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돌아가서 재밌는 구경거리를 봐야겠어. 강진은 얼굴이 망가졌다고 했지? 그럼 놀라운 모습일 텐데 박시준이 결혼을 고집하는 걸 보니 정말 사랑하나 보지. 국내엔 이미 큰 이슈가 되었을 거야. 도대체 왜 꼭 강진과 결혼하려는 건지 알 수가 없어. 내가 공부하는 것보다 훨씬 더 재미있는 일이잖아."잠시 후, 차가 별장 앞에 멈춰 섰고 마이크는 차에서 내려 성큼성큼 거실에 들어섰다.진아연은 한창 라엘이와 블록을 쌓고 있었다. 마이크는 성큼성큼 그녀의 옆에 다가가 얼굴을 유심히 살펴봤다."뭐 하는 거야?" 진아연은 그를 밀쳤다. "일을 시작할 거라고 하더니 왜 온 거야?"마이크가 혀를 차며 말했다. "내가 오고 싶으면 오는 거지. 내가 없으면 회사가 일을 못 한대? 내가 그렇게 중요한 존재였다는 걸 나는 왜 몰랐을까?"여소정이 웃으면서 말했다. "아연아, 마이크 씨한테 뭐라고 하지 마. 잠옷을 입고 있는 걸 봐. 외투를 입을 겨를도 없이 왔으니 얼마나 급하게 달려왔는지 알 수 있잖아."이 말을 들은 진아연은 마이크를 힐끗 보더니 심드렁하게 말했다. "내가 당장 죽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오버하는 거야?"마이크: "네가 이렇게 나오니 마음이 한결 놓여."그녀가 지나치게 힘들어하면 다른 사람에게 뭐라 할 힘이 없을 것이다.저녁.밤이 깊어졌고 바늘 떨어지는 소리마저 들릴 정도로 조용했다.진아연은 잠이 오지 않아 책상 앞에 앉아 노트북을 열었다.설도 다 지나갔고 그녀는 일을 시작하려 했다.하늘이 무너지지 않고, 그녀가 아직 살아있는 한 인생은 원래 궤도를 따라 계속 나가야 했다.그녀는 가능한 한 빨리 마음을 바로잡아야 했다. 곧 최운석의 수술을 해야 하는데 이건 결코 작은 일이 아니었다. 그녀는 반드시 성공해야 했다.며칠 전 잠에서 깼을 때 책상 앞에 서 있던 박시준의 모습이 갑자기 떠올랐다.그때 그는 그녀의 책상 앞에 서서 무엇을 하고 있었던 걸까?그녀가 그를 부르자 그는 다급히 무언가를 서류 박스에 집에 넣었던 게 떠올랐다.그녀는 서
A국.박시준이 강진과 결혼한다는 기사가 뜬 뒤 두 사람의 결혼식에 관한 세부적인 일들도 잇달아 밝혀지기 시작했다.웨딩 호텔, 하객 수, 웨딩 메뉴, 기념품, 브라이덜 주얼리 등이 모두 온라인에 낱낱이 공개됐다.다가오는 성대한 결혼식은 강씨 가문의 기를 살려주기에 충분했다.병원에서 강주승을 비웃던 왕은지는 세상을 발칵 뒤집은 이 기사를 보고 강주승에게 전화를 걸었다."강주승, 참 교활하군요!" 왕은지는 화가 조금 났다. "박스 안에 있는 물건을 당신이 채갔죠? 그건 원래 내 것이잖아요!" 만약 강주승이 물건을 채 가지만 않았더라면 지금 박시준을 위협하고 있는 사람은 그녀였을 것이고1조도 그녀의 주머니에 있을 것이다!"왕은지, 제 동생과 박시준의 결혼식에 올래요? 방금 물었던 문제에 대해 얼굴 보며 얘기하죠." 강주승은 오만하게 웃으면서 대답했다. "감히 올 수 있다면 제가 제대로 접대할게요. 그리고 우리 매부한테도 적당히 손보라고 말려드리죠."왕은지는 박시준과 강진의 결혼식 현장에 가보고 싶었다.이 기사가 세상을 들끓게 한 건 박시준의 신분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건 그와 결혼식을 올리는 사람이 얼굴이 망가진 못난이란 사실 때문이었다.이런 대단한 현장을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왕은지는 죽음이 두려웠다.그녀는 지금 B국에 숨어 있었다. 비록 비굴하기는 했지만 적어도 박시준에게 쫓기지 않아도 됐다."강주승, 당신 담도 크군요. 만약 내가 당신이라면 이렇게 직설적으로 박시준을 위협하지 못했을 거예요." 왕은지는 머뭇거리다가 말을 이었다. "당신을 죽일까 두렵지 않아요?""하하하! 전에도 절 죽일 뻔한 적이 있잖아요? 박시준처럼 잔인한 사람은 내가 더 잔인하게 나가는 수밖에 없어요. 그래야만 그 사람에게 맞설 수 있거든요." 강주승은 자기 생각을 말했다. "그 사람의 약점이 저의 손에 있으니 감히 날 건드린다면 그 사람이 나락으로 떨어지게 만들 수 있어요.""그래요, 그럼 그걸 잘 숨겨둬요, 박시준이 그 물건을
그녀는 예전에 강씨 가문의 재산에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고 오로지 가족들의 존중과 인정만 원했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그 누구의 인정도 필요 없었다. 그녀는 강씨 가문 전체를 원하고 있다.ST그룹.오늘은 출근 첫날이다.예비 신랑인 박시준이 아침 일찍 회사에 나올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하지만 그는 회사에 나온 뒤 사무실에서 나오지 않았다.새해 출근 첫날 보너스는 부대표와 재무부장이 나눠줬고직원들은 진실을 알게 될 이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했다."부대표님, 대표님께서 정말 강진 씨랑 결혼하는 거예요? 왜 그런 선택을 하신 거래요?"부대표는 아주 난감했다. "저는 정말 몰라요. 재무부장에게 물어보는 게 어때요?"성빈이 웃으면서 대답했다. "대표님의 사생활을 내가 어떻게 알아요? 저도 기사를 보고 알았어요. 다들 그렇게 알고 싶으면 사무실에 찾아가서 직접 물어보세요!"직원들은 손사래를 쳤다."재무부장님, 대표님과 사이가 그렇게 좋은데 안 말려도 돼요?"성빈이 대답했다. "대표님에게 관심을 가지는 건 좋지만 너무 비관하진 말아요. 법적으로 남자와 여자는 결혼해도 되고 이혼도 해도 되는 거잖아요."모두 갑자기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보너스를 나눠 준 뒤 부대표가 조용히 성빈에게 물었다. "대표님은 언제 이혼하신대요?"성빈: "아직 결혼한 것도 아닌데 언제 이혼할지 어떻게 알겠어요?""대표님의 계획을 재무부장님에게 얘기한 줄 알았어요.""무슨 계획이요? 그 사실을 나는 왜 몰랐죠?"부대표: "대표님이 강진과 결혼하는 것이 신화 투자의 계약 건과 관련이 있다고 하지 않았어요?"성빈은 어이없었다. "신화 투자 계약건과 관련이 있다고 해도 신화 투자가 우릴 이용해 돈을 버는 거죠. 그리고 1조라는 예물이 기사에만 나온 숫자가 아니라 정말 강주승에게 계좌이체했어요."부대표: "대표님이 강주승에게 무슨 약점이라도 잡힌 모양이네요."성빈은 부인하지 않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누군가 이것 때문에 그를 동정하지 않을 거예요.""누구 말이에
A국, 오후 8시.웬 페이스북 블로그가 인터넷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이는 강주승의 개인 페이스북 계정으로 발표된 블로그였고 박시준이 정신적 질환을 앓고 있다는 문장이 적혀 있었다.짧은 문장이었지만 이는 큰 파장을 일으키게 됐다.강주승의 개인 페이스북 계정으로 올린 블로그였지만 네티즌들은 해당 계정이 강주승의 페이스북 계정임을 알아냈다.박시준과 강주승의 동생인 강진이 결혼을 앞두고 있는 시기에 강주승이 페이스북을 통해 이런 추문을 공개하는 건, 결혼을 한다는 거야, 만다는 거야?강주승이 올린 페이스북 블로그는 네티즌들에 의해 리트윗된 상태였고 강주승의 친구는 바로 그에게 연락해 현재 상황을 알렸다.이에 강주승은 이를 악물고 답했다. "난 페이스북을 써본 지도 오래라고, 그런 블로그를 올리지 않았다니까!"그는 말을 마친 후 페이스북을 로그인해 폭발적인 반응을 보인 블로그를 보게 되었다...강주승은 블로그에 적힌 문장을 보자 피가 들끓기 시작했고 머리가 점점 혼란스러워졌다.누구지?누가 그의 페이스북 계정에 로그인해 비밀로 설정된 블로그를 공개한 거지?강주승은 바로 페이스북 블로그를 삭제하고 설명문을 올렸다. 페이스북 계정이 도난당했습니다. 위 블로그는 본인이 올린 글이 아닙니다. 이에 대해 즉시 경찰 측에 신고 조치를 취한 상태입니다!강주승은 블로그에 게시글을 올린 후 바로 경찰에 신고했다.하지만 이 모든 것은 이미 늦어버렸다.네티즌들은 그의 계정으로 올린 블로그를 캡처해 여기저기 알린 상태였다...블로그를 확인한 박시준도 불신이 가득한 모습이었다.강주승이 술에 취해 정신을 잃지 않고서야 절대 이런 블로그를 페이스북에 올릴 리가 없었다.알다시피 이는 강주승이 그를 위협하기 위해 쥐고 있었던 정보지만 이제 공개했으니 더는 강주승의 위협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됐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휴대폰이 울렸고 이는 강주승으로부터 온 전화였다.박시준이 전화를 받자 강주승의 다급한 목소리가 전해졌다. "박시준 씨, 그 페이스북 블로그는 제가
"대표님, 방금 마이크 씨한테 연락했어요. 마이크 씨는 한이가 강주승 씨의 계정을 해킹했다고 알렸습니다." 조지운은 코끝의 안경을 올리며 말을 이었다.박시준은 휴대폰을 들고 그의 말을 듣자 전화를 끊었다.한이가 한 짓이라면 전혀 이상할 것 없었다!라엘이가 박스를 가져갔으니그 속의 내용을 확인한 한이는 사실 전부터 알고 있었다.그는 문득 전에 한이의 목을 졸라 죽이려 했을 때가 떠올랐다. 그때도 한이가 그한테 병이 있다고 해서 일어난 일이었는데당시 한이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곰곰이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이제 생각해 보니 스스로가 바보처럼 느껴졌다!한이는 줄곧 그의 비밀을 알고 있었고 그가 한이한테 손을 대지 않았어도 한이는 절대 그를 아빠로 인정하지 않았을 것이다!한이는 이런 그를 항상 무시했던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는 강주승의 계정까지 해킹해서 그의 비밀을 세상에 알리는 행동을 이리 쉽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대표님, 한이 도련님은 그냥 장난을 친 겁니다." 조지운은 한이가 왜 이런 짓을 했는지 몰라 그를 위해 변명했다."장난이 아니야. 일부러 그런 거야." 박시준은 단호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대표님, 일부러 그랬다고 해도 너무 개의치 마세요. 아직 어린애잖아요. 그리고 이런 짓을 한 것도 아마 어머니를 위해 불만을 표한 겁니다." 조지운은 한이의 입장에서 생각해 타일렀다.박시준은 그의 말에 답하지 않았다. 그는 노트북을 닫고조지운의 곁으로 다가가 조용히 말했다. "이제 퇴근하자! "한이는 박시준에게 자기는 모든 걸 알고 있다고 알리고 싶었던 것이다.전부터 박시준을 인정하지 않고 무시했던 그는 지금도 마찬가지였다.박시준이 두려워하는 일을 공개할 수 있다는 건 그의 복수가 전혀 두렵지 않다는 뜻이기도 했다.물론 박시준은 한이의 행동에 화가 나지 않았다.조지운의 말대로 한이는 그냥 어머니를 위해 불만을 표시한 것뿐이었다.진아연의 억울한 모습만 생각하면 자신을 때리고 싶어질 지경이었다.조지운은 박시준의 떠나는 모습을 보
진아연은 잠시 생각하다가 냉랭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관심 없어."여소정은 그녀의 말투에서 박시준에 대한 그녀의 결의를 느꼈다.진아연은 이제 와서 박시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든 그를 불쌍히 여겨줄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다.하룻밤 사이, 박시준에 관한 언론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인터넷을 통해 토론할 수는 없게 됐지만, 사람들은 사적으로 논의하고 있었다.모 ST그룹 직원: "저도 대표님이 이상하다고 생각했었어요. 심지어 지구인이 아닌 외계인이라는 생각한 적도 있었죠. 그렇지 않고서야 젊은 나이에 이리 뛰어난 분이 또 있을까요?"이에 듣고 있던 사람들은 함박웃음을 터뜨렸다."어쨌든 저는 대표님이 정신적인 질환이 있다고 해도 칼로 사람을 찌르는 그런 정신병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제가 회사에서 오랫동안 일을 해왔는데 부정적인 소문을 들어본 적이 없었어요. 매년 연봉 인상률도 업계에서 1위잖아요. 흠이라고는 전혀 없는 아주 좋은 대표님이라니까요!""맞아요! 저도 강주승 씨가 의도적으로 대표님을 깎아내리려는 생각이 아닐까 싶어요! 계정이 도난당했다는 핑계는 솔직히 너무 구리잖아요!"...성빈은 직원들의 의논을 듣고 바로 박시준의 사무실로 향했다.그는 노크도 하지 않고 바로 문을 밀고 들어갔다.박시준은 조용히 의자에 앉아 컴퓨터를 보는 듯했지만 실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집에서 쉬지 그래?" 성빈은 박시준의 반대편에 앉아 그를 자세히 바라봤다."지금 근무 시간이야." 박시준은 아무 표정 없이 말을 이었다."지금 밖에 떠도는 소문이 사실이야? 강주승 씨가 진짜 이걸로 너를 위협했었어?" 성빈은 이번 사태를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면서 강력한 예감을 들었다.이에 박시준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고성빈은 그의 태도에 얼굴이 새파래졌다. "시준아, 너와 알고 지낸 지 몇 년인데. 왜 너한테서 이런 일을 들은 적이 없지? 너무 웃기지 않아? 만약 진짜 정신 질환을 앓고 있었다면 난 모를 리가 없잖아!"박시준: "전에도 똑같은 말을 했었잖아."성빈
"그럼 진아연 씨는 지금 무슨 태도야?" 성빈은 그의 말에 잠시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지만답은 이미 박시준의 얼굴에 쓰여 있었다.박시준은 담배를 꺼내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시준아, 담배를 너무 많이 피지 마." 성빈은 그의 손에 쥐고 있는 새 라이터를 보면서 요즘 담배를 많이 태웠다는 걸 금방 알아챘다."나는 아이들이 부끄러워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 박시준의 빨개진 눈동자 속에는 이미 증오가 물씬 담겨있었다. "강주승을 지옥으로 보내 버릴 거야!"성빈은 그가 '아이들이 부끄러워하는 사람' 이라는 말에 바로 이해했다.라엘이와 한이는 이제 갓난아이도 아니고 학교에 다니는 학생이었다.사회에서 벌어지는 뉴스와 언론을 친구와 선생님을 통해 충분히 들을 수 있었다.이 사건이 일파만파로 커지면 학생들은 어떤 시선으로 이들을 바라볼까? 아마 이들도 비정상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B국.김세연은 오늘 진아연과 아이들을 데리고 스키 타러 갔다.진아연은 나갈 생각이 없었지만, 아이들이 가고 싶어 하니 어쩔 수 없이 함께 갔다.스키에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에 김세연은 그녀를 가르쳐주며 곁을 지켰다.새로운 것을 배움으로 번뇌를 잠시나마 잊을 수 있었다.온종일 밖에서 놀고 나니 몸이 텅 빈 것처럼 다른 일에 생각할 기력이 없었다."김세연 씨, 오늘 수고하셨어요! 근데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던데요? 설마 일부러 그분이 보고 화나게 하려고 올린 거죠?" 마이크는 김세연한테 물었다.김세연: "저는 그냥 팬들에게 제 일상을 공유하고 싶었을 뿐입니다."마이크는 이런 김세연이 좋았다.뒤에서 뭔가를 해도 물어보면 당당한 모습을 보일 수 있는 게 좋았다.저녁 식사 후, 진아연은 방으로 돌아가 샤워했다.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방안에 덩그러니 앉아있는 마이크를 발견했다."남녀유별이라는 말도 몰라? 요즘 선을 넘는 행동이 빈번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진아연은 코트를 걸치면서 물었다."너도 가끔 노크하지 않고 내 방에 들어오잖아?" 마이크는 책상 옆의 의자에
마이크는 그녀를 안아주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위로했다. "남자와 여자는 문제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이 달라. 박시준 씨는 아마 너와 아이한테 영향을 주고 싶지 않아 그런 선택을 했을 거야. 물론 너와 아이들의 멘탈을 과소평가한 부분도 있지만 말이야.""나는 그가 무슨 생각 하는지 알고 싶지 않아. 어차피 자기 생각을 나한테 알려줄 사람이 아니잖아. 다른 사람이나 뉴스로 그가 뭘 겪었는지 알아야 하는 게 너무 웃기다고 생각하지 않아? 난 그가 안쓰럽다고 생각하지 않아! 그가 지금 병을 앓고 죽어도 난 절대 동정하지 않을 거야!" 진아연은 울먹거리면서 말을 이었다."아연아, 울지 마." 마이크는 위로해 줄 말이 한가득이었지만 정작 말하려 하니 뭐라 해야 할지 몰랐다.감정적인 문제는 말 몇 마디로 풀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었다.박시준은 지금 타인의 위협 때문에 얼굴이 망가진 강진과 결혼해야 했고 이는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었다. 사람들의 부러움과 공경으로 반평생을 살아왔던 그가 언제 이런 굴욕을 겪어봤을까?그렇다고 진아연은 또 무슨 잘못일까?한참을 울던 진아연은 지쳐 잠이 들었다.그날 밤, 불만을 전부 털어놨던 탓인지 꿈도 꾸지 않고 아주 잘 잤다.아침에 눈을 떴을 때 약간 붓기가 있었지만,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오늘은 최씨 가족과 약속한 수술 날이었다.아침 10시, 그녀는 차를 운전해 병원으로 향했다."진 선생님, 괜찮으세요? 선생님과 박시준 씨의 일로 수술에 영향을 끼치지는 않겠죠?" 최운석의 아버지는 아무래도 걱정이셨다.이에 진아연도 최운석의 아버지가 이런 말을 할 줄 예상 못 했다.그녀와 박시준의 관계는 완전히 공개된 적이 없지만, 그는 많은 것을 알고 있는 듯했다."윤 선생님, 제가 혹시 몸이 불편해 수술할 수 없었다면 미리 말씀드렸을 겁니다. 제가 이곳에 온 것 또한 상태가 괜찮다는 뜻이겠죠?" 진아연은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또박또박 설명했다.어째서인지 그의 얼굴을 가까이 보니 다시금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죄송합니다. 선생님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