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성은 하늘이 금고에 주얼리 세트를 넣는 모습을 보며 막지 않았다. 오랫동안 아내에게 주얼리 세트를 선물하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었다.하늘은 금고 문을 닫고 예성을 바라보았다.“어차피 우리 집은 T그룹 주식이 필요해. 만약 당신이 다 팔아버리면 앞으로 우리의 생활에 문제가 생길 때 내 친정에 기대 수도 없고, 그때 가서 친구들한테 돈을 빌릴 거야? 말이나 돼?”“엄마가 그 주얼리 세트가 없으면 생신 파티를 열어도 참석하지 않겠다고 하셨어.”예성은 초조하게 머리를 감쌌다.“어머니도 참... 왜 이렇게 제멋대로 하신 거야?”
하늘은 예성이 담배를 피우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예성은 매번 담배를 피울 때마다 베란다에 와서 피웠고, 걱정거리가 있을 때면 담배를 피우고 싶어 했다.“형, 왜 여기에 있어요?”예성은 다가가 쓴웃음을 지었다.“나도 한 대 줘.”소남은 예성의 손에 있는 담배를 보고 손을 내밀었다.‘염초설’이 원아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부터 소남은 담배를 거의 피우지 않았다.다만 원아가 화나게 할 때 피우는 것 외에, 소남은 다른 때는 거의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예성은 소남에게 하나를 건네주며 동시에 라이터를 들어 불
예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소남의 말뜻을 이해했다.즉, 아내와 아이의 생활에 영향을 끼치지 않기 위해, 현금을 모두 쏟아부어 소남에게 빚을 덜 지려는 생각은 하지 말라는 뜻이었다.“형, 안심해요. 저도 제 분수는 알아요.”예성이 말했다.그도 채은서를 만족시키기 위해 아내와 아이에게 고생을 시키지 않을 것이다. 특히 지금 송희에게는 돈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시간이 늦었으니 일찍 쉬어.”소남은 예성의 어깨를 두드리며 베란다를 나섰다.예성은 소남의 뒷모습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어릴 때부터 어른이 될 때까지 많은 일을 소
그녀는 소남이 할 말이 더 있지만, 결국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러나 그런 말들을 일단 말해버리면 어떤 것들은 바뀔 것이다.그래서 소남이 말하고 싶어해도 원아는 그에게 그런 기회를 주지 않으려 했다.한밤중.원아는 몸이 뜨거워져 편안히 잠들지 못하고 무의식적으로 손을 이마에 얹었다. 손에는 땀이 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이마의 온도는 정상이었다.그녀는 불안하게 발을 디디며 신음 소리를 냈지만 완전히 깨어나진 않았다. 그녀는 이상함을 느꼈다.‘이런 느낌은...’몸이 통제되지 않고, 모든 세포가 감염된 것처럼 열이
원아의 머릿속이 텅 비어, 지난번처럼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멍해졌다.“대표님...”그녀는 소남을 밀치려다 실수로 그의 뜨거운 피부에 손이 닿자 얼른 손을 뺐다.소남의 몸은 너무나 뜨거웠다.“초설 씨, 나 아픈 거 아니에요?”소남은 무슨 일인지 알면서도 여전히 그녀를 안고 있었다.‘원아도 그 영양탕을 먹었으니 지금은 나랑 같을 거야.’“그럼 일단 저부터 놓아주세요. 제가 검사해 드릴게요.”원아는 소남의 숨결을 가득 맡을 수 있었다.예전에는 이 남자의 몸에서 나는 냄새가 수면 보조제 같았지만, 지금은 같은 냄새가 오히
왜냐하면 원아는 두려웠다.아직 이성이 남아 있어서 약물로 통제되지 않는 친밀감을 거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만약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소남과 끝까지 가버리면 내일 아침에 자신이 어떤 상황에 직면할지 두려웠다.어떤 일은, 한번 해버리면 절대 되돌릴 수 없으니까.원아의 몸은 부들부들 떨렸다.이를 본 소남은 멍해졌고, 원아의 눈가에 흐르는 눈물을 보고 한숨을 쉬었다.소남의 몸에서 계속 타는 듯한 열기와 갈망이 있었지만, 이 순간 원아의 눈물에 밀려버리고 말았다.“미안해요, 너무 흥분했네요.”그가 사과하며 다시 원아를 안
다음날.채은서는 하품을 하며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새벽에 깨어난 후 잠을 이루지 못했고, 방금 전 겨우 몸의 열기가 가라앉았다.다시 쉬려고 했지만, 전혀 잠이 오지 않아서 아예 일어나 문소남과 ‘염초설’을 지켜보려고 했다.“사모님, 깨어나셨군요.”김 집사는 채은서의 초췌한 얼굴을 보고 이유를 짐작했다.‘사모님, 밤새 괴로워서 잠을 못 잤겠군. 어쨌든 어르신이 특별히 한의사에게 받아온 약의 약효가 강해서 사모님도 힘드셨을 게야.’“주방에서 아침 준비는 다 됐나요?”채은서가 물었다.“요리사가 아직 준비 중입니다.”김 집
채은서는 김 집사가 가는 뒷모습을 주시하며 화가 나서 손가락으로 가죽 소파 표면을 꽉 꼬집었다.‘김 집사도 전혀 날 안중에 두지 않잖아!’한참이 지나서야 그녀는 손을 천천히 놓았다. 소파 표면은 이미 구겨져 있었다.채은서는 언젠가 문현만이 이 세상을 떠나게 되면 자신이 해야 할 첫 번째 일이 이 김 집사를 해고하는 것이라고 마음속으로 다짐했다.한 시간 뒤.원아와 소남도 잇달아 아래층으로 내려왔다.문현만은 이미 다이닝 룸 의자에 앉아 소남과 ‘초설’이 함께 아침을 먹기를 기다리고 있었다.소남과 ‘초설’이 서로 손을 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