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아는 커피잔을 받아들었다. 문득 자신이 방금 무엇인가를 누설하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살짝 들었다. ‘어쨌든 소남 씨는 물을 마시러 가겠다고 말했지만, 내가 소남 씨가 실은 커피를 마시고 싶은 걸 아는 것처럼 말해버렸어... 이런 나도 그렇게 많이 생각할 시간이 없었으니...’원아는 커피잔을 들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소남은 그녀의 그림자가 계단에서 사라지는 것을 보고 몸을 돌려 방으로 들어가 자신을 위한 우유 한 잔을 기다렸다.‘원아는 여전히 예전의 원아야. 이 여자는 나에 대해 모든 걸 다 잘 알고 있고, 심지어 사소한
원아는 소남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그의 방을 나왔다.소남은 책상 위의 놓여있는 따뜻한 우유를 보다가 들고 한 모금 마셨다.그는 우유 냄새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원아가 가져온 우유는 거부하지 않았다.분명히 같은 브랜드의 우유이고 식감도 같지만, 원아가 데우면 맛이 달라진다. 전에 고택의 요리사에게도 우유를 데워달라고 했지만, 그 맛은 원아가 데운 것과 달랐다.같은 우유가 그녀의 손을 거치면 달라진다.소남은 깊은 눈빛으로 컵에 든 우유를 바라보며 말했다.“원아야, 언제 정식으로 나에게 돌아와줄래?”...다음날.
“서 교수님, 연구에 관한 자료들은 제가 이미 다 보았습니다. 저도 쓸데없는 말을 많이 하고 싶지 않으니 바로 회의를 시작해서 먼저 연구 방향을 토론하고,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야 할지 함께 이야기해봅시다.”“네, 회의실은 이미 준비되었습니다.” 서 교수는 ‘염초설’이 아무런 조건도 제시하지 않는 것을 보고 더욱 의외라고 생각했다.만약 다른 교수였다면, 틀림없이 여러 가지 조건을 제시하여 자신을 난처하게 할 것이며 도와주면서 자기 이익도 얻어 가려 할 것이다.그런 게 바로 사회의 현실이니까.서두인 교수도 자신의 이익을 남에게
송현욱은 송재훈이 배후에서 음모를 꾸몄다는 증거를 보내 달라고 소남에게 부탁했다.소남은 문자를 보고 몇 초 동안 침묵하다가 한마디 대답했다.“알았어.”송재훈이 원아를 납치해 협박하는 일이 생긴 이후로 송현욱과 더 많은 일을 조사했다.비록 송재훈은 현재 자신의 회사를 끊임없이 확장하고 있고, 비록 업무상 두 그룹의 주요 업무는 같지만, 송현욱으로부터 사업을 빼앗을 의사는 조금도 없어 보였다.그러나 이것들은 모두 표면적인 것이다. 그저 송씨 가문의 어른들에게 보여주려는 것이다.어쨌든 송씨 가문의 사람들은 자신의 체면을 위해
그래서 이후에 현욱도 자신이 이연을 위해서 아직 많이 잘해주지 못했다는 걸 깨닫고 좀 더 많이 잘 해주려 다짐했을 때, 갑자기 송씨 가문의 어른들이 억지로 박씨 가문의 딸인 박인서와 약혼을 강요했다. 그때 현욱은 거절할 수 없었다. 그걸 거절하면 다치는 사람은 바로 이연이니까.여러 가지를 고려한 후 현욱은 결국 약혼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는 이연은 자신을 여전히 사랑하니 그렇게 쉽게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가 막 박인서와의 약혼을 공개하자마자 한 치의 미련도 없이 바로 이연이 자신을 떠날 거라고는 정말 생각지도 못
현욱은 이전에는 송재훈의 성장을 도울 수 있었고, 지금은 그의 성장을 꺾을 수 있다. 단지 시간문제일 뿐이다.현욱은 여전히 송씨 가문의 식구들을 다 자신의 가족으로 여겼지만 송재훈이 이연에게 손을 댄 그 순간부터 그는 더 이상 송재훈을 자기 동생으로 여기지 않았다.간호사는 퇴원서류를 들고 들어와 두 사람이 꼭 잡은 손을 보고는 눈에 부러움을 드러냈다.“보호자님, 환자분 퇴원 수속은 이미 다 처리되었습니다. 여기 보호자님 신용카드입니다. 그리고 이건 퇴원 서류입니다.”“감사합니다.” 이연은 손을 빼서 영수증과 신용카드를 받아
“걱정하지 마, 그 녀석 공격을 당해서 지금 침대에서 내려올 수도 없고 널 다치게 할 수도 없어.” 현욱은 이연의 감정을 알아차리고 달래고 있었다.이연은 ‘피식’ 웃었다.“공격? 초설 씨가 그렇게 대단해요?”“좀 이따가 보면 알겠지.” 현욱은 대충 상황을 알고 있다. 이연이 긴장이 풀린 듯 하자 송재훈의 병실 문을 열었다.윤수정과 송상철은 모두 병실에 있었다.윤수정은 송현욱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원래 아무런 표정도 없다가 그의 곁에 있는 여자를 보고는 갑자기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말했다.“현욱아, 네 동생이 다쳐서 입
“그럼 우리 아들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왜 매달려? 내가 너한테 돈 줬잖아? 그때도 싫다고 했잖아! 아니면 지금 후회하는 거야? 하긴, 너 같은 애가 우리 아들한테 접근하는 건 다 돈 때문이잖아? 말해 봐, 얼마야. 얼마를 원하니?” 윤수정은 경멸하는 눈으로 주머니에서 백지수표를 꺼내 이연에게 수표를 끊어 주려고 했다.“저는 돈은 필요 없어요. 예전에도 필요 없었고, 지금도 필요 없고, 앞으로도 필요 없습니다.”이연은 현욱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원래는 이곳에 가만히 서서 그가 스스로 해결하도록 하려고 했지만 지금은 참지 못하
소남의 앞에서 원아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없었다.“출근하기 싫은 거예요?”소남은 그녀의 말을 겉으로는 믿는 척하며 물었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 원아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전날부터 출근 준비를 했던 그녀가, 단순히 출근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그런 표정을 지을 리 없었다.‘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것 같아. 하지만 아침부터 무슨 일이 생긴 거지?’소남은 속으로 궁금해하면서도 원아를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원아는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굳이 진실을 캐
“이건 장기적인 투자예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거고, 게다가 당신이 진행 중인 연구도 이제 상용화될 때가 됐어요.” 소남은 원아의 귀에 대고 속삭이며, 살짝 감정이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원아가 진행한 연구는 몇 차례의 임상 실험을 통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었다. 그 후 회사의 마케팅팀이 시장 조사를 했고, 적절한 가격 조건만 맞으면 대부분의 의료 기관이 그 약품을 대량으로 구입하여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장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원아는 소남의 가까운 존재감에 살짝 혼란스러워하며 나지막이
소남은 설계 도면을 디스크에 저장한 후, 모든 자료를 서류 봉투에 넣었다. 모든 작업을 마친 그는 원아도 샤워를 끝냈을 것이라고 짐작하며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그는 문을 열고 들어갔고, 원아는 이미 샤워를 마치고 화장대 앞에서 꼼꼼하게 스킨케어를 하고 있었다.원아가 고개를 돌려 소남을 보며 말했다. “다 출력했어요?”“다 출력했어요.” 소남이 대답하며 다가 갔고 원아가 일어서자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 “아까 에런한테서 전화가 왔어요.”“무슨 일이죠...” 원아는 갑작스러운 불안감을 느꼈다. 이런 시간에 에런이 전화를
원아는 설계도를 꼼꼼히 살펴보았다.ML그룹의 입찰 이후, 소남이 이렇게 공들여 건축 설계도를 완성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설계도의 세부 사항 하나하나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대표님, 이 설계도 정말 멋져요!” 원아는 감탄하며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을 하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원아는 생물제약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지금은 소남의 건축 설계도에 감탄하고 있는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소남 씨가 방금 내가 한 말을 듣고, 내가 그냥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텐데. 안 그러면
눈이 녹으면서 날씨는 평소보다 더 쌀쌀해졌지만, 이연의 마음은 따뜻했다.예전에는 이연이 감히 송씨 가문 사람들을 마주할 용기도 없었고, 이런 일들을 처리할 결심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욱의 사랑이 이연의 결심을 굳건하게 해주었다. 즉, 이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현욱 씨...” 이연이 나지막이 말했다.“난 항상 여기 있어.” 현욱은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혹시 내가 도울 일이 생기면 꼭 말해줘요.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똑똑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당신을 도울 거예요.” 이연은 결심하
현욱이 그런 표정을 짓는 일은 드물었다. 그래서 원아는 그가 무언가 중요한 일에 직면해 있음을 직감했다.“그렇겠죠.” 비비안도 원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2층.현욱은 소남을 찾아가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소남은 현욱의 계획을 듣고 나서 얼굴이 굳어졌다.“알겠어. 앞으로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이번에는 형님의 도움이 정말 필요해요. 저도 이번만큼은 절대로 사양하지 않을 거예요. 형님은 제 편에 단단히 서주기만 하면 돼요.” 현욱은 말했다.소남의 지지가 있다면, SJ그룹은 쉽게 무너지지 않
막 앉았을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는 윤수정에게서 온 것이었다. 재훈은 전화를 받지 않고, 대신 윤수정에게 톡으로 메시지를 보냈다.[형이 확실히 모든 개인 서류들을 전부 다시 발급한 것 같아요. 그 시기가 꽤 이른 편이었는데, 그때는 우리가 이연을 경계하지 않았을 때였죠.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가 이 문제를 잘 처리하실 거예요.]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재훈은 핸드폰을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소파에 몸을 던졌다.‘송현욱과 이연... 너희 둘이 결혼을 했다고 해도, 내가 너희들을 행복하게 내버려 둘 것 같아!’‘
“할아버지, 지금 금고에 있는 형의 모든 개인 서류를 가지고 한 번 확인해 보세요. 아마 지금은 사용할 수 없는 서류들뿐일 거예요. 할아버지께서 형한테 정략결혼을 추진하실 때, 형은 이미 그때 모든 개인 서류를 다시 재발급 신청을 해서 새롭게 발급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재훈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며, 최대한 차분하게 송상철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송상철의 얼굴은 화가 난 나머지 핏발이 부풀어 올랐고, 유 집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현욱이 이 녀석 당장 데려와.”“예, 어르신.” 유 집사는 이번 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재훈이 지난번 T그룹의 입찰사업계획서를 훔치려다 실패한 일이 있었고, 그는 그 책임을 부하에게 돌렸지만, 송상철은 여전히 그 일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재훈은 지금 자신이 직접 모든 것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네 엄마는 깨어나긴 한 거야?” 송상철이 다시 물었다.“예, 깨어나셨어요.” 재훈은 거실에서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서 있었다. 송상철이 모든 질문을 끝내야만 재훈이 서재로 가서 금고를 열 수 있기 때문이었다.송재훈은 송상철의 모든 질문이 끝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며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