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는 송희의 심리 상태가 좋지 않아 그렇다고 했고, 꾸준히 지도하면 나아질 거라 했지만, 예성은 단순히 심리적인 문제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송희는 지나치게 오냐오냐하며 자라서 마치 자신이 문씨 가문의 공주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에게 예의를 차리지 않고 누구든 자신보다 낮다고 여기는 듯했고, 친한 몇몇 사람에게만 말을 걸곤 했다.그런 송희를 보면 예성은 마음이 답답했다.소남은 아이들에게 말했다. “가서 증조할아버지께 인사드려라.”“네, 아빠.” 훈아가 대답하고 동생들과 함께 자리를 떠났다.채은서
예성은 채은서를 부축하며 뒤돌아 소남을 향해 입 모양으로 미안하다고 말했다.소남은 신경 쓰지 않는다는 뜻으로 고개를 가볍게 저어 보였다. 사실 낯선 사람을 집으로 데려온 것은 원래부터 잘못된 행동이었다. 채은서가 이번에 문제를 삼은 것도 단순한 트집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오히려 장인숙이 생각 없이 행동해 많은 이들의 불만을 사게 된 것이 문제였다.예성과 채은서가 떠나자, 김 집사가 다가와 말했다. “도련님, 지금 작은 사모님은 전에 쓰시던 방에 계십니다.”“알겠어요.” 소남은 계단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2층.
정희는 자리에서 일어나 아이들을 따라갈까 고민했지만, 아이들이 증조할아버지를 만나러 간다고 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그리고 방금 만난 그 문 어르신은 비록 눈이 침침해 보였지만, 깊은 눈빛이 마치 모든 것을 꿰뚫어보는 듯했어.’ ‘나에 대한 태도도 매우 냉정했고, 손님을 대하는 태도가 아니라는 것을 난 분명히 느꼈어.’ 그래서 문현만을 다시 만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 정희는, 아이들을 따라가는 것을 포기하고 다시 위층으로 올라갔다.장인숙의 방.소남이 문을 열고 들어갔다. 장인숙은 가정부에게 자신이 가
야심한 밤, A시의 최상급 부지에 자리 잡은 고급 저택에 검은색 링컨 한 대가 들어서고 있었다.원아의 두 눈은 비단 천으로 가려져 있었다.상대방은 그녀가 알기를 원하지 않았다.“겁내지 말자, 심호흡을 하자.”“원아야, 넌 할 수 있어, 아버지를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어.” 라며 원아는 속으로 자신한테 말했다.차가 별장으로 들어가니 더욱더 긴장됬다.일이 이지경에 이르니 오직 할 수 있는 건 자아 위로뿐이었다.문소남은 훤칠한 키에 근육질 몸매를 가졌고 문을 열어보니 침실에 서 있는 원아가 한눈에 보였는데 그녀는 꽃보다
일을 마치고 문소남은 떠났다.피곤했던 원아는 한참 동안 침대에 웅크리고 누워 있었다.의사 말로는 이렇게 하면 임신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문소남은 회사일을 마치고 매일 별장에 왔었다.박기사와 정집사는 반백이 넘는 부부였는데 피곤한 도련님에게 무엇보다도 건강이 제일이라고 말해주고 싶었다.하지만 성질이 도도한 도련님은 주장이 세고 말하기 어렵기로 소문났었다!그래서 부부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원아는 정력이 왕성한 도련님을 상대하느라 매일 지쳐있었고 나른해서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이번 달 마지막 밤.원아는 때로는
“강수 씨, 난 그렇게 생각해요. 우리는 딸이 두 명 있어요. 비록 선미는 당신의 친자식이 아니지만 어릴 때부터 당신을 아빠라고 불렀어요…”이혜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병상에 누워있던 원강수는“할 말 있으면 해, 내가 너를 가장 아끼는 남편이잖아”라며 말했다.이혜진은“당신이 날 아끼고 우리 선미를 아끼는 줄 알아요…”라며 원강수의 손을 잡고“원아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해외로 유학 보낸다고 하지 않았어요? 우리 선미도 원아보다 겨우 두 살 많은데, 지금 하루 종일 술집에 틀어박혀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않아서 정말 걱정이에요.
원아는 고개를 저으며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낯선 엄마를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다.휴대폰이 울렸다.전화를 걸어온 사람은 원아의 절친 이연이었다.“안녕, 너랑 영상통화 한지 오래됐는데 날 일부러 피하는 거야?”이연은 투덜대며 말했다.“너 정말 영국 갈 생각이었어?그쪽에서 누가 괴롭히면 어떡해?”“그리고 내가 듣기로는 외국에서는 침실에서 남녀가 섞여 산다고 하던데, 네가 반드시 주의해야 해. 내 말 뭔지 알지? 내가 너에게 솔직하게 말할게, 만약 외국 남자와 뜨거운 밤을 보낼 시 안전조치 잘 해야 되!”이연은 식당에서 음식을 기다리
원아가 다시 A 시에 돌아왔을 때는 이미 5년 뒤였다.어린 시절 무자비하게 무시당했던 그녀는 지금은 오로지 자신의 노력으로 미래를 펼쳐나가려 했다.이른 아침.“원아야, 여기야.”이연은 골목 길에서 나오는 원아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세월이 흘러 어느덧5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더 이상 열여덟 살의 풋풋한 소녀가 아니었다.원아와 이강은 어제 귀국했다.이연이 마중 나가서 원아를 차에 태우고 집으로 와서 함께 저녁을 먹었다.이연이네 부모는 원아를 미래의 며느리로 받아들였으며 엄청 이뻐했다.이튿날 아침 이강은 원아와 함께 회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