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은이 원아가 드레스를 더 고르는 것을 잠자코 지켜보더니 말했다.“이제 가는 게 어때? 살 거 샀잖아. 난 이제 더는 못 참겠어. 빈대 몇 마리가 날뛰며 여길 더럽히는 꼴 말이야.”소은이 공중을 향해 손을 휘휘 내저으며 인상을 찌푸렸다. 정말로 더러운 공기가 주변을 맴돌고 있는 듯했다.영은과 미경의 안색이 변했다.‘뭐라는 거야? 혹시 그 빈대가 우리라는 거야?’미경의 얼굴이 붉어지더니 마침내 폭발하고 말았다.“뭐, 빈대? 누굴보고 빈대라는 거야, 지금?”원아가 소은의 손을 꼬옥 잡았다. 그러더니 냉소적인 말투로 말했다.
“어차피 난 아무 상관없어. 그러니 마음껏 찾아봐.”사실, 임임영은은 조금 전 하림이 목걸이를 원아의 주머니에 몰래 넣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남의 일에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더군다나 상대는 원아가 아닌가? 임임영은은 은근히 원아가 누명을 쓰는 것을 통쾌히 여기고 있었다. 진실을 밝혀낼 증인이 되고 싶은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었다.원아가 냉소적인 태도로 말했다.“이렇게 남의 물건을 제멋대로 뒤지는 것이 불법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어요?”원아의 말에 직원이 잠시 움찔했지만 이내 안정을 찾고 말했다.“고객님, 이번 일은 매
소남이 직원을 향해 말했다. “매니저를 불러주세요.”매장 직원은 황급히 사무실로 향했다.잠시 후, 한쪽에서 남자 매니저가 급히 나왔다.소남을 발견한 매니저는 놀란 듯이 잠시 머뭇거렸다.“대표님, 오셨습니까? 어쩐 일로 저희 같은 누추한 곳을 방문하셨는지요? 필요한 물건을 말씀해주시면 지정하신 곳으로 저희가 배달해 드리겠습니다.”소남은 말없이 검은 가죽 지갑을 열었다. 그러더니 여러 개의 골드 카드를 꺼내 들었다.이내 그중 하나를 매니저 눈앞에 내밀었다.“여기에 있는 모든 물건.”소은은 너무 놀라고 기쁜 마음에 하마
‘이렇게 온화하고 우아해 보이는 남자가 이렇게까지 난폭할 수가 있다고?’“핸드폰은 제가 얼마든지 보상하겠습니다. 어때요, 또 다시 내 여자에게 손을 댈 겁니까? 자, 어디 한번 해보시지요.” 소남이 목소리에 힘을 주어 말했다.미경은 겁에 질려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소남이 원아를 데리고 매장을 나서며 소은에게 말했다.“나머지 일 처리 좀 부탁합니다.”소은이 얼른 머리를 끄덕였다.“걱정 마세요. 오늘 일은 고맙습니다. 제가 잘 처리하고 가겠습니다.”소은은 자신에게 다가온 행운을 믿을 수 없었다. 대표님이 자신을 기억하고
어둠이 내려앉고, 별들이 온 땅에 총총히 쏟아진다.밖은 온통 서리와 눈으로 뒤 덮였지만 그랜드 메리어트 호텔은 여전히 환하게 빛나고 있고 떠들썩한 소리로 가득하다. 왜냐하면 임 노인의 칠순 잔치가 오늘 저녁 이곳에서 열리기 때문이다.군계, 정계, 재계 3계의 거물들이 모두 참석했다.호텔 내부는 매우 기품 있고 웅장했다.공중에 높이 걸려 있는 일곱 빛깔 크리스탈 조명, 따뜻하고 활활 타오르는 벽난로, 사치스러운 거대한 벽화가 홀 전체를 화려하고 웅장하게 돋보이게 한다.정장 차림의 임 노인은 허리를 꼿꼿이 하고 있는데, 그의
“영은이 네가 무슨 선물이니, 어린 녀석이 돈 쓸 데도 많을 텐데. 앞으로는 이렇게 안 사와도 돼…….”노마님은 입으로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이미 선물을 풀고 있었다.상자 안에는 옥으로 정교하게 조각된 골동품 파이프가 들어 있었는데, 보기만 해도 비싸 보였다.“우리 영은이 정말 다정한 아이지. 며칠 전 네 할아버지가 담뱃대를 갖고 싶다더니만, 생일 날 소원이 이루어졌네. 영은아, 설마 너, 네 할아버지 배 속에 들어갔다 나온 거니? ”임씨 가문의 노마님이 웃으며 농담했다.영은을 바라보던 임 노인은 생각이 많은 듯 복잡한 눈빛
문소남 옆에 서 있는 여성은 무척이나 아름다웠다.보라색 드레스를 입은 원아가 모두를 향해 다가올 때는 마치 한 송이 라벤더 꽃이 움직이는 듯 화사했다.특히나 초승달 같이 휜 원아의 두 눈은 웃을 때마다 별빛처럼 반짝거리며 사람의 눈길을 끌었다.여러 유형의 빼어난 여성들을 많이 만나보았던 주희진이었지만, 눈앞의 이 여성은 그녀의 눈이 번쩍 뜨이게 했고 왠지 모를 친근감도 느껴졌다. 가장 놀라웠던 점은 이 여성의 눈매가 자신의 젊었을 때와 좀 닮아 보인다는 것이다. 정말 인연인지…….주희진을 만난 원아 역시 첫눈에 우아해 보이
임영은은 손을 말아 꽉 쥐었다. 원아 저 여자가 어떻게 저 오만한 남자 문소남에게 어울린다는 말인가?임 노인은 소남의 소개를 듣고, 그의 옆에 서 있는 여성의 이름이 ‘원아’라는 것을 알고 그의 침침하던 눈이 순간 밝아졌다.“원아? 소남아, 이 분이 나에게 새 집을 설계해 준 그 ‘원아’인 거니?”“네, 노인, 제가 노인을 위해 설계한 원아입니다. 추후 설계에 대한 불만이나 개선할 점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임노인은 원아의 부드러운 음성과 자신을 지나치게 낮추거나 또 뻣뻣하지도 않은 태도가 매우 마음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