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의 시합은 어른들의 관심을 끌었다. 모두 기대감으로 흥분한 상태였다. 소남과 원아도 가던 길을 멈추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구경했다.어리지만 날렵한 두 아이가 풀밭에서 대결을 펼쳤다. 훈아는 무예의 바탕이 탄탄하고 주먹과 발이 모두 날렵해 그의 무예 실력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반면, 성택은 기본 바탕은 조금 약했지만, 실전 경험이 풍부해서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승부는 쉽게 나지 않았다. 시합이 더 오래가면, 두 아이에게 남는 것은 상처뿐일지 몰랐다. “이제 그만하렴. 다치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 훈
그는 임신한 원아를 조심스럽게 보호하고 있었는데, 보는 이들의 부러움을 살 정도로 다정한 모습이었다. 관광객들은 잘 어울리는 한 쌍을 보고 몰래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기도 했다.소남은 원아를 부축해 계속 걸었고, 둘의 뒷모습은 관광객들의 눈에 이미 하나의 풍경으로 여겨졌다. 뒤쪽, 멀지 않은 곳에서 중년 부부가 딸과 함께 걷고 있었다. 그들은 깡충깡충 뛰며 즐거워하는 딸을 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부인은 딸의 몸이 많이 좋아진 것을 보며 기뻐하다가, 갑자기 강제 철거 사건을 떠올렸다. 그녀는 한숨을 내쉬었다.“여보,
원아는 아이의 얼굴을 천천히 바라보며 물었다.“넌 작년에 매우 아팠던 그 아이구나?”소녀는 자기를 알아본 것이 기쁜지 얼굴에 웃음이 가득 머금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본 원아도 덩달아 웃음이 났다. “지금은 건강해? 부모님도 잘 계시고?”얼마 전까지만 해도 산이라는 소녀는 중병으로 인해 숨이 넘어가기 직전이었고 많이 말라 있었다. 그러나 지금 소녀는 얼굴색이 붉고 윤기가 흐르며 활력이 넘쳐 보였다. 이전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어서 몸이 많이 좋아졌음을 알 수 있었다.“이모가 저를 기억하고 계셔서 정말 기뻐요
익준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관자놀이 옆에 핏줄이 솟아올라 있어 마치 화를 참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단지, 보라를 끌고 계속 깊은 곳으로 걸어갈 뿐이었다!보라는 피곤이 몰려왔다. 그녀는 잠시 쉬자고 말하고 싶었지만 무서워서 아무 말 못 하고 그저 이를 악물고 따라가기만 했다.그러다 갑자기 익준이 그녀를 늙은 나무 기둥에 대고 누르기 시작했다. 보라는 공포에 질려 소리를 질렀다. “아…… 놔줘요! 왜 이러는 거예요?”익준은 얼굴 가득 분노를 품은 채 보라의 입술에 거칠게 입을 맞췄다. “안익준, 당신…….”보라는
보라는 결국 아이를 지킬 수 없었다. 원아가 병실에서 그녀를 만났을 때, 그녀는 순식간에 더 야위어 있었다. 창백한 얼굴은 더욱 연약해 보였다.그녀의 손바닥만 한 작은 얼굴에는 잿빛 절망이 가득했고, 눈빛은 텅 비어, 마치 영혼이 떠난 사람 같았다.“보라 씨…….”원아는 그녀를 바라보며 마음이 아파 그녀의 가녀린 팔을 가볍게 쥐며 위로했다.“너무 슬퍼하지 말아요. 몸조리도 잘해야 해요. 지금 당신 몸이 가장 중요하니까요. 아이는 앞으로 또 낳을 수 있을 거예요…….”“아니요. 앞으로 더는 아이를 갖지 않을 거예요…….”
원아가 근거 없는 소문으로 난처했던 것은 출근 첫날뿐이었다. 물어볼 것도 없이 문소남이 힘을 쓴 것이었다. 원아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은 결과를 기다리는 것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비록 최근 서현과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기는 했지만 말이었다. 하지만 이제 원아는 그런 것들이 별로 신경 쓰이지 않았다. 그녀는 결코 나약한 여자가 아니었다. 이전에는 서 팀장이 자신의 상사이기 때문에 되도록 피하고 싶었지만, 이번 일로 깨달은 바가 있었다.동준으로부터 전해 들은 소식은 원아의 마음을 진작시키기에 충분했다.큰 상을 걸면
하지윤은 천천히 일어나 서현의 앞으로 걸어갔다.서현은 몸이 떨려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했다.“하 부장님, 너무하신 거 아니에요? 어떻게 이렇게까지 하세요?”하지윤은 눈을 감고 말했다.“서 팀장, 지금 내가 뭘 어쨌다고 그러는 거예요? 난 가만히 있는데, 당신이 날 건들었잖아요.”하지윤의 눈에 서현은 말 잘 듣고 이용하기 좋은 애완견 같은 존재일 뿐이었다.마음에 들면, 맛있는 ‘고기’를 몇 입 먹게 하고 그렇지 않으면 버리면 되는 거였다.만약 서현이 자신을 위해 그렇게 많은 일을 하지 않았더라면, 진작 버려졌을 것이다
서현은 원아의 마음이 여린 편이며, 문 대표가 그녀를 끔찍이도 사랑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만약, 원아가 자신을 도와준다면 하직 한 가닥 희망은 있는 셈이었다. 서현은 이제껏 원아를 위에서 내려다보는 입장이었다. 자존심이 센 그녀가 부하 직원에게 사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그러나 지금은 그것 외에 아무런 방법이 없었다.하지만 서현을 바라보는 원아의 얼굴은 냉정했다. “이 사건은 시험 주최 측에게 결정권이 있어요. 저에게는 아무런 권리가 없다는 말이에요.”눈물로 화장이 지워진 서현의 얼굴은 보기에도 안쓰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