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빨개진 두 눈을 하며 입을 열었다. "그리고 수면제도 깜빡했어.""불면증이 이리도 심했어요? 그럼 어제랑 전날 밤은 어떻게 잤어요? 설마 매일 잠을 설쳤던 건 아니죠?" 진아연은 헝클어진 머리를 잡으며이불을 들추어 침대에서 내려왔다.일단 약을 먹지 않으면 잠을 잘 수 없으니 우선 약부터 구해줘야 했다."어젯밤부터 시작됐는데 아마 이틀 동안 너무 행복해서 시은이가 생각나더라고." 박시준은 그녀가 너무 걱정할까 봐 괜찮은 척 말을 이었다."시은 씨가 떠나서 시준 씨가 꽤 큰 충격을 받았다는 건 이해해요. 하지만 시준 씨, 이제 앞으로 나아가야죠. 시은 씨가 살아있다면 슬픔에 빠진 당신의 모습에 기뻐할 리가 없잖아요. 자주 먹는 약 이름은 기억나요? 아니면 제가 알아서 사 올까요?" 진아연은 그를 위로해 주며 코트를 몸에 걸쳤다."같이 가자!" 이에 박시준도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아니에요. 누워있어요." 진아연은 그를 다시 침대에 눕혔다. "이제 약국도 문을 닫아서 병원에 가봐야 할 것 같아요. 지인이 병원에 있어 아마 금방 돌아올 거예요.""진아연, B국에 아는 사람도 많고 생활도 편한데 왜 이곳에 정착하지 않았어?" 박시준은 문득 궁금해졌다."아무리 편리해도 고향이 아니잖아요. 실은 국내에서도 지인들이 많아요. 다만 박시준 씨만큼 뛰어나지 못해 이들의 존재를 몰랐던 거예요." 진아연은 그런 박시준의 모습에 참지 못해 장난쳤다."그럼 경호원을 데리고 가.""그냥 신경 쓰지 말고 누워 계세요." 그녀는 말을 마치자 가방을 들고 침실을 떠났다.떠나는 그녀의 뒷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던 박시준은 아무 말 없었지만 실은 속으로 한탄했다.이런 행복한 나날들이 곧 끝날 거라는 생각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던 거다.박시준은 뭐가 문제인지 알고 있지만 해결할 수 없었고귀국할 때 그녀한테 어떤 식으로 작별 인사를 해야 할지 몰랐다.그는 천장을 바라보며 눈이 뻑뻑해질 때까지 끔뻑거리지도 않았다.이때 웬 차가운 액체가 귓가를 스치고 떨어졌다. 그는
30분 후, 약효가 나자 박시준은 깊은 잠에 빠졌다.그는 잠이 들었지만, 이번엔 잠이 오지 않기 시작한 건 진아연이었다.그녀는 그가 온 후 그들 사이에 일어난 모든 일들을 하나하나 회상했다.그가 온 후 그녀는 하루하루가 즐거웠다. 잠도 잘 왔고 식욕도 전보다 좋아졌다.그녀는 그가 자신과 같을 줄 알았다.그가 불면증을 앓고 있을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그를 도와주고 싶은 마음은 컸지만, 당장에는 그에게 약을 사주는 것 외에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앞으로는 그에게 더 잘해주고 더 많은 사랑을 줘야겠다고 다짐했다.하루가 모자라면 한 달, 한 달이 부족하면 일 년… 언젠가는 그의 마음속의 시은이의 공백을 채울 수 있을 것이다.다음날 박시준이 일어났을 때는 이미 오전 10시였다.그가 방에서 나오자 진아연은 즉시 그를 끌고 다이닝 룸으로 갔다."밥 먹은 뒤 나가죠." 그녀는 이미 오늘의 일정을 계획해 놓았다. "애들도 데리고."그는 바깥 날씨를 보았다. "오늘은 외출하기 좋은 날씨가 아닌 것 같은데."밖은 안개가 자욱했다. 이렇게 가시거리가 별로 안되는 날씨에는 운전하기가 불편하다."여기 겨울엔 안개가 자주 껴요." 이곳의 날씨에 이미 익숙한 진아연이 말했다. "천천히 운전하면 돼요.""오늘 밖에 무슨 행사 있어?" 그녀가 너무 나가고 싶어 하니 그도 그녀의 흥을 망치지 싶지 않았다."모르겠어요. 그냥 나가서 놀고 싶은 게 아니라 가족사진을 찍고 싶어서요." 그녀는 그가 거절하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다. "이미 사진작가도 예약했어요."박시준은 시선을 약간 떨구며 물었다. "한이도 가?""가죠! 가족사진이니까 한 명도 빠지면 안 되죠." 그의 질문을 이미 예상한 그녀가 설명했다. "한이가 당신을 싫어하지만, 나, 라엘, 그리고 지성이는 좋아하거든요. 뭐든 한이랑 잘 얘기하면 다 동의해요."그녀의 말에는 "우리 아들 내 말은 잘 들어요." 라는 자부심이 가득했다.그는 그것이 매우 부러웠다. 그러면서도 조금 걱정되었다. "이마의 상처 때문
진아연은 그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한이야, 이리 와." 그녀가 입을 열어 어색한 상황을 종료했다.한이는 재빨리 진아연의 곁으로 달려갔다."박시준 씨, 당신도 빨리 와요!" 박시준이 넋이 나간 듯 서 있는 것을 보고 그녀가 소리쳤다.스튜디오에 들어서자 사진작가가 반갑게 맞아주었다."아연 씨, 이렇게 젊으신데 아이가 셋이나 있을 줄은 몰랐네요." 사진작가는 부러워하며 감탄했다 "남편분과도 정말 달콤해 보이시네요! 전에 결혼하셨다는 얘기는 들어 본 적 없는걸요!"진아연은 난감해하며 말했다. "지금은 결혼한 사이가 아니에요. 하지만 함께 가족사진을 찍는 데 지장은 없어요."사진작가는 자신이 잘못 말한 것을 깨닫고 즉시 사과하며 화제를 돌렸다. "아연 씨, 여기 샘플 사진 있는데, 한 번 보세요. 찍고 싶은 다른 테마가 있으시면 얘기하셔도 되시고요."진아연은 샘플 사진을 받아 라엘과 한이에게 선택하라고 했다."엄마, 다 괜찮은 것 같아요. " 라엘은 골라보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세연 삼촌이 내가 어떻게 찍든 다 예쁘다고 했어요 그러니까 엄마가 골라요!"진아연은 스타일이 다른 두 개의 테마를 선택했고, 곧 분장사가 그들에게 메이크업을 해주기 시작했다.A국.혈압이 내려가자 조지운 어머니는 퇴원하겠다고 난리를 부렸다.조지운은 그녀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며칠 머물다가 고향으로 내려가라고 했다."지운아, 이 집은 언제 산 거니? 예전 집은 이렇게 크지 않았잖아! 집 사면서 왜 나에게 말하지 않았니?" 집을 둘러보던 조지운의 어머니는 점점 더 만족스러웠다.이 집은 시야가 넓고 남북으로 뚫려 있었으며 채광도 매우 좋았다.집에 가구가 별로 없어 좀 휑해 보였다.하지만 인테리어는 심플하면서도 고급스러웠다."제 월급으로는 여기 집을 살 수 없어요." 조지운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마이크가 제가 사는 곳이 너무 작다고 사준 거예요.""뭐?!" 조지운의 어머니는 얼굴을 붉히며 눈살을 찌푸렸다. "집 한 채에 팔려 간 거야? 이 집 집값은
"대표님은 사랑밖에 모르시는 게 아니라 사랑꾼이신 거죠! " 조지운이 말했다. "진아연을 위해 돈을 많이 쓸 뿐만 아니라, 진아연 한 여자만 바라보잖아요! 주변에 진아연보다 더 예쁜 여자가 없는 건 아니지만, 다른 여자를 찾을 생각은 단 한 번도 하시지 않았어요.""그건 진아연보다 예쁜 여자는 진아연 보다 능력이 없고, 진아연보다 뛰어난 사람은 진아연만큼 젊고 예쁘지 않기 때문이겠죠." 마이크는 진아연에 대한 칭찬을 늘어놓았다. "내가 여자만 좋아했어도 진아연에게 빠졌을 걸요."지운은 그를 걷어찼다. 칭찬 몇 마디 했더니 주제넘은 소리를 시작했다."농담이에요 농담! 아연이와 당신 대표가 곧 재혼할 건데, 그들이 돌아오면 그 집엔 제가 있을 자리는 없을 거에요." 마이크는 아쉬운 표정이었지만 마음속은 흐뭇했다. "그때 되면 지운 씨 집에 가서 살아야겠어요!""두 사람이 재혼할 거라 확신해요?" 조지운은 요즘 병원에서 어머니를 돌보고 있었기 때문에 소식을 듣지 못했다."재혼할 가능성이 커요. 이틀 뒤면 휴가도 끝나는데 아직 돌아올 날짜를 정하지 않았대요. 아마 너무 행복해서 돌아오고 싶지 않나 봐요. "마이크가 놀림조로 말했다."대표님은 회사의 주인이시니까 언제 돌아와도 돼요. 근데 진아연 씨가 안 돌아와도 마으크 씨는 출근해야겠죠?""당신 대표가 안 와도 출근해야 하는 건 마찬가지잖아요?""술이나 마시죠! " 지운은 이번 설날의 난리를 겨우 해결했더니 곧 출근해야 된다는 생각에 기분이 복잡했다.B국.사진을 찍고 나니 벌써 저녁이었다.사진작가는 내친김에 진아연과 박시준의 커플 사진을 무료로 찍어 주었다."사진은 이따가 보내드릴게요. 영원히 행복하세요!"진아연: "고마워요. 오늘 수고 많으셨어요.""수고는 뭘요. 저를 선택해주신 것만으로도 너무 큰 영광이에요." 사진작가는 그들을 바래다주었다. "참, 두 분의 커플 사진을 제 개인 SNS 계정에 올려도 될까요? 사진이 너무 잘 나왔어요."진아연은 망설임 없이 말했다. "네. 아이들의 사진만
"엄마와 네 아빠의 사진을 보고 있어. 너도 볼래?" 진아연이 물었다.한이는 바로 차창 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안 볼래요.""그럼 나도 안 볼게." 진아연은 휴대폰을 내려놓고 아들을 바라보았다. "한이야, 엄마는 오늘 네가 정말 고마워. 엄마가 가족사진을 찍자고 한 이유는 네 외할머니가 돌아가신 후로 가족사진을 찍은 적 없기 때문이야. 그리고 또 다른 이유가 있어."창밖을 내다보던 한이는 시선을 다시 진아연에게로 향했다.그는 엄마의 말이라면 기꺼이 들었다. 엄마가 무슨 말을 하든 그는 받아들일 수 있었다."네 아빠가 어젯밤에 엄마한테 얘기한 건데, 시은이가 돌아간 후 계속 약에 의지해 잠들었대. 이번에 약을 가져오지 않아서 어젯밤에 엄마가 약을 사러 갔어. 물론 아빠는 완벽한 사람이 아니야. 엄마도 마찬가지고. 엄마가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앞으로의 삶을 그와 함께하고 싶어."진아연은 한이에게 앞으로 박시준과 함께 살 것이라고 통보하는 것이었다.한이는 오래전부터 이러한 결과를 예상했다.박시준이 온 후 엄마는 매일 그와 함께 붙어있었다. 두 사람이 데이트를 하러 나가면 한이는 집에서 라엘을 돌봐야 했다.그는 엄마가 사랑을 박시준에게 나눠주는 것이 내키지 않았다. 하지만 분명한 건 엄마가 박시준이 온 후로 훨씬 더 즐거워졌다는 것이다."엄마만 행복하면 돼요. " 눈살을 찌푸린 한이가 하는 말은 각별히 철들어 있었다. "나랑 라엘, 그리고 지성이가 크면 엄마 옆에 계속 있어 주지 못할 수도 있으니까요.""엄마는 그렇게 먼 미래의 일을 생각하진 않았어. 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지." 진아연은 한이의 손을 잡았다. "우린 현재의 삶만 잘살고 있으면 돼."...사진작가가 진아연과 박시준의 사진을 SNS에 올린 후 사진은 곧바로 인터넷에 퍼졌다.두 사람이 외모가 훌륭했던 것 외에, 둘의 신분이 특별했기 때문이다.한 명은 A국의 갑부이고, 다른 한 명은 B국에서 유명한 여성 기업가이자 유명한 신경내과 의사이기 때문이었다.두 사람의 사진은 곧 A국
상대방은 박시준이 그녀 옆에 있을 걸 예상하지 못한 듯 한참 말이 없었다.진아연도 냉정해졌다. "당신이 강진의 사촌 동생이라고 하는데 어떻게 믿지?"강진의 사촌 동생: 나 강진 언니의 사촌 동생 맞거든! 내 이름은 장자영이야. 못 믿겠으면 강진 언니한테 전화해 봐! 번호는 있겠지?진아연: 없어. 번호 보내 봐.사실 진아연은 강진의 번호를 알고 있었다. 그녀는 상대방이 사기꾼인지 확인하려고 그렇게 말했다.강진의 사촌 동생이 일련의 숫자를 보내왔다.강진의 전화번호와 비교한 후 진아연은 상대방이 강진을 알고 있음을 확인했다.진아연의 마음이 갑자기 싸늘해졌다.그녀가 정말로 강진의 사촌 동생이라면, 그녀가 한 말도 사실인 걸까?현기증이 날 것 같더니 그녀는 관자놀이가 아파왔다!박시준은 매일 그녀와 아이들과 함께 있었고 강진과는 전혀 연락이 없었는데 어떻게 갑자기 강진과 결혼할 수 있단 말인가?강진과 결혼할 거라면 지금 강진이 옆에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강진... 강진은 얼굴이 망가지지 않았나?그건 둘째치고, 박시준이 강진에게 호감을 가지는 게 가능하긴 한가?여기까지 생각한 진아연은 등에서 식은땀이 흘렀다!그녀는 강진이 자신을 얼마나 처참하게 만들었는지 잊을 수 없었으며, 강진이 소정이한테 얼마나 처참하게 해를 가했는지 더욱 잊을 수 없었다!만약에 박시준이 감히 강진과 결혼한다면 그녀는 박시준을 원수로 생각할 것이다!그에게 이성이 있는 한 그는 강진과 그녀 둘 중 하나만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알 것이다.강진의 사촌 동생: 왜 아무 말 없어? 너무 쪽팔려? 여우 같은 년!진아연은 그녀가 보낸 메시지에 눈시울이 약간 시큼했고 타이핑하는 손도 조금 떨렸다. "박시준이 당신 사촌 언니와 결혼할 거라는데, 언제 생긴 일이야? 아무도 나한테 그런 얘기를 한 적 없거든. 내가 내연녀가 맞다 해도, 알면서 그런 거 아니야! 말 좀 가려서 해!"강진의 사촌 동생: 박시준이 아직 말하지 않았나 보네? 하! 쓰레기 같은 새끼! 강진 언니랑 곧 결혼할
신화 투자가 대기업인 건 맞지만, 그녀의 회사는 쓰레기 회사가 아니다!박시준이 이익을 중요시하는 사람이라면 최근 몇 년 동안 그녀에게 그렇게 많은 돈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그녀에게 그렇게 많은 시간을 낭비할 필요는 더욱 없었다.그녀는 그가 마음만 먹으면 세계 최고의 여성 부자들을 만날 수 있고, 그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그러나 그는 결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지금 와서 신화 투자를 위해 자신을 팔 필요가 없었다.이 일에 문제가 있다는 걸 직감한 그녀는 눈물을 닦고 낮에 박시준과 얘기를 나눠봐야겠다고 생각했다.다음 날 아침.박시준은 일어난 뒤 침대 옆에 서서 진아연의 잠자는 얼굴을 내려다보았다.그는 그녀를 깨우고 싶었지만 차마 그러지 못했다.그는 오늘 귀국할 것이다.강주승이 그에게 자신이 이미 결혼식을 위해 모든 준비를 마쳤다고 메시지를 보내왔다. 그리고 계속 결혼 소식을 발표하지 않으면 자기가 발표할 것이라고 알렸다.그는 강씨 가문이 결혼 사실을 발표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진아연이 강씨 가문의 입을 통해 그의 결혼을 알게 된다면 그녀에게 얼마나 큰 타격이 될까.무언가가 통한 듯 진아연이 갑자기 눈을 떴다.눈이 마주치자 그는 그녀를 향해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그가 웃는 것을 보자 그녀도 웃었다.동시에 그녀는 새벽에 강진의 사촌 동생이 보낸 메시지가 생각났다.그녀는 그것이 꿈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녀는 초조하게 휴대폰을 들고 카카오톡을 터치했다.그녀는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꿈이 아니었다. 모두 현실이었다. 새벽 3시, 그녀와 강진의 사촌 동생의 채팅 기록이 모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박시준 씨." 그녀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일어나 앉으며 그것에 대해 얘기하려 했다."응?" 그는 겉옷을 들고 와 그녀에게 입히며 천천히 말했다. "아연아, 나 오늘 돌아가야 해.""그래요? 출근은 모레부터 하지 않나요? 하루라도 더 있지 그래요?" 그녀는 심장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하루 일찍 귀국하는 건 강진과
그녀의 고집스러운 얼굴을 본 그는 그녀가 자신과 강진의 일을 알게 됐다고 확신했다.어제 그들이 놀러 나갔을 때까지만 해도 그녀는 아무 일 없었다. 그녀가 어제 이 사실을 알았다면 신이 나서 그를 데리고 가족사진을 찍으러 가지 않았을 것이다.아마도 밤에 잠이 든 후 누군가가 그녀에게 뭐라 한 것 같았다."그럼 내일 갈게." 그는 그녀의 질문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그녀의 뜻을 맞춰줄 수밖에 없었다.내일 떠날지언정 그녀에게 돌아가서 무엇을 할 것인지 자세히 말하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그의 손을 놓았지만 여전히 그를 바라보고 있었고, 말투는 차가웠다. "박시준 씨, 강진과는 언제 그런 사이가 됐죠?"그는 솔직하게 말했다. "강진을 못 본 지도 오래됐어."그 뜻인즉슨 그와 강진은 좋은 사이가 아니라는 것이다."그래요... 강진이 다친 후로 못 봤어요?""응." 그는 고개를 살짝 숙였다. 그녀의 눈빛은 그가 가장 가혹한 형벌을 받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그럼 강진을 좋아해요? 전이라든가 지금이라든가 좋아한 적 있어요? 대답해요!" 그녀는 손으로 이불을 꽉 움켜쥐었지만 몸이 조금씩 떨리는 걸 참지 못했다."없어."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단호했다.그는 단 한 번도 강진을 좋아한 적 없었다. 진아연을 만나기 전에도 없었다.한순간이라도 강진을 좋아한 적이 있다면, 그는 강진을 그렇게 오랫동안 기다리게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박시준 씨, 말해봐요. 지금 내가 내연녀인가요?!" 그녀는 터놓고 그에게 날카롭게 물었다."아니야." 그는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진아연, 난 내가 뭘 하는지 알고 있어. 내가 너에게 했던 모든 말을 난 마음속에 새겨두었어."그녀는 소리 내어 웃었지만 그녀의 눈시울은 젖어 있었다. "반지도 진짜고, 당신의 약속도 진짜라면, 당신이 돌아가서 강진이랑 결혼한다는 것도 진짜인가요?!"그는 그녀의 얼굴에 맺힌 눈물을 바라보며 얇은 입술을 오므렸다."박시준 씨, 이래도 내가 내연녀가 아니라고 할 건가요? 곧 다른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