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은 과거에 송재훈에게 강제로 임신중절수술을 강요당했던 시절을 떠올렸다. 그때 몸이 회복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일을 해야 했다. 젊었을 땐 괜찮을 줄 알았지만, 이제 와서 생각하니 그때 당시 무리한 결정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깨달았다. 그때의 무모함이 자신의 몸을 혹사 시키고 있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괜찮아요, 지금부터 조리해도 늦지 않았어요.” 원아는 핸드폰을 꺼내 처방전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연이 씨가 아직 젊으니까 너무 걱정은 하지 말아요. 병원에서 이미 진찰받았죠?”“네, 여러 가지 검사를
송현욱은 여전히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원아를 바라보며 물었다. “염 교수님, 정말로 큰 문제는 없는 거죠?”“큰 문제는 없어요. 현대 직장인들이 흔히 겪는 문제들일 뿐이니까요. 잘 조리하면 나쁜 상황은 없을 거예요.” 원아는 이연의 계획을 알기에 일부러 더 자세한 설명은 피했다.현욱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이연의 손을 꼭 잡고 나지막이 말했다. “나 때문이야, 내가 널 잘 보살피지 못해서 그래.”이연은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 현욱이 잘못한 건 없었고, 오히려 자신이 몸을 돌보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이런 작은 문제가 생긴 것이
“정말로 송 대표님에게 몸 조리하고 임신을 준비하는 걸 말하지 않을 거예요?”“몸이 언제 회복될지도 모르고 언제쯤 아이를 가질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괜히 현욱 씨를 기대하게 했다가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요.” 이연은 자신의 상황을 정확하게 말했다. 그녀는 현욱과 함께 기대하고 실망하는 것보다는, 나중에 깜짝 선물처럼 알려주고 싶어 했다.원아는 잠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사실 이연의 상태는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과거의 유산이 이연에게 큰 심리적 상처를 남겼고, 오랜 시간 억눌린 삶이 더해져서 지금 이렇게 걱정하고
다행히도, 이연의 삶에 상처를 치유하고 어둠을 몰아낼 수 있는 사람이 나타났다. 그렇게 보면, 그녀의 인생도 그리 나쁘지 않았다. 지금의 이연은, 쉽게 만족하는 사람이었다. 송현욱과 함께 사계절을 평온하게 보내며, 나이 들 때까지 함께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했다.이연의 얼굴에 피어오른 행복한 미소를 보며, 원아도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연이가 앞으로도 이렇게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하지만 원아는 왠지 모르게 이연과 송현욱의 앞날이 험난할 것 같다는 불안감을 느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연이 계속 행복하길
“알겠어요.”두 사람은 외투를 챙겨 입고 주방으로 가서, 미리 양념해둔 바비큐 재료들을 꺼냈다. 이연은 준비된 재료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렇게 많이 준비했어요?”“사람이 많아서 조금 준비하면 모자랄 것 같았어요.” 원아는 웃으며 설명했다.“아이들은 많이 먹지 않잖아요.” 이연은 이렇게 많은 음식을 보고, 이번엔 분명히 다 못 먹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맛있게 먹으면 그걸로 충분해요. 그리고 음식이 남아도 괜찮아요. 닭날개는 양념이 배어 있으니 코카콜라 치킨으로 만들 수 있고, 다른 재료들도 다른 요리로 활용할 수 있
이연은 혀를 차며 중얼거렸다. “저 두 분께서 정말 돈을 펑펑 쓰시네요.”“술은 마시라고 있는 거니까요. 좋은 술은 기쁜 날에 마셔야죠. 게다가, 문 대표님과 송 대표님은 돈 걱정할 분들이 아니잖아요.” 원아가 미소를 지으며 말하면서 호장민을 한번 쳐다보고 고개를 끄덕였다.호장민도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를 떠났다.이연은 감탄하며 말했다. “초설 씨의 말이 맞아요.”“연이 씨, 지금 송 대표님 지갑이 걱정되는 거예요?” 원아는 장난스럽게 말하며, 옆에 놓인 부채를 들어 숯불을 더 고르게 했다. 동시에 마당에 설치된 환풍기
정원으로 걸어오는 둘의 모습을 보며 헨리가 외쳤다. “아빠랑 현욱 삼촌이 다 끝났나 봐요!”원아는 뒤를 돌아보았다. 소남과 현욱이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그녀는 다 구워진 스테이크를 가위로 한 조각씩 잘라냈다.“문 대표님께 드릴 거예요?” 이연이 물으며 구워진 닭날개를 일회용 그릇에 담았다.원아는 이연의 행동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연이 씨는 송 대표님께 드리는 거예요?”이연은 얼굴이 붉어졌다.소남과 현욱은 자연스럽게 각자의 연인 옆에 앉았다. 원아는 스테이크가 담긴 그릇을 소남에게 건넸다.“대표님, 스테이크
원아는 소남의 말을 들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마음속에서 작은 떨림이 일었다. “대표님, 내일 현장 조사하러 가시는 거예요?”“네, 도면을 완성하려면 최대한 자세히 조사해야죠.” 소남은 대답하며 구워지는 고기 위에 바비큐 소스를 발랐다.“혹시 저도 데려가 주실 수 있나요? 저도 이런 거에 꽤 관심이 많아요.” 원아가 물었다. 여러 해 동안 많은 것을 배웠지만, 건축 설계야말로 원아의 진정한 사랑이었다. 그녀는 설계 과정에 참여하고 싶었다. 비록 소남 앞에서 자신이 건축 설계를 잘 안다는 걸 드러낼 수 없었지만, 최소한 관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