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희진은 식탁 옆에 앉아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임문정을 바라보았다. “기분이 좋다고요?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나요?”“그냥 우리 사위를 보니까 매우 기뻐서.” 임문정은 일부러 소남을 언급했다.주희진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왜, 여보, 당신은 기분이 안 좋아?” 임문정이 다시 물었다.“기분은 좋죠. 근데 아이들이 오지 않아서 좀 보고 싶어서요.”주희진은 방금 전까지 줄곧 아이들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지만, 사실은 보고 싶었다.“죄송해요, 장모님.” 소남은 그 말을 듣자 일단 사과했다.“오늘 장인어
“장모님, 괜찮습니다. 시간도 늦었으니 저희는 먼저 돌아가겠습니다. 해장국은 장인어른께 끓여주세요.”소남이 말했다. 그는 술을 많이 마셔서인지 말도 많아졌다.“말도 안 돼!” 주희진은 눈살을 찌푸렸다.‘소남이도 많이 마셨는데...’“제가 운전하는 게 아니니까 괜찮아요.”소남은 원아를 보며 일어섰다. 그는 술을 많이 마신 것 같지 않게 차분했다.이를 본 주희진도 어쩔 수 없이 소남을 보내주기로 했다. “그래, 알았어. 그럼 돌아가는 길은 꼭 조심해야 한다.”“네, 장인어른, 장모님, 안녕히 계세요.”소남이 말했다
차가 멈추자, 소남은 살짝 눈을 떴다.“도착했어요?”“네, 다 왔습니다, 대표님, 혼자 내리실 수 있겠어요?”원아가 물었다. 그는 술을 마셨기 때문에 혼자 걸을 수 있을지 확실하지 않았다.“만약 혼자 내릴 수 없으면, 날 차 안에서 하룻밤 재울 거예요?” 소남은 아무런 동작도 하지 않고 계속 차에서 앉아 눈을 반쯤 가늘게 뜨고 원아의 옆모습을 바라보았다.“아니요.” 원아는 안전벨트를 풀며 말했다.“제가 부축해 드릴게요.”“아니요.” 소남은 몸을 곧게 펴고 안전벨트를 풀고 차문을 열고 내렸다.원아는 눈썹을 살짝
‘이렇게 잠자면 몸이 꽤 불편할 것 같은데...’그녀는 다시 앞으로 다가가, 낮은 소리로 말했다.“대표님, 제가 옷을 벗겨드릴 테니 좀 더 편하게 주무세요.”소남이 눈을 떴을 때 침실의 불빛이 좀 눈부셨다. 그는 술에 취해 흐릿한 눈으로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물었다.“다 벗겨줄 거야?”“...”원아는 소남이 자신을 유혹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소남은 그녀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몸을 뒤척이며 불편한 척했다.원아는 앞으로 나아가 몸을 숙였다. “외투를 벗겨 드릴게요.”소남은 단추가 풀리는 소리와 지퍼가 내려가는
원아는 마음속으로 한숨을 쉬었다.‘소남 씨 분명히 술에 취했어. 술에 취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강한 남자가 어떻게 자신의 그런 마음 아픈 과거를 드러낼 수 있을까?’‘내가 예전에 원아였을 때도 소남 씨의 이런 연약한 모습은 본 적이 없고...’“예성이가 일찍 태어났더라면 지금의 나는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소남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때 당시에 채은서가 줄곧 아이를 임신하지 못하자 장인숙은 소남을 보육원에서 찾아와 문현만 앞으로 데려가 그 길로 문씨 가문의 장남이 되었다. 만약 그때 문예성이 있었다면 소남은
지금 소남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원아는 소남의 숨결을 느낄 수 있었다.소남의 숨결은, 냄새가 나쁘지 않은 술 냄새와 섞여 있었고, 동시에 원아를 약간 취한 듯이 멍하게 만들었다.원아는 작은 소리로 하품을 했다.소남의 곁에서 그녀는 마치 자신이 만든 수면 보조제보다 더 편안히 잠들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너무 졸려서 자고 싶어졌다.그러나 손을 잡힌 원아는 생각 끝에 침대 옆에 엎드리기로 했다.소남이 깊이 잠든 후에 다시 침실로 돌아가서 자야겠다고 생각했다.원아는 생각하다가 침대 옆에 엎드려 눈을 감았다.
원아의 몸은 마치 병이 난 것처럼 열이 나고 자기도 모르게 뜨거워졌다.하지만 자신은 병이 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마음속으로 잘 알고 있었다. 진짜 원인을 따지자면 바로 부끄러워서였다...예전에 자신은 아침저녁으로 소남을 마주했고 아주 친밀했지만, 지금은 이미 3년의 공백기가 있었다.설령 매일매일 그리워했다고 해도 지금의 이런 갑작스러운 친밀감은 자신을 적응할 수 없게 했다. 원아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소남이 알게 되면 자신이 그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어 그녀는 소남을 바라
“고마워요.”이전에 소남은 늘 식탁 옆에 가만히 앉아 가정부가 음식을 내놓기를 기다린 후 가족들과 함께 식사했다. 감사하다는 말을 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원아는 소남이 컵을 들고 앉아 마시려 할 때 말했다.“식감이 별로 좋지 않을 수도 있어요. 냉장고에 있는 식재료가 제한되어서 그래요.”소남은 주스를 마시는 동작을 멈칫한 채 말했다.“괜찮아요.”‘원아가 만들어준 건데 독이 들었더라도 흔쾌히 마셨을 거야.’‘더군다나 원아가 날 해칠 리는 없으니까.’그는 고개를 젖히고 컵 안의 주스를 한번에 다 마셨다.원아는 그가 숙
소남의 앞에서 원아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없었다.“출근하기 싫은 거예요?”소남은 그녀의 말을 겉으로는 믿는 척하며 물었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 원아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전날부터 출근 준비를 했던 그녀가, 단순히 출근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그런 표정을 지을 리 없었다.‘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것 같아. 하지만 아침부터 무슨 일이 생긴 거지?’소남은 속으로 궁금해하면서도 원아를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원아는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굳이 진실을 캐
“이건 장기적인 투자예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거고, 게다가 당신이 진행 중인 연구도 이제 상용화될 때가 됐어요.” 소남은 원아의 귀에 대고 속삭이며, 살짝 감정이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원아가 진행한 연구는 몇 차례의 임상 실험을 통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었다. 그 후 회사의 마케팅팀이 시장 조사를 했고, 적절한 가격 조건만 맞으면 대부분의 의료 기관이 그 약품을 대량으로 구입하여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장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원아는 소남의 가까운 존재감에 살짝 혼란스러워하며 나지막이
소남은 설계 도면을 디스크에 저장한 후, 모든 자료를 서류 봉투에 넣었다. 모든 작업을 마친 그는 원아도 샤워를 끝냈을 것이라고 짐작하며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그는 문을 열고 들어갔고, 원아는 이미 샤워를 마치고 화장대 앞에서 꼼꼼하게 스킨케어를 하고 있었다.원아가 고개를 돌려 소남을 보며 말했다. “다 출력했어요?”“다 출력했어요.” 소남이 대답하며 다가 갔고 원아가 일어서자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 “아까 에런한테서 전화가 왔어요.”“무슨 일이죠...” 원아는 갑작스러운 불안감을 느꼈다. 이런 시간에 에런이 전화를
원아는 설계도를 꼼꼼히 살펴보았다.ML그룹의 입찰 이후, 소남이 이렇게 공들여 건축 설계도를 완성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설계도의 세부 사항 하나하나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대표님, 이 설계도 정말 멋져요!” 원아는 감탄하며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을 하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원아는 생물제약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지금은 소남의 건축 설계도에 감탄하고 있는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소남 씨가 방금 내가 한 말을 듣고, 내가 그냥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텐데. 안 그러면
눈이 녹으면서 날씨는 평소보다 더 쌀쌀해졌지만, 이연의 마음은 따뜻했다.예전에는 이연이 감히 송씨 가문 사람들을 마주할 용기도 없었고, 이런 일들을 처리할 결심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욱의 사랑이 이연의 결심을 굳건하게 해주었다. 즉, 이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현욱 씨...” 이연이 나지막이 말했다.“난 항상 여기 있어.” 현욱은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혹시 내가 도울 일이 생기면 꼭 말해줘요.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똑똑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당신을 도울 거예요.” 이연은 결심하
현욱이 그런 표정을 짓는 일은 드물었다. 그래서 원아는 그가 무언가 중요한 일에 직면해 있음을 직감했다.“그렇겠죠.” 비비안도 원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2층.현욱은 소남을 찾아가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소남은 현욱의 계획을 듣고 나서 얼굴이 굳어졌다.“알겠어. 앞으로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이번에는 형님의 도움이 정말 필요해요. 저도 이번만큼은 절대로 사양하지 않을 거예요. 형님은 제 편에 단단히 서주기만 하면 돼요.” 현욱은 말했다.소남의 지지가 있다면, SJ그룹은 쉽게 무너지지 않
막 앉았을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는 윤수정에게서 온 것이었다. 재훈은 전화를 받지 않고, 대신 윤수정에게 톡으로 메시지를 보냈다.[형이 확실히 모든 개인 서류들을 전부 다시 발급한 것 같아요. 그 시기가 꽤 이른 편이었는데, 그때는 우리가 이연을 경계하지 않았을 때였죠.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가 이 문제를 잘 처리하실 거예요.]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재훈은 핸드폰을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소파에 몸을 던졌다.‘송현욱과 이연... 너희 둘이 결혼을 했다고 해도, 내가 너희들을 행복하게 내버려 둘 것 같아!’‘
“할아버지, 지금 금고에 있는 형의 모든 개인 서류를 가지고 한 번 확인해 보세요. 아마 지금은 사용할 수 없는 서류들뿐일 거예요. 할아버지께서 형한테 정략결혼을 추진하실 때, 형은 이미 그때 모든 개인 서류를 다시 재발급 신청을 해서 새롭게 발급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재훈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며, 최대한 차분하게 송상철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송상철의 얼굴은 화가 난 나머지 핏발이 부풀어 올랐고, 유 집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현욱이 이 녀석 당장 데려와.”“예, 어르신.” 유 집사는 이번 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재훈이 지난번 T그룹의 입찰사업계획서를 훔치려다 실패한 일이 있었고, 그는 그 책임을 부하에게 돌렸지만, 송상철은 여전히 그 일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재훈은 지금 자신이 직접 모든 것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네 엄마는 깨어나긴 한 거야?” 송상철이 다시 물었다.“예, 깨어나셨어요.” 재훈은 거실에서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서 있었다. 송상철이 모든 질문을 끝내야만 재훈이 서재로 가서 금고를 열 수 있기 때문이었다.송재훈은 송상철의 모든 질문이 끝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며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