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현자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다이닝 룸에 있는 모든 사람의 시선이 원아에게 집중되었다. 갑작스레 주목받게 되어, 원아는 조금 난감해졌다. 오현자는 원아와 소남의 침실을 청소하면서 소남의 베개가 원래 침실에서 원아의 침실로 옮겨진 것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던 것이다.원아는 고기호빵 하나를 집어들고,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설명했다. “대표님께서는 아침 일찍부터 방에서 일하고 계시던데요. 이모님, 아침을 가져다 드리세요.”오현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주방으로 들어갔고, 잠시 후 아침 식사와 커피가 담긴 쟁반을 들고 2층으로 올라
“아니요, 그게 제 몸이 아니라... 제 친구가 아파서요. 좀 보러 가려고요.”원아는 말했다. ‘임영은’이라는 이름을 소남 앞에서 언급할 수는 없었기에,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친구’라고 둘러댔다.원아도 의도적으로 숨기려던 것은 아니었지만, 약간의 죄책감이 들었다. 주희진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임영은이 국내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쉽게 밝힐 수 없었다.“그래요, 성준을 동행시킬 테니 같이 가요.”소남은 원아를 막지 않았다.병원에서 임영은의 상황에 대해서는 사윤이 늘 정보를 제공해 왔다. 오늘 아침에도 사윤에게서
“말씀하세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꼭 도와드릴게요.”원아는 마음이 찢어질 듯 아팠다.비록 임문정 부부가 자신을 직접 키우지 않았지만, 원아는 그 당시의 상황을 이해하고 있었다.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의 정이 그녀로 하여금 임문정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게 만들었다.“요즘 아내의 상태가 좋지 않아서, 희진 이모도 좀 신경 써줬으면 하네.”임문정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주희진이었다.원아는 그의 말을 듣고 더욱 마음이 아팠다.자식으로서 그녀가 가장 바라는 것은 친부모가 말년에 행복하고 건강하게 지내는 것이었지만, 주희진과 임
“우선 배 선생님 사무실에 다녀올게요.”원아는 말했다.임영은의 신체 상태에 관한 보고서는 모두 사윤에게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배 선생님을 찾으러 간다고? 침은 놓지 않니?”주희진은 지금 원아의 침술을 영은의 구명줄로 여기고 있었다.원아는 주희진을 소파에 앉히고,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이모, 임영은 씨의 상태를 전반적으로 파악해야 침을 놓을 수 있는지 결정할 수 있어요. 만약 임영은 씨의 몸이 너무 쇠약한 상태라면...”원아는 말을 멈추고, 아래 입술을 깨물었다.“너무 쇠약하면 어떻게 되나?”주희진은 다급히 물
“담배를 피웠다고요?”원아의 목소리가 한층 높아졌다.‘정말로 그렇다면, 임영은은 스스로를 파멸로 이끈 셈이지...’‘나도 임영은이 흡연을 했던 것은 알고 있었지만, 병이 확정된 후에는 끊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임영은 씨는 이미 담배를 끊지 않았었나요?”“맞아요. 그런데 오늘 병문안 온 그 여자의 권유로 한 대를 피웠어요. 그 한 대 때문에 거의 목숨을 잃을 뻔했죠. 간호사 선생님이 임영은 씨에게 담배를 피우지 말라고 경고했는데, 임영은 씨가 계속 고집을 피우다가 결국은 반쯤 피우고 나서 담배를 껐어요. 간호사 선생님
‘내가 임영은을 도울 수 있다면 다행이겠지만, 만약 그렇지 못한다면, 엄마가 상심하는 것을 보는 것이 너무나 괴로울 것 같아...’“저도 의사니까요. 이런 준비는 기본이죠.”사윤은 흰 가운을 입으며 그녀와 함께 사무실을 나섰다.“저도 곧 퇴근할 거예요. 오늘은 수술 일정이 없어서요. 염 교수님, 제가 침술을 참관을 해도 불편하시진 않죠?”“네, 불편하지 않아요.”원아는 대답했다. 사윤이 함께 있으면 자신도 조금 더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았다.두 사람은 함께 영은의 병실로 향했다.이 시각, 영은의 병실에는 주희진뿐만 아니
사윤의 눈빛이 날카로워지며 말을 이어갔다.“이보세요, 지금 하신 말에 병원이 문제를 제기하면 책임을 지셔야 할 겁니다. 어제 환자분이 피운 담배의 절반은 간호사가 가져갔고, 버리지 않았어요. 오늘 아침 화학 검사 결과가 나왔는데, 그 담배에는 일반 담배에서는 발견되지 않는 한약 성분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이 성분은 신체 각 기관에 영향을 미치고, 특히 지금처럼 상태가 안 좋은 환자에게는 작은 자극도 간에 큰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그 담배를 건넨 건 당신이었으니, 환자분이 지금 침대에 누워 있는 것도 당신과 관련이 있습니다.”
“제가 아는 한 명의 명장이 있는데, 그가 은침을 맞춤 제작할 수 있어요. 필요하다면, 이 세트를 다 쓰고 나면 저에게 주시면 그분께 맡겨볼게요.”사윤은 말했다.“감사합니다.”원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일회용 의료용 장갑을 끼고 영은의 환자복을 풀었다.의사 앞에서는 성별이 중요하지 않았기에, 그녀는 사윤을 나가게 하지 않고 그의 눈앞에서 이미 소독된 침을 사용해 임영은에게 침을 놓기 시작했다.30분 후, 원아는 모든 침을 조심스럽게 빼내어 한쪽에 놓았다.“이제 임영은 씨가 깨어나려는 의지가 있는지 지켜보는 수밖에 없네
소남의 앞에서 원아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없었다.“출근하기 싫은 거예요?”소남은 그녀의 말을 겉으로는 믿는 척하며 물었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 원아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전날부터 출근 준비를 했던 그녀가, 단순히 출근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그런 표정을 지을 리 없었다.‘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것 같아. 하지만 아침부터 무슨 일이 생긴 거지?’소남은 속으로 궁금해하면서도 원아를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원아는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굳이 진실을 캐
“이건 장기적인 투자예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거고, 게다가 당신이 진행 중인 연구도 이제 상용화될 때가 됐어요.” 소남은 원아의 귀에 대고 속삭이며, 살짝 감정이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원아가 진행한 연구는 몇 차례의 임상 실험을 통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었다. 그 후 회사의 마케팅팀이 시장 조사를 했고, 적절한 가격 조건만 맞으면 대부분의 의료 기관이 그 약품을 대량으로 구입하여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장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원아는 소남의 가까운 존재감에 살짝 혼란스러워하며 나지막이
소남은 설계 도면을 디스크에 저장한 후, 모든 자료를 서류 봉투에 넣었다. 모든 작업을 마친 그는 원아도 샤워를 끝냈을 것이라고 짐작하며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그는 문을 열고 들어갔고, 원아는 이미 샤워를 마치고 화장대 앞에서 꼼꼼하게 스킨케어를 하고 있었다.원아가 고개를 돌려 소남을 보며 말했다. “다 출력했어요?”“다 출력했어요.” 소남이 대답하며 다가 갔고 원아가 일어서자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 “아까 에런한테서 전화가 왔어요.”“무슨 일이죠...” 원아는 갑작스러운 불안감을 느꼈다. 이런 시간에 에런이 전화를
원아는 설계도를 꼼꼼히 살펴보았다.ML그룹의 입찰 이후, 소남이 이렇게 공들여 건축 설계도를 완성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설계도의 세부 사항 하나하나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대표님, 이 설계도 정말 멋져요!” 원아는 감탄하며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을 하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원아는 생물제약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지금은 소남의 건축 설계도에 감탄하고 있는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소남 씨가 방금 내가 한 말을 듣고, 내가 그냥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텐데. 안 그러면
눈이 녹으면서 날씨는 평소보다 더 쌀쌀해졌지만, 이연의 마음은 따뜻했다.예전에는 이연이 감히 송씨 가문 사람들을 마주할 용기도 없었고, 이런 일들을 처리할 결심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욱의 사랑이 이연의 결심을 굳건하게 해주었다. 즉, 이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현욱 씨...” 이연이 나지막이 말했다.“난 항상 여기 있어.” 현욱은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혹시 내가 도울 일이 생기면 꼭 말해줘요.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똑똑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당신을 도울 거예요.” 이연은 결심하
현욱이 그런 표정을 짓는 일은 드물었다. 그래서 원아는 그가 무언가 중요한 일에 직면해 있음을 직감했다.“그렇겠죠.” 비비안도 원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2층.현욱은 소남을 찾아가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소남은 현욱의 계획을 듣고 나서 얼굴이 굳어졌다.“알겠어. 앞으로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이번에는 형님의 도움이 정말 필요해요. 저도 이번만큼은 절대로 사양하지 않을 거예요. 형님은 제 편에 단단히 서주기만 하면 돼요.” 현욱은 말했다.소남의 지지가 있다면, SJ그룹은 쉽게 무너지지 않
막 앉았을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는 윤수정에게서 온 것이었다. 재훈은 전화를 받지 않고, 대신 윤수정에게 톡으로 메시지를 보냈다.[형이 확실히 모든 개인 서류들을 전부 다시 발급한 것 같아요. 그 시기가 꽤 이른 편이었는데, 그때는 우리가 이연을 경계하지 않았을 때였죠.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가 이 문제를 잘 처리하실 거예요.]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재훈은 핸드폰을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소파에 몸을 던졌다.‘송현욱과 이연... 너희 둘이 결혼을 했다고 해도, 내가 너희들을 행복하게 내버려 둘 것 같아!’‘
“할아버지, 지금 금고에 있는 형의 모든 개인 서류를 가지고 한 번 확인해 보세요. 아마 지금은 사용할 수 없는 서류들뿐일 거예요. 할아버지께서 형한테 정략결혼을 추진하실 때, 형은 이미 그때 모든 개인 서류를 다시 재발급 신청을 해서 새롭게 발급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재훈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며, 최대한 차분하게 송상철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송상철의 얼굴은 화가 난 나머지 핏발이 부풀어 올랐고, 유 집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현욱이 이 녀석 당장 데려와.”“예, 어르신.” 유 집사는 이번 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재훈이 지난번 T그룹의 입찰사업계획서를 훔치려다 실패한 일이 있었고, 그는 그 책임을 부하에게 돌렸지만, 송상철은 여전히 그 일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재훈은 지금 자신이 직접 모든 것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네 엄마는 깨어나긴 한 거야?” 송상철이 다시 물었다.“예, 깨어나셨어요.” 재훈은 거실에서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서 있었다. 송상철이 모든 질문을 끝내야만 재훈이 서재로 가서 금고를 열 수 있기 때문이었다.송재훈은 송상철의 모든 질문이 끝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며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