다.결혼식장이 크지 않은 탓에, 육윤엽과 심유진은 2분도 안 되어 예식장 단상 앞까지 걸어왔다.행복함에 싱글벙글하던 허태준은 육윤엽이 굳은 얼굴로 헛기침을 몇 번 해서야 겨우 정신을 차리고 그를 향해 공손히 인사했다.“아버님.”육윤엽은 심유진을 한 번

  • 애처가 대표님과 결혼했어요   제1008화

    육운영과 김욱은 블루 항공이 설 연휴에도 쉬지 않은 탓에 경주에서 이틀을 보내고 떠날 수밖에 없었다.다만 심유진은 보름 정도 되는 설 연휴 중 절반 시간을 허씨 가문의 별장에서 가족과 함께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그도 그럴 것이 코로나로 인해 많은 공공장소가 문을 닫은 상황이라 밖을 나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육운영과 김욱은 짧은 휴가가 끝난 뒤, 업무에 복귀했다.별이도 설 연휴가 끝난 뒤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했고 허태준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별이의 유치원 픽업을 위해 일부러 허태준과 심유진이 사는 동네에 집까지 샀다.눈 깜짝할 사이에 시간이 지나, 블루 항공 경주 지사의 재건축도 이제는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김욱은 몇 명의 핵심 직원들을 경주 지사 쪽으로 파견시켜 심유진과 함께 회사 초반 운영을 하도록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회사의 운영은 정상 궤도에 올랐고 일부 본사의 업무도 경주 지사 쪽으로 넘어왔다.회사가 눈코 뜰 새 바빠지자, 심유진은 5월 예정이었던 결혼식을 취소하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하지만 허태준이 결혼식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것을 알기에 바쁜 일정 속에도 틈틈이 시간을 내서 디자이너들을 만나 웨딩드레스를 입어보면서 결혼식 준비를 했다....5월이 되자, 모두의 예상대로 코로나는 국내에서 유럽과 미국으로 퍼졌다.블루 항공은 다행히 코로나가 N시티에서 유행하기 전, 대부분의 부서를 이동한 상황이라 큰 타격은 없었을 뿐만 아니라 진성그룹과의 협업을 통해 국내의 여러 의료기기 공장을 설립하고 마스크 등 의료 물자를 전 세계로 운송하면서 큰돈을 벌었다. 반면 모어 항공은 블루 항공과의 소송에서 패한 뒤, 입소문이 나쁘게 퍼져서 고객들을 블루 항공에 뺏긴 신세가 되었다.게다가 이번 사건의 주역이었던 마리아는 집에서 쫓겨났다는 소문까지 돌았다.모든 일이 잘 풀리는 중, 심유진과 허태준의 결혼식 날도 다가왔다.심유진은 결혼식 날이면 해방감이 들 줄 알았지만, 날이 다가올수록 기대감과 긴장감으로 잠을 설쳤다....YT 그룹이 부

  • 애처가 대표님과 결혼했어요   제1007화

    허아주머니는 특별히 심유진을 위해 아침밥을 남겨두었다.심유진은 허아주머니의 정성에 감동했고 맛있게 아침을 먹었다.허태준과 별이는 그녀가 아침을 다 먹자,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났고 때마침 허아주머니는 주방에서 만두가 가득 담긴 도시락통을 허태준에게 건넸다.“자, 이거 잊지 마.”“고맙습니다.”허태준은 심유진을 바라보며 물었다.“떠나도 될까요?”심유진은 어젯밤의 일로 토라져서 답도 하기 싫었지만, 허아주머니 앞에서 자기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짧게 답했다.“네, 가죠.”그녀는 답을 하고 나서 별이의 손을 잡고는 허아주머니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빠른 걸음으로 대문을 나섰다.허태준도 귀여운 그녀의 행동에 웃음을 머금으며 두 사람을 뒤따랐다....허태준이 별이에게 미리 증조할아버지를 뵈러 간다고 말했고, 별이는 가는 내내 차 안에서 폭풍 질문을 던졌다.“증조할아버지는 왜 증조할아버지라고 부른 거예요?”“증조할아버지는 할아버지의 아빠인 건가요?”“증조할아버지는 무서워요?”“증조할아버지는 돌아가셨는데 어떻게 만두를 먹을 수 있어요?”...허태준은 별이의 모든 질문에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대답했다.그동안 심유진은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볼 뿐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허태준은 냉랭한 심유진의 태도에 어젯밤 자기의 행동이 과한 것 같아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하지만 허태준은 그녀가 거부할수록 점점 더 야만적으로 변하는 자기를 도저히 통제할 수 없었다.허태준은 어젯밤 생각에 몸이 반응해 오면서 또 피가 끓기 시작했다....허태준은 별이를 안고 묘지 입구에서 산 꽃다발을 무덤 앞에 놓았고, 몸을 굽혀 물티슈로 쌓인 먼지를 꼼꼼히 닦아냈다.“할아버지, 저 왔습니다.”심유진도 허태준의 할아버지를 보자, 화가 풀리는 느낌이었다.그녀는 별이와 함께 무덤을 향해 절을 세 번 올렸다.심유진은 사진 속의 자상한 노인을 보며 눈물을 글썽였다.“할아버지, 저 기억하세요? 태준 씨 아내 심유진이에요.”그러고는 별이를 자기 앞으로 끌어당기며 말했다

  • 애처가 대표님과 결혼했어요   제1006화

    심유진이 혼자 방에서 나오자, 사람들은 그녀에게 엄청난 질문 세례를 했다.“태준이는? 왜 같이 내려오지 않았어?”“아빠는 어디 있어요? 불꽃놀이 시켜준다고 저랑 약속했단 말이에요.”심유진은 방에서 나오면서 침착하게 둘러댔다.“샤워하고는 피곤하다고 일찍 잠들었어요.”어른들은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았고 김욱만이 그녀를 몇 초 동안 주시했다.별이는 실망한 듯 입을 삐쭉거렸다.“아빠 미워! 오늘 같은 날 왜 이렇게 빨리 주무시는 거죠?”심유진은 그런 별이가 사랑스러운 듯 머리를 쓰다듬었다.“피곤해서 일찍 잠들었어. 내일 아빠가 우리 별이랑 같이 불꽃놀이 해주실 거야, 그때까지 참을 수 있지?”그녀의 말이 끝나고 허태준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미리 준비해 두었던 세뱃돈을 심유진과 별이에게 건넸다.허아주머니는 두 사람을 보면서 또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유진아, 난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어.”심유진은 허아주머니에게 다가가더니 뜨겁게 포옹했다.“어머님, 고마워요.”허아주머니는 심유진의 말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고 그녀를 더욱 꽉 껴안았다.“우리 유진이는 너무 착해.”이어 육운엽과 김욱도 세뱃돈을 건넸고, 별이는 많은 세뱃돈을 받은 것에 기뻐서 펄쩍펄쩍 뛰었다.늦은 시간 탓에 몇몇 어른들은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고, 때마침 허아주버님이 먼저 입을 열었다.“늦었는데 다들 이만 들어가서 쉬지.”심유진도 별이에게 손을 내밀면서 말했다.“허태민, 너도 이제 자야지.”별이는 아쉬운 표정으로 한 손에는 두툼한 돈봉투를 꼭 쥐고 다른 한 손은 심유진의 손을 잡고 방으로 들어갔다....심유진은 별이를 재운 뒤에도 허태준의 화가 아직 풀리지 않은 것 같아서 한참을 망설이다가 방으로 향했다.다들 잠들었는지 온 집안은 쥐 죽은 듯 고요했고 심유진이 조심스레 방문을 열자, 그녀가 켜놓았던 무드등조차 꺼져 있어 칠흑같이 어두웠다.그 순간, 갑자기 누군가가 그녀의 손목을 잡아 방안으로 끌어당겼고, 놀라서 비명을 지르려고 할 때 손으로 그녀의 입을 막더니 발끝으

  • 애처가 대표님과 결혼했어요   제1005화

    “새해 복 많이 받아요.”왜인지 심유진의 눈가는 촉촉해졌다, 그녀는 울먹거리며 말했다.“왜 그래요?”허태준은 그녀의 얼굴을 손으로 감싸며 어쩔 줄 몰랐다. 그는 그녀와 눈을 마주치며 물었다.“불꽃놀이가 마음에 안 들어서 그래요?”심유진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완전 좋았어요!”“근데 왜 우는 거예요?”허태준은 그녀가 우는 게 싫었다.심유진이 울면 허태준도 덩달아 마음이 아팠다.“너무 감동적이어서요.”심유진은 그의 품에 얼굴을 파묻으며 훌쩍거렸다.“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새해를 보낼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해요.”“사랑하는 사람...”허태준의 입꼬리가 점점 귀에 걸리더니 심유진의 허리를 더 꼭 껴안았다.“저도 사랑해요, 유진 씨.”그는 머리를 숙이고 심유진의 이마에 키스했다.심유진은 허태준의 몸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고 다급히 그를 밀어냈다.하지만 워낙 세게 껴안아 밀어 지지 않았다.“모두 아래층에서 기다리고 있어요.”심유진은 이성을 잃은 허태준을 일깨워 줬다.김욱은 그녀가 잠에서 깬 것을 알고 있다. 게다가 불꽃 쇼도 끝난 상황에 허태준과 위에 오래 무르면 다들 이상하게 생각할 게 뻔했다.심유진은 그 의심을 피할 수 있을 만큼 낯이 두껍지 못했다. 허태준은 그녀를 화나게 했다가는 본전도 못 찾을 것을 알기에 그녀를 놓아줬다.“잠시 후에 꼭 보충해야 해요.”허태준은 위협적으로 말했다.“어떻게 때울까요?”심유진은 웃음을 터뜨리면서 서둘러 내려가지 않았다.그녀는 까치발을 들고 허태준의 턱으로부터 그의 얼굴 곳곳에 키스했다.“이러면 돼요?”심유진은 허태준의 아랫입술을 깨물고 눈웃음치며 그를 유혹했다.“아니면 이렇게?”그녀는 허태준의 몸을 어루만지며 그를 달아오르게 했다.허태준의 검은 눈동자는 반짝 빛났고 몸에 뜨거운 피가 흘렀다.하지만 그는 꾹꾹 참으며 인내심 있게 심유진의 다음 유혹을 기다렸다.“우리... 스릴 넘치게 놀아 볼래요?”심유진은 허태준의 턱을 잡으며 그의 애간장을 태웠다.그녀는 마치 섹시한

  • 애처가 대표님과 결혼했어요   제1004화

    설날에 모처럼 대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니 저녁이 되자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그들 모두 약주를 하자 허 아주머니는 육윤엽과 김욱을 모두 집에 못 가게 막았다.아침 일찍 일어나 쉴 새 없이 바빴던 심유진은 저녁이 되자 졸음이 쏟아졌다.허 아주머니는 피곤해하는 심유진을 발견하고 먼저 올라가서 쉬라고 했다.하지만 심유진은 주먹을 꽉 쥐며 졸음을 떨쳐내려 애썼다.“조금만 더 버텨볼게요.”심유진은 격식을 따지는 사람은 아니었기에 새해 카운트 다운을 하기도 전에 잠에 들었다. 하지만 올해는 먼저 자고 싶지 않았다.올해 그녀는 더 이상 떠돌이 처지가 아닌 가족과 함께였기에 더욱 이 소중한 순간을 조금이라도 더 만끽하고 싶었다.허태준은 눈썹을 찌푸리며 그녀를 극구 말렸다.“먼저 올라가서 눈 붙이고 있어요. 카운트 다운이 시작되기 전에 깨워줄게요.”허태준은 심유진이 무슨 마음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더 마음이 아프고 미안해졌다.허태준이 말리자 나머지 사람들도 그녀를 말리기 시작했다.별이 마저도 심유진의 손을 힘껏 잡아당기며 잠을 권했다.결국 심유진은 그들의 의견을 꺾지 못하고 일일이 인사를 나눴다. 그러고는 하품하며 침실로 향했다....“유진아! 심유진! 빨리 일어나! 12시야!”누군가 심유진의 뺨을 툭툭 치면서 깨웠다.심유진이 눈을 뜨자 눈앞에는 장난꾸러기처럼 웃는 김욱이 있었다.심유진은 김욱의 손을 치우고 그를 세게 때렸다.복수를 마친 심유진은 그제야 두리번거리며 물었다.“왜 오빠가 날 깨우러 온 거야? 태준 씨는?”“아래층에 있어. 별이가 태준 씨를 놔주지 않아서 내가 올라왔지.”김욱은 방금 맞은 곳을 문지르며 투덜거렸다.“이럴 줄 알았으면 깨우지 않는 건데.”“오빠가 먼저 날 때렸잖아! 내 탓 하지 마!”심유진은 이불을 젖히고 몸을 일으켰다.그녀는 헝클어진 머리를 정리하며 물었다.“지금 몇분이야?” 김욱은 휴대폰 화면을 켜고 말했다.“11시 59분이야. 이미 카운트 다운 시작됐어.”“이렇게 빨리?”조금만 잔줄 알

  • 애처가 대표님과 결혼했어요   제1003화

    심유진은 생각을 되짚어보고는 문득 허태준이 유럽으로 갔었던 일이 떠올랐다.하지만 허태준은 허택양의 일을 처리하러 유럽으로 가는 거라 핑계를 댔었다.“허태준은 너보다도 경우가 있는 사람이었어.”육윤엽은 코웃음 치고는 투덜거리기 시작했다.“너는 참 결혼하기 전부터 남편 생각밖에 안 하네.”“아이참...”심유진은 헛웃음 지으며 이를 꼭 깨물었다.그녀는 이미 들킨 바에 모든 사실을 다 털어버리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사실, 저와 태준 씨 이혼한 적 없어요. 저 이미 6년 전에 태준 씨와 결혼 했었어요.”허태준은 이 사실을 육윤엽한테 말한 적 없었다.심유진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육윤엽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너희 둘...”육윤엽은 가슴을 쥐어 잡고 괴로워했다.심유진과 김욱은 급히 다가가 물었다.“왜 그래요? 심장이 아파요?”육윤엽은 심유진의 뒤통수를 공격한 후에야 표정이 온화해졌다.그의 손이 너무 매웠는지 심유진은 아파서 눈물이 찔끔 났다.“앞으로 또 이런 중요한 일을 숨겼다간 더 아프게 때릴 줄 알아.”육윤엽은 험상궂은 얼굴로 겁을 주었다.심유진은 뒤통수를 쥐어 잡으며 대답했다.“다시는 안 숨길게요!”허태준의 부모님은 육윤엽과 김욱을 반갑게 맞이했다. 두 사람이 별장에 들어서서부터 허 아주머니는 차를 따라주고 과일을 내오며 쉬지도 않고 대접했다.육윤엽은 젠틀하게 허태준의 부모님을 대했다. 아무래도 오는 길에 심유진을 실컷 욕한 덕분일 수 있다.게다가 육윤엽은 두 사람의 선물도 준비해 왔다.그는 허 아주버님한테 비싼 브랜드 시계를, 허 아주머니한테는 경매에서 낙찰받은 비싼 보석 세트를 선물로 줬다.두 사람은 한참 거절하다가 끝내 심유진의 설득에 못 이겨 선물을 받았다.양쪽 부모님은 간단히 인사를 나눈 후,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이번에 여기에 온 것은 아이들과 같이 설을 보내고 싶어서 이기도 하지만 두 분과 결혼식에 대해 상의하려고 실례를 무릅쓰고 찾아왔습니다.그들이 중요한 얘기를 나누고 있을 때, 허태준과

  • 애처가 대표님과 결혼했어요   제1002화

    심유진은 다음 날 아침 일찍 육윤엽과 김욱을 데리러 가야 했다. 그녀는 저녁밥을 먹은 후 방으로 올라가 샤워하고 잘 준비를 했다.하지만 침대에 누워 한참을 뒤척였지만 도통 잠이 오지 않았다.그때 허태준은 별이를 재우고 방으로 돌아왔다. 그는 방에 불이 아직 켜져 있는 것을 보고 의아해서 물었다.왜 아직도 안 자고 있어요?”심유진은 이불을 들춰 몸을 일으켰다.“저 지금 너무 걱정돼요.”그녀의 긴 머리카락은 헝클어진 채 근심 가득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뭐가 걱정돼요?”허태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내일 저의 아버지가 여기에 오시잖아요... 만약 어머니와 아버님과 트러블이라도 생기면 어떡하죠?”심유진은 내일 육윤엽과 허태준의 부모님이 싸우기라도 할까 봐 생각만 해도 머리가 뻐근했다.“아버님은 현명하신 분이니 걱정하지 말아요.”허태준은 심유진을 다독였다.“아버님께서 아무 이유도 없이 사람을 눈치 보게 하는 분은 아니잖아요.”허태준의 말에 심유진은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태준 씨가 아버지 눈치를 많이 보던데요?”허태준은 마른기침하며 핑계를 둘러댔다.“그것도 이유가 있으니까 그런 거잖아요.”허태준은 이미 겁에 잔뜩 질려 육윤엽이 없어도 감히 그의 나쁜 말을 하지 못했다. 심유진은 이를 이미 알아차렸다.“아무래도 오빠한테 전화해서 신신당부해야겠어요.”그녀가 충전 케이블을 뽑자 휴재폰 충전이 중단되었다.허태준은 다급하게 그녀를 뜯어말렸다.“두 분 이미 잠에 드셨을 거예요. 할 말은 내일 아침에 데리러 갈 때 해도 늦지 않았어요.”심유진은 고민하다가 휴대폰을 내려놓았다.“하긴. 그렇긴 하네요.”허태준은 심유진을 침대에 눕히고 이불을 목 끝까지 덮어주었다.“됐어요. 얼른 자요.”허태준은 방안의 불을 끄고 무드등 하나만 켜뒀다.“내일 할 일이 워낙 많아서 쪽잠을 잘 시간도 없을 거예요.”심유진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허태준을 쳐다봤다.그녀는 갑자기 장난꾸러기같이 웃었다.“저 잠 좀 재워주지 않을래요? 아무 이야기를 해

  • 애처가 대표님과 결혼했어요   제1001화

    “네. 그럼 우리 먼저 가볼게요.”심유진은 들고 온 가방을 챙기고 허태준을 데리고 집을 떠났다.“내일 아침 제가 데리러 올게요. 설날이어서 택시가 잘 잡히지 않을 거예요.”육윤엽은 거절 대신 한가지 요구를 말했다.“그럼 너 혼자와.”심유진은 멈칫하다가 한숨을 내쉬었다.역시 육윤엽은 변하지 않았다.“알겠어요.”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저는 아버지가 다 받아들인 줄 알았어요.”현관문이 닫히자마자 심유진은 투덜거렸다.“아직도 태준 씨를 싫어하시는 거였어요.”허태준은 심유진의 손을 꼭 잡으며 미소를 띠었다.“우리 천천히 해요. 아무래도 시간이 필요하죠.”허태준은 육윤엽이 하루아침에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기를 바라는 건 아니었다. 그는 일이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심유진의 입술은 삐죽 튀어나왔다.“뭐 아버지가 저를 막 대하는 것도 아니고 태준 씨가 괜찮다면 저도 괜찮아요.”허태준은 그런 심유진이 마냥 귀여웠다.“그럼 제가 마음이 급했다면 어쩔 생각이에요?”그는 고개를 숙이고 부드러운 눈길로 심유진을 놀렸다.“저는...”심유진은 육윤엽의 태도를 바꿀 방법이 도무지 생각나지 않았다.“천천히 하죠. 천천히 해!”육윤엽과의 부녀 관계를 끊을 수도 없으니 그녀는 결국 자포자기하며 외쳤다....심유진과 허태준 별장으로 돌아오자 허 아주머니는 적잖게 놀란 동시에 조금 심술이 났다.“너희 둘 왜 이렇게 일찍 온 거야? 왜 사돈이랑 더 같이 있어 주지 않고!”허 아주머니는 물어보면서 허태준을 탓했다.“사돈께서 멀리서 오셨는데 잘 모셔야 할 것 아니야!”심유진은 허태준의 편을 들어줬다.“태준 씨가 모시고 싶지 않아서 온 건 아니에요. 저의 아버지와 오빠가 오랜 비행으로 잠을 못 자서 많이 피곤해하셨어요. 대꾸할 맥도 없어서 저희를 내쫓으셨어요.”“아... 그랬구나.”육윤엽의 거친 성격을 잘 몰랐던 허 아주머니는 머쓱하게 웃었다.“그럼 어쩔 수 없지.”심유진과 허태준이 밖에 나갔다가 온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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