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은 박시준이 그녀 옆에 있을 걸 예상하지 못한 듯 한참 말이 없었다.진아연도 냉정해졌다. "당신이 강진의 사촌 동생이라고 하는데 어떻게 믿지?"강진의 사촌 동생: 나 강진 언니의 사촌 동생 맞거든! 내 이름은 장자영이야. 못 믿겠으면 강진 언니한테 전화해 봐! 번호는 있겠지?진아연: 없어. 번호 보내 봐.사실 진아연은 강진의 번호를 알고 있었다. 그녀는 상대방이 사기꾼인지 확인하려고 그렇게 말했다.강진의 사촌 동생이 일련의 숫자를 보내왔다.강진의 전화번호와 비교한 후 진아연은 상대방이 강진을 알고 있음을 확인했다.진아연의 마음이 갑자기 싸늘해졌다.그녀가 정말로 강진의 사촌 동생이라면, 그녀가 한 말도 사실인 걸까?현기증이 날 것 같더니 그녀는 관자놀이가 아파왔다!박시준은 매일 그녀와 아이들과 함께 있었고 강진과는 전혀 연락이 없었는데 어떻게 갑자기 강진과 결혼할 수 있단 말인가?강진과 결혼할 거라면 지금 강진이 옆에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강진... 강진은 얼굴이 망가지지 않았나?그건 둘째치고, 박시준이 강진에게 호감을 가지는 게 가능하긴 한가?여기까지 생각한 진아연은 등에서 식은땀이 흘렀다!그녀는 강진이 자신을 얼마나 처참하게 만들었는지 잊을 수 없었으며, 강진이 소정이한테 얼마나 처참하게 해를 가했는지 더욱 잊을 수 없었다!만약에 박시준이 감히 강진과 결혼한다면 그녀는 박시준을 원수로 생각할 것이다!그에게 이성이 있는 한 그는 강진과 그녀 둘 중 하나만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알 것이다.강진의 사촌 동생: 왜 아무 말 없어? 너무 쪽팔려? 여우 같은 년!진아연은 그녀가 보낸 메시지에 눈시울이 약간 시큼했고 타이핑하는 손도 조금 떨렸다. "박시준이 당신 사촌 언니와 결혼할 거라는데, 언제 생긴 일이야? 아무도 나한테 그런 얘기를 한 적 없거든. 내가 내연녀가 맞다 해도, 알면서 그런 거 아니야! 말 좀 가려서 해!"강진의 사촌 동생: 박시준이 아직 말하지 않았나 보네? 하! 쓰레기 같은 새끼! 강진 언니랑 곧 결혼할
신화 투자가 대기업인 건 맞지만, 그녀의 회사는 쓰레기 회사가 아니다!박시준이 이익을 중요시하는 사람이라면 최근 몇 년 동안 그녀에게 그렇게 많은 돈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그녀에게 그렇게 많은 시간을 낭비할 필요는 더욱 없었다.그녀는 그가 마음만 먹으면 세계 최고의 여성 부자들을 만날 수 있고, 그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그러나 그는 결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지금 와서 신화 투자를 위해 자신을 팔 필요가 없었다.이 일에 문제가 있다는 걸 직감한 그녀는 눈물을 닦고 낮에 박시준과 얘기를 나눠봐야겠다고 생각했다.다음 날 아침.박시준은 일어난 뒤 침대 옆에 서서 진아연의 잠자는 얼굴을 내려다보았다.그는 그녀를 깨우고 싶었지만 차마 그러지 못했다.그는 오늘 귀국할 것이다.강주승이 그에게 자신이 이미 결혼식을 위해 모든 준비를 마쳤다고 메시지를 보내왔다. 그리고 계속 결혼 소식을 발표하지 않으면 자기가 발표할 것이라고 알렸다.그는 강씨 가문이 결혼 사실을 발표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진아연이 강씨 가문의 입을 통해 그의 결혼을 알게 된다면 그녀에게 얼마나 큰 타격이 될까.무언가가 통한 듯 진아연이 갑자기 눈을 떴다.눈이 마주치자 그는 그녀를 향해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그가 웃는 것을 보자 그녀도 웃었다.동시에 그녀는 새벽에 강진의 사촌 동생이 보낸 메시지가 생각났다.그녀는 그것이 꿈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녀는 초조하게 휴대폰을 들고 카카오톡을 터치했다.그녀는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꿈이 아니었다. 모두 현실이었다. 새벽 3시, 그녀와 강진의 사촌 동생의 채팅 기록이 모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박시준 씨." 그녀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일어나 앉으며 그것에 대해 얘기하려 했다."응?" 그는 겉옷을 들고 와 그녀에게 입히며 천천히 말했다. "아연아, 나 오늘 돌아가야 해.""그래요? 출근은 모레부터 하지 않나요? 하루라도 더 있지 그래요?" 그녀는 심장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하루 일찍 귀국하는 건 강진과
그녀의 고집스러운 얼굴을 본 그는 그녀가 자신과 강진의 일을 알게 됐다고 확신했다.어제 그들이 놀러 나갔을 때까지만 해도 그녀는 아무 일 없었다. 그녀가 어제 이 사실을 알았다면 신이 나서 그를 데리고 가족사진을 찍으러 가지 않았을 것이다.아마도 밤에 잠이 든 후 누군가가 그녀에게 뭐라 한 것 같았다."그럼 내일 갈게." 그는 그녀의 질문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그녀의 뜻을 맞춰줄 수밖에 없었다.내일 떠날지언정 그녀에게 돌아가서 무엇을 할 것인지 자세히 말하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그의 손을 놓았지만 여전히 그를 바라보고 있었고, 말투는 차가웠다. "박시준 씨, 강진과는 언제 그런 사이가 됐죠?"그는 솔직하게 말했다. "강진을 못 본 지도 오래됐어."그 뜻인즉슨 그와 강진은 좋은 사이가 아니라는 것이다."그래요... 강진이 다친 후로 못 봤어요?""응." 그는 고개를 살짝 숙였다. 그녀의 눈빛은 그가 가장 가혹한 형벌을 받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그럼 강진을 좋아해요? 전이라든가 지금이라든가 좋아한 적 있어요? 대답해요!" 그녀는 손으로 이불을 꽉 움켜쥐었지만 몸이 조금씩 떨리는 걸 참지 못했다."없어."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단호했다.그는 단 한 번도 강진을 좋아한 적 없었다. 진아연을 만나기 전에도 없었다.한순간이라도 강진을 좋아한 적이 있다면, 그는 강진을 그렇게 오랫동안 기다리게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박시준 씨, 말해봐요. 지금 내가 내연녀인가요?!" 그녀는 터놓고 그에게 날카롭게 물었다."아니야." 그는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진아연, 난 내가 뭘 하는지 알고 있어. 내가 너에게 했던 모든 말을 난 마음속에 새겨두었어."그녀는 소리 내어 웃었지만 그녀의 눈시울은 젖어 있었다. "반지도 진짜고, 당신의 약속도 진짜라면, 당신이 돌아가서 강진이랑 결혼한다는 것도 진짜인가요?!"그는 그녀의 얼굴에 맺힌 눈물을 바라보며 얇은 입술을 오므렸다."박시준 씨, 이래도 내가 내연녀가 아니라고 할 건가요? 곧 다른 사
딸이 자기 아빠가 귀국하는 건 다른 여자와 결혼하기 위해서라는 사실을 알면 얼마나 실망할까!그리고 한이가 이 일을 알게 된다면 분명히 그를 더욱 미워할 것이다.정말로 이익을 위해 그러는 걸까? 하지만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면 대체 무엇을 위해서일까?그는 이미 강진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답했다.돈이 사랑보다 중요하고 세 자녀보다도 더 중요한 것인가?그녀는 박시준의 선택을 이해할 수 없었다.분명히 그는 혼자서도 돈을 벌 수 있었다. 그것도 수없이 많은 돈을. 게다가 그녀의 회사도 계속 이윤을 창출하고 있었다. 대체 얼마나 많은 돈을 벌어야 그가 만족할 수 있는 걸까?눈물이 눈꼬리를 타고 흘러 베개를 적셨다.문밖에서는 더 이상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녀는 몸을 돌려 천장을 바라보며 조용히 울었다.아래층에서 박시준은 아침을 먹은 후 지성이를 안았다.지성은 크고 까만 눈으로 아빠의 얼굴을 응시했다. 그의 작은 머리에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박시준은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아들을 바라보았지만 마음 속으로는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아빠가 다음에 널 다시 안아줄 수 있는 게 언제가 될지 모르겠어.""대표님, 몇 시 항공편이죠? 제가 먼저 캐리어 싸드릴게요!" 장 이모가 말했다.박시준은 방에서 울고 있는 진아연이 생각나 바로 답했다. "괜찮아요. 그냥 옷 몇 벌일 뿐이에요. 그냥 여기 둘게요."장 이모는 더 밝게 웃었다. "맞네요. 여기 두고 다음에 오셔서 입으시면 되니까요."장 이모는 두 사람이 떼려야 뗄 수 없이 좋은 관계라고 생각했다.진아연은 방에서 한동안 아무것도 상관하지 않고 울다가 이불을 젖히고 침대에서 일어났다.회피는 결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박시준 없어도 그녀에게는 여전히 세 자녀가 있다. 어떤 경우에도 그녀는 어려움에 무너지면 안 되었다.세수를 하러 욕실에 들어간 그녀는 거울 속 초췌하고 절망적인 표정으로 가득 찬 자신을 보며 문득 박시준은 자신에게 그냥 단순히 남자가 아님을 깨달았다.그녀는 그의
그녀는 운명을 믿지 않았다.하늘이 그녀를 막아도 그녀는 이대로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그녀는 차 문을 열었다. 살을 에는 듯한 차가운 바람이 불고 있었지만, 주저 없이 눈 속으로 발을 내디뎠다!그녀는 공항 방향으로 미친 듯이 달렸다!그녀는 결과를 원했다. 그를 이대로 놓아주고 싶지 않았다!공항. VIP 대합실.박시준은 손목을 들어 시계의 시간을 보았다.그의 티켓은 오후 1시였다. 한 시간 뒤면 이륙하게 된다.거대한 유리창 앞에 서서 밖의 흩날리는 눈꽃을 바라보고 있는 그의 마음은 얼음처럼 차가웠다.다른 방법이 있다면 그는 그녀와 아이들에게 상처 주는 일을 절대 하지 않았을 것이다.그녀와 아이들에게 모진 것은 곧 자신에게 잔인한 것이다. 그는 그들보다 더 많은 상처를 입게 된다.강주승은 그의 약점을 잡고 그에게 강진과 결혼하도록 강요했다. 그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이 일에서 연기를 잘하지 못하면 앞으로의 아픔은 끝이 없을 것이다.그는 자신의 추문으로 인해 세 자녀가 손가락질받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진아연이 그 일을 알게 되는 것도 원하지 않았다.그는 자신의 평판이 폭락하는 걸 받아들일 수 있었고, 모든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을 수는 있었다. 하지만 그는 진아연이 신경 쓰였다.진아연과 아이가 없었다면 강주승이 그가 살인을 저지른 증거를 얻더라도 그는 끌려다니지 않았을 것이다!그는 여태껏 착한 사람이 아니었지만, 진아연과 아이들 때문에 소위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그는 한 번도 겁쟁이였던 적이 없지만, 지금의 그는 진아연과 아이들이 이 일을 알게 된 후 그를 무서워하고 그를 멀리할까 두려웠다. 그는 도박할 수밖에 없었다. 만약에 이기면 더 이상 위협을 받을 염려가 없게 된다.진아연은 공항 홀까지 달려갔다. 몸에 쌓인 눈을 털어낼 겨를도, 숨을 돌릴 시간도 없이 홀의 스크린에 뜬 A국으로 가는 항공편을 확인한 후 지정된 보안 검색대를 향해 달려갔다!그녀는 인파를 뚫고 보안 검색대 앞까지 왔다."박시준!".그녀는 군중 속
그녀가 말을 마친 후 보안 검사관이 다가와 박시준에게 서둘러 비행기에 탑승할 것을 알렸다."아연아, 돌아가서 해결해야 할 일이 있어. 제발 시간을 좀 줘...""안 돼요! 내가 시간을 주면 당신은 강진과 결혼할 거잖아요! 박시준, 난 당신이 다른 여자와 결혼하는 걸 받아들일 수 없어요! 그 여자가 강진이든 다른 사람이든 상관없어요! 신부가 내가 아니라면 다 안 돼요!" 그녀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 "오늘 가기만 해봐요. 다신 나와 아이들을 볼 생각 하지 마요!"그녀가 그에게 애원했어도 소용없었다. 남은 건 위협일 뿐이었다.만약 강주승이 무언가로 그를 위협하거나 유혹한 거라면 그녀도 그를 위협할 수 있었다!그녀는 자신의 카드가 강주승의 카드보다 못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그는 눈이 빨개지고 눈가에 눈물이 고인 채 그녀를 고통스럽게 바라보았다.그녀는 그가 침착한 척 애쓰다가 한순간에 눈가에 눈물이 고이는 것을 보았다.그녀가 그를 울렸다. 이러고 싶지 않았지만, 그가 강진과 결혼하는 건 더욱 참을 수 없었다."박시준 씨, 지금 내가 다른 남자랑 결혼하러 간다고 생각해 봐요. 그러면 이렇게 모질지 않을 수 있겠어요? 지금 내 심정을 이해할 수 있겠어요?" 그녀는 턱을 살짝 치켜올려 눈물이 흘리지 않게 했다. "기회는 이번 한 번뿐이에요. 나랑 집에 가든가, 아니면 우리 이대로 완전히 깨지든가!"그는 가슴이 너무 아파서 숨을 쉴 수 없었다.그녀는 그와 완전히 깨지려고 했다!그는 그녀를 이해할 수 있었지만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그렇다고 그는 동의할 수 없었다. 강진과 결혼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도 불가능했다.산다는 것은 때때로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울 수 있다. 지금의 그가 그런 심정이다.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여자가 울어 눈이 빨개진 채 눈앞에 서 있다. 그녀를 품에 꼭 안고 웃도록 달래주고 싶은데, 자신은 그러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그녀에게 상처만 주고 있다!쓸모없는 새끼!그는 속으로 자신을 욕했다.그는 두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잡
진아연은 저녁이 되어서야 집에 돌아왔다.오늘은 날씨가 흐려 날이 일찍 어두워졌다.온몸이 젖은 채 넋이 나간 진아연의 모습을 본 이모님은 깜짝 놀랐다."아연 씨, 왜 그래요?" 이모님은 그녀의 손을 잡아 주었다. "대표님이 가셔서 아쉬운 거예요? 이러지 말아요. 돌아가고 싶으면 언제든 귀국할 수 있잖아요."진아연은 고개를 저으며 쉰 소리로 물었다. "아이들은요?""지성이는 자고 있고 라엘과 한이는 샤워하러 갔어요. 조금 전 마당에서 눈사람을 만드느라 옷이 다 젖었거든요." 이모님이 말했다. "아연 씨, 아연 씨의 머리와 옷도 다 젖은 것 같은데 따뜻한 물로 샤워해요. 제가 도와드릴까요?"그녀가 고개를 젓고 나서 방으로 돌아가자걱정된 이모님이 그녀를 따라갔다."참, 앞으론 애들 앞에서 박시준을 언급하지 말아 주세요." 그녀가 발걸음을 멈추고 이모님을 바라보았다. "그 사람이랑 헤어졌어요. 이모님과 홍 아줌마는 박시준의 사람이니..."그녀는 더이상 말을 할 수 없었다.그녀는 이모님과 홍 아줌마에게 박시준의 옆으로 돌아가라 말하고 싶었다.박시준과 헤어졌기 때문에 더는 그의 사람을 쓸 수 없었다.이모님은 얼굴이 파랗게 질린 채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했다. "아연 씨, 너무 갑작스럽네요. 전... 뭐라고 말해야 맞는지 모르겠지만 전 남아서 지성이를 돌보고 싶어요.""하지만 이모님은 박시준 씨의 사람이잖아요. 앞으로 전 그 사람과 엮일 일이 없을 거예요. 제가 아무리 이모님을 좋아한다고 해도 이모님 때문에 그 사람과 연락하는 건 싫어요." 그녀는 자기 생각을 솔직히 말했다.이모님은 눈시울이 촉촉해진 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그때 홍 아줌마가 다가와 아연에게 말했다. "아연 씨,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전 아쉽다고 생각해요. 전 박씨 가문에서 한평생 도우미로 있었으니 전 내일 떠날 거예요."진아연은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이모님에게 말했다. "이모님도 홍 아줌마와 함께 가세요."이모님은 참지 못하고 울면서 자리를 떴
그녀는 진아연의 방에 가서 박시준의 물건을 찾아 홍 아줌마에게 주려 했다.진아연이 박시준의 물건을 보고 싶지 않아 할 것인데 버리느니 홍 아줌마에게 부탁해 가져가도록 하려는 것이었다.이모님은 문을 두드린 후 방 안에 들어갔다."아연 씨, 전 이미 대표님에게 그만둔다고 얘기했어요." 이모님은 침대 옆에 다가갔다. 진아연이 눈을 뜨고 있는 걸 본 이모님이 말을 계속 이었다. "대표님의 물건을 챙겨 홍 아줌마에게 가져가라고 부탁하려고요."진아연은 초췌한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단호한 어투로 대답했다. "이미 사직했으니 앞으로는 그 사람이랑 연락하지 말아요. 지성이의 사진도 보내지 말고요.""알았어요.""그 사람 물건은 이미 다 챙겨 놓았어요. 책상 옆에 있는 캐리어가 그 사람 거예요." 진아연은 어젯밤에 열이 나서 일어나 해열제를 먹다가 박시준의 캐리어를 발견했다. 그래서 그의 물건을 전부 캐리어에 주워 담았다."아연 씨, 기색이 별로 안 좋아요. 좀 더 자요." 이모님은 말을 하고 나서 캐리어를 끌고 다급히 밖으로 나갔다.홍 아줌마를 배웅하고 난 이모님은 고민 끝에 마이크에게 전화를 걸어 여소정에게 전화 한번 해보라고 했다.마이크가 어리둥절하게 물었다. "여소정은 왜요? 아연이한테 여소정의 전화번호가 있을 텐데요?"이모님: "휴!""무슨 일이예요? 그냥 물어본 거니 한숨 쉬지 말아요. 지금 여소정에게 전화해볼게요.""마이크 씨, 그냥 마이크 씨가 돌아와요." 이모님은 진아연이 두 눈이 벌겋게 된 채 멍하니 침대에 누워있던 모습이 떠올라 가슴 아파서 한마디 했다. "아연 씨가 대표님과 헤어졌대요. 대표님이 강진 씨와 결혼한다고 하던데 너무 갑작스러워 아무것도 묻지 못했어요.""젠장!" 마이크는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박시준이 강진과 결혼한다고요?""네, 마이크 씨가 여소정에게 전화해 아연 씨를 위로해주라고 부탁해주세요. " 이모님은 다른 할 말이 없어 전화를 끊었다.마이크는 휴대폰을 꼭 잡고 머릿속으로 이 일을 정리했다.조지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