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아는 주소은에게 너무 고마워서 미소로 화답을 했다. 바로 그 때 “퍽” 소리와 함께 사무실 문이 벌컥 열렸다.얼핏 봐도 8센치는 족히 될 것 같은 화이트 하이힐을 신은 여자가 또각또각 걸어들어왔다.새하얀 원피스를 세트로 맞춰입은, 손에는 서류 봉투를 들고 들어온 낯선 여자.우아하고 독보적인 미모에 은은히 비추는 섹세함까지, 유독 시선을 사로잡는 건 빳빳이 쳐든 고개와 자신감과 오만을 동시에 담은 도도한 눈빛이였다.“원아 씨 맞죠?” 원아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여자, 마치 자신이 여왕이라도 된 듯 건방진 태도이다.“원아 씨,
원아는 그 숫자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언젠가 그녀와 문소남이 뜨거운 교감을 나눌 때 원아가 그에게 일부러 생일이 언제냐고 물었던 적이 있기 때문이다.유독 뜨겁고 끈적이 던 그와의 밤, 거칠은 손짓과 가쁜 숨소리로 그녀의 귓가에 소곤소곤 속삭이던 그 숫자, 문소남은 원아에게 특별한 숫자인만큼 꼭 기억하라고 신신당부까지 했었다!“원아야, 왜 그래?” 이연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그녀에게 물었다.공과 사가 분명한 문소남인지라 공적인 일 외에 아무도 그의 사생활에 대해 알 수 없었고 회사 직원들마저 문소남의 생일이 언제인지 모르고 있
있는 얘기 없는 얘기까지 부풀려 가면서 말이다. “하 총감 님, 말도 마세요, 글쎄 능력도 안 되는 원아 씨가 대표님 빽 하나 믿고 입사한 것도 모자라 아주 회사가 놀이터인 양 제 멋대로 행동한단 말이죠, 출퇴근 시간을 안 지키는 건 기본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그녀한테 뭐라고 하지 못한다는 거죠... 지난 달에 MT를 갔을 대도 대표님이 원아 씨 방에 들어가서 밤을 새웠대요... 다음날 아침 방에서 나왔는데 세상을 다 가진듯 행복한 표정이였던거 있죠, 쯧쯧, 심지어 목에는 키스 자국까지 진하게 남아있었는데 보는 내가 다 부
문소남은 눈썹을 찌푸렸다."하 총감, 무슨 걱정거리가 있습니까? 아니면 방금 돌아와서 시차 적응이 안 되는 건가?""방금 돌아와서 그런가 봐요. 빨리 컨디션을 조절해서 이쪽 일에 속히 녹아들도록 하겠습니다." 하지윤의 목소리는 맑고 차가웠다.문소남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는 하 총감의 업무 능력을 믿고 있습니다. 설계 방안은 우선 여기에 놓고 가세요. 내일 하 총감과 구체적인 실시 방안을 토론하겠습니다.”"알겠습니다." 하지윤은 표정 없는 얼굴로 몸을 돌려 나갔다. 문소남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하지윤은 줄곧 이런
원아는 줄곧 사리에 밝아서 그가 단지 업무상의 접대일 뿐이라는 것을 이해할 것이다.검은색 벤틀리가 원아와 이연의 시선에서 사라졌다.이연은 조심스럽게 원아를 바라보았다.그녀는 문소남과 원아의 관계를 알고 있다. 그가 다른 여자를 차에 태우고 가는 모습을 본다면, 어떤 여자라도 마음속으로 다소 격앙될 것이라고 생각했다.이연은 가볍게 위로했다."너 괜찮아? 내 생각에 하 총감이 방금 외국에서 돌아왔으니까, 대표님은 환영의 의미로 밥 한 번 사는 걸 거야. 보통 그렇게 해.”원아는 시선을 거두었다.비록 억지로 아무렇지 않은 척
장정안은 재빨리 원아에게 다가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그녀의 어깨를 누른 다음 그녀의 눈동자를 똑바로 쳐다보며 얼굴 표정을 살폈다.원아는 결코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담담한 마음이 아니다. 그녀는 사실 몹시 신경이 쓰였고, 그래서 눈이 젖어들었지만, 그녀는 고집스럽게 장정안을 밀어냈다."문소남이 무엇을 하든 나는 그를 믿어. 우리를 이간질하려고 애쓰지 마."말을 마친 그녀는 이연를 끌고 버스 정류장 쪽으로 걸어가며 장정안에게 강인하게 버티는 뒷모습을 보여주었다.장정안은 쫓아가지 않았다. 다만 음울한 눈썹을 찌푸리며 주먹을 꽉 쥐
으아, 화나 죽겠어!그는 또 문훈아에게 놀림을 당했다.원아는 그들의 유치한 말에 거의 웃음이 터질 뻔했다.비록 그녀는 아이들끼리 서로 비교하는 이런 행위가 결코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녀는 자신의 아들이 여동생을 편들어 주는 모습이 너무 대견해 보였다. 간단명료한 한마디로 아이들 사이의 말다툼은 끝이 났고, 진 아이는 억울한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훈아야, 원원아, 엄마가 너희들을 데리러 왔어." 원아는 두 아이에게 손을 흔들며 부드럽게 그들의 이름을 불렀다.두 아이는 그녀가 나타난 것을 보고 기뻐서
집에 돌아온 두 아이는 얌전히 서재에 가서 글씨 연습을 했고, 원아는 주방에 가서 저녁을 했다.원아는 개수대에 깨끗한 물을 받아 놓고 물고기 두 마리를 그 안에 넣었다. 원아는 두 아이에게 생선 요리를 해주고 싶었다.생선에는 DHA가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어 영양가가 매우 높고 어린이의 뇌 발달에 도움이 된다.아이들이 편식을 해서 생선을 좋아하지 않지만, 가끔은 먹을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식사 준비를 하면서 원아는 집중하지 못하고 자꾸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특히 문소남이 하지윤을 데리고 나가는 장면이 자꾸만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