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온화하고 우아해 보이는 남자가 이렇게까지 난폭할 수가 있다고?’“핸드폰은 제가 얼마든지 보상하겠습니다. 어때요, 또 다시 내 여자에게 손을 댈 겁니까? 자, 어디 한번 해보시지요.” 소남이 목소리에 힘을 주어 말했다.미경은 겁에 질려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소남이 원아를 데리고 매장을 나서며 소은에게 말했다.“나머지 일 처리 좀 부탁합니다.”소은이 얼른 머리를 끄덕였다.“걱정 마세요. 오늘 일은 고맙습니다. 제가 잘 처리하고 가겠습니다.”소은은 자신에게 다가온 행운을 믿을 수 없었다. 대표님이 자신을 기억하고
어둠이 내려앉고, 별들이 온 땅에 총총히 쏟아진다.밖은 온통 서리와 눈으로 뒤 덮였지만 그랜드 메리어트 호텔은 여전히 환하게 빛나고 있고 떠들썩한 소리로 가득하다. 왜냐하면 임 노인의 칠순 잔치가 오늘 저녁 이곳에서 열리기 때문이다.군계, 정계, 재계 3계의 거물들이 모두 참석했다.호텔 내부는 매우 기품 있고 웅장했다.공중에 높이 걸려 있는 일곱 빛깔 크리스탈 조명, 따뜻하고 활활 타오르는 벽난로, 사치스러운 거대한 벽화가 홀 전체를 화려하고 웅장하게 돋보이게 한다.정장 차림의 임 노인은 허리를 꼿꼿이 하고 있는데, 그의
“영은이 네가 무슨 선물이니, 어린 녀석이 돈 쓸 데도 많을 텐데. 앞으로는 이렇게 안 사와도 돼…….”노마님은 입으로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이미 선물을 풀고 있었다.상자 안에는 옥으로 정교하게 조각된 골동품 파이프가 들어 있었는데, 보기만 해도 비싸 보였다.“우리 영은이 정말 다정한 아이지. 며칠 전 네 할아버지가 담뱃대를 갖고 싶다더니만, 생일 날 소원이 이루어졌네. 영은아, 설마 너, 네 할아버지 배 속에 들어갔다 나온 거니? ”임씨 가문의 노마님이 웃으며 농담했다.영은을 바라보던 임 노인은 생각이 많은 듯 복잡한 눈빛
문소남 옆에 서 있는 여성은 무척이나 아름다웠다.보라색 드레스를 입은 원아가 모두를 향해 다가올 때는 마치 한 송이 라벤더 꽃이 움직이는 듯 화사했다.특히나 초승달 같이 휜 원아의 두 눈은 웃을 때마다 별빛처럼 반짝거리며 사람의 눈길을 끌었다.여러 유형의 빼어난 여성들을 많이 만나보았던 주희진이었지만, 눈앞의 이 여성은 그녀의 눈이 번쩍 뜨이게 했고 왠지 모를 친근감도 느껴졌다. 가장 놀라웠던 점은 이 여성의 눈매가 자신의 젊었을 때와 좀 닮아 보인다는 것이다. 정말 인연인지…….주희진을 만난 원아 역시 첫눈에 우아해 보이
임영은은 손을 말아 꽉 쥐었다. 원아 저 여자가 어떻게 저 오만한 남자 문소남에게 어울린다는 말인가?임 노인은 소남의 소개를 듣고, 그의 옆에 서 있는 여성의 이름이 ‘원아’라는 것을 알고 그의 침침하던 눈이 순간 밝아졌다.“원아? 소남아, 이 분이 나에게 새 집을 설계해 준 그 ‘원아’인 거니?”“네, 노인, 제가 노인을 위해 설계한 원아입니다. 추후 설계에 대한 불만이나 개선할 점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임노인은 원아의 부드러운 음성과 자신을 지나치게 낮추거나 또 뻣뻣하지도 않은 태도가 매우 마음에 들었다.‘
무엇보다 사람이 많지 않고 주변이 아주 조용하였다.“안에 있는 사람들이 당신을 불편하게 했지요. 우선 여기 좀 앉아 있어요. 연회가 끝나면 함께 집으로 돌아가요.”소남이 원아를 흔들의자에 앉혔다.그런 후 볼에 뽀뽀를 하고 지갑을 꺼내 카드를 건넸다. “이 카드는 가지고 있어요. 사고 싶은 거 있으면 사고, 즐기고 싶은 거 있으면 어디든 가서 즐겨요. 하지만 12시 전에는 반드시 이곳으로 돌아와야 해요. 내가 찾을 수 있도록.”소남은 마치 아이를 대하듯이 원아에게 당부했다.원아는 난처한 표정으로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원아는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우아하게 차를 마시고 있는 주희진을 쳐다보았다.그 순간, 이 여인에 대한 모든 호감이 연기처럼 사라졌다.현격한 신분의 차이로 해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과 문소남의 관계를 반대한다는 사실을 원아는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처음 만난 이 여인이 입을 떼자마자 일격을 가하며 그녀 스스로 문소남 곁을 떠나라고 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사모님께서 어떤 목적으로 말씀하시는 지 몰라도, 저는 그를 떠나지 않을 겁니다.”싸늘한 음성으로 말하는 원아의 주희진에 대한 태도는 더 이상 공손하지 않았다.찻잔을 만
원아는 주희진이 눈살을 찌푸리고 화를 내며 반박하리라 생각했다. 심지어 멜로드라마의 막장 스토리처럼 거액의 수표를 집어 던지거나, 그녀를 엄청 모욕할 거라 생각했다.만약 그런다면, 그녀는 분노하며 주희진에게 이성적으로 대들 것이었다.그런데 원아가 의아하게 생각한 것은 그녀의 말을 들은 주희진의 태도가 여전히 덤덤했으며, 미간엔 온화한 기색이 가득하다는 것이다. 이런 느긋한 태도와 성질 좋아 보이는 모습은 도리어 원아가 무슨 큰 잘못을 저지른 것처럼 보이게 했다.원아는 속으로 부쩍 경계심이 들었다.‘이 사모님, 정말 대단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