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윤은 원래 대표실에 와서 문소남에게 왜 중간에 협상이 바뀌었는지 물어보려고 했다.분명히 회의 시작 전에 이미 약속한 내용이었고, 그랬다면 오늘 VIVI 그룹과 계약이 성사되었을 것이었다.문 대표의 뜻을 물으러 왔다가 뜻하지 않게 지윤은 자신의 가슴을 갈기갈기 찢는 장면을 보고 말았다. 하지윤은 목구멍이 무언가에 막힌 듯 답답하고 괴로웠다. 가슴은 불에 타는 것처럼 점점 더 아파졌다.문소남을 처음 보았을 때 하지윤은 이미 그에 대한 정이 깊은 상태였다.국제 유명 설계 및 다자인 대학을 졸업한 재능이 넘쳤던 하지윤은 많은 대
여자가 살며시 몸을 돌리자 하지윤은 얼른 뒤로 물러났다.그녀의 도도한 어깨는 여전히 곧게 펴져 있었고, 아름다운 눈동자는 천년의 얼음처럼 차가웠다.대표실 안에서 애틋하게 키스하던 커플은 너무 집중한 나머지 하지윤이 문 앞에 그렇게 오래 서 있었다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야 문소남은 원아를 놓아주었다.뜨거운 키스를 마친 원아의 아름다운 얼굴에 홍조가 돌았다.이런 원아를 보고 있으면 소남의 마음속 가장 부드러운 곳이 살아나며 더욱 세심한 보살핌을 주고 싶어졌다. 문소남은 다시 원아의 입술에 뽀뽀했다
원아는 한마디 말도 없었다.하지윤이 문소남의 차에 여성 속옷을 일부러 남겨두었을 때부터 그녀가 의뭉스러운 여자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그러나 원아는 자기와 문소남 사이의 감정은 그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것이라 믿었다.하지윤이 아무리 갖은 수단을 쓴다고 해도 소용없었다. 문소남이 사랑하는 여자는 결국 원아 하나뿐이었다.만약 문소남이 정말 하지윤에게 마음이 있었다면 그들은 벌써 맺어졌을 것이고, 지금까지 기다릴 필요도 없었을 것이었다.이런 생각이 들자 원아는 아무런 동요 없이 소은을 보며 미소지었다.“알겠어요, 언니. 하지
원아 역시 다른 직원들과 함께 떠나면서 자기도 모르게 잘생긴 남자를 돌아보았다.소남은 여전히 자리에 앉아 서류를 뒤적거리며 옆에 있는 동준과 문예성에게 무어라 말하고 있었다.그의 진지하고 엄숙한 모습을 바라보는 원아의 얼굴에 애정이 듬뿍 묻어났다. 원아는 점점 이 남자의 결단력과 남성적 매력에 빠지고 있었다.대담하고 뜨거운 시선으로 빤히 자신을 바라보던 원아를 발견한 소남이 부드러운 미소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원아 앞에서만은 차갑고 무정하던 시선도 절로 부드러워졌다.두 사람의 시선이 뒤엉킨 공기 중으로 타닥타닥 타오르는 사랑
엄청난 크기의 서재는 10층에 가까운 마호가니 책장이 벽 전체를 두르고 있었다.책장 안에는 각종 서적이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었다.임영은은 도둑질하듯 서재로 뛰어들어 재빨리 문을 잠갔다. 책꽂이에 있는 만 권에 달하는 책을 바라보고 있자니 머리가 어지럽고 눈이 침침해졌다.영은이 알기로, 임문정은 중요한 자료들은 보통 금고에 넣었다. 금고가 어디에 있는지는 지금부터 찾아봐야 했다.임영은은 하이힐을 벗고 소매를 걷어 올린 채 살금살금 걸어 금고의 위치를 찾기 시작했다.그러나 책장 안, 서랍 안, 소파 안쪽, 심지어 서재의 작은
거실에는 일찍 일어난 두 아이가 귀여운 캐릭터 잠옷을 입고 소파에 앉아 각기 제 할 일로 바쁜 모습이었다.수업은 없지만, 습관이 밴 아이들은 어김없이 일찍 일어났다.하지만 아이들은 엄마가 임신했기 때문에 충분히 쉬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엄마가 잠에서 깨기 전에는 침실에 가서 휴식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아빠의 당부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그래서 아이들은 깨어나면 거실로 나와 공부를 했다.서재에 가기 싫은 건 아니었지만 아침에 일어나면 맨 처음 엄마가 보고싶었다.거실은 엄마와의 만남을 기다리기에 아주 좋은 장소였다.
어젯밤, 무슨 이유에서인지 원아는 자신의 마음이 매우 초조한 것을 느꼈다.그것은 앞을 알 수 없는 불안감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아무리 문소남이 곁에 있다 해도 마음속에 갑자기 닥친 이 초조함과 당황스러움을 없앨 수는 없었다.잠에서 깨어나 문소남과 아이들의 따뜻한 일상을 보자 원아는 이제야 자신이 살 것 같다고 생각했다.시계가 열 시를 가리키는 것을 보자, 원아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소남과 아이들이 식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을 알았음에도, 이 시간까지 잠만 잤다는 사실이 미안했다.“엄마가 일어났어요!” 눈치 빠른 원원이 먼
원아는 한숨을 쉬며 휴대전화를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이따가 임씨 고택에 가서 어떻게 임 노인을 만나야 할지 생각했다.어쨌든 임 노인은 자신의 아주 중요한 고객이었다. 하물며 임 지사 부인이 직접 초청하셨으니, 한번 방문하는 것이 맞았다.원아는 눈을 들어 훈아가 두꺼운 상위권 수학 문제집과 열심히 싸우고 있는 것을 보았다.호기심에 문제집을 훑어보던 원아는 훈아가 풀던 문제들이 초등학교 3, 4학년 수준이라는 것을 발견하고는 깜짝 놀랐다. 원아는 문제집을 집어 들며 눈살을 찌푸렸다.“훈아, 너는 이제 1학년이 될 건데, 어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