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는 현욱의 옷이 모두 맞춤 제작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그가 너무 바빠 설날이 다가와도 맞춤 제작을 할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이연은 이 매장에서 몇 벌의 옷을 골라 현욱에게 선물하기로 했다. 새해에 새 옷을 입는 것은 좋은 기원의 의미가 있으니까. “송 대표님은 연이 같은 여자친구가 있어서 정말 행복하겠네.”주희진이 웃으며 말했다. 이연은 원아의 절친이라서, 언론에서 뭐라 하든 주희진은 여전히 이연의 솔직한 성격을 좋아했다. “이모, 뭘 이렇게 많이 사셨어요. 다 지사님과 영은 씨 거죠?”이연은 주희진 옆의 직원이 많은
주희진은 영은이 의사 말을 잘 따르지 않는다는 걸 떠올리며 난감하게 고개를 저었다.“이모, 왜 그러세요?”이연이 걱정스럽게 물었다.“아니야, 그냥 새해가 지나면 모든 게 나아졌으면 좋겠어.”주희진은 마음속 소원을 조심스럽게 털어놓았다.이연은 영은을 싫어했지만, 만약 영은이 죽으면 주희진이 슬퍼할 것이 뻔했기에 위로의 말을 건넸다. 특히 원아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사람은 친모인 주희진이니까.“이모, 걱정 마세요. 영은 씨도 곧 회복해서 퇴원할 거예요. 게다가 초설 씨도 있잖아요? 초설 씨가 한의학 실력이 뛰어나니까 언제든
주희진은 여전히 망설였다. 원아가 지금까지 자신과 가족을 위해 해준 것들을 생각하면, 사실 고마워해야 할 사람은 자신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상황이 오히려 반대로 되어버려서 적절하지 않은 것처럼 느껴졌다.주희진이 망설이는 모습을 보고 원아가 말했다.“이모, 이건 그냥 제 작은 정성이에요. 다른 뜻은 없고, 설이 다가오니까 작은 마음이라도 전하고 싶어서요.”이연도 거들었다.“맞아요, 이모. 부담스러우시면 설날에 원아한테 세뱃돈 많이 주시면 되잖아요.”주희진은 원아를 바라보며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초설아, 고마워.”
“내가 할게, 조심해, 뜨거우니까.”“시원한 반찬도 좀 내올게요.”주희진은 요즘 매일같이 야근하는 임문정이 안쓰러웠다.임문정은 국수를 들고 나와 식탁에 놓고 앉았다.주희진은 젓가락을 건네며 차가운 반찬도 곁에 내려두며 조용히 말했다.“드세요.”“고마워.”임문정은 면을 한 입 먹고 아무렇지 않게 물었다.“오늘 쇼핑몰에 다녀왔어?”“네, 거실 테이블 위에 있는 쇼핑백 봤죠?”주희진이 물었다. 그 쇼핑백들은 모두 ‘초설’이 준 것이었다.주희진이 산 것들은 이미 정리해두었다.“봤어, 물건이 꽤 많던데, 설 준비하려고
임문정은 젓가락을 내려놓고 주희진을 바라보았다. ‘지금 이 집에서 초설이 바로 원아라는 걸 아는 사람은 나뿐이니, 내가 하는 말을 우리 집사람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겠지...’ “그럼 설날 때 초설이한테 세뱃돈을 많이 주면 되겠어.” 임문정이 말했다. ‘어쨌든 초설이는 우리 친딸인데, 부모가 자기 자식에게 설에 세뱃돈을 주는 것은 흔한 일이잖아. 세뱃돈은 모든 부모가 자식에게 보내는 최고의 축복이지.’ “그래도 그건 너무 평범하지 않을까요?” 주희진은 망설이며 말했다. ‘물론 어른이 젊은 사람에게 세뱃
주희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정말 초설이 없었더라면, 내가 우리 남편과 함께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거야...’ 지금은 주희진은 건강이 많이 회복된 덕분에 이렇게 임문정의 곁에서 남편이 원하는 일을 안심하고 도울 수 있었다. 그래서 주희진은 ‘초설’이 자신들에게 준 은혜는 간단한 감사 인사나 사과로 갚을 수 없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임문정이 왜 그렇게 ‘초설’에게 신경을 쓰는지도 이해할 수 있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주희진은 자신이 아직 충분히 초설에게 보답하지 못한 것 같았다.
임문정은 주희진의 잔소리를 들으며 옷을 들어 자신의 몸에 대보았다. “이 옷은 사이즈만 딱 맞는 게 아니라, 색깔이랑 디자인도 완벽하네. 설날 연휴 첫날에 이 옷을 입어야겠어.” 주희진은 남편의 기뻐 보이는 얼굴을 바라보았다. 예전에 영은이 임문정에게 여러 번 옷을 사준 적이 있었지만, 그때 임문정의 표정은 오늘만큼 밝지는 않았다. 주희진이 보기에 ‘초설’이 고른 옷은 영은보다 더 신중하게 고른 것이었고 사이즈, 디자인, 색깔까지 임문정의 나이와 신분에 딱 맞았다. 그리고 임문정은 마치 딸이 정성껏 고른 선물을 받은
주희진은 임문정의 말대로 조금 더 냉정하게 대처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렇게 하는 편이 영은의 미래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영은의 이름이 언급되자 임문정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초설’ 덕분에 기분이 좋아졌던 그의 기분은 영은의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완전히 표정이 어두워졌다. “됐어요, 너무 화내지 마요. 영은이가 잘못한 건 맞지만, 이미 그 정도면 벌도 다 받은 거나 마찬가지잖아요. 이제 그만 화내고, 건강 상하지 않도록 해요.” 주희진은 임문정의 기분이 나빠진 걸 알아채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달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