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시간도 늦었으니 그만 끊고 쉬어라. 초설아, 시간 있을 때 고택에 와서 나랑 밥 먹고 차 마시자.]문현만은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네, 어르신, 일찍 쉬세요.”원아는 웃으며 전화를 끊고 오현자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오현자는 송상철과 송재훈을 문 밖으로 내보낸 후 돌아왔고, 원아가 침착하게 소파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 나서 가슴을 쓸어내렸다.“교수님, 방금 전 그런 상황은 정말 보는 것만으로도 힘들어서 죽을 것 같았어요. 그쪽 사람들이 혹시라도 교수님께 손이라도 댈까 봐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아세요? 그 사람
“근데 저 사람들이 왜 그냥 갔을까요? 저 또...”“연이 씨는 송 어르신과 송재훈이 위층으로 올라와서 연이 씨를 잡아갈 것이라고 생각했죠? 맞아요. 사실 둘은 확실히 위층으로 올라와서 연이 씨를 데리고 가려고 했어요. 게다가 송씨 집안의 경호원이 밖에 있어서 저는 어쩔 수 없이 문현만 어르신에게 전화를 드렸어요. 송 어르신이 제 체면을 봐주지 않을 수도 있지만, 문 어르신의 체면을 봐서는 그렇게 쉽게 움직일 수 없으니까요.”원아는 방금 전의 상황을 떠올렸다.“송재훈이 뒤에서 문씨 집안을 상대로 많은 일을 했어요. 송 어르신도
전화를 끊은 후 이연은 원아가 있는 방에 들어가 문틀에 기대어 원아가 많은 실험관을 마주하며 실험하는 광경을 보았다.“초설 씨, 아직도 실험할 게 많은가요?”이연은 오늘 밤에 일어난 일들을 통해 초설의 침착함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일은 이미 해결됐고, 아직 잘 시간이 아니어서 실험을 좀 더 하려고 해요.”원아가 말하면서도 하던 일을 멈추지 않았다.‘지금 초설 씨가 하는 일은 내가 아무것도 모르니까 방해하지 말자.’이연은 자신이 아무 도움도 되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말했다.“그럼 저도 초설 씨를 방해하지 않을게요. 아래
[지금 바로 티나에게 대기하라고 할게요. 20분 후에 회사 운전기사가 차를 몰고 우리 집으로 가서 당신을 픽업해서 공항으로 데리고 갈 테니 앞으로 며칠 동안 마르코스의 일을 당신이 책임지고 담당해 주세요.]소남이 말했다.그는 이미 중요한 일을 다 준비해 놓고 원아에게 연락했다.하지만 원아는 여전히 조금 당황했다.“네, 알았어요.”원아는 전화를 끊고 고개를 숙여 자신의 옷을 보았다.실험할 때는 실험가운을 입기에 옷차림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었다. 실험가운을 입으면 다른 사람들이 안에 뭘 입었는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공진은 원아가 차에 타자마자 출발했다.티나는 이미 소남의 전화를 받고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차가 도착하기 전에 미리 도로 옆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공진은 차에서 내려 웃으며 티나를 바라보았다.“티나 누나, 길이 좀 막혀서 미안해요.”“괜찮아, 빨리 공항으로 가자.”티나가 말했다.공진이 차문을 열자 티나는 몸을 굽혀 차에 올라 원아를 향해 웃었다.“교수님, 우리 또 같이 일할 기회가 생겼네요.”“네.”원아가 웃으며 공진에게 출발하라고 하고 나서 말했다.“티나 씨, 접대 같은 일은 제가 잘 몰라요
“교수님, 알렉세이 돌아왔죠?”“알렉세이한테 연락이 왔어요?”원아는 전에 알렉세이에게 티나에게 연락하라고 했는데, 알렉세이가 그렇게 했는지 몰라 확실히 티나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만약 알렉세이가 티나에게 연락하지 않았다면 자신이 알렉세이가 돌아왔다고 말하는 것이 티나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연락은 왔는데...”티나는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연락이 많지는 않았죠...’사실 티나는 알렉세이에게 문자를 많이 보냈지만, 알렉세이에게서 온 답장은 거의 없었다. 심지어 티나가 먼저 같이 밥을 먹자고 해도 알렉세
“티나 씨가 마음속으로 납득할 수 없는 게 있으면 직접 알렉세이에게 물어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원아도 알렉세이를 대신해서 결정을 내릴 수 없어서 이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그래서 두 사람 사이에 있는 자신보다 티나가 직접 알렉세이에게 묻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했다.티나는 ‘염 교수’의 뜻을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였다.차 안의 분위기는 다소 무거웠다. 원아는 티나의 슬픈 눈빛을 보며 더는 무슨 말을 할 수가 없었다.공항에 도착한 티나는 핸드폰으로 마르코스가 탄 항공편을 확인했는데 약 30분 후에 착륙할 예정이었다.세 사
T그룹의 운전기사인 공진도 영어를 할 줄 알지만 말을 잘하지 못했기에 마르코스에게 간단히 인사하고 곧바로 마르코스와 비서의 짐을 받았다.이를 본 원아가 말했다.“대표님, 여기는 추우니 먼저 차에 타시는 게 어떻습니까?”“네, 좋아요.”마르코스는 웃으며 원아 일행을 따라 떠났다.그는 이번에 A시에 온 것을 어떤 언론에도 알리지 않았고, ML그룹도 이곳에서는 유명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들이 ‘마르코스'라는 사람을 몰라서 본인도 이 아늑한 순간을 즐기고 있었다.“A시의 환경은 정말 아름답고 공기도 맑아요.”마르코스가 칭찬했다
소남의 앞에서 원아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없었다.“출근하기 싫은 거예요?”소남은 그녀의 말을 겉으로는 믿는 척하며 물었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 원아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전날부터 출근 준비를 했던 그녀가, 단순히 출근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그런 표정을 지을 리 없었다.‘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것 같아. 하지만 아침부터 무슨 일이 생긴 거지?’소남은 속으로 궁금해하면서도 원아를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원아는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굳이 진실을 캐
“이건 장기적인 투자예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거고, 게다가 당신이 진행 중인 연구도 이제 상용화될 때가 됐어요.” 소남은 원아의 귀에 대고 속삭이며, 살짝 감정이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원아가 진행한 연구는 몇 차례의 임상 실험을 통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었다. 그 후 회사의 마케팅팀이 시장 조사를 했고, 적절한 가격 조건만 맞으면 대부분의 의료 기관이 그 약품을 대량으로 구입하여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장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원아는 소남의 가까운 존재감에 살짝 혼란스러워하며 나지막이
소남은 설계 도면을 디스크에 저장한 후, 모든 자료를 서류 봉투에 넣었다. 모든 작업을 마친 그는 원아도 샤워를 끝냈을 것이라고 짐작하며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그는 문을 열고 들어갔고, 원아는 이미 샤워를 마치고 화장대 앞에서 꼼꼼하게 스킨케어를 하고 있었다.원아가 고개를 돌려 소남을 보며 말했다. “다 출력했어요?”“다 출력했어요.” 소남이 대답하며 다가 갔고 원아가 일어서자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 “아까 에런한테서 전화가 왔어요.”“무슨 일이죠...” 원아는 갑작스러운 불안감을 느꼈다. 이런 시간에 에런이 전화를
원아는 설계도를 꼼꼼히 살펴보았다.ML그룹의 입찰 이후, 소남이 이렇게 공들여 건축 설계도를 완성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설계도의 세부 사항 하나하나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대표님, 이 설계도 정말 멋져요!” 원아는 감탄하며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을 하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원아는 생물제약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지금은 소남의 건축 설계도에 감탄하고 있는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소남 씨가 방금 내가 한 말을 듣고, 내가 그냥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텐데. 안 그러면
눈이 녹으면서 날씨는 평소보다 더 쌀쌀해졌지만, 이연의 마음은 따뜻했다.예전에는 이연이 감히 송씨 가문 사람들을 마주할 용기도 없었고, 이런 일들을 처리할 결심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욱의 사랑이 이연의 결심을 굳건하게 해주었다. 즉, 이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현욱 씨...” 이연이 나지막이 말했다.“난 항상 여기 있어.” 현욱은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혹시 내가 도울 일이 생기면 꼭 말해줘요.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똑똑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당신을 도울 거예요.” 이연은 결심하
현욱이 그런 표정을 짓는 일은 드물었다. 그래서 원아는 그가 무언가 중요한 일에 직면해 있음을 직감했다.“그렇겠죠.” 비비안도 원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2층.현욱은 소남을 찾아가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소남은 현욱의 계획을 듣고 나서 얼굴이 굳어졌다.“알겠어. 앞으로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이번에는 형님의 도움이 정말 필요해요. 저도 이번만큼은 절대로 사양하지 않을 거예요. 형님은 제 편에 단단히 서주기만 하면 돼요.” 현욱은 말했다.소남의 지지가 있다면, SJ그룹은 쉽게 무너지지 않
막 앉았을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는 윤수정에게서 온 것이었다. 재훈은 전화를 받지 않고, 대신 윤수정에게 톡으로 메시지를 보냈다.[형이 확실히 모든 개인 서류들을 전부 다시 발급한 것 같아요. 그 시기가 꽤 이른 편이었는데, 그때는 우리가 이연을 경계하지 않았을 때였죠.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가 이 문제를 잘 처리하실 거예요.]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재훈은 핸드폰을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소파에 몸을 던졌다.‘송현욱과 이연... 너희 둘이 결혼을 했다고 해도, 내가 너희들을 행복하게 내버려 둘 것 같아!’‘
“할아버지, 지금 금고에 있는 형의 모든 개인 서류를 가지고 한 번 확인해 보세요. 아마 지금은 사용할 수 없는 서류들뿐일 거예요. 할아버지께서 형한테 정략결혼을 추진하실 때, 형은 이미 그때 모든 개인 서류를 다시 재발급 신청을 해서 새롭게 발급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재훈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며, 최대한 차분하게 송상철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송상철의 얼굴은 화가 난 나머지 핏발이 부풀어 올랐고, 유 집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현욱이 이 녀석 당장 데려와.”“예, 어르신.” 유 집사는 이번 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재훈이 지난번 T그룹의 입찰사업계획서를 훔치려다 실패한 일이 있었고, 그는 그 책임을 부하에게 돌렸지만, 송상철은 여전히 그 일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재훈은 지금 자신이 직접 모든 것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네 엄마는 깨어나긴 한 거야?” 송상철이 다시 물었다.“예, 깨어나셨어요.” 재훈은 거실에서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서 있었다. 송상철이 모든 질문을 끝내야만 재훈이 서재로 가서 금고를 열 수 있기 때문이었다.송재훈은 송상철의 모든 질문이 끝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며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