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오전 10시.가정 법원.원아는 장정안이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 이혼하겠다고, 구청 입구에서 자신을 기다리라고 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처음에는 감히 믿을 수가 없었다.장정안과의 혼인관계를 끝내려면 많은 우여곡절을 더 겪어야 한다고, 심각한 법정 다툼을 각오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 했었다. 그런데 그가 이렇게 쉽게 결정을 뒤집다니, 정말 믿기지가 않았다.최근 휴가를 여러 차례 신청 했었기 때문에 또 휴가를 낸다면 물의를 일으키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혼 생각이 급했던 원아는 흰자위를 드러내며 째려보는 팀장을
그는 그래도 자신이 그녀를 위해서 한 일이 많다고 생각했다. 그녀를 위해 부모님께 맞섰고, 심지어 가족을 버리기까지 했었다. 그녀가 차가운 돌덩이라 해도 자신에 의해 따뜻하게 덥혀질 거라고 생각했다.그런데 이 여자의 마음이 돌덩이보다 더 차갑고 단단할 줄은 몰랐다.원아는 작은 손이 꽉 쥐고서 하이힐 뒤꿈치로 장정안의 발을 힘껏 밟았다. 그리고 차갑고 딱딱하게 말했다.“장정안, 무슨 일이 있어도 이혼할 거예요. 당신 오늘 이혼해 주기 싫으면 돌아가세요. 우리 사법 절차를 밟아도 돼요. 어차피 똑 같은 이혼이니까. 하지만 그런 지
두 번째 이혼하려는 젊은 부부는 대략 20대 초반의 모습이었다.남자는 잘 생긴 얼굴에 노랗게 염색한 머리가 눈에 띄었다. 그의 목에 걸린 금목걸이가 더욱 사람의 눈을 현혹시키고 있었다. 또 그다지 길지 않은 다리에는 찢어진 청바지를 걸치고 있었다.두 손을 바지주머니에 꽂아 넣은 젊은 남자는 눈빛이 무척 경박하고 또 불량스러워 보였다.그의 옆에 앉아 있는 한 젊은 여자는 성형미인으로, 서클렌즈를 낀 눈이 놀랄 정도로 커 보였다. 한 눈에 봐도 뾰족한 턱은 칼을 댄 적이 있는 듯하고, 얼굴 전체에는 진한 입체 화장을 하고 있었다.
“너 눈이 멀었어? 내가 옆에 있는 거 안 보여? 어디 감히 내 아내를 희롱해?” 장정안은 끝음을 위험스럽게 올리며 어린 남자를 거진 통째로 들어올렸다.사회 청년. “……”어린 청년이 그의 손에서 발버둥치며 거의 울기 직전이다.그는 실내에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모두 이혼하려는 부부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함께 온 부부 사이엔 아무 감정도 없고, 때로는 서로 찌르지 못해 난리인 사람들도 있었다. 원아가 좀 청순하게 생겨서 그녀를 희롱하려는 마음이 일었다. 아니 그런데 곧 이혼하려던 이 남자가 저리 자기 아내를 호위하
가정 법원 밖.정안은 꽤 진지한 표정으로 원아를 바라보았다. 그 모습은 마치 원아를 자신의 눈동자 깊은 곳까지 새기려고 작정한 것처럼 보였다.원아의 검은 머리는 뒤로 잡아매어 단정하게 고정되어 있었다. 목에 두른 하얀 스카프는 그녀의 손재주를 증명이라도 하듯 아름답게 묶여 있었다. 아무것도 바르지 않은 수수한 얼굴에 벚꽃색이 도는 립스틱을 가볍게 한 번 발랐을 뿐이었지만, 원아에게서는 달콤하면서도 매력적인 분위기가 풍겨나고 있었다. 더군다나, 지금 원아의 눈은 기쁨으로 빛나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 더 아름다웠다.‘어떻게 해야
“걱정마. 내 명령 없인 아무도 못 들어와.” 소남이 품에 안긴 원아를 내려다보며 씨익 웃었다. “우리, 오랜만에 만난 것 같은데 말야. 그새 그립지 않았나?”원아는 기가 막혔다.‘농담도 참 재치있게 잘하셔. 우리가 오랜만에 만났다고? ’‘그렇담 어젯밤 내내 날 괴롭히던 짐승 같은 남잔 대체 누구지? ’원아가 애교가 섞인 눈으로 소남을 흘겨보았다. 소남은 아랑곳하지 않고 원아의 입술을 탐닉했다. 소남의 호흡이 점점 더 거칠어졌다. 원아의 얼굴도 점점 붉어졌다. 머리카락 하나가 장난치는 듯 원아의 목에 감겨 있는 것은 본
“내가 예상한 결말이야. 정안이 이혼하지 않는다면, 가문이 파탄나거나 감옥에 가는 길 뿐이었겠지.” 소남이 원아를 부드럽게 바라보며 콧잔등에 입을 맞추었다. “감옥이라뇨? 어째서요?” 원아가 동그래진 눈으로 물었다.원아는 소남이 정안에게 이혼을 강요하려는 목적으로 불법적인 증거를 모으고 있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소남은 굳이 이 일을 원아가 알게 하고 싶지 않았다. 자신의 그늘 아래서 원아가 그저 행복하기만을 바랐기 때문이었다.모든 폭풍우는 자신이 혼자 견뎌내야 한다고 생각했다.소남의 크고 검은 눈동자는 마법 같았다.
소남이 골드 카드를 꺼내 원아에게 내밀었다. “퇴근 후에 주소은과 함께 쇼핑몰에 가서 드레스 몇벌 사도록 해, 자! 이 카드 가지고 가.”원아는 고개를 저었다. 소남의 카드를 사용하는 것은 어쩐지 미안한 일이었다.“괜찮아요. 전에 줬던 블랙카드도 몇 번 사용하지 않았는걸요? 가방에 들어있어요. 만약 옷을 사야 한다면, 그걸 사용할게요. 암튼, 일단 저는 사무실로 들어가 볼게요.” 원아는 일을 하면서 월급을 받고 있었다. 소남의 카드를 쓰는 것은 썩 내키지 않는 일이었다. 원아가 끝까지 사양하자 소남이 원아의 코를 가볍게 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