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으로 걸어오는 둘의 모습을 보며 헨리가 외쳤다. “아빠랑 현욱 삼촌이 다 끝났나 봐요!”원아는 뒤를 돌아보았다. 소남과 현욱이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그녀는 다 구워진 스테이크를 가위로 한 조각씩 잘라냈다.“문 대표님께 드릴 거예요?” 이연이 물으며 구워진 닭날개를 일회용 그릇에 담았다.원아는 이연의 행동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연이 씨는 송 대표님께 드리는 거예요?”이연은 얼굴이 붉어졌다.소남과 현욱은 자연스럽게 각자의 연인 옆에 앉았다. 원아는 스테이크가 담긴 그릇을 소남에게 건넸다.“대표님, 스테이크
원아는 소남의 말을 들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마음속에서 작은 떨림이 일었다. “대표님, 내일 현장 조사하러 가시는 거예요?”“네, 도면을 완성하려면 최대한 자세히 조사해야죠.” 소남은 대답하며 구워지는 고기 위에 바비큐 소스를 발랐다.“혹시 저도 데려가 주실 수 있나요? 저도 이런 거에 꽤 관심이 많아요.” 원아가 물었다. 여러 해 동안 많은 것을 배웠지만, 건축 설계야말로 원아의 진정한 사랑이었다. 그녀는 설계 과정에 참여하고 싶었다. 비록 소남 앞에서 자신이 건축 설계를 잘 안다는 걸 드러낼 수 없었지만, 최소한 관심
현욱은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원아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며 마음속으로 감탄했다. ‘사랑이란 정말 사람을 변화시키는구나.’‘송현욱이 지금 연이에게 보이는 모습은 과거 공포의 섬을 무자비하게 소탕하던 그 위풍당당한 모습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야. 이런 사람이 정말 같은 사람인가 싶네.’“아이들 앞에서 그런 말 하지 마요.” 이연은 얼굴이 빨개지며 말했다. 그녀는 결혼한 이후로 얼굴이 붉어지는 일이 훨씬 더 많아졌다. 게다가 결혼 서류를 제출한 이후, 현욱은 예전보다 더 이연에게 애정 표현을 하며 가까이 다가왔다.“뭐가
“미리 아이를 돌보는 법을 배울 기회를 주는 거지.” 소남이 말했다.현욱과 이연이 결혼했으니, 언젠가는 두 사람도 아이를 가질 날이 올 것이다.현욱은 소남의 말을 듣고 갑자기 깨달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이연을 바라보며 일부러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우리 이번 기회에 제대로 배워야겠는데.”“우리 아직 결혼식도 안 했잖아요. 그런 생각은 하지도 마요.” 이연은 일부러 웃으며 거절했다.사실 결혼식은 이연에게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물론 어릴 적엔 웨딩드레스를 입고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는 꿈을 꾸기
그것은 이연의 꿈이었다.‘현욱 씨가 반드시 연이의 그 꿈을 이루어줄 거야.’원아는 속으로 말하며 현욱이 이연에 대한 사랑을 믿었다.“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우리 결혼식을 올리는 건 정말 적절하지 않아요.” 이연은 걱정스럽게 말했다. 현욱과 이연의 결혼은 원래 몰래 진행된 일이었는데, 이제 결혼식을 한다는 것은 송씨 가문 전체에 두 사람이 결혼했다는 사실을 알리는 셈이었다. 비록 송씨 가문 사람들이 두 사람의 결혼을 법적으로 막을 수는 없지만, 그 사이에서 할 수 있는 방해가 많았다.“연이 씨, 남편을 꼭 믿어야 해요. 송
소남이 샤워를 마치고 욕실에서 나오자, 원아는 마치 타조처럼 이불 속에 몸을 파묻고 있었다. 원아의 머리조차 보이지 않았다.소남은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이렇게 있으면 답답하지 않아요?”‘답답하지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예요...’원아는 이불 속에서 빠르게 뛰는 자신의 심장 소리를 들으며, 마치 나쁜 짓을 저지르기 전의 아이처럼 긴장되고 어색한 기분을 느꼈다.그녀가 잠든 척하자, 소남은 다정하게 말했다. “걱정 마요. 오늘 밤은 아무 일도 없을 거예요.”내일 할 일이 많았고, 원아도 도와야 하기에, 오늘 밤 지나치게
소남이 차를 몰고 별장을 빠져나가자, 원아는 밖에 서 있는 사람들을 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왜 그래요?” 소남이 물었다.“아직 명절인데, 저 사람들이 여기서 왔다 갔다 하는 게 마치 명절이 아닌 것처럼 보여서요.” 원아는 별장 밖에서 배회하고 있는 사람들을 가리키며 말했다.호장민이 외부에 전시 안내판이 있다고 했을 때, 원아는 궁금해서 한 번 보려고 했었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는 것을 보고는 바로 그 생각을 접었다.“명절은 건축가들에게 각종 건축물을 볼 수 있는 최고의 시간일 거예요. 그리고 인
“동 비서님이 잘못한 게 없잖아요.” 원아는 소남이 농담을 한다는 걸 알고,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고, 눈가에도 즐거운 기운이 묻어났다. 그녀는 이런 가벼운 대화가 좋았다.“당신이 있으면, 나는 그 누구도 필요 없어요.” 소남이 말했다. 그에게는 원아가 누구보다 중요한 존재였다.원아는 얼굴이 붉어졌다. 소남의 말이 왠지 모르게 더 깊은 의미를 담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얼굴이 뜨거워진 걸 느낀 그녀는 고개를 돌려 창밖을 보았는데, 그때야 둘이 방금 지나온 건물이 바로 사당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대표님, 저기 사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