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아는 소남의 말을 들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마음속에서 작은 떨림이 일었다. “대표님, 내일 현장 조사하러 가시는 거예요?”“네, 도면을 완성하려면 최대한 자세히 조사해야죠.” 소남은 대답하며 구워지는 고기 위에 바비큐 소스를 발랐다.“혹시 저도 데려가 주실 수 있나요? 저도 이런 거에 꽤 관심이 많아요.” 원아가 물었다. 여러 해 동안 많은 것을 배웠지만, 건축 설계야말로 원아의 진정한 사랑이었다. 그녀는 설계 과정에 참여하고 싶었다. 비록 소남 앞에서 자신이 건축 설계를 잘 안다는 걸 드러낼 수 없었지만, 최소한 관심
현욱은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원아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며 마음속으로 감탄했다. ‘사랑이란 정말 사람을 변화시키는구나.’‘송현욱이 지금 연이에게 보이는 모습은 과거 공포의 섬을 무자비하게 소탕하던 그 위풍당당한 모습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야. 이런 사람이 정말 같은 사람인가 싶네.’“아이들 앞에서 그런 말 하지 마요.” 이연은 얼굴이 빨개지며 말했다. 그녀는 결혼한 이후로 얼굴이 붉어지는 일이 훨씬 더 많아졌다. 게다가 결혼 서류를 제출한 이후, 현욱은 예전보다 더 이연에게 애정 표현을 하며 가까이 다가왔다.“뭐가
“미리 아이를 돌보는 법을 배울 기회를 주는 거지.” 소남이 말했다.현욱과 이연이 결혼했으니, 언젠가는 두 사람도 아이를 가질 날이 올 것이다.현욱은 소남의 말을 듣고 갑자기 깨달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이연을 바라보며 일부러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우리 이번 기회에 제대로 배워야겠는데.”“우리 아직 결혼식도 안 했잖아요. 그런 생각은 하지도 마요.” 이연은 일부러 웃으며 거절했다.사실 결혼식은 이연에게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물론 어릴 적엔 웨딩드레스를 입고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는 꿈을 꾸기
그것은 이연의 꿈이었다.‘현욱 씨가 반드시 연이의 그 꿈을 이루어줄 거야.’원아는 속으로 말하며 현욱이 이연에 대한 사랑을 믿었다.“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우리 결혼식을 올리는 건 정말 적절하지 않아요.” 이연은 걱정스럽게 말했다. 현욱과 이연의 결혼은 원래 몰래 진행된 일이었는데, 이제 결혼식을 한다는 것은 송씨 가문 전체에 두 사람이 결혼했다는 사실을 알리는 셈이었다. 비록 송씨 가문 사람들이 두 사람의 결혼을 법적으로 막을 수는 없지만, 그 사이에서 할 수 있는 방해가 많았다.“연이 씨, 남편을 꼭 믿어야 해요. 송
소남이 샤워를 마치고 욕실에서 나오자, 원아는 마치 타조처럼 이불 속에 몸을 파묻고 있었다. 원아의 머리조차 보이지 않았다.소남은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이렇게 있으면 답답하지 않아요?”‘답답하지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예요...’원아는 이불 속에서 빠르게 뛰는 자신의 심장 소리를 들으며, 마치 나쁜 짓을 저지르기 전의 아이처럼 긴장되고 어색한 기분을 느꼈다.그녀가 잠든 척하자, 소남은 다정하게 말했다. “걱정 마요. 오늘 밤은 아무 일도 없을 거예요.”내일 할 일이 많았고, 원아도 도와야 하기에, 오늘 밤 지나치게
소남이 차를 몰고 별장을 빠져나가자, 원아는 밖에 서 있는 사람들을 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왜 그래요?” 소남이 물었다.“아직 명절인데, 저 사람들이 여기서 왔다 갔다 하는 게 마치 명절이 아닌 것처럼 보여서요.” 원아는 별장 밖에서 배회하고 있는 사람들을 가리키며 말했다.호장민이 외부에 전시 안내판이 있다고 했을 때, 원아는 궁금해서 한 번 보려고 했었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는 것을 보고는 바로 그 생각을 접었다.“명절은 건축가들에게 각종 건축물을 볼 수 있는 최고의 시간일 거예요. 그리고 인
“동 비서님이 잘못한 게 없잖아요.” 원아는 소남이 농담을 한다는 걸 알고,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고, 눈가에도 즐거운 기운이 묻어났다. 그녀는 이런 가벼운 대화가 좋았다.“당신이 있으면, 나는 그 누구도 필요 없어요.” 소남이 말했다. 그에게는 원아가 누구보다 중요한 존재였다.원아는 얼굴이 붉어졌다. 소남의 말이 왠지 모르게 더 깊은 의미를 담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얼굴이 뜨거워진 걸 느낀 그녀는 고개를 돌려 창밖을 보았는데, 그때야 둘이 방금 지나온 건물이 바로 사당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대표님, 저기 사당
“하셨어요.” 소남은 담담하게 말했다. 김재산은 이미 문현만을 통해 뜻을 전했고, 그 내용은 소남에게도 전달됐었다. 이장 김재산은 이 사당을 마을의 상징적인 건축물로 만들고 싶어 했고, 사당이 마을 사람들에게만 아니라 외부인에게도 개방되길 원했다. 그렇게 되면 마을 수익도 늘어날 수 있었다.“그렇다면 다행이고.” 김재산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문현만이 이미 이 일을 언급한 이상, 김재산도 자신이 더 이상 자세히 설명할 필요는 없었다.“그럼 이제 측량을 시작하겠습니다.”소남이 말했다.“좋아. 그럼 지금부터 너도 바쁠
소남의 앞에서 원아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없었다.“출근하기 싫은 거예요?”소남은 그녀의 말을 겉으로는 믿는 척하며 물었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 원아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전날부터 출근 준비를 했던 그녀가, 단순히 출근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그런 표정을 지을 리 없었다.‘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것 같아. 하지만 아침부터 무슨 일이 생긴 거지?’소남은 속으로 궁금해하면서도 원아를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원아는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굳이 진실을 캐
“이건 장기적인 투자예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거고, 게다가 당신이 진행 중인 연구도 이제 상용화될 때가 됐어요.” 소남은 원아의 귀에 대고 속삭이며, 살짝 감정이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원아가 진행한 연구는 몇 차례의 임상 실험을 통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었다. 그 후 회사의 마케팅팀이 시장 조사를 했고, 적절한 가격 조건만 맞으면 대부분의 의료 기관이 그 약품을 대량으로 구입하여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장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원아는 소남의 가까운 존재감에 살짝 혼란스러워하며 나지막이
소남은 설계 도면을 디스크에 저장한 후, 모든 자료를 서류 봉투에 넣었다. 모든 작업을 마친 그는 원아도 샤워를 끝냈을 것이라고 짐작하며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그는 문을 열고 들어갔고, 원아는 이미 샤워를 마치고 화장대 앞에서 꼼꼼하게 스킨케어를 하고 있었다.원아가 고개를 돌려 소남을 보며 말했다. “다 출력했어요?”“다 출력했어요.” 소남이 대답하며 다가 갔고 원아가 일어서자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 “아까 에런한테서 전화가 왔어요.”“무슨 일이죠...” 원아는 갑작스러운 불안감을 느꼈다. 이런 시간에 에런이 전화를
원아는 설계도를 꼼꼼히 살펴보았다.ML그룹의 입찰 이후, 소남이 이렇게 공들여 건축 설계도를 완성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설계도의 세부 사항 하나하나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대표님, 이 설계도 정말 멋져요!” 원아는 감탄하며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을 하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원아는 생물제약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지금은 소남의 건축 설계도에 감탄하고 있는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소남 씨가 방금 내가 한 말을 듣고, 내가 그냥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텐데. 안 그러면
눈이 녹으면서 날씨는 평소보다 더 쌀쌀해졌지만, 이연의 마음은 따뜻했다.예전에는 이연이 감히 송씨 가문 사람들을 마주할 용기도 없었고, 이런 일들을 처리할 결심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욱의 사랑이 이연의 결심을 굳건하게 해주었다. 즉, 이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현욱 씨...” 이연이 나지막이 말했다.“난 항상 여기 있어.” 현욱은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혹시 내가 도울 일이 생기면 꼭 말해줘요.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똑똑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당신을 도울 거예요.” 이연은 결심하
현욱이 그런 표정을 짓는 일은 드물었다. 그래서 원아는 그가 무언가 중요한 일에 직면해 있음을 직감했다.“그렇겠죠.” 비비안도 원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2층.현욱은 소남을 찾아가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소남은 현욱의 계획을 듣고 나서 얼굴이 굳어졌다.“알겠어. 앞으로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이번에는 형님의 도움이 정말 필요해요. 저도 이번만큼은 절대로 사양하지 않을 거예요. 형님은 제 편에 단단히 서주기만 하면 돼요.” 현욱은 말했다.소남의 지지가 있다면, SJ그룹은 쉽게 무너지지 않
막 앉았을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는 윤수정에게서 온 것이었다. 재훈은 전화를 받지 않고, 대신 윤수정에게 톡으로 메시지를 보냈다.[형이 확실히 모든 개인 서류들을 전부 다시 발급한 것 같아요. 그 시기가 꽤 이른 편이었는데, 그때는 우리가 이연을 경계하지 않았을 때였죠.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가 이 문제를 잘 처리하실 거예요.]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재훈은 핸드폰을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소파에 몸을 던졌다.‘송현욱과 이연... 너희 둘이 결혼을 했다고 해도, 내가 너희들을 행복하게 내버려 둘 것 같아!’‘
“할아버지, 지금 금고에 있는 형의 모든 개인 서류를 가지고 한 번 확인해 보세요. 아마 지금은 사용할 수 없는 서류들뿐일 거예요. 할아버지께서 형한테 정략결혼을 추진하실 때, 형은 이미 그때 모든 개인 서류를 다시 재발급 신청을 해서 새롭게 발급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재훈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며, 최대한 차분하게 송상철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송상철의 얼굴은 화가 난 나머지 핏발이 부풀어 올랐고, 유 집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현욱이 이 녀석 당장 데려와.”“예, 어르신.” 유 집사는 이번 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재훈이 지난번 T그룹의 입찰사업계획서를 훔치려다 실패한 일이 있었고, 그는 그 책임을 부하에게 돌렸지만, 송상철은 여전히 그 일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재훈은 지금 자신이 직접 모든 것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네 엄마는 깨어나긴 한 거야?” 송상철이 다시 물었다.“예, 깨어나셨어요.” 재훈은 거실에서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서 있었다. 송상철이 모든 질문을 끝내야만 재훈이 서재로 가서 금고를 열 수 있기 때문이었다.송재훈은 송상철의 모든 질문이 끝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며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