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저리 가, 손 대지 마! 안돼…….”원아는 날카롭게 소리치며 발버둥쳤다.그날 밤 하마터면 그에게 수욕을 당할 뻔했던 장면이 기습적으로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녀는 미친 사람처럼 장정안을 발로 차고 때렸다. 의외로 그가 몇 걸음 뒷걸음을 칠 정도로 발버둥 치는 힘이 셌다.“원아! 당신 허락 없이는 다시는 너를 건드리지 않을 거야. 약속할게. 정신 차려!”자신을 이렇게나 겁내는 원아를 본 장정안은 가슴이 지끈거려 왔다.그녀를 진정시키기 위해 장정안은 원아의 어깨를 잡고 힘껏 흔들었다. 슬프고도 안타까운 빛을 띈 장정안의
또 다른 곳.이연은 병상에 웅크린 채 눈을 감고 잠들어 있었다. 하지만 머릿속의 악몽이 끊임없이 그녀를 괴롭히며 전혀 쉬지 못하게 했다.갑자기 맑은 휴대전화 벨 소리가 그녀를 악몽에서 깨웠다.숨을 깊이 내쉬며 휴대전화를 들자 발신자가 어머니인 것을 보았다. 이연은 무의식적으로 전화를 받았다. 목소리가 아주 약했다.“여보세요, 엄마…….”황신옥의 욕설이 바로 들려왔다.“마침내 전화 받을 생각을 했어? 엄마가 있다는 거 너 알고는 있고? 너 이 한 달여 동안 어디 간 거야? 온종일 집에 붙어 있지도 않으면서 말도 안 하고,
아들이 감옥에서 많은 고초를 겪었음을 황신옥은 알고 있다. 어쨌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들을 반드시 구해내야 한다.다만, 이연이 그때 그녀에게 준 수표와 자신이 모은 비상금을 합쳐도 한 2억 정도가 여전히 부족하다. 능력 없는 그녀 같은 일개 부녀자가 한평생 죽자살자 일해도 그 많은 돈을 벌 수가 없는데, 도대체 어디에서 구한단 말인가?황신옥은 딸을 생각했다. 딸은 지난번에 4억을 아주 쉽게 구해 왔었다.자신이 입을 떼기만 하면 말 잘 듣는 딸은 어쨌든 방법을 강구해서 남은 2억을 갖다 줄 거라고 생각했다.……원아는
이연은 지금 막 수술을 해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런데 황신옥이 찾아와 돈을 요구했다. 딸의 몸이 어떤지에 대해선 전혀 관심 없이.그녀는 도대체 엄마로서의 양심이 조금이라도 있기나 할까?문을 여는 인기척에 병실에 있던 사람들의 눈길이 동시에 돌아갔다.이연의 눈이 막막함과 상처로 가득했다.젊은 간호사는 표나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화를 내고 있는 황신옥은 아주 흉흉한 모습이었다.“원아…….”이연은 입술이 바짝 마르고 목소리는 쉬어 있었다.그녀의 목소리에는 억울함이 가득 배어 있었다.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어떻게 저항해
눈물 공세가 이연에게 효과가 없자, 황신옥은 일부러 병실 문을 크게 열어놓았다.그리고 온몸으로 직접 바닥에 드러누웠다. 막돼먹은 여자처럼 바닥을 뒹굴며 소란을 피우고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입으로는 계속해서 분노의 악담을 퍼부어 댔다.“내가 개 한 마리를 키웠어도 감사한 걸 알 거야. 그런데 키운 딸이 배은망덕한 놈들보다 못하네. 내 이럴 줄 진즉 알았어. 널 낳았을 때 바로 엎어 죽였어야 했는데. 힘들게 키워 났더니 이리 은혜도 모르고. 네가 나한테 면목이 서기나 하니? 여러분들 와서 한 번 얘기 좀 해보세요들. 이 불효막심한
밤에 원아는 병원에 남아 침상을 지키려 했지만 이연에게 쫓겨났다.이연이 원아를 설득했다. 병원에 간호사가 있다. 무슨 일이 있으면 직접 벨을 눌러 간호사를 부르면 된다. 하루 종일 병원에서 시간을 허비할 필요가 없다. 또 이렇게도 설득했다. 훈아와 원원이는 아직 어려서 엄마가 곁에 있어야 할 때다. 네가 여기에 있으면 두 아이는 엄마가 보고 싶어 어쩌냐? 게다가 연신 울려 대는 문소남의 콜에 원아는 결국 병원에서 밤을 보내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저택에 들어서자 온몸이 지친 원아는 좀 이상함을 느꼈다.계속
“너도 예뻐. 동화 속의 작은 공주님 같아.”오빠의 칭찬을 들은 어린 아가씨는 마음이 들떴다.우쭐해진 원원이 구석 자리의 전신거울 앞으로 달려갔다. 자아도취에 빠진 듯 요리 조리 비춰 보더니, 또 제일 귀여운 포즈 몇 개를 해 보았다.그러더니 훈아에게 뽐내듯이 말했다.“오빠, 우리 둘 다 예쁘다! 대모 이모가 말하길, 모두 엄마, 아빠 기본 유전자가 좋아서래. 그래서 우리같이 예쁜 아이들이 태어난 거래. 나중에 크면 꼭 아주 잘생긴 남편을 만나야 해. 만약 못생기면 우리 아기도 안 예쁠 거 아니야. 그럼 어떡해?”조숙한 원
원아는 반한 눈빛으로 문소남을 바라보았다.자신이 사랑하는 이 남자는 마치 하느님이 가장 정성껏 조각한 예술 작품들 중에서 뛰쳐나온 것 같다. 얼굴 윤곽, 미간, 콧날, 입술 어느 곳도 완벽하지 않은 곳이 없다.냉담한 성격이긴 하나, 자신을 향해 웃을 때면 무척 따뜻하게 느껴진다.문소남은 여러 색상의 싱싱한 장미꽃 다발을 원아에게 건네며 따뜻한 음성으로 말했다.“생일 축하해.”장미꽃은 겨울에도 싱싱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가장자리를 노란 안개로 장식해 세련되면서도 아름다워 보였다.투명한 포장지 속에서 여러 색이 조화를 이루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