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우리 애들 착하지? 먹기 싫으면 먹지 마, 엄마가 다른거 먹여줄게!" 원아는 차분하게 아이들을 달랬다.문소남은 그런 아이들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조용히 밥을 먹으며 아이들에게 말했다, 짧고 굵지만 위엄있는 그의 한 마디가 식탁에 울려퍼진다. “편식하면 못 써, 너희 둘은 오늘 그릇에 있는 생선을 받드시 다 먹어야 한다.”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생선을 안 먹는 걸 문소남은 알고 있었지만 어린 나이에 편식을 하면 성장에 좋지 않을게 뻔하기에 그는 늘 아이들의 안 좋은 습관을 바로잡아 주려했다."아빠 미워, 난 생선 싫단 말
문소남은 난감하다는 듯 작게 한 숨을 내쉬었다. 아빠의 위엄으로 어린 아이들을 호통치자마자 화난 아내를 달래야 하는 처지라, 아버지로서 참 실패였다.어쩔수 없이 몸을 일으켜 원아한테 다가가는 문소남, 쇳덩이처럼 굵직하고 단단한 팔을 뻗어 작고 왜소한 원아를 품에 쏘옥 안았다.그는 큰 손바닥으로 아내의 어깨를 다독이며 어루고 달랬다. "미안해요, 내가 잘못했어요, 그러니까 화 풀어요, 아이들이 편식을 하면 성장에 안 좋다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그랬어요, 앞으로 애들한테 심한 말 안 할게요."진지하게 사과를 하는 그의 모습에 원아
가시 돋힌 그녀의 말은 마디마디 비수가 되어 안 그래도 상처 입은 그의 마음을 멋대로 헤집어 놓았고 그것도 모자라 소금까지 뿌린 격이 되었다.하지만 애써 태연한 척 코웃음을 치는 장정안,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더 심한 말로 그녀의 공격을 받아친다. “그래서 뭐요? 설령 원아 씨가 날 사랑하지 않는다고 한 들 법적으로 당신 배우자는 나 장정안이잖아요. 내 목숨이 붙어있는 한 당신과 나는 법적 부부이고 당신은 문소남 저 새끼랑은 절대 떳떳한 사이가 될 수 없는걸요!” 그 순간 장정안은 손 목이 찌릿하며 극심한 통증을 느꼈고 급기야 원
분명 원아의 법적 남편은 본인인데 어디서 굴러온 돌인 문소남이 떡하니 자기 자리를 꿰차고 사위 행세를 하고 있다니,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지!머리 끝까지 치밀어 오르는 화를 억지로 짓누르며 장정안은 원강수의 시체 앞으로 뚜벅뚜벅 걸어갔다. “장인어른, 생전에 인사 한 번 제대로 못 드린게 너무 아쉽네요, 사위 장정안이라고 합니다. 원아 씨랑 결혼식도 못 올렸는데 이렇게 돌아가시다니 너무 유감입니다, 하지만 약속드리겠습니다, 원아 씨를 위한 세상 가장 성대한 결혼식을 올릴 것이며 장정안 인생에 아내는 오로지 원아 씨 한 명 뿐입니다
아이들도 하얀 상복을 입은 채 엄마의 곁에 얌전하게 있었다.원민지도 소복을 차려입고 슬픈 얼굴을 하고 있었다.살면서 오라버니의 마지막 모습마저 보지 못하고 이대로 떠나보낸 게 너무 안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동이 불편한 아버지는 여전히 이 사실을 모르고 계셨으니.오라버니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으면 노인네 충격이 크실텐데...문소남은 팔에 흰색의 효대를 착용하고 원아를 대신하여 조문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원강수의 동료, 친구 그리고 문소남과 같이 일을 했던 동지들도 소식을 듣고 찾아왔다.평소 차갑고 냉철하기로 유명한 문 사
저녁 때 즈음 원씨네 집에 조문을 온 사람들이 하나둘 씩 떠나고 썰렁해진 방안에는 몇 안 남은 사람만이 빈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아이들은 진작 배가 고파왔고 원민지는 그런 아이들을 데리고 밥 먹으로 갔다.문소남은 전화를 받더니 원아한테 몇 마디 당부만 남긴채 급히 집을 나섰다.하루 종일 분주하게 보낸 원아는 이제서야 난잡해진 집안과 여러 상황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원씨 집은 방 두개가 달린 층집이였고 방 구석구석을 살피던 원아는 물건들의 배치며 지금 이 환경이 참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느껴졌다.10살이 넘어서야 이 집에 와서
그 순간 온 세상이 멈춘 것만 같았다.장정안의 매력적인 눈매에서 갑자기 검은 폭풍이 일더니 급기야 동공 지진과 함께 살벌한 기세가 퍼져나왔다. 가까스로 붙잡고 있던 이성의 끈을 놓아버리기 직전에 이른 장정안, 입술에 피가 나도록 꽈악 깨물었고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분노의 감정을 억지로 짓누르는 듯 했다."이혼을 하겠다? 원아 씨, 그건 꿈도 꾸지 마세요!” 장정안은 급기야 원아를 책상 머리로 밀쳐버리고 손 목으로 그녀의 몸을 막은 채 얼굴을 맞대고 분노에 차 씩씩거렸다.날카로운 시선은 백지장처럼 창백한 그녀의 얼굴을 따갑
평소 고분고분 말을 잘 듣던 원원이도 엄마가 괴롭힘을 당하는 모습을 보자 눈이 홱 돌아갔고 급기야 빗자루를 집어 들고 장정안을 향해 마구 휘둘렀다. 그리고 쨍쨍한 음성으로 장정안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아저씨, 나쁜 사람이야. 왜 우리 엄마를 괴롭혀요? 내가 아저씨 혼내줄 거야! 혼내 줄 거야!”찌릿-종아리에서 올라온 극심한 통증에 장정안의 얼굴이 일그러졌고 그제서야 꽉 잡고 있던 원아를 놓아주었다.부랴부랴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난 원아가 분노에 가득 찬 눈빛으로 장정안을 노려보았다. 어찌나 시달렸는지 그녀의 입술은 어느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