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셨어요.” 소남은 담담하게 말했다. 김재산은 이미 문현만을 통해 뜻을 전했고, 그 내용은 소남에게도 전달됐었다. 이장 김재산은 이 사당을 마을의 상징적인 건축물로 만들고 싶어 했고, 사당이 마을 사람들에게만 아니라 외부인에게도 개방되길 원했다. 그렇게 되면 마을 수익도 늘어날 수 있었다.“그렇다면 다행이고.” 김재산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문현만이 이미 이 일을 언급한 이상, 김재산도 자신이 더 이상 자세히 설명할 필요는 없었다.“그럼 이제 측량을 시작하겠습니다.”소남이 말했다.“좋아. 그럼 지금부터 너도 바쁠
“여기 안전모 받아요 안전에 유의하고요.” 소남이 원아에게 새 안전모를 건네며 말했다.“네, 고마워요”원아는 말한 후, 안전모를 썼다. 소남이 이렇게 현장에서 직접 작업하는 것을 오랜만에 보았지만, 그는 여전히 세심함을 잃지 않고 있었다. 이런 오래된 사당은 곳곳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평소에는 큰 사고가 없었지만, 언제든지 무너질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했다.원아가 안전모를 쓰고 있는 동안, 윤우가 다가와 공손하게 물었다. “문 대표님, 제가 도울 일이 있을까요?”“몇 학년이지?” 소남이 물었다. 그
준서는 다시 소남과 원아를 힐끔 보며 말했다. “남을 얕잡아 보지 말라는 말처럼, 우리도 우리 자신을 너무 과소평가하지 말아요. 나중에 알아요? 우리도 저 사람처럼 성공할 수 있을지, 그건 아무도 알 수 없는 거잖아요.”윤우는 자신을 과소평가한 적은 없지만, 준서처럼 자기 자신을 높이 평가하면서 다른 사람을 깎아내리지도 않았다. 그는 단지 조용히 목표를 추구하는 사람이었다.“졸업하면 난 반드시 A시에 가서 T그룹에서 일할 거야.” 윤우는 결심을 굳히며 말했다.“한 번 만난걸로 T그룹에서 형을 받아줄 거라고 생각하지 마요.”
“국리대학교 건축학과가 국내에서 상위 5위 안에 드는 걸로 알고 있어요.” 원아는 기억을 더듬으며 말했다. 그러고 나서 그녀는 자신이 방금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닫고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말을 하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이 실수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신은 ‘외국인’인데, 국내 대학의 세부적인 정보를 이렇게 잘 알고 있다는 건 조금 의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소남은 예상과 달리 별다른 놀라움 없이 평온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원아는 그 점이 이상하게 느껴졌다.윤우는 자신의 학교에 대해 칭찬을 듣고 얼굴이 붉어지며 머리를 긁
소남은 거의 자신의 앞에 놓인 음식만 먹었는데, 이유는 그가 맞은편에 앉은 두 사람과 친하지 않았고, 두 사람이 공용 젓가락을 사용하는 데 익숙하지 않은 것 같았기 때문이다.원아는 그 점을 눈치챘지만, 두 청년이 아직 세상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기에 굳이 직접적으로 지적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그녀는 조용히 식당 직원을 불러 추가로 세트를 주문했다.곧 직원이 추가로 주문한 세트를 가져왔다. 그러자 원아는 일부러 고민이 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깻잎이 들어있었네...”윤우는 상황을 잘 파악하지 못하고 그녀의 음식을 보
“문 대표님이 대부분의 설계는 혼자서 다 하실 텐데, 그리고 애초에 형이 도울 수 있는 것도 없을 걸요. 형하고 같이하면, 작품에 형의 이름까지 올려야 할 텐데,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요?” 준서는 비아냥거리며 말했다.“난 내 이름이 설계에 올라가는 걸 바라지 않아. 난 단지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싶었을 뿐이야. 네 생각을 내게 강요하지 마.” 윤우는 그 순간 준서에 대한 극도의 혐오를 느껴지며 더 이상 호준서와 대화를 나누고 싶지 않아 고개를 돌리지 않고 곧바로 자리를 떴다.준서는 윤우의 뒷모습을 보며 땅에 침을 뱉고는
원아가 말했다. 헨리가 그렇게 장난이 심한 아이는 아니었지만, 안에 있는 도구들은 매우 비싼 것이고, 설계사에게 도구는 도구 그 이상이었다. 자신에게 맞는 도구를 사용하는 것이 작업 효율을 높이는 데 중요했다.소남은 잠시 멈춰 서 있었다.원아는 그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국수는 15분이면 완성되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소남은 마침내 고개를 끄덕이고 주방을 떠났다.원아는 냄비에 물을 붓고 불을 켜고 나서 채소를 씻기 위해 싱크대로 갔다. 채소를 깨끗이 씻은 후 그녀는 팬을 데워 계란을 부치기 시작했다.한편, 소남은
“그럼 그만둬야겠네요. 기초가 없으면 배우기 힘들어요.” 현욱은 처음으로 소남의 아이들을 실습 대상으로 삼았는데, 이렇게 벽에 부딪히게 될 줄은 몰랐다.“현욱 삼촌, 저 다 배웠어요.” 훈아가 고개를 들어 말했다.현욱은 눈을 깜빡이며 믿기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 “아니, 너희 아직 그거 배우지 않았다며?”“지금 배웠어요.” 훈아는 솔직하게 대답했다.“우리 형은 정말 똑똑해요, 현욱 삼촌. 형을 과소평가하지 마세요. 그리고 우리 누나도 수학을 정말 잘해요.” 헨리는 자랑스럽게 말하며 아마도 현욱이 자신한테는 문제가 너
소남의 앞에서 원아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없었다.“출근하기 싫은 거예요?”소남은 그녀의 말을 겉으로는 믿는 척하며 물었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 원아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전날부터 출근 준비를 했던 그녀가, 단순히 출근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그런 표정을 지을 리 없었다.‘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것 같아. 하지만 아침부터 무슨 일이 생긴 거지?’소남은 속으로 궁금해하면서도 원아를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원아는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굳이 진실을 캐
“이건 장기적인 투자예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거고, 게다가 당신이 진행 중인 연구도 이제 상용화될 때가 됐어요.” 소남은 원아의 귀에 대고 속삭이며, 살짝 감정이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원아가 진행한 연구는 몇 차례의 임상 실험을 통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었다. 그 후 회사의 마케팅팀이 시장 조사를 했고, 적절한 가격 조건만 맞으면 대부분의 의료 기관이 그 약품을 대량으로 구입하여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장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원아는 소남의 가까운 존재감에 살짝 혼란스러워하며 나지막이
소남은 설계 도면을 디스크에 저장한 후, 모든 자료를 서류 봉투에 넣었다. 모든 작업을 마친 그는 원아도 샤워를 끝냈을 것이라고 짐작하며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그는 문을 열고 들어갔고, 원아는 이미 샤워를 마치고 화장대 앞에서 꼼꼼하게 스킨케어를 하고 있었다.원아가 고개를 돌려 소남을 보며 말했다. “다 출력했어요?”“다 출력했어요.” 소남이 대답하며 다가 갔고 원아가 일어서자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 “아까 에런한테서 전화가 왔어요.”“무슨 일이죠...” 원아는 갑작스러운 불안감을 느꼈다. 이런 시간에 에런이 전화를
원아는 설계도를 꼼꼼히 살펴보았다.ML그룹의 입찰 이후, 소남이 이렇게 공들여 건축 설계도를 완성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설계도의 세부 사항 하나하나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대표님, 이 설계도 정말 멋져요!” 원아는 감탄하며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을 하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원아는 생물제약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지금은 소남의 건축 설계도에 감탄하고 있는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소남 씨가 방금 내가 한 말을 듣고, 내가 그냥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텐데. 안 그러면
눈이 녹으면서 날씨는 평소보다 더 쌀쌀해졌지만, 이연의 마음은 따뜻했다.예전에는 이연이 감히 송씨 가문 사람들을 마주할 용기도 없었고, 이런 일들을 처리할 결심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욱의 사랑이 이연의 결심을 굳건하게 해주었다. 즉, 이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현욱 씨...” 이연이 나지막이 말했다.“난 항상 여기 있어.” 현욱은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혹시 내가 도울 일이 생기면 꼭 말해줘요.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똑똑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당신을 도울 거예요.” 이연은 결심하
현욱이 그런 표정을 짓는 일은 드물었다. 그래서 원아는 그가 무언가 중요한 일에 직면해 있음을 직감했다.“그렇겠죠.” 비비안도 원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2층.현욱은 소남을 찾아가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소남은 현욱의 계획을 듣고 나서 얼굴이 굳어졌다.“알겠어. 앞으로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이번에는 형님의 도움이 정말 필요해요. 저도 이번만큼은 절대로 사양하지 않을 거예요. 형님은 제 편에 단단히 서주기만 하면 돼요.” 현욱은 말했다.소남의 지지가 있다면, SJ그룹은 쉽게 무너지지 않
막 앉았을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는 윤수정에게서 온 것이었다. 재훈은 전화를 받지 않고, 대신 윤수정에게 톡으로 메시지를 보냈다.[형이 확실히 모든 개인 서류들을 전부 다시 발급한 것 같아요. 그 시기가 꽤 이른 편이었는데, 그때는 우리가 이연을 경계하지 않았을 때였죠.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가 이 문제를 잘 처리하실 거예요.]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재훈은 핸드폰을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소파에 몸을 던졌다.‘송현욱과 이연... 너희 둘이 결혼을 했다고 해도, 내가 너희들을 행복하게 내버려 둘 것 같아!’‘
“할아버지, 지금 금고에 있는 형의 모든 개인 서류를 가지고 한 번 확인해 보세요. 아마 지금은 사용할 수 없는 서류들뿐일 거예요. 할아버지께서 형한테 정략결혼을 추진하실 때, 형은 이미 그때 모든 개인 서류를 다시 재발급 신청을 해서 새롭게 발급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재훈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며, 최대한 차분하게 송상철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송상철의 얼굴은 화가 난 나머지 핏발이 부풀어 올랐고, 유 집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현욱이 이 녀석 당장 데려와.”“예, 어르신.” 유 집사는 이번 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재훈이 지난번 T그룹의 입찰사업계획서를 훔치려다 실패한 일이 있었고, 그는 그 책임을 부하에게 돌렸지만, 송상철은 여전히 그 일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재훈은 지금 자신이 직접 모든 것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네 엄마는 깨어나긴 한 거야?” 송상철이 다시 물었다.“예, 깨어나셨어요.” 재훈은 거실에서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서 있었다. 송상철이 모든 질문을 끝내야만 재훈이 서재로 가서 금고를 열 수 있기 때문이었다.송재훈은 송상철의 모든 질문이 끝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며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