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는 작은 미식가였다. 원아가 직접 만들어서 양념한 것이 밖에서 파는 것보다 훨씬 맛있을 거라는 것을 알기에 맞장구를 쳤다.“프로 먹방러야.” 소남은 헨리의 모습에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지만, 헨리는 해맑게 웃으며 소남을 바라보았다. 식재료를 다 산 후, 소남은 두 개의 커다란 장바구니를 들고 나왔고, 원아는 아이들의 손을 잡고 그의 옆을 따라 걸었다. 식재료를 차에 실은 후, 소남은 송현욱으로부터 문자를 받았다. 메시지를 확인한 후, 그는 원아에게 말했다. “현욱이하고 이연 씨가 이미 X 시에 도착했다고 하네
“당신과 함께 있으면 세상의 모든 원칙과 편견이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소남이 말했다. ‘원아만 내 곁에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해.’원아는 소남의 말을 듣고, 손에 들고 있던 닭 날개를 그의 앞에 놓았다. “꽃 칼질할 줄 아세요?”“꽃 칼질?” 소남은 주방에 잘 들어오지 않아 요리에 대해 익숙하지 않았다. 그 말도 처음 듣는 생소한 용어였다.원아는 닭 날개 한 조각을 집어 들고 칼을 들어 앞뒤로 두 번씩 칼집을 냈다. “이렇게 해야 양념이 잘 배요.”“이건 간단하네요.” 소남은 그녀에게서 칼을 받아 들고 바로 칼질
“난 당신이 욕실에서 아예 안 나올 줄 알았어요.”“그럴 리가요... 송 대표님과 연이 씨 도착했으니, 이제 내려가죠.” 원아는 말하며 문 쪽으로 걸어갔다.소남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따라갔다. 아직 마음속에 욕망의 불씨가 남아 있었지만, 원아의 수줍어하는 모습에 기분이 꽤 좋아졌다.두 사람이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소파에 앉아 있던 송현욱과 이연이 눈에 들어왔다. 옆에는 네 개의 커다란 여행 가방이 놓여 있었다.현욱은 소남이 내려오는 것을 보고는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오, 우리 문 대표님, 드디어 내려오셨
소남은 소파에 앉아 차갑게 송현욱을 바라보았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현욱은 이연과 결혼한 것을 자랑하며 은근히 도발하고 있었다. 소남은 속이 불편했다.“문 대표님, 주인답게 행동하셔야죠. 설마 염 교수님에게 제 짐을 들어달라고 하실 건 아니겠죠? 이 짐이 꽤 무거운데요.” 현욱은 짓궂은 미소를 지으며 소남을 향해 도발적으로 말했다.원아가 수고하는 것을 원치 않았던 소남은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내가 해.”현욱은 두 개의 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젊은 동생이, 무거운 거 들 테니까, 형님이 가벼운 걸 드세요.” 소
이연은 과거에 송재훈에게 강제로 임신중절수술을 강요당했던 시절을 떠올렸다. 그때 몸이 회복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일을 해야 했다. 젊었을 땐 괜찮을 줄 알았지만, 이제 와서 생각하니 그때 당시 무리한 결정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깨달았다. 그때의 무모함이 자신의 몸을 혹사 시키고 있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괜찮아요, 지금부터 조리해도 늦지 않았어요.” 원아는 핸드폰을 꺼내 처방전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연이 씨가 아직 젊으니까 너무 걱정은 하지 말아요. 병원에서 이미 진찰받았죠?”“네, 여러 가지 검사를
송현욱은 여전히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원아를 바라보며 물었다. “염 교수님, 정말로 큰 문제는 없는 거죠?”“큰 문제는 없어요. 현대 직장인들이 흔히 겪는 문제들일 뿐이니까요. 잘 조리하면 나쁜 상황은 없을 거예요.” 원아는 이연의 계획을 알기에 일부러 더 자세한 설명은 피했다.현욱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이연의 손을 꼭 잡고 나지막이 말했다. “나 때문이야, 내가 널 잘 보살피지 못해서 그래.”이연은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 현욱이 잘못한 건 없었고, 오히려 자신이 몸을 돌보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이런 작은 문제가 생긴 것이
“정말로 송 대표님에게 몸 조리하고 임신을 준비하는 걸 말하지 않을 거예요?”“몸이 언제 회복될지도 모르고 언제쯤 아이를 가질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괜히 현욱 씨를 기대하게 했다가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요.” 이연은 자신의 상황을 정확하게 말했다. 그녀는 현욱과 함께 기대하고 실망하는 것보다는, 나중에 깜짝 선물처럼 알려주고 싶어 했다.원아는 잠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사실 이연의 상태는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과거의 유산이 이연에게 큰 심리적 상처를 남겼고, 오랜 시간 억눌린 삶이 더해져서 지금 이렇게 걱정하고
다행히도, 이연의 삶에 상처를 치유하고 어둠을 몰아낼 수 있는 사람이 나타났다. 그렇게 보면, 그녀의 인생도 그리 나쁘지 않았다. 지금의 이연은, 쉽게 만족하는 사람이었다. 송현욱과 함께 사계절을 평온하게 보내며, 나이 들 때까지 함께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했다.이연의 얼굴에 피어오른 행복한 미소를 보며, 원아도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연이가 앞으로도 이렇게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하지만 원아는 왠지 모르게 이연과 송현욱의 앞날이 험난할 것 같다는 불안감을 느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연이 계속 행복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