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급해진 원아는 노크도 하지 않고 대표실의 문을 열었다.마침 V넥 정장 차림의 하지윤이 문소남 가까이에서 무엇인가 이야기하고 있었다.그녀는 평소와는 다르게 오늘따라 섹시한 모습이었다.원아가 들어오는 것을 본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소남을 바라봤다.“대표님, 그럼 이번 사업 공모안은 우선 이렇게 작성하도록 하겠습니다. 구체적인 세부 사항은 최대한 빨리 계획서를 작성해 대표님께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저는 먼저 가보겠습니다.”하지윤이 떠나자, 소남은 손에 든 만년필을 내려놓고 부드러운 눈빛으로 원아를 바라보며 손짓했다
동준이 떠난 후. 원아는 곧 쓰러질 것 같은 소은을 부축하여 화장실 밖 휴게실 의자에 앉혔다.원아는 휴지를 꺼내 눈가의 눈물을 닦아주며 물었다.“언니, 언니와 동 비서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소은은 손으로 창백한 얼굴을 감추고는 눈물을 애써 참았다.“원아, 나는 지금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비록 그녀와 원아가 안 지는 겨우 일 년 남짓했지만, 둘의 관계는 직장동료를 넘어서 자매 사이 같았다. 소은은 때때로 혼자 마음속에 담고 있기에는 너무 답답한 문제들을 원아에게 털어놓았다. 주변에 아무리 친구
회의실에는 성별을 막론한 다양한 연령대의 스무 명 남짓한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대부분 어느 정도 나이가 있었고, 가끔 젊은 엘리트들도 보였다. 모두 T그룹의 핵심 임원단이었다. 소남은 맞춤으로 제작한 고급 정장을 입고 맨 앞에 앉아 있었다. 그의 큰 키와 탁월한 분위기는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회의 테이블에 앉아 업무를 논의하고 있는 그들의 표정은 어두웠다.가라앉은 분위기는 십 분이 넘게 이어졌다.귀밑머리가 희끗희끗한 이사회 원로 주진웅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문 대표님, 저는 이번 ‘나가자' 앱을 인수하자는 의견에 동의
“저는 이 문제는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봅니다.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도입하게 되면, 초기 홍보와 투자가 터무니없이 많아집니다. 까딱 잘못했다가는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일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나가자' 앱이 이익을 낼지 아닐지는 아직 알 수 없기에 위험을 감수하고 사업을 확장하는 것을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문 대표님, 저도 이사회의 원로 중 한 명이니 반대표를 가질 자격이 있습니다. 저는 절대 동의할 수 없습니다!”소남은 기다란 손가락으로 책상 위를 세게 두드렸다. 그는 날카롭게 말했다.“주 이사님, 이 이사님, 저
밤 11시가 되자, 임 지사 부부는 잠자리에 들었다. 그들의 생활 패턴은 늘 일정했다.임영은은 고급스럽게 꾸며진 핑크빛 방에서 마치 공주라도 된 듯 꽃잎이 띄워진 욕조에 발을 담갔다. 그녀는 안수지를 손짓하며 불렀다. “이리 와. 발 좀 씻겨 줘!”안수지는 표정 없는 얼굴로 그녀 앞에 쪼그리고 앉았다.영은은 웃으며 발을 내밀었다.하지만 안수지는 영은이 발을 담그고 있던 물을 그녀의 몸에 힘껏 뿌렸다.“발을 씻기라고? 너, 감히 내가 누군 줄 알고 이래라 저래라야?”영은은 난데없이 물벼락을 맞고는 황당한 얼굴로 그녀를 바
저녁노을이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게 지고 있었다.T그룹 근처 카페 안은 부드러운 선율의 피아노 소리가 손님들의 대화를 방해하지 않을 정도로 가볍게 흐르고 있었다.이곳은 원아가 가끔 오는 곳으로 익숙한 곳이었다. 분위기나 서비스 면에서 모든 것이 완벽에 가까웠기 때문에 고객들과 만남도 여기서 이루어진 적이 많았다. 중요한 합작 프로젝트도 여기서 성사됐었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원아는 뜨거운 김이 나는 커피를 스푼으로 저으면서도 전혀 마실 생각이 없었다.그녀는 잠시 망설이다가 고개를 들고 물었다.“수지 씨, 물어보고 싶
아무 말이 없는 원아를 본 안수지는 자신의 감정이 너무 격앙되어 있었던 것을 깨닫고는 좀 더 차분해진 톤으로 말했다.“원아 씨, 제가 감정 조절이 잘 안 됐어요. 미안해요. 하지만 당신은 제가 친부모를 오랫동안 찾아왔다는 것을 알고 있잖아요. 그동안 겪었던 마음의 고통과 좌절은 아무도 몰라요. 이제 저는 그분들을 어렵게 다시 만났어요.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당신은 몰라요. 전 지금 느끼고 있는 행복을 망치고 싶지 않아요. 제 마음을 이해할 수 있어요? 오늘은 여기까지만 해요. 전 이제 드레스를 입어보러 가야 해요. 원아 씨도 그
서 교수는 자신의 직권을 이용해 리베이트를 받은 증거 자료와 DNA 조작 증거 자료를 보며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임영은에게 돈을 받고 그녀의 거짓말에 동조한 이후로 그는 계속 마음이 편치 않았다.그리고 결국, 이렇게 일이 터지고 말았다. 서 교수는 믿을 수 없다는 얼굴이었다.‘도대체 어떤 사람이 무슨 능력으로 이것들을 다 조사한 거지?’그는 온몸의 힘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끼며 눈앞에 서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당신은 대체 누구십니까? 내게 원하는 것이 뭐예요?”동준은 서 교수를 노려보며 냉담하게 말했다.“제가 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