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눈을 감고 쉬고 있는 원아의 모습을 바라보며 소남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몇 번 함께 여행한 경험이 있는 그는 원아가 오늘도 조용할 것이라고 짐작했고, 장거리 이동 수단을 타자마자 휴식을 취할 기회를 잡을 거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소남은 원아에게서 시선을 거두었다.비행이 지연된 탓에 승무원들은 비행기가 이륙한 후 기내식을 나눠주기 시작했다.승무원이 쟁반을 들고 다가오는 모습을 지켜보던 소남은 ‘조용히’ 하라는 손짓을 했다.승무원은 옆자리에서 담요를 덮고 잠든 여성을 발견하고, 조용히 메뉴판을 소남에게 건네기 전에
게다가, 설사 같은 길로 갈 수 있다고 해도 그는 감히 자기 보스와 원아를 방해할 마음이 없었다.소남은 원아를 바라보며 속삭였다.“가시죠, 이제 집에 가야죠.”그 말을 듣던 원아의 귀는 설명할 수 없이 빨갛게 달아올랐다.‘소남 씨가 집에 가자고 했어...’소남의 발걸음을 따라 원아도 공항을 빠져나왔다.밖은 영하 날씨로 매우 춥고 바람도 매섭게 몰아쳤지만, ‘집에 가자’는 소남의 말 때문에 원아의 마음은 유난히 따뜻해졌다.애정 어린 말 한마디에 얼굴이 붉어지던 시절은 이미 오래전의 일이었지만, 소남의 말은 언제든지 원아를
장 기사의 말을 들으며 원아는 마음속으로 한숨만 내쉬었다. 자신이 진짜 좋은 엄마가 될 자격이 없다는 생각을 했다.‘하지만 엄마를 향한 아이들의 애정, 엄마를 그리워하는 마음은, 내가 결국 저버릴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장 기사는 소남과 원아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말했다.“도련님들과 원원 아가씨는 그동안 정말 말을 잘 들었습니다. 어르신과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이 물어본 것은 대표님의 다친 다리가 ‘언제 좋아질 수 있는가’, 그리고 ‘대표님과 교수님은 언제 돌아올 수 있는가’ 같은 것이었습니다.”장 기사의 수
소남은 원아를 한번 보고 말했다.“피곤하면 가서 좀 쉬어요.”“네, 대표님.”원아는 자기 침실로 들어가 문을 닫고 캐리어 안의 옷을 정리하려 했다.캐리어를 열고 그녀는 먼저 안에 있는 물건을 전부 꺼내 침대 위에 놓았다.수건과 옷으로 싸인 트링켓 박스를 보고 그녀는 잠시 멍해져 있다가 수건과 옷을 풀고 트링켓 박스를 열었다.액세서리 한 세트가 그대로 잘 보관되어 있었다.원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녀는 트링켓 박스를 닫고 그것을 옷장 서랍에 넣었다.그녀의 침실은 소남의 침실처럼 금고가 있어서 액세서리 세트를 자물
“네, 대표님.”오현자가 티룸을 나갔다.현욱은 불만을 품고 항의했다.“형님! 제가 왔다갔다하느라 이렇게 피곤한데, 저에게 커피 한 잔밖에 못 줍니까? 사람이 그러면 안 되죠!”“송재훈이 저지른 사고는 네가 해결해야지.”소남은 조금도 사정을 봐주지 않고 현욱의 아픈 곳을 찔렀다.이전에 송재훈이 날뛰고 포악할 때 현욱은 형으로서 막을 의사가 없었다. 오히려 약간의 총애와 함께 내버려둬 왔었다.송씨 일가의 총애까지 더해져 송재훈은 그런 성격으로 자라 곳곳에서 사고를 치고도 잘못을 뉘우칠 기미가 전혀 없었다.그 형이 되는 현
“한 여자가 받았어요. 그때 바로 추적했더니 R국의 아주 작은 도시였고, 특별한 것은 없었어요.”현욱이 말했다.“수상하네.”소남은 깊이 생각하지 않고도 직감적으로 의심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현욱은 고개를 끄덕이며 의심스러운 건 사실이지만, 상대방이 예상이라도 한 듯 너무 잘 대처하고 있었기 때문에 조사를 시작할 방법이 없었다.최성진이 주소를 조사한 후, 현욱이 부하를 몰래 보내 방문하게 했지만, 그때까지도 특별한 것은 없었다.“재훈이 그 녀석이 입찰사업계획서를 살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휴대폰과 카드에 나와 있는 번호와
현욱도 갑자기 다른 일이 생각나서 덧붙였다.“말이 나와서 말인데요, 형님이 성진에게서 전에 받은 그 암살을 알려준 메일 IP 주소, 이미 확실한 것은, A시의 IP 주소라는 거예요. 만약에 정말 형수님이 형님에게 보내준 메일이었으면, 누구를 찾아서 이메일을 보낸 거죠?”현욱이 물었다.‘그리고 형수님은 그렇게 형님에게 알릴 사람을 찾았다면 발각될까 봐 두려워하지 않았을까?’“지금 원아에게는 명목상의 남동생이 한 명 더 있잖아, A시에 있어.” 소남은 차를 우리며 현욱에게 상기시켜 주었다.“아! 맞네요.”현욱은 문득 뭔가
소남이 물었다.“지금 할아버지는 일단 재훈이를 보고 싶어 하지 않아 하세요. 지난번에 재훈이가 사고 친 일들은, 할아버지가 이미 자기 쪽 사람들을 시켜서 확실하게 조사했어요. 비록 우리 어머니도 재훈을 위해 뒷수습을 도와줬지만, 할아버지한테 또 뭔가를 들킨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 할아버지는 당분간 재훈는 꼴도 보기 싫다고 하시네요.”현욱이 말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송상철은 현욱에게도 좋은 얼굴을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현욱이 계속 이연을 고집했기 때문이다.지금 송상철은 이 두 형제 모두 보고 싶지 않았다. 현욱은 만약
소남의 앞에서 원아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없었다.“출근하기 싫은 거예요?”소남은 그녀의 말을 겉으로는 믿는 척하며 물었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 원아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전날부터 출근 준비를 했던 그녀가, 단순히 출근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그런 표정을 지을 리 없었다.‘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것 같아. 하지만 아침부터 무슨 일이 생긴 거지?’소남은 속으로 궁금해하면서도 원아를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원아는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굳이 진실을 캐
“이건 장기적인 투자예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거고, 게다가 당신이 진행 중인 연구도 이제 상용화될 때가 됐어요.” 소남은 원아의 귀에 대고 속삭이며, 살짝 감정이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원아가 진행한 연구는 몇 차례의 임상 실험을 통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었다. 그 후 회사의 마케팅팀이 시장 조사를 했고, 적절한 가격 조건만 맞으면 대부분의 의료 기관이 그 약품을 대량으로 구입하여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장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원아는 소남의 가까운 존재감에 살짝 혼란스러워하며 나지막이
소남은 설계 도면을 디스크에 저장한 후, 모든 자료를 서류 봉투에 넣었다. 모든 작업을 마친 그는 원아도 샤워를 끝냈을 것이라고 짐작하며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그는 문을 열고 들어갔고, 원아는 이미 샤워를 마치고 화장대 앞에서 꼼꼼하게 스킨케어를 하고 있었다.원아가 고개를 돌려 소남을 보며 말했다. “다 출력했어요?”“다 출력했어요.” 소남이 대답하며 다가 갔고 원아가 일어서자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 “아까 에런한테서 전화가 왔어요.”“무슨 일이죠...” 원아는 갑작스러운 불안감을 느꼈다. 이런 시간에 에런이 전화를
원아는 설계도를 꼼꼼히 살펴보았다.ML그룹의 입찰 이후, 소남이 이렇게 공들여 건축 설계도를 완성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설계도의 세부 사항 하나하나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대표님, 이 설계도 정말 멋져요!” 원아는 감탄하며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을 하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원아는 생물제약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지금은 소남의 건축 설계도에 감탄하고 있는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소남 씨가 방금 내가 한 말을 듣고, 내가 그냥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텐데. 안 그러면
눈이 녹으면서 날씨는 평소보다 더 쌀쌀해졌지만, 이연의 마음은 따뜻했다.예전에는 이연이 감히 송씨 가문 사람들을 마주할 용기도 없었고, 이런 일들을 처리할 결심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욱의 사랑이 이연의 결심을 굳건하게 해주었다. 즉, 이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현욱 씨...” 이연이 나지막이 말했다.“난 항상 여기 있어.” 현욱은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혹시 내가 도울 일이 생기면 꼭 말해줘요.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똑똑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당신을 도울 거예요.” 이연은 결심하
현욱이 그런 표정을 짓는 일은 드물었다. 그래서 원아는 그가 무언가 중요한 일에 직면해 있음을 직감했다.“그렇겠죠.” 비비안도 원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2층.현욱은 소남을 찾아가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소남은 현욱의 계획을 듣고 나서 얼굴이 굳어졌다.“알겠어. 앞으로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이번에는 형님의 도움이 정말 필요해요. 저도 이번만큼은 절대로 사양하지 않을 거예요. 형님은 제 편에 단단히 서주기만 하면 돼요.” 현욱은 말했다.소남의 지지가 있다면, SJ그룹은 쉽게 무너지지 않
막 앉았을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는 윤수정에게서 온 것이었다. 재훈은 전화를 받지 않고, 대신 윤수정에게 톡으로 메시지를 보냈다.[형이 확실히 모든 개인 서류들을 전부 다시 발급한 것 같아요. 그 시기가 꽤 이른 편이었는데, 그때는 우리가 이연을 경계하지 않았을 때였죠.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가 이 문제를 잘 처리하실 거예요.]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재훈은 핸드폰을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소파에 몸을 던졌다.‘송현욱과 이연... 너희 둘이 결혼을 했다고 해도, 내가 너희들을 행복하게 내버려 둘 것 같아!’‘
“할아버지, 지금 금고에 있는 형의 모든 개인 서류를 가지고 한 번 확인해 보세요. 아마 지금은 사용할 수 없는 서류들뿐일 거예요. 할아버지께서 형한테 정략결혼을 추진하실 때, 형은 이미 그때 모든 개인 서류를 다시 재발급 신청을 해서 새롭게 발급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재훈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며, 최대한 차분하게 송상철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송상철의 얼굴은 화가 난 나머지 핏발이 부풀어 올랐고, 유 집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현욱이 이 녀석 당장 데려와.”“예, 어르신.” 유 집사는 이번 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재훈이 지난번 T그룹의 입찰사업계획서를 훔치려다 실패한 일이 있었고, 그는 그 책임을 부하에게 돌렸지만, 송상철은 여전히 그 일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재훈은 지금 자신이 직접 모든 것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네 엄마는 깨어나긴 한 거야?” 송상철이 다시 물었다.“예, 깨어나셨어요.” 재훈은 거실에서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서 있었다. 송상철이 모든 질문을 끝내야만 재훈이 서재로 가서 금고를 열 수 있기 때문이었다.송재훈은 송상철의 모든 질문이 끝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며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