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남이 차를 몰고 별장을 빠져나가자, 원아는 밖에 서 있는 사람들을 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왜 그래요?” 소남이 물었다.“아직 명절인데, 저 사람들이 여기서 왔다 갔다 하는 게 마치 명절이 아닌 것처럼 보여서요.” 원아는 별장 밖에서 배회하고 있는 사람들을 가리키며 말했다.호장민이 외부에 전시 안내판이 있다고 했을 때, 원아는 궁금해서 한 번 보려고 했었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는 것을 보고는 바로 그 생각을 접었다.“명절은 건축가들에게 각종 건축물을 볼 수 있는 최고의 시간일 거예요. 그리고 인
“동 비서님이 잘못한 게 없잖아요.” 원아는 소남이 농담을 한다는 걸 알고,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고, 눈가에도 즐거운 기운이 묻어났다. 그녀는 이런 가벼운 대화가 좋았다.“당신이 있으면, 나는 그 누구도 필요 없어요.” 소남이 말했다. 그에게는 원아가 누구보다 중요한 존재였다.원아는 얼굴이 붉어졌다. 소남의 말이 왠지 모르게 더 깊은 의미를 담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얼굴이 뜨거워진 걸 느낀 그녀는 고개를 돌려 창밖을 보았는데, 그때야 둘이 방금 지나온 건물이 바로 사당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대표님, 저기 사당
“하셨어요.” 소남은 담담하게 말했다. 김재산은 이미 문현만을 통해 뜻을 전했고, 그 내용은 소남에게도 전달됐었다. 이장 김재산은 이 사당을 마을의 상징적인 건축물로 만들고 싶어 했고, 사당이 마을 사람들에게만 아니라 외부인에게도 개방되길 원했다. 그렇게 되면 마을 수익도 늘어날 수 있었다.“그렇다면 다행이고.” 김재산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문현만이 이미 이 일을 언급한 이상, 김재산도 자신이 더 이상 자세히 설명할 필요는 없었다.“그럼 이제 측량을 시작하겠습니다.”소남이 말했다.“좋아. 그럼 지금부터 너도 바쁠
“여기 안전모 받아요 안전에 유의하고요.” 소남이 원아에게 새 안전모를 건네며 말했다.“네, 고마워요”원아는 말한 후, 안전모를 썼다. 소남이 이렇게 현장에서 직접 작업하는 것을 오랜만에 보았지만, 그는 여전히 세심함을 잃지 않고 있었다. 이런 오래된 사당은 곳곳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평소에는 큰 사고가 없었지만, 언제든지 무너질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했다.원아가 안전모를 쓰고 있는 동안, 윤우가 다가와 공손하게 물었다. “문 대표님, 제가 도울 일이 있을까요?”“몇 학년이지?” 소남이 물었다. 그
준서는 다시 소남과 원아를 힐끔 보며 말했다. “남을 얕잡아 보지 말라는 말처럼, 우리도 우리 자신을 너무 과소평가하지 말아요. 나중에 알아요? 우리도 저 사람처럼 성공할 수 있을지, 그건 아무도 알 수 없는 거잖아요.”윤우는 자신을 과소평가한 적은 없지만, 준서처럼 자기 자신을 높이 평가하면서 다른 사람을 깎아내리지도 않았다. 그는 단지 조용히 목표를 추구하는 사람이었다.“졸업하면 난 반드시 A시에 가서 T그룹에서 일할 거야.” 윤우는 결심을 굳히며 말했다.“한 번 만난걸로 T그룹에서 형을 받아줄 거라고 생각하지 마요.”
“국리대학교 건축학과가 국내에서 상위 5위 안에 드는 걸로 알고 있어요.” 원아는 기억을 더듬으며 말했다. 그러고 나서 그녀는 자신이 방금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닫고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말을 하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이 실수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신은 ‘외국인’인데, 국내 대학의 세부적인 정보를 이렇게 잘 알고 있다는 건 조금 의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소남은 예상과 달리 별다른 놀라움 없이 평온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원아는 그 점이 이상하게 느껴졌다.윤우는 자신의 학교에 대해 칭찬을 듣고 얼굴이 붉어지며 머리를 긁
소남은 거의 자신의 앞에 놓인 음식만 먹었는데, 이유는 그가 맞은편에 앉은 두 사람과 친하지 않았고, 두 사람이 공용 젓가락을 사용하는 데 익숙하지 않은 것 같았기 때문이다.원아는 그 점을 눈치챘지만, 두 청년이 아직 세상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기에 굳이 직접적으로 지적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그녀는 조용히 식당 직원을 불러 추가로 세트를 주문했다.곧 직원이 추가로 주문한 세트를 가져왔다. 그러자 원아는 일부러 고민이 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깻잎이 들어있었네...”윤우는 상황을 잘 파악하지 못하고 그녀의 음식을 보
“문 대표님이 대부분의 설계는 혼자서 다 하실 텐데, 그리고 애초에 형이 도울 수 있는 것도 없을 걸요. 형하고 같이하면, 작품에 형의 이름까지 올려야 할 텐데,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요?” 준서는 비아냥거리며 말했다.“난 내 이름이 설계에 올라가는 걸 바라지 않아. 난 단지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싶었을 뿐이야. 네 생각을 내게 강요하지 마.” 윤우는 그 순간 준서에 대한 극도의 혐오를 느껴지며 더 이상 호준서와 대화를 나누고 싶지 않아 고개를 돌리지 않고 곧바로 자리를 떴다.준서는 윤우의 뒷모습을 보며 땅에 침을 뱉고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