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아의 머릿속이 텅 비어, 지난번처럼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멍해졌다.“대표님...”그녀는 소남을 밀치려다 실수로 그의 뜨거운 피부에 손이 닿자 얼른 손을 뺐다.소남의 몸은 너무나 뜨거웠다.“초설 씨, 나 아픈 거 아니에요?”소남은 무슨 일인지 알면서도 여전히 그녀를 안고 있었다.‘원아도 그 영양탕을 먹었으니 지금은 나랑 같을 거야.’“그럼 일단 저부터 놓아주세요. 제가 검사해 드릴게요.”원아는 소남의 숨결을 가득 맡을 수 있었다.예전에는 이 남자의 몸에서 나는 냄새가 수면 보조제 같았지만, 지금은 같은 냄새가 오히
왜냐하면 원아는 두려웠다.아직 이성이 남아 있어서 약물로 통제되지 않는 친밀감을 거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만약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소남과 끝까지 가버리면 내일 아침에 자신이 어떤 상황에 직면할지 두려웠다.어떤 일은, 한번 해버리면 절대 되돌릴 수 없으니까.원아의 몸은 부들부들 떨렸다.이를 본 소남은 멍해졌고, 원아의 눈가에 흐르는 눈물을 보고 한숨을 쉬었다.소남의 몸에서 계속 타는 듯한 열기와 갈망이 있었지만, 이 순간 원아의 눈물에 밀려버리고 말았다.“미안해요, 너무 흥분했네요.”그가 사과하며 다시 원아를 안
다음날.채은서는 하품을 하며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새벽에 깨어난 후 잠을 이루지 못했고, 방금 전 겨우 몸의 열기가 가라앉았다.다시 쉬려고 했지만, 전혀 잠이 오지 않아서 아예 일어나 문소남과 ‘염초설’을 지켜보려고 했다.“사모님, 깨어나셨군요.”김 집사는 채은서의 초췌한 얼굴을 보고 이유를 짐작했다.‘사모님, 밤새 괴로워서 잠을 못 잤겠군. 어쨌든 어르신이 특별히 한의사에게 받아온 약의 약효가 강해서 사모님도 힘드셨을 게야.’“주방에서 아침 준비는 다 됐나요?”채은서가 물었다.“요리사가 아직 준비 중입니다.”김 집
채은서는 김 집사가 가는 뒷모습을 주시하며 화가 나서 손가락으로 가죽 소파 표면을 꽉 꼬집었다.‘김 집사도 전혀 날 안중에 두지 않잖아!’한참이 지나서야 그녀는 손을 천천히 놓았다. 소파 표면은 이미 구겨져 있었다.채은서는 언젠가 문현만이 이 세상을 떠나게 되면 자신이 해야 할 첫 번째 일이 이 김 집사를 해고하는 것이라고 마음속으로 다짐했다.한 시간 뒤.원아와 소남도 잇달아 아래층으로 내려왔다.문현만은 이미 다이닝 룸 의자에 앉아 소남과 ‘초설’이 함께 아침을 먹기를 기다리고 있었다.소남과 ‘초설’이 서로 손을 잡고
“출장? 왜 또 출장을 가니?”문현만은 소남이 T그룹 일을 위해 출장을 간다는 것을 알았지만, 기분이 좋지 않아 불만을 드러냈다.‘소남 이 자식, 혼자 참으면서 하룻밤이 다 새도록 초설을 찾아가지 않았어! 내가 둘을 위해 얼마나 신경 썼는데, 지금 완전히 헛수고가 되었어! 진짜 스스로 행복을 망치는 놈이야!’“회사 일이에요.”소남이 말했다.문현만은 콧방귀를 뀌었다.‘나도 회사의 일이라는 건 알고 있지. 이 자식은 자기 일 이외에는 전혀 생각해 본 적이 없으니까!’비록 불만이 있었지만, 문현만도 방법이 없었다.어쨌든 지
“어르신, 영상을 몇 개로 나누어서 동시에 보시면 더 빠를 것 같습니다.”김 집사가 제안했다.“좋아, 그거 좋은 생각이다. 나누어서 같이 보자.”문현만은 이미 속도를 올렸지만, 하룻밤의 영상을 다 보려면 적어도 한두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김 집사는 컴퓨터를 몇 번 만진 후 영상을 나누어 재생했고, 문현만은 그 영상을 보기 시작했다.30분 뒤, 문현만은 화면을 가리키며 물었다.“이게 몇 시야?”김 집사가 ‘정지’ 버튼을 누르고 시간을 확인한 뒤 대답했다.“어르신, 이미 아침입니다.”“좋아, 소남이는 역시 내 계획을
“사모님, 그것을 보시는 건... 안 좋지 않을까요?”경비원은 완곡하게 말했다. 비록 문현만이 CCTV를 확인하면 안된다는 지시를 내리지는 않았지만, 경비원은 걱정했다. 만약 나중에 채은서가 CCTV 영상을 본 사실이 문현만에게 알려지면 자신이 해고될 수도 있을 것이다.“안 좋을 게 뭐가 있어요. 방마다 설치된 CCTV좀 확인해 보겠다는데. 내가 이 집의 안주인이 아닌가요? 왜 CCTV를 확인하지 못하게 하는 거죠?”채은서는 눈썹을 치켜세우며 다시 한번 경비원을 위협했다.“CCTV 영상을 보여주지 않을 거면 이 집에서 나갈
채은서는 위층으로 돌아와 공교롭게도 예성 부부를 만났다. 예성이 어제 다른 주얼리 세트로 자신을 속였음을 생각하자 바로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아예 아는 척도 하지 않았다.하늘은 팔꿈치로 예성을 밀며 화해를 요청하라는 신호를 보냈다.예성은 하늘의 신호를 받고 마음속으로 한숨을 쉬며 앞으로 다가갔다.“엄마, 화내지 마세요.”채은서는 고개를 돌렸다.“어제 엄마가 원했던 그 주얼리 세트를 팔 생각이 있으신 분에게 연락했어요. 해외에 계신 분이에요. 오늘 함께 가격을 상의하기로 했습니다. 엄마, 좀 기다려 주세요. 꼭 그 주얼리 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