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소정은 자신이 참 잔인하다고 생각했다.진아연이 나은 뒤 아이들에게 말해도 되는데그녀는 아이들이 아무것도 모르는 게 마음에 걸렸다."소정 이모, 오빠가 아침에 저한테 말해줬어요." 라엘은 입을 열자마자 눈시울이 붉어졌다. "다시는 아빠를 믿지 않을 거예요. 아빤 나쁜 사람이에요!"여소정은 라엘을 품에 안고 달랬다. "라엘아, 울지 마. 아빠가 없어도 너에겐 엄마랑 오빠가 있잖아. 그리고 나도 있고. 우린 영원히 널 사랑할 거야.""제가 화난 건 아빠가 나한테 거짓말을 했다는 거예요." 라엘은 눈을 비비며 말했다. "그리고 엄마를 슬프게 한 것도 화나요. 난 울면 안 돼요... 내가 울면 엄마가 더 슬플 거예요."라엘은 말은 그렇게 했지만 이미 눈물을 똑똑 떨구고 있었다."흑흑... 작은 소리로 울 거예요..."여소정은 가슴이 아팠다. "괜찮아. 우리 잠시만 울고 다시는 울지 말자. 쓰레기 같은 남자를 위해 눈물을 흘릴 필요 없어. 지금 국내에서 혼자 잘 먹고 잘살 텐데."배신감을 느낀 라엘은 입을 삐죽 내밀고 투덜댔다. "나한테 분명 잘해줬어요. 함께 놀러 갔을 때 내가 힘들다고 안고 다녔단 말이에요.""엄마한테도 잘해줬어요." 여소정은 진아연이 며칠 전에 올린 인스타그램을 본 적이 있는데 두 사람은 꿀이 떨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다른 여자랑 결혼할 거야. 어른들의 세상은 좀 복잡해. 넌 지금 잘 모르겠지만 너랑 오빠는 잘 커 주기만 하면 돼. 다른 일에 신경 쓰지 말고."라엘은 입을 삐죽 내밀고 괴로워했다."라엘아, 이모가 너랑 오빠 데리고 놀러 가는 건 어때?" 여소정은 두 아이를 데리고 바람 쐬러 나가려 했다.라엘은 화가 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싫어요. 놀고 싶지 않아요. 집에 있을 거예요. 엄마가 아픈데 다 나아야 안심할 수 있어요.""라엘아, 넌 참 착해.""오빠만큼은 아니에요. 오빤 예전부터 아빠가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했어요."A국.밤새 쉬고 난 박시준은 강진에게 전화를 걸어 만나자고 했다.한 시간 후 강진
"그래.""시준아, 내가 너랑 결혼하려는 거 아니야." 강진이 생각에 잠기다가 그에게 사실대로 말하기로 마음먹었다. "강주승이 날 이용해 당신을 모욕하려는 거야. 난 결혼하고 싶지 않아. 결혼식도 하고 싶지 않고.""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 그는 심드렁하게 말했다.그녀는 잠시 멍해 있다가 그의 차가운 얼굴을 바라보며 물었다. "진아연은...""강진, 당신은 나에게 약속한 일만 제대로 하면 돼. 내 사적인 일까지 신경 쓸 필요 없어.""내가 대신 설명해 줄 수도 있잖아." 강진이 친절하게 말했다."필요 없어!" 박시준이 버럭 화를 냈다. "그 여자를 건드리지 마!"그는 진아연이 지금 어떤 마음일지 잘 알고 있었다.누군가 지금 그녀의 앞에서 그를 언급하면 그녀는 아마 화를 낼 것이다. 만약 그 사람이 강진이라면 더 크게 화를 낼 것이다.이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그녀를 그냥 두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문제가 해결되면 직접 그녀를 찾아가 용서를 빌 생각이었다.2시간 후, 인터넷에 기사 하나가 떴다.-- ST그룹의 대표 박시준이 거금을 들여 신화 투자의 딸 강진과 결혼한다는 내용이었다.이 기사는 강주승의 지시에 따라 발표한 것이었다.강주승은 박시준이 강진과 결혼할 것이라는 사실을 세상에 알리려 했다.결혼만 하는 것이 아니라 거금을 들여 결혼식을 진행하는 것이라고 말이다.기사에서는 박시준이 1조를 예물로 보내 강진에 대한 사랑을 보여줬다고 했다.그리고 강진이 화재로 인해 얼굴이 망가졌지만 박시준은 여전히 그녀의 곁을 지키며 그녀에게 성대한 결혼식을 선물한다고 했다.물론 이 1조는 강진의 손을 거치지 않고 강주승의 계좌에 들어갔다.강주승은 이 결혼식을 핑계로 박시준에게서 정당하게 한방 먹였고 박시준이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도록 했다.기사에는 이미 얼굴이 망가진 강진의 사진도 공개했다.이 기사는 A국에서 거대한 파문을 일으켜 전례 없던 이슈가 되었다.—— 박시준과 강진? 내 기억이 잘못된 거야? 난 왜 박시준의 여자친구가 진아연이라
"아연아, 며칠 동안 휴대폰을 보지 마." 여소정이 귀띔했다. "박시준이 B국에서 기사 일면을 산 것 같은데 보기 역겨워."진아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비록 열이 내리긴 했지만 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배가 너무 고팠다. 그뿐만 아니라 목이 너무 말라 목소리가 잘 나오지도 않았다."아연아, 뭐 좀 먹고 있어. 난 마이크 마중하러 공항에 가야 할 것 같아. 곧 도착할 테니 지금 바로 공항에 가야 해."이모님이 죽 한 그릇을 진아연의 앞에 놓았다.죽 한 그릇을 먹은 진아연은 체력이 조금 회복되는 것 같았다."라엘아, 한이야, 왜 그렇게 날 빤히 보는 거야?" 진아연이 웃으면서 말했다. "엄만 그저 감기 걸렸을 뿐이니까 곧 괜찮아질 거야.""엄마, 몰래 울었어요?" 라엘이는 엄마의 두 눈이 벌겋게 부은 것을 보고 입을 삐죽하며 말했다. "속상해하지 말아요. 엄마에게는 나랑 오빠도 있고 동생도 있잖아요. 우린 영원히 엄마를 떠나지 않을 거예요.""엄마도 알아. 그래서 엄마의 병이 나았고 기분도 좋아졌어." 진아연은 딸의 부드러운 머릿결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이때 한이가 다가와 아무 말 없이 엄마를 안았다.아이들을 꼭 껴안은 그녀는 에너지가 몸속으로 끊임없이 주입되는 것 같았다."엄만 예전에 너희들에게 온전한 가정을 주고 싶었어. 하지만 지금 세상에 온전하다는 건 없다는 걸 발견했어. 행복하게 잘 살기만 하면 그게 온전하다고 할 수 있어. 그러니 엄마 걱정은 안 해도 돼. 너희들이 엄마 옆에 있으면 엄만 너무 행복하거든.""엄마, 저 앞으로 다시는 말썽 피우지 않을게요. 엄마랑 오빠 말 꼭 잘 들을게요." 라엘은 타격을 받고 어린 마음에 상처를 입었다."엄마, 제가 동생을 잘 돌볼게요. 앞으로 엄마는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면 돼요. 우리 걱정은 하지 말고요." 한이가 어른스럽게 말했다.진아연은 감동이 밀려와 크게 숨을 들이쉬며 흘러나오려는 눈물을 참아냈다.아이를 잘 키울 수 있다면 그녀는 이번 생에 아무런 여한이 없을 것이
"그럼 돌아가서 재밌는 구경거리를 봐야겠어. 강진은 얼굴이 망가졌다고 했지? 그럼 놀라운 모습일 텐데 박시준이 결혼을 고집하는 걸 보니 정말 사랑하나 보지. 국내엔 이미 큰 이슈가 되었을 거야. 도대체 왜 꼭 강진과 결혼하려는 건지 알 수가 없어. 내가 공부하는 것보다 훨씬 더 재미있는 일이잖아."잠시 후, 차가 별장 앞에 멈춰 섰고 마이크는 차에서 내려 성큼성큼 거실에 들어섰다.진아연은 한창 라엘이와 블록을 쌓고 있었다. 마이크는 성큼성큼 그녀의 옆에 다가가 얼굴을 유심히 살펴봤다."뭐 하는 거야?" 진아연은 그를 밀쳤다. "일을 시작할 거라고 하더니 왜 온 거야?"마이크가 혀를 차며 말했다. "내가 오고 싶으면 오는 거지. 내가 없으면 회사가 일을 못 한대? 내가 그렇게 중요한 존재였다는 걸 나는 왜 몰랐을까?"여소정이 웃으면서 말했다. "아연아, 마이크 씨한테 뭐라고 하지 마. 잠옷을 입고 있는 걸 봐. 외투를 입을 겨를도 없이 왔으니 얼마나 급하게 달려왔는지 알 수 있잖아."이 말을 들은 진아연은 마이크를 힐끗 보더니 심드렁하게 말했다. "내가 당장 죽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오버하는 거야?"마이크: "네가 이렇게 나오니 마음이 한결 놓여."그녀가 지나치게 힘들어하면 다른 사람에게 뭐라 할 힘이 없을 것이다.저녁.밤이 깊어졌고 바늘 떨어지는 소리마저 들릴 정도로 조용했다.진아연은 잠이 오지 않아 책상 앞에 앉아 노트북을 열었다.설도 다 지나갔고 그녀는 일을 시작하려 했다.하늘이 무너지지 않고, 그녀가 아직 살아있는 한 인생은 원래 궤도를 따라 계속 나가야 했다.그녀는 가능한 한 빨리 마음을 바로잡아야 했다. 곧 최운석의 수술을 해야 하는데 이건 결코 작은 일이 아니었다. 그녀는 반드시 성공해야 했다.며칠 전 잠에서 깼을 때 책상 앞에 서 있던 박시준의 모습이 갑자기 떠올랐다.그때 그는 그녀의 책상 앞에 서서 무엇을 하고 있었던 걸까?그녀가 그를 부르자 그는 다급히 무언가를 서류 박스에 집에 넣었던 게 떠올랐다.그녀는 서
A국.박시준이 강진과 결혼한다는 기사가 뜬 뒤 두 사람의 결혼식에 관한 세부적인 일들도 잇달아 밝혀지기 시작했다.웨딩 호텔, 하객 수, 웨딩 메뉴, 기념품, 브라이덜 주얼리 등이 모두 온라인에 낱낱이 공개됐다.다가오는 성대한 결혼식은 강씨 가문의 기를 살려주기에 충분했다.병원에서 강주승을 비웃던 왕은지는 세상을 발칵 뒤집은 이 기사를 보고 강주승에게 전화를 걸었다."강주승, 참 교활하군요!" 왕은지는 화가 조금 났다. "박스 안에 있는 물건을 당신이 채갔죠? 그건 원래 내 것이잖아요!" 만약 강주승이 물건을 채 가지만 않았더라면 지금 박시준을 위협하고 있는 사람은 그녀였을 것이고1조도 그녀의 주머니에 있을 것이다!"왕은지, 제 동생과 박시준의 결혼식에 올래요? 방금 물었던 문제에 대해 얼굴 보며 얘기하죠." 강주승은 오만하게 웃으면서 대답했다. "감히 올 수 있다면 제가 제대로 접대할게요. 그리고 우리 매부한테도 적당히 손보라고 말려드리죠."왕은지는 박시준과 강진의 결혼식 현장에 가보고 싶었다.이 기사가 세상을 들끓게 한 건 박시준의 신분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건 그와 결혼식을 올리는 사람이 얼굴이 망가진 못난이란 사실 때문이었다.이런 대단한 현장을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왕은지는 죽음이 두려웠다.그녀는 지금 B국에 숨어 있었다. 비록 비굴하기는 했지만 적어도 박시준에게 쫓기지 않아도 됐다."강주승, 당신 담도 크군요. 만약 내가 당신이라면 이렇게 직설적으로 박시준을 위협하지 못했을 거예요." 왕은지는 머뭇거리다가 말을 이었다. "당신을 죽일까 두렵지 않아요?""하하하! 전에도 절 죽일 뻔한 적이 있잖아요? 박시준처럼 잔인한 사람은 내가 더 잔인하게 나가는 수밖에 없어요. 그래야만 그 사람에게 맞설 수 있거든요." 강주승은 자기 생각을 말했다. "그 사람의 약점이 저의 손에 있으니 감히 날 건드린다면 그 사람이 나락으로 떨어지게 만들 수 있어요.""그래요, 그럼 그걸 잘 숨겨둬요, 박시준이 그 물건을
그녀는 예전에 강씨 가문의 재산에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고 오로지 가족들의 존중과 인정만 원했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그 누구의 인정도 필요 없었다. 그녀는 강씨 가문 전체를 원하고 있다.ST그룹.오늘은 출근 첫날이다.예비 신랑인 박시준이 아침 일찍 회사에 나올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하지만 그는 회사에 나온 뒤 사무실에서 나오지 않았다.새해 출근 첫날 보너스는 부대표와 재무부장이 나눠줬고직원들은 진실을 알게 될 이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했다."부대표님, 대표님께서 정말 강진 씨랑 결혼하는 거예요? 왜 그런 선택을 하신 거래요?"부대표는 아주 난감했다. "저는 정말 몰라요. 재무부장에게 물어보는 게 어때요?"성빈이 웃으면서 대답했다. "대표님의 사생활을 내가 어떻게 알아요? 저도 기사를 보고 알았어요. 다들 그렇게 알고 싶으면 사무실에 찾아가서 직접 물어보세요!"직원들은 손사래를 쳤다."재무부장님, 대표님과 사이가 그렇게 좋은데 안 말려도 돼요?"성빈이 대답했다. "대표님에게 관심을 가지는 건 좋지만 너무 비관하진 말아요. 법적으로 남자와 여자는 결혼해도 되고 이혼도 해도 되는 거잖아요."모두 갑자기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보너스를 나눠 준 뒤 부대표가 조용히 성빈에게 물었다. "대표님은 언제 이혼하신대요?"성빈: "아직 결혼한 것도 아닌데 언제 이혼할지 어떻게 알겠어요?""대표님의 계획을 재무부장님에게 얘기한 줄 알았어요.""무슨 계획이요? 그 사실을 나는 왜 몰랐죠?"부대표: "대표님이 강진과 결혼하는 것이 신화 투자의 계약 건과 관련이 있다고 하지 않았어요?"성빈은 어이없었다. "신화 투자 계약건과 관련이 있다고 해도 신화 투자가 우릴 이용해 돈을 버는 거죠. 그리고 1조라는 예물이 기사에만 나온 숫자가 아니라 정말 강주승에게 계좌이체했어요."부대표: "대표님이 강주승에게 무슨 약점이라도 잡힌 모양이네요."성빈은 부인하지 않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누군가 이것 때문에 그를 동정하지 않을 거예요.""누구 말이에
A국, 오후 8시.웬 페이스북 블로그가 인터넷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이는 강주승의 개인 페이스북 계정으로 발표된 블로그였고 박시준이 정신적 질환을 앓고 있다는 문장이 적혀 있었다.짧은 문장이었지만 이는 큰 파장을 일으키게 됐다.강주승의 개인 페이스북 계정으로 올린 블로그였지만 네티즌들은 해당 계정이 강주승의 페이스북 계정임을 알아냈다.박시준과 강주승의 동생인 강진이 결혼을 앞두고 있는 시기에 강주승이 페이스북을 통해 이런 추문을 공개하는 건, 결혼을 한다는 거야, 만다는 거야?강주승이 올린 페이스북 블로그는 네티즌들에 의해 리트윗된 상태였고 강주승의 친구는 바로 그에게 연락해 현재 상황을 알렸다.이에 강주승은 이를 악물고 답했다. "난 페이스북을 써본 지도 오래라고, 그런 블로그를 올리지 않았다니까!"그는 말을 마친 후 페이스북을 로그인해 폭발적인 반응을 보인 블로그를 보게 되었다...강주승은 블로그에 적힌 문장을 보자 피가 들끓기 시작했고 머리가 점점 혼란스러워졌다.누구지?누가 그의 페이스북 계정에 로그인해 비밀로 설정된 블로그를 공개한 거지?강주승은 바로 페이스북 블로그를 삭제하고 설명문을 올렸다. 페이스북 계정이 도난당했습니다. 위 블로그는 본인이 올린 글이 아닙니다. 이에 대해 즉시 경찰 측에 신고 조치를 취한 상태입니다!강주승은 블로그에 게시글을 올린 후 바로 경찰에 신고했다.하지만 이 모든 것은 이미 늦어버렸다.네티즌들은 그의 계정으로 올린 블로그를 캡처해 여기저기 알린 상태였다...블로그를 확인한 박시준도 불신이 가득한 모습이었다.강주승이 술에 취해 정신을 잃지 않고서야 절대 이런 블로그를 페이스북에 올릴 리가 없었다.알다시피 이는 강주승이 그를 위협하기 위해 쥐고 있었던 정보지만 이제 공개했으니 더는 강주승의 위협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됐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휴대폰이 울렸고 이는 강주승으로부터 온 전화였다.박시준이 전화를 받자 강주승의 다급한 목소리가 전해졌다. "박시준 씨, 그 페이스북 블로그는 제가
"대표님, 방금 마이크 씨한테 연락했어요. 마이크 씨는 한이가 강주승 씨의 계정을 해킹했다고 알렸습니다." 조지운은 코끝의 안경을 올리며 말을 이었다.박시준은 휴대폰을 들고 그의 말을 듣자 전화를 끊었다.한이가 한 짓이라면 전혀 이상할 것 없었다!라엘이가 박스를 가져갔으니그 속의 내용을 확인한 한이는 사실 전부터 알고 있었다.그는 문득 전에 한이의 목을 졸라 죽이려 했을 때가 떠올랐다. 그때도 한이가 그한테 병이 있다고 해서 일어난 일이었는데당시 한이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곰곰이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이제 생각해 보니 스스로가 바보처럼 느껴졌다!한이는 줄곧 그의 비밀을 알고 있었고 그가 한이한테 손을 대지 않았어도 한이는 절대 그를 아빠로 인정하지 않았을 것이다!한이는 이런 그를 항상 무시했던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는 강주승의 계정까지 해킹해서 그의 비밀을 세상에 알리는 행동을 이리 쉽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대표님, 한이 도련님은 그냥 장난을 친 겁니다." 조지운은 한이가 왜 이런 짓을 했는지 몰라 그를 위해 변명했다."장난이 아니야. 일부러 그런 거야." 박시준은 단호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대표님, 일부러 그랬다고 해도 너무 개의치 마세요. 아직 어린애잖아요. 그리고 이런 짓을 한 것도 아마 어머니를 위해 불만을 표한 겁니다." 조지운은 한이의 입장에서 생각해 타일렀다.박시준은 그의 말에 답하지 않았다. 그는 노트북을 닫고조지운의 곁으로 다가가 조용히 말했다. "이제 퇴근하자! "한이는 박시준에게 자기는 모든 걸 알고 있다고 알리고 싶었던 것이다.전부터 박시준을 인정하지 않고 무시했던 그는 지금도 마찬가지였다.박시준이 두려워하는 일을 공개할 수 있다는 건 그의 복수가 전혀 두렵지 않다는 뜻이기도 했다.물론 박시준은 한이의 행동에 화가 나지 않았다.조지운의 말대로 한이는 그냥 어머니를 위해 불만을 표시한 것뿐이었다.진아연의 억울한 모습만 생각하면 자신을 때리고 싶어질 지경이었다.조지운은 박시준의 떠나는 모습을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