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진아연의 방에 가서 박시준의 물건을 찾아 홍 아줌마에게 주려 했다.진아연이 박시준의 물건을 보고 싶지 않아 할 것인데 버리느니 홍 아줌마에게 부탁해 가져가도록 하려는 것이었다.이모님은 문을 두드린 후 방 안에 들어갔다."아연 씨, 전 이미 대표님에게 그만둔다고 얘기했어요." 이모님은 침대 옆에 다가갔다. 진아연이 눈을 뜨고 있는 걸 본 이모님이 말을 계속 이었다. "대표님의 물건을 챙겨 홍 아줌마에게 가져가라고 부탁하려고요."진아연은 초췌한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단호한 어투로 대답했다. "이미 사직했으니 앞으로는 그 사람이랑 연락하지 말아요. 지성이의 사진도 보내지 말고요.""알았어요.""그 사람 물건은 이미 다 챙겨 놓았어요. 책상 옆에 있는 캐리어가 그 사람 거예요." 진아연은 어젯밤에 열이 나서 일어나 해열제를 먹다가 박시준의 캐리어를 발견했다. 그래서 그의 물건을 전부 캐리어에 주워 담았다."아연 씨, 기색이 별로 안 좋아요. 좀 더 자요." 이모님은 말을 하고 나서 캐리어를 끌고 다급히 밖으로 나갔다.홍 아줌마를 배웅하고 난 이모님은 고민 끝에 마이크에게 전화를 걸어 여소정에게 전화 한번 해보라고 했다.마이크가 어리둥절하게 물었다. "여소정은 왜요? 아연이한테 여소정의 전화번호가 있을 텐데요?"이모님: "휴!""무슨 일이예요? 그냥 물어본 거니 한숨 쉬지 말아요. 지금 여소정에게 전화해볼게요.""마이크 씨, 그냥 마이크 씨가 돌아와요." 이모님은 진아연이 두 눈이 벌겋게 된 채 멍하니 침대에 누워있던 모습이 떠올라 가슴 아파서 한마디 했다. "아연 씨가 대표님과 헤어졌대요. 대표님이 강진 씨와 결혼한다고 하던데 너무 갑작스러워 아무것도 묻지 못했어요.""젠장!" 마이크는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박시준이 강진과 결혼한다고요?""네, 마이크 씨가 여소정에게 전화해 아연 씨를 위로해주라고 부탁해주세요. " 이모님은 다른 할 말이 없어 전화를 끊었다.마이크는 휴대폰을 꼭 잡고 머릿속으로 이 일을 정리했다.조지운
"그녀를 만났어?" 박시준은 담배 하나를 꺼내 손가락 사이에 끼웠다."만났어." 성빈은 그가 화를 내지 않자 마음속의 분노가 조금 줄었다.심지어 그에게 라이터가 없는 걸 보고 불까지 붙여주었다."그녀가 날 찾아왔었어." 성빈은 그의 옆자리에 앉아 탁자 위에서 담배 한 대를 주워 불을 붙였다. "무슨 약점을 잡힌 거 아니야?"박시준은 눈을 살짝 내리깔고 씁쓸하게 말했다. "강진이 아니야.""그래? 강씨 가문에게 약점을 잡힌 거야? 어쩐지, 내가 아는 강진은 지금의 모습으로 절대 사람들 앞에 나설 사람이 아니거든. 정말 너랑 결혼한다고 해도 절대 성대한 결혼식을 원하진 않을 거야."박시준이 성빈을 바라보며 물었다. "어떤 모습인데?""설명하기 어려워. 지금 머릿속으로 강진 씨의 얼굴을 생각만 해도 섬찟해." 성빈은 이를 갈며 말했다. 그러면서 손가락 사이에 끼운 담배를 부러뜨렀다. "지난날의 사랑이나 증오나 모두 무색해졌어. 난 지금 그녀에 대한 느낌은 오로지 무섭다는 거야. 동정도 조금 있고."박시준은 담뱃재를 재떨이에 털고 나서 말했다. "내일 가봐야겠어.""내일 그녀를 보면 생각이 바뀔지도 몰라." 성빈이 소파에 기대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강진이 어떻게 변했던 난 그녀와 결혼할 수밖에 없어." 박시준은 담배를 한 모금 빨고 나서 연기를 내뿜었다. "난 이미 진아연과 아이에게 상처를 줬으니 다른 선택이 없어.""몇 년 전에 이미 결정했던 거야?" 성빈은 그의 옆모습을 바라보며 따져 물었다. "그럼 B국엔 왜 갔는데 ? 그리고 왜 그녀와 발렌타인데이는 보냈고 가족사진도 찍은 건데? 너 제정신이야?""맞아. 나 제정신 아니야." 그는 솔직히 말했다. "꿈에서도 그녀와 함께 있길 원해. 그래서 그녀가 날 불렀을 때 잠시 이성을 잃었었어.""이게 아연 씨에게 얼마나 큰 상처인 줄 알면서 좀 억제하지 그랬어? 아연 씨와 아이는 어떻게 해? 너 혹시 아연 씨에게 협박당하고 있다는 거 얘기하지 않았어? 넌 분명 말하지 않았을 거야!" 성빈은 그를
어쨌거나 이번에는 대표님의 잘못이 확실했다.대표님에게 말 못 할 사정이 있었다고 해도 진아연은 잘못한 것이 없지 않는가?마이크는 조수석에 올라타 안전벨트를 매고 나서야 이모님의 부탁이 떠올랐다.그는 휴대폰을 꺼내 여소정에게 전화를 걸었다.B국.여소정은 마이크의 전화를 받고 나서 곧 차를 몰고 진아연의 집으로 향했다.진아연은 어젯밤 열이 나서 해열제를 먹었지만, 일시적으로만 열이 내렸다가 아침이 되자 또다시 열이 났다.그녀는 아침에 일어난 뒤 자신과 박시준의 관계에 문제가 생겼다고 두 아이에게 알려주려 했다.하지만 열이 아직 내리지 않아 감기가 아이들에게 옮길까 걱정되어 계속 누워 쉬고 있었다.여소정은 침실에 들어선 뒤 문을 닫았다.진아연은 누군가의 움직임을 듣고 눈을 떴다."아연아. 어디 아파?" 여소정이 침대 옆에 다가가 손을 이마에 갖다 댔다. "열이 조금 있네. 약은 먹었어?""응." 그녀는 여소정을 바라보며 가까스로 대답했다. "누가 불렀어?""마이크가 전화했어." 여소정은 침대 옆에 앉아 있다가 곧 흐느끼기 시작했다.진아연은 멍하게 그녀를 바라보았다."아연아. 난 내가 세상에서 가장 비참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보니 네가 더 비참해... 우린 왜 이렇게 비참한 걸까? 너무 힘들어. 매일 울고 싶은데 다른 사람 앞이라 울지도 못해. 다른 사람이 비웃을까 두렵거든. 남자 하나 때문에, 세상에 남자가 이렇게 많은데 또 하나 찾으면 되는데 말이야... 하지만 내가 앞으로 누굴 만나든지 그 사람이 하준기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면 죽고 싶을 정도로 가슴이 아파."진아연은 그녀의 하소연을 듣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앉았다."아연아, 나 괜찮아. 누워있어." 여소정이 그녀를 다시 침대에 눕혔다. "인생의 절반을 너무 순조롭게 살았나 봐. 그래서 지금 조금만 힘들어도 하늘이 무너지는 거라 생각하는 걸 거야. 넌 나보다 훨씬 용감해. 난 네가 늘 부러웠어. 스스로 자신을 돌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애들도 잘 키우고 있잖아. 난 나 자신조차 돌
여소정은 자신이 참 잔인하다고 생각했다.진아연이 나은 뒤 아이들에게 말해도 되는데그녀는 아이들이 아무것도 모르는 게 마음에 걸렸다."소정 이모, 오빠가 아침에 저한테 말해줬어요." 라엘은 입을 열자마자 눈시울이 붉어졌다. "다시는 아빠를 믿지 않을 거예요. 아빤 나쁜 사람이에요!"여소정은 라엘을 품에 안고 달랬다. "라엘아, 울지 마. 아빠가 없어도 너에겐 엄마랑 오빠가 있잖아. 그리고 나도 있고. 우린 영원히 널 사랑할 거야.""제가 화난 건 아빠가 나한테 거짓말을 했다는 거예요." 라엘은 눈을 비비며 말했다. "그리고 엄마를 슬프게 한 것도 화나요. 난 울면 안 돼요... 내가 울면 엄마가 더 슬플 거예요."라엘은 말은 그렇게 했지만 이미 눈물을 똑똑 떨구고 있었다."흑흑... 작은 소리로 울 거예요..."여소정은 가슴이 아팠다. "괜찮아. 우리 잠시만 울고 다시는 울지 말자. 쓰레기 같은 남자를 위해 눈물을 흘릴 필요 없어. 지금 국내에서 혼자 잘 먹고 잘살 텐데."배신감을 느낀 라엘은 입을 삐죽 내밀고 투덜댔다. "나한테 분명 잘해줬어요. 함께 놀러 갔을 때 내가 힘들다고 안고 다녔단 말이에요.""엄마한테도 잘해줬어요." 여소정은 진아연이 며칠 전에 올린 인스타그램을 본 적이 있는데 두 사람은 꿀이 떨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다른 여자랑 결혼할 거야. 어른들의 세상은 좀 복잡해. 넌 지금 잘 모르겠지만 너랑 오빠는 잘 커 주기만 하면 돼. 다른 일에 신경 쓰지 말고."라엘은 입을 삐죽 내밀고 괴로워했다."라엘아, 이모가 너랑 오빠 데리고 놀러 가는 건 어때?" 여소정은 두 아이를 데리고 바람 쐬러 나가려 했다.라엘은 화가 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싫어요. 놀고 싶지 않아요. 집에 있을 거예요. 엄마가 아픈데 다 나아야 안심할 수 있어요.""라엘아, 넌 참 착해.""오빠만큼은 아니에요. 오빤 예전부터 아빠가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했어요."A국.밤새 쉬고 난 박시준은 강진에게 전화를 걸어 만나자고 했다.한 시간 후 강진
"그래.""시준아, 내가 너랑 결혼하려는 거 아니야." 강진이 생각에 잠기다가 그에게 사실대로 말하기로 마음먹었다. "강주승이 날 이용해 당신을 모욕하려는 거야. 난 결혼하고 싶지 않아. 결혼식도 하고 싶지 않고.""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 그는 심드렁하게 말했다.그녀는 잠시 멍해 있다가 그의 차가운 얼굴을 바라보며 물었다. "진아연은...""강진, 당신은 나에게 약속한 일만 제대로 하면 돼. 내 사적인 일까지 신경 쓸 필요 없어.""내가 대신 설명해 줄 수도 있잖아." 강진이 친절하게 말했다."필요 없어!" 박시준이 버럭 화를 냈다. "그 여자를 건드리지 마!"그는 진아연이 지금 어떤 마음일지 잘 알고 있었다.누군가 지금 그녀의 앞에서 그를 언급하면 그녀는 아마 화를 낼 것이다. 만약 그 사람이 강진이라면 더 크게 화를 낼 것이다.이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그녀를 그냥 두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문제가 해결되면 직접 그녀를 찾아가 용서를 빌 생각이었다.2시간 후, 인터넷에 기사 하나가 떴다.-- ST그룹의 대표 박시준이 거금을 들여 신화 투자의 딸 강진과 결혼한다는 내용이었다.이 기사는 강주승의 지시에 따라 발표한 것이었다.강주승은 박시준이 강진과 결혼할 것이라는 사실을 세상에 알리려 했다.결혼만 하는 것이 아니라 거금을 들여 결혼식을 진행하는 것이라고 말이다.기사에서는 박시준이 1조를 예물로 보내 강진에 대한 사랑을 보여줬다고 했다.그리고 강진이 화재로 인해 얼굴이 망가졌지만 박시준은 여전히 그녀의 곁을 지키며 그녀에게 성대한 결혼식을 선물한다고 했다.물론 이 1조는 강진의 손을 거치지 않고 강주승의 계좌에 들어갔다.강주승은 이 결혼식을 핑계로 박시준에게서 정당하게 한방 먹였고 박시준이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도록 했다.기사에는 이미 얼굴이 망가진 강진의 사진도 공개했다.이 기사는 A국에서 거대한 파문을 일으켜 전례 없던 이슈가 되었다.—— 박시준과 강진? 내 기억이 잘못된 거야? 난 왜 박시준의 여자친구가 진아연이라
"아연아, 며칠 동안 휴대폰을 보지 마." 여소정이 귀띔했다. "박시준이 B국에서 기사 일면을 산 것 같은데 보기 역겨워."진아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비록 열이 내리긴 했지만 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배가 너무 고팠다. 그뿐만 아니라 목이 너무 말라 목소리가 잘 나오지도 않았다."아연아, 뭐 좀 먹고 있어. 난 마이크 마중하러 공항에 가야 할 것 같아. 곧 도착할 테니 지금 바로 공항에 가야 해."이모님이 죽 한 그릇을 진아연의 앞에 놓았다.죽 한 그릇을 먹은 진아연은 체력이 조금 회복되는 것 같았다."라엘아, 한이야, 왜 그렇게 날 빤히 보는 거야?" 진아연이 웃으면서 말했다. "엄만 그저 감기 걸렸을 뿐이니까 곧 괜찮아질 거야.""엄마, 몰래 울었어요?" 라엘이는 엄마의 두 눈이 벌겋게 부은 것을 보고 입을 삐죽하며 말했다. "속상해하지 말아요. 엄마에게는 나랑 오빠도 있고 동생도 있잖아요. 우린 영원히 엄마를 떠나지 않을 거예요.""엄마도 알아. 그래서 엄마의 병이 나았고 기분도 좋아졌어." 진아연은 딸의 부드러운 머릿결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이때 한이가 다가와 아무 말 없이 엄마를 안았다.아이들을 꼭 껴안은 그녀는 에너지가 몸속으로 끊임없이 주입되는 것 같았다."엄만 예전에 너희들에게 온전한 가정을 주고 싶었어. 하지만 지금 세상에 온전하다는 건 없다는 걸 발견했어. 행복하게 잘 살기만 하면 그게 온전하다고 할 수 있어. 그러니 엄마 걱정은 안 해도 돼. 너희들이 엄마 옆에 있으면 엄만 너무 행복하거든.""엄마, 저 앞으로 다시는 말썽 피우지 않을게요. 엄마랑 오빠 말 꼭 잘 들을게요." 라엘은 타격을 받고 어린 마음에 상처를 입었다."엄마, 제가 동생을 잘 돌볼게요. 앞으로 엄마는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면 돼요. 우리 걱정은 하지 말고요." 한이가 어른스럽게 말했다.진아연은 감동이 밀려와 크게 숨을 들이쉬며 흘러나오려는 눈물을 참아냈다.아이를 잘 키울 수 있다면 그녀는 이번 생에 아무런 여한이 없을 것이
"그럼 돌아가서 재밌는 구경거리를 봐야겠어. 강진은 얼굴이 망가졌다고 했지? 그럼 놀라운 모습일 텐데 박시준이 결혼을 고집하는 걸 보니 정말 사랑하나 보지. 국내엔 이미 큰 이슈가 되었을 거야. 도대체 왜 꼭 강진과 결혼하려는 건지 알 수가 없어. 내가 공부하는 것보다 훨씬 더 재미있는 일이잖아."잠시 후, 차가 별장 앞에 멈춰 섰고 마이크는 차에서 내려 성큼성큼 거실에 들어섰다.진아연은 한창 라엘이와 블록을 쌓고 있었다. 마이크는 성큼성큼 그녀의 옆에 다가가 얼굴을 유심히 살펴봤다."뭐 하는 거야?" 진아연은 그를 밀쳤다. "일을 시작할 거라고 하더니 왜 온 거야?"마이크가 혀를 차며 말했다. "내가 오고 싶으면 오는 거지. 내가 없으면 회사가 일을 못 한대? 내가 그렇게 중요한 존재였다는 걸 나는 왜 몰랐을까?"여소정이 웃으면서 말했다. "아연아, 마이크 씨한테 뭐라고 하지 마. 잠옷을 입고 있는 걸 봐. 외투를 입을 겨를도 없이 왔으니 얼마나 급하게 달려왔는지 알 수 있잖아."이 말을 들은 진아연은 마이크를 힐끗 보더니 심드렁하게 말했다. "내가 당장 죽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오버하는 거야?"마이크: "네가 이렇게 나오니 마음이 한결 놓여."그녀가 지나치게 힘들어하면 다른 사람에게 뭐라 할 힘이 없을 것이다.저녁.밤이 깊어졌고 바늘 떨어지는 소리마저 들릴 정도로 조용했다.진아연은 잠이 오지 않아 책상 앞에 앉아 노트북을 열었다.설도 다 지나갔고 그녀는 일을 시작하려 했다.하늘이 무너지지 않고, 그녀가 아직 살아있는 한 인생은 원래 궤도를 따라 계속 나가야 했다.그녀는 가능한 한 빨리 마음을 바로잡아야 했다. 곧 최운석의 수술을 해야 하는데 이건 결코 작은 일이 아니었다. 그녀는 반드시 성공해야 했다.며칠 전 잠에서 깼을 때 책상 앞에 서 있던 박시준의 모습이 갑자기 떠올랐다.그때 그는 그녀의 책상 앞에 서서 무엇을 하고 있었던 걸까?그녀가 그를 부르자 그는 다급히 무언가를 서류 박스에 집에 넣었던 게 떠올랐다.그녀는 서
A국.박시준이 강진과 결혼한다는 기사가 뜬 뒤 두 사람의 결혼식에 관한 세부적인 일들도 잇달아 밝혀지기 시작했다.웨딩 호텔, 하객 수, 웨딩 메뉴, 기념품, 브라이덜 주얼리 등이 모두 온라인에 낱낱이 공개됐다.다가오는 성대한 결혼식은 강씨 가문의 기를 살려주기에 충분했다.병원에서 강주승을 비웃던 왕은지는 세상을 발칵 뒤집은 이 기사를 보고 강주승에게 전화를 걸었다."강주승, 참 교활하군요!" 왕은지는 화가 조금 났다. "박스 안에 있는 물건을 당신이 채갔죠? 그건 원래 내 것이잖아요!" 만약 강주승이 물건을 채 가지만 않았더라면 지금 박시준을 위협하고 있는 사람은 그녀였을 것이고1조도 그녀의 주머니에 있을 것이다!"왕은지, 제 동생과 박시준의 결혼식에 올래요? 방금 물었던 문제에 대해 얼굴 보며 얘기하죠." 강주승은 오만하게 웃으면서 대답했다. "감히 올 수 있다면 제가 제대로 접대할게요. 그리고 우리 매부한테도 적당히 손보라고 말려드리죠."왕은지는 박시준과 강진의 결혼식 현장에 가보고 싶었다.이 기사가 세상을 들끓게 한 건 박시준의 신분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건 그와 결혼식을 올리는 사람이 얼굴이 망가진 못난이란 사실 때문이었다.이런 대단한 현장을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왕은지는 죽음이 두려웠다.그녀는 지금 B국에 숨어 있었다. 비록 비굴하기는 했지만 적어도 박시준에게 쫓기지 않아도 됐다."강주승, 당신 담도 크군요. 만약 내가 당신이라면 이렇게 직설적으로 박시준을 위협하지 못했을 거예요." 왕은지는 머뭇거리다가 말을 이었다. "당신을 죽일까 두렵지 않아요?""하하하! 전에도 절 죽일 뻔한 적이 있잖아요? 박시준처럼 잔인한 사람은 내가 더 잔인하게 나가는 수밖에 없어요. 그래야만 그 사람에게 맞설 수 있거든요." 강주승은 자기 생각을 말했다. "그 사람의 약점이 저의 손에 있으니 감히 날 건드린다면 그 사람이 나락으로 떨어지게 만들 수 있어요.""그래요, 그럼 그걸 잘 숨겨둬요, 박시준이 그 물건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