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준비할 필요 있어? 그냥 만나서 밥 먹는 건데, 그렇게 예의를 차릴 필요는 없잖아. 그렇지, 원원?”원아는 고개를 숙여 물을 마시고 있는 원원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알렉세이는 원아의 눈에 담긴 부드러운 미소를 보며, 공포의 섬에서 어린 심비를 바라보던 눈빛과 같다고 느꼈다.‘아가씨가 원원과 떨어지게 된다면 아쉬워하실 거야. 아가씨는 정말 좋은 엄마니까.’‘하지만 아가씨가 공포의 섬에 있는 심비와 헤어지게 된다면 그 역시도 아쉬워하실 거야.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는 법인데, 아가씨가 엄마로서 자식을 편
원원이 대답했다. 이 소녀는 발레를 좋아했지만, 전문적으로 발레를 직업으로 삼을 생각은 없었다. 아빠 문소남이 딸에게 삶과 취미는 별개고, 취미가 삶이 되면 재미없을 수 있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원원이는 아빠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해서, 학교 수업을 성실히 배우고 발레와 무용은 취미로 삼으려 했다.“그래? 원원이는 정말 대단하구나.”알렉세이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원원이가 한 말은 어린아이답지 않았는데, 아마도 문소남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아. 내 눈앞에 있는 이 소녀는 또래보다 성숙해 보이네...’원아는 카
동준은 보스 문소남의 어두운 표정을 살피며 원아 쪽에 무슨 일이 있었음을 짐작했다.“왜 멍하니 서 있어?”소남은 동준이 보고를 하지 않자 어두운 얼굴로 물었다.동준은 정신을 차리고, 바로 인수 진행 상황을 보고했다.동시에 M국계 회사가 하씨 집안의 그 회사를 인수하려고 하기 때문에 이번 인수 과정이 매우 느려지고 있었다. 소남은 업무 보고를 들은 뒤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진행이 너무 느린 것 같아.”이 말은 강하고 단호했다. 동준은 보스의 불만을 깊이 느꼈다. 동준은 어쩔 수 없이 다시 한번 설명했다.“이번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 해.”알렉세이는 약간 실망했다. 두 모녀를 데리고 어딘가 구경하러 가고 싶었다. 그러나 계획은 계획일 뿐이니, 원아의 뜻에 따르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제가 바래다 드릴게요.”“됐어, 알렉세이. 바래다주는 건 번거로우니까 너도 빨리 집에 가서 쉬어.”원아는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 비록 알렉세이는 인정하지 않았지만, 원아는 그의 몸에 상처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지금 알렉세이에게 가장 중요한 건 충분한 휴식이었다.알렉세이는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며 생각했다.원아가 왜 자신을 거절하는지 몰
원아는 차를 세운 후 아이가 깰까 봐 조심스럽게 차문을 닫았다. 그녀는 차 앞으로 돌아가 조수석 문을 열고 원원의 안전벨트를 풀어준 다음, 흘러내린 옷을 고쳐 입히고 아이를 안았다.원원은 마른 체형이었지만 가볍지는 않았다. 하지만 원아는 숨도 쉬지 않고 원원을 안고 별장 안으로 들어갔다.오현자는 원아가 원원을 안고 오는 것을 보고 다소 의아해하며 무언가 말을 하려 했지만, 원아가 고개를 저어 보이자 곧 입을 다물었다. 원아는 아이를 안고 위층으로 걸어갔다.오현자는 원아가 걱정되어 뒤를 따랐다. 원원이 이미 10살이었고,
원아는 자신의 가방과 카메라를 들고 위층으로 올라갔다.쉬는 대신 원아는 카메라에서 사진을 모두 옮겨 노트북에 저장하며 무대에서 원원의 멋진 공연을 보면서 또다시 심비를 떠올렸다.‘만약 우리 심비도 원원과 같은 환경에서 자랐다면, 이 아이도 발레를 좋아하지 않았을까?’딸 심비를 생각하면 원아는 한숨을 쉬었다.‘아마도 환경이 달라서 심비가 좋아하는 것이 좀 독특한가...’‘빨리 내 계획을 성공시켜야 해! 빨리 내 딸 심비를 그런 환경에서 데리고 나가야 해!’‘이대로 가면 심비의 성장에 좋은 점이 하나도 없을 거야.’노트북을
원아와 원원은 주방에서 쿠키를 만들고 있었고, 오현자는 거실에서 청소를 하고 있었다. 별장의 유선전화가 울리자, 오현자는 의아해하며 전화를 받았다.요즘은 거의 모든 사람이 휴대폰을 사용해서 유선전화는 거의 울리지 않고 그냥 장식품처럼 있었다. 오현자가 이곳에서 일하기 시작한 후 처음으로 유선전화가 울린 것이었다.“여보세요.”오현자가 전화를 받았다.[염 교수님 계세요?]수화기 너머로 소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현자는 순간 멍해졌다.“문 대표님? 염 교수님 찾으세요?”[네. 염 교수님 지금 집에 있나요?]소남이 물었다
오현자는 청소기를 내려놓고 주방으로 들어가 찬장에서 설탕을 꺼냈다. 원원의 손에 밀가루가 가득 묻은 것을 보고 오현자는 웃으며 격려했다.“원원 아가씨, 힘내세요.”“할머니, 이따가 제가 만든 쿠키 드릴게요.”원원은 웃으며 원아를 바라보았다.“네, 고맙습니다. 원원 아가씨가 만든 쿠키라면 맛있을 거예요.”오현자가 대답하며 다시 원아를 보았다.“교수님, 별일 없으시면 저는 청소하러 다시 나가 볼게요.”“네.”원아는 설탕을 저울에 조금 덜어 버터와 섞었다. 원원은 옆에서 자세히 지켜보고 있었다.30분 후, 주방에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