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아는 비굴하지도 오만하지도 않게 말했다. “할머님, 아무리 돈이 많아도 우리 학교 졸업장은 살 수가 없어요. 세인트앤드루스 대학교는 공정하고 엄밀하기로 유명하거든요. 세계 최고의 과학연구와 실력 있는 교수들이 있어요. 종합 실력은 옥스퍼드 대학교와 케임브리지 대학교에 뒤지지 않을뿐 아니라 영국에서도 3위 안에 들어요. 우리 학교는 최고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최악도 아니에요.”원아의 담담한 말은 할머니의 입을 다물게 했다.그와 동시에 임영은은 부끄러워 얼굴을 붉혔다.임영은이 다니는 런던예술대학교는 비록 명문대처럼 들리지만, 종
한편, 임 노인은 며느리 주희진에게 원아가 그린 설계도를 가져오라고 했다.두 사람은 흥미진진하게 건축 설계 방면의 작은 세부 사항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비록 임 노인과 원아는 나이 차이가 크게 났지만, 그들의 대화에는 아무런 장애물도 없었다.임 노인은 평생 정치를 했지만, 책을 많이 읽은 까닭에 지식의 폭이 매우 넓었다. 심지어 경력이 아직은 부족한 건축가들도 모르는 일부 전문 용어를 완전히 이해하고 있어 원아의 감탄을 끌어냈다.임 노인은 원아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원아는 젊었지만, 결코 겉만 번지르르한 꽃병 같은
원아는 고개를 높이 쳐든 영은을 보며 어이가 없어 말이 나오지 않았다.임영은은 마침내 둘의 대화 사이에 끼어들 수 있게 된 것에 의기양양했다. 자신의 발언으로 원아의 말문을 막고 나니 더욱 자기 말이 옳은 것처럼 생각됐다.하지만, 임 노인은 불쾌한 얼굴로 영은을 나무랐다. “고급 전원주택에서 채소를 기르는 게 어때서? 꽃은 구경만 하고 먹을 수도 없지만, 유기농 음식은 먹을 수 있지 않으냐? 먹는 것이야말로 가장 실용적이다! 게다가, 내 신분이 어떻길래 채소를 키울 수 없지?”“고대 많은 명가 중에는 산림에서 은거한 사람도
임영은이 화장실로 들어왔다.원아는 침착하게 임영은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했다.“임영은 씨.”원아는 바깥에 있는 세면대 쪽으로 걸어갔다.손 세정제를 조금 짜 막 손을 씻으려던 차에 원아는 화장실 거울에 비친 임영은의 차가운 얼굴을 보았다.임영은의 생김새는 순박했고, 얼굴에는 분명 웃음이 가득했지만, 원아는 늘 싸한 느낌을 받았다.원아는 임영은이 그렇게 단순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녀는 명품매장에서 임영은이 자신에게 한 행동과 T그룹 광고를 촬영할 때 일부러 자기에게 매니저 일을 시켰던 것을 잊지 않고 있었
임영은은 원아의 말에 화가 나, 이를 악물었다.그녀의 얼굴에는 여러 가지 감정이 한데 뒤섞여 있었다. 무력한 좌절감 같은 것이 그녀를 지배해버린 것 같았다.원아가 막 화장실 문을 열고 나가려던 참에 임영은이 앞을 막아섰다.“나는 너희들이 어떻든 상관없어. 하지만 내가 마음에 드는 남자는 반드시 얻고 말 거야! 너 같은 천한 여자가 다시는 내 남자를 건드리지 못하게 할 거라고!”원아는 화가 났지만 도리어 웃어 보였다.‘임영은이란 여자는 왜 이렇게 뻔뻔하지? 소남 씨가 자기 남자라니?!’“임영은 씨, 당신은 소남 씨의 현재
원아는 문소남을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그가 임씨 고택에서 한 말을 떠올리고는 조금 망설이다 물었다.“임 노인 고택에서 우리가 5월 1일에 결혼한다고 했는데,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에요?”문소남은 차의 속도를 좀 늦추었다.남자의 검은 눈동자가 원아를 향했고, 곧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원래 당신에게 깜짝 선물을 주려고 했는데, 이렇게 먼저 말하게 될 줄은 몰랐어. 원아, 5월 1일에 당신과 성대한 결혼식을 올리고 싶어. 당신은 내 아이의 엄마이고, 문소남 평생 가장 사랑하는 여자임을 온 세상에 알리려고 해.”“우…… 우리 정
임영은의 눈에서 억울함이 가득 담긴 눈물이 흘러내렸다.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며 한없이 처량한 표정을 지었다. 마치 전 세계를 통틀어 가장 억울하게 버림받은 여자 같았다.전부터 영은은 얻고 싶은 것이 생기면 이런 방법을 썼다. 이 수법은 꽤 유용했다. 그녀가 눈물을 흘리기만 하면 얻으려 하는 것이 무엇이든 어머니는 항상 방법을 찾아내 자신을 만족시켰다.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주희진은 깊은 한숨을 내쉬더니 휴지 한 장을 꺼내 따뜻한 손길로 눈물을 닦아주었다.“영은아, 엄마를 믿어라, 너와 문소남과는 인연이 아니야. 더구
[원아야, 너의 결혼식에 언니가 참석해야 하는 건 당연해. 하지만, 이렇게 배 나온 임산부가 들러리가 되는 것은 이상하지 않아? 엉엉, 그때 신부 들러리 드레스를 입고 지퍼가 안 잠기면 얼마나 창피하겠냐!]이연도 음성 메시지를 보냈다. [하하하, 언니, 그때는 특대 사이즈 드레스를 입으면 돼요. 며칠 전에 제가 교회에서 백 킬로그램이 넘은 여자를 봤는데 웨딩드레스를 예쁘게 입고 신랑과 결혼식을 올렸어요. 언니는 지금 겨우 오십 킬로그램 조금 넘었으니 괜찮을 거예요.]단톡방은 달콤하고 즐거운 분위기로 가득했다.세 사람은 다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