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아는 고개를 높이 쳐든 영은을 보며 어이가 없어 말이 나오지 않았다.임영은은 마침내 둘의 대화 사이에 끼어들 수 있게 된 것에 의기양양했다. 자신의 발언으로 원아의 말문을 막고 나니 더욱 자기 말이 옳은 것처럼 생각됐다.하지만, 임 노인은 불쾌한 얼굴로 영은을 나무랐다. “고급 전원주택에서 채소를 기르는 게 어때서? 꽃은 구경만 하고 먹을 수도 없지만, 유기농 음식은 먹을 수 있지 않으냐? 먹는 것이야말로 가장 실용적이다! 게다가, 내 신분이 어떻길래 채소를 키울 수 없지?”“고대 많은 명가 중에는 산림에서 은거한 사람도
임영은이 화장실로 들어왔다.원아는 침착하게 임영은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했다.“임영은 씨.”원아는 바깥에 있는 세면대 쪽으로 걸어갔다.손 세정제를 조금 짜 막 손을 씻으려던 차에 원아는 화장실 거울에 비친 임영은의 차가운 얼굴을 보았다.임영은의 생김새는 순박했고, 얼굴에는 분명 웃음이 가득했지만, 원아는 늘 싸한 느낌을 받았다.원아는 임영은이 그렇게 단순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녀는 명품매장에서 임영은이 자신에게 한 행동과 T그룹 광고를 촬영할 때 일부러 자기에게 매니저 일을 시켰던 것을 잊지 않고 있었
임영은은 원아의 말에 화가 나, 이를 악물었다.그녀의 얼굴에는 여러 가지 감정이 한데 뒤섞여 있었다. 무력한 좌절감 같은 것이 그녀를 지배해버린 것 같았다.원아가 막 화장실 문을 열고 나가려던 참에 임영은이 앞을 막아섰다.“나는 너희들이 어떻든 상관없어. 하지만 내가 마음에 드는 남자는 반드시 얻고 말 거야! 너 같은 천한 여자가 다시는 내 남자를 건드리지 못하게 할 거라고!”원아는 화가 났지만 도리어 웃어 보였다.‘임영은이란 여자는 왜 이렇게 뻔뻔하지? 소남 씨가 자기 남자라니?!’“임영은 씨, 당신은 소남 씨의 현재
원아는 문소남을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그가 임씨 고택에서 한 말을 떠올리고는 조금 망설이다 물었다.“임 노인 고택에서 우리가 5월 1일에 결혼한다고 했는데,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에요?”문소남은 차의 속도를 좀 늦추었다.남자의 검은 눈동자가 원아를 향했고, 곧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원래 당신에게 깜짝 선물을 주려고 했는데, 이렇게 먼저 말하게 될 줄은 몰랐어. 원아, 5월 1일에 당신과 성대한 결혼식을 올리고 싶어. 당신은 내 아이의 엄마이고, 문소남 평생 가장 사랑하는 여자임을 온 세상에 알리려고 해.”“우…… 우리 정
임영은의 눈에서 억울함이 가득 담긴 눈물이 흘러내렸다.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며 한없이 처량한 표정을 지었다. 마치 전 세계를 통틀어 가장 억울하게 버림받은 여자 같았다.전부터 영은은 얻고 싶은 것이 생기면 이런 방법을 썼다. 이 수법은 꽤 유용했다. 그녀가 눈물을 흘리기만 하면 얻으려 하는 것이 무엇이든 어머니는 항상 방법을 찾아내 자신을 만족시켰다.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주희진은 깊은 한숨을 내쉬더니 휴지 한 장을 꺼내 따뜻한 손길로 눈물을 닦아주었다.“영은아, 엄마를 믿어라, 너와 문소남과는 인연이 아니야. 더구
[원아야, 너의 결혼식에 언니가 참석해야 하는 건 당연해. 하지만, 이렇게 배 나온 임산부가 들러리가 되는 것은 이상하지 않아? 엉엉, 그때 신부 들러리 드레스를 입고 지퍼가 안 잠기면 얼마나 창피하겠냐!]이연도 음성 메시지를 보냈다. [하하하, 언니, 그때는 특대 사이즈 드레스를 입으면 돼요. 며칠 전에 제가 교회에서 백 킬로그램이 넘은 여자를 봤는데 웨딩드레스를 예쁘게 입고 신랑과 결혼식을 올렸어요. 언니는 지금 겨우 오십 킬로그램 조금 넘었으니 괜찮을 거예요.]단톡방은 달콤하고 즐거운 분위기로 가득했다.세 사람은 다시
오한석을 본 주소은은 순간 멍했다.세월이 흘러 일 년 또 일 년이 지났는데, 지금 와서 자신의 옛 연인을 다시 만나게 될 줄이야.한때 그녀의 모든 것을 바쳤던 남자가 지금 풍만한 몸매의 여자 곁에서 얼굴 가득 알랑대는 표정을 짓고 있다.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가슴이 쓰리기도 하고 또 우습기도 한 소은이다.5년을 함께 했었다.서로가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던 날들이었다. 두 사람 모두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았지만, 오한석의 집이 더 가난했다. 그런 그를 위해 학교 다니는 동안에도 여러 개의 아르바이트를 뛰었고, 그렇게 두 사람
허영교가 손으로 때리고 발로 차고 해도, 오한석은 꼼짝 못했다.허영교가 화를 다 낼 때쯤 꼬집혔던 오한석의 귀가 부풀어 올랐다. 그제야 오한석은 뻔뻔한 얼굴로 허영교의 풍만한 몸을 끌어안았다.살이 너무 찐 허영교의 몸을 오한석의 팔로는 절반밖에 안을 수가 없어 정말 우스운 모양새였다.오한석은 다른 사람의 시선은 거들떠도 보지 않은 채 허영교의 기름진 얼굴에다 춥춥 소리와 함께 뽀뽀했다.그리고 허영교를 달래며 말했다.“여보, 당신이 내 복덩이야. 내 눈에는 당신이 제일 예뻐. 다른 여자는 두 번 다시 쳐다보지 않을게.”허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