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아연은 잠시 생각하다가 냉랭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관심 없어."여소정은 그녀의 말투에서 박시준에 대한 그녀의 결의를 느꼈다.진아연은 이제 와서 박시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든 그를 불쌍히 여겨줄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다.하룻밤 사이, 박시준에 관한 언론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인터넷을 통해 토론할 수는 없게 됐지만, 사람들은 사적으로 논의하고 있었다.모 ST그룹 직원: "저도 대표님이 이상하다고 생각했었어요. 심지어 지구인이 아닌 외계인이라는 생각한 적도 있었죠. 그렇지 않고서야 젊은 나이에 이리 뛰어난 분이 또 있을까요?"이에 듣고 있던 사람들은 함박웃음을 터뜨렸다."어쨌든 저는 대표님이 정신적인 질환이 있다고 해도 칼로 사람을 찌르는 그런 정신병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제가 회사에서 오랫동안 일을 해왔는데 부정적인 소문을 들어본 적이 없었어요. 매년 연봉 인상률도 업계에서 1위잖아요. 흠이라고는 전혀 없는 아주 좋은 대표님이라니까요!""맞아요! 저도 강주승 씨가 의도적으로 대표님을 깎아내리려는 생각이 아닐까 싶어요! 계정이 도난당했다는 핑계는 솔직히 너무 구리잖아요!"...성빈은 직원들의 의논을 듣고 바로 박시준의 사무실로 향했다.그는 노크도 하지 않고 바로 문을 밀고 들어갔다.박시준은 조용히 의자에 앉아 컴퓨터를 보는 듯했지만 실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집에서 쉬지 그래?" 성빈은 박시준의 반대편에 앉아 그를 자세히 바라봤다."지금 근무 시간이야." 박시준은 아무 표정 없이 말을 이었다."지금 밖에 떠도는 소문이 사실이야? 강주승 씨가 진짜 이걸로 너를 위협했었어?" 성빈은 이번 사태를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면서 강력한 예감을 들었다.이에 박시준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고성빈은 그의 태도에 얼굴이 새파래졌다. "시준아, 너와 알고 지낸 지 몇 년인데. 왜 너한테서 이런 일을 들은 적이 없지? 너무 웃기지 않아? 만약 진짜 정신 질환을 앓고 있었다면 난 모를 리가 없잖아!"박시준: "전에도 똑같은 말을 했었잖아."성빈
"그럼 진아연 씨는 지금 무슨 태도야?" 성빈은 그의 말에 잠시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지만답은 이미 박시준의 얼굴에 쓰여 있었다.박시준은 담배를 꺼내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시준아, 담배를 너무 많이 피지 마." 성빈은 그의 손에 쥐고 있는 새 라이터를 보면서 요즘 담배를 많이 태웠다는 걸 금방 알아챘다."나는 아이들이 부끄러워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 박시준의 빨개진 눈동자 속에는 이미 증오가 물씬 담겨있었다. "강주승을 지옥으로 보내 버릴 거야!"성빈은 그가 '아이들이 부끄러워하는 사람' 이라는 말에 바로 이해했다.라엘이와 한이는 이제 갓난아이도 아니고 학교에 다니는 학생이었다.사회에서 벌어지는 뉴스와 언론을 친구와 선생님을 통해 충분히 들을 수 있었다.이 사건이 일파만파로 커지면 학생들은 어떤 시선으로 이들을 바라볼까? 아마 이들도 비정상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B국.김세연은 오늘 진아연과 아이들을 데리고 스키 타러 갔다.진아연은 나갈 생각이 없었지만, 아이들이 가고 싶어 하니 어쩔 수 없이 함께 갔다.스키에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에 김세연은 그녀를 가르쳐주며 곁을 지켰다.새로운 것을 배움으로 번뇌를 잠시나마 잊을 수 있었다.온종일 밖에서 놀고 나니 몸이 텅 빈 것처럼 다른 일에 생각할 기력이 없었다."김세연 씨, 오늘 수고하셨어요! 근데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던데요? 설마 일부러 그분이 보고 화나게 하려고 올린 거죠?" 마이크는 김세연한테 물었다.김세연: "저는 그냥 팬들에게 제 일상을 공유하고 싶었을 뿐입니다."마이크는 이런 김세연이 좋았다.뒤에서 뭔가를 해도 물어보면 당당한 모습을 보일 수 있는 게 좋았다.저녁 식사 후, 진아연은 방으로 돌아가 샤워했다.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방안에 덩그러니 앉아있는 마이크를 발견했다."남녀유별이라는 말도 몰라? 요즘 선을 넘는 행동이 빈번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진아연은 코트를 걸치면서 물었다."너도 가끔 노크하지 않고 내 방에 들어오잖아?" 마이크는 책상 옆의 의자에
마이크는 그녀를 안아주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위로했다. "남자와 여자는 문제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이 달라. 박시준 씨는 아마 너와 아이한테 영향을 주고 싶지 않아 그런 선택을 했을 거야. 물론 너와 아이들의 멘탈을 과소평가한 부분도 있지만 말이야.""나는 그가 무슨 생각 하는지 알고 싶지 않아. 어차피 자기 생각을 나한테 알려줄 사람이 아니잖아. 다른 사람이나 뉴스로 그가 뭘 겪었는지 알아야 하는 게 너무 웃기다고 생각하지 않아? 난 그가 안쓰럽다고 생각하지 않아! 그가 지금 병을 앓고 죽어도 난 절대 동정하지 않을 거야!" 진아연은 울먹거리면서 말을 이었다."아연아, 울지 마." 마이크는 위로해 줄 말이 한가득이었지만 정작 말하려 하니 뭐라 해야 할지 몰랐다.감정적인 문제는 말 몇 마디로 풀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었다.박시준은 지금 타인의 위협 때문에 얼굴이 망가진 강진과 결혼해야 했고 이는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었다. 사람들의 부러움과 공경으로 반평생을 살아왔던 그가 언제 이런 굴욕을 겪어봤을까?그렇다고 진아연은 또 무슨 잘못일까?한참을 울던 진아연은 지쳐 잠이 들었다.그날 밤, 불만을 전부 털어놨던 탓인지 꿈도 꾸지 않고 아주 잘 잤다.아침에 눈을 떴을 때 약간 붓기가 있었지만,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오늘은 최씨 가족과 약속한 수술 날이었다.아침 10시, 그녀는 차를 운전해 병원으로 향했다."진 선생님, 괜찮으세요? 선생님과 박시준 씨의 일로 수술에 영향을 끼치지는 않겠죠?" 최운석의 아버지는 아무래도 걱정이셨다.이에 진아연도 최운석의 아버지가 이런 말을 할 줄 예상 못 했다.그녀와 박시준의 관계는 완전히 공개된 적이 없지만, 그는 많은 것을 알고 있는 듯했다."윤 선생님, 제가 혹시 몸이 불편해 수술할 수 없었다면 미리 말씀드렸을 겁니다. 제가 이곳에 온 것 또한 상태가 괜찮다는 뜻이겠죠?" 진아연은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또박또박 설명했다.어째서인지 그의 얼굴을 가까이 보니 다시금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죄송합니다. 선생님
A국.오늘은 박시준과 강진의 결혼 날이었다.강주승과 강진의 어머니는 호텔 입구에서 손님들을 맞이했고모든 건 강주승의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었다.강주승이 박시준에게 강진과 결혼할 것을 강요한 이유는 박시준에게 모욕감을 안겨줌과 동시에 강씨 가문은 박씨 가문과 인연을 맺음으로 박씨 가문의 뒷받침을 받게 됐다는 걸 각계각층에 알리기 위해서였다.강주승이 박시준의 약점만 쥐고 있다면 뜻밖의 일들이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여소정은 연회장에 도착하자 바로 인파 속에서 하준기를 알아챘다.하준기는 성빈과 함께 있었고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지 매우 유쾌해 보였다.여소정은 샴페인 한 잔을 들고 눈에 잘 띄는 곳에 자리했다.성빈은 곧바로 그녀를 발견했고 곁의 하준기에게 알렸다.혼자 있는 그녀를 본 하준기는 바로 다가왔고여소정은 다가오는 그를 보자 마음이 복잡해졌다.여소정도 그와 얘기를 나누고 싶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남자 친구를 사귀었다고 하지 않았어? 왜 함께 오지 않은 거야?" 하준기는 그녀 옆에서 멈추고 미소를 보였다.여소정은 그의 비꼬는 말에 반문했다. "결혼했다고 들었는데 약혼녀는 어디 갔지?""그렇게 보고 싶으면 지금 불러올게. 서로 인사해." 하준기는 말하면서 멀지 않은 곳의 어여쁜 여자한테 걸어갔다.여소정: "..."하준기가 약혼녀와 이곳에 함께 오다니!하하! 여소정은 이럴 줄 알았으면 어떤 남자든 누구라도 데리고 왔을 것이다.얼마 지나지 않아 하준기는 우아하고 지적으로 보이는 여성과 팔짱을 끼고 다가왔다."여소정 씨, 안녕하세요. 저는..."하준기의 약혼녀가 채 말하기도 전에 여소정은 술잔을 '쾅' 내려놓고 가방을 챙겨 자리를 떠났다!곁에 있던 하준기는 여소정이 이런 모습을 보일 줄 몰랐다!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예의도 없이 바로 자리를 떠나는 모습이 그가 예상했던 것과 확연히 달랐다."준기야, 그만해! 여소정 씨가 언제 이런 서러움을 겪어봤겠어. 아무리 이혼했어도 이런 식으로 속을 뒤집을 필요 없잖아." 성
강주승은 박시준에게 계속 연락했지만 그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이에 그는 어쩔 수 없이 강진에게 연락했고 강진은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다만 강진의 목소리는 매우 침착한 듯했다. "오빠, 손님들은 전부 도착했어요?""강진! 너 지금 무슨 짓이야?! 지금 몇 시인데? 박시준 씨가 널 데리러 간 게 아니었어? 내가 계속 전화했는데 안 받는다고! 설마 후회한 거야?!"아침 내내 손님을 맞이한 강주승은 안 그래도 피곤했는데두 사람이 아직도 오지 않자 멘탈이 무너지기 시작했다."오빠, 저한테도 연락하지 않았어요. 저도 지금 무슨 일인지 모르겠어요." 강진은 전의 비천한 모습과 달리 간드러진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저 지금 머리하는 중이에요! 전에 고른 메이크업과 옷이 마음에 안 들어 지금 메이크업 아티스트한테 다시 부탁했어요."강주승은 그의 말에 화가 폭발했다. "강진, 너 설마 박씨 부인이 됐다고 내 앞에서 너무 건방 떠는 거 아니야?!""오늘 시준이와 결혼해도 박씨 부인은 아니잖아요. 아직 혼인 신고서도 받지 않았는데 박씨 부인은 아니죠." 강진은 그를 조롱하듯 약 올렸다."너 지금 이게 무슨 태도야?!" 강주승은 휴대폰을 꽉 쥐고 연회장에서 나왔다. "그리고 누가 네 마음대로 메이크업과 옷을 바꾸라 했어? 난 모든 사람에게 네가 얼마나 추한지 알릴 생각이라고!""오빠, 제 얼굴이 망가지지 않았을 때 저를 얼마나 이뻐하셨는데요! 전 오빠가 아직 저한테 정이 남아있으리라 믿고 있어요. 만약 제가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간다면 계속 이뻐해 주셨을 거잖아요." 강진은 갑자기 말을 바꾸어 감탄했다."입 다물어!" 강주승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강진의 말이 맞았다.강주승은 강진의 추한 모습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이 때문에 현재의 강진과 과거의 강진을 두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었다."오빠, 엄마는 곁에 있어요? 저 할 말이 있어요." 강주승이 말이 없자 강진은 갑자기 진지한 말투로 그에게 물었다."왜 엄마를 찾는 거야? 너
이와 동시에 박시준의 개인 경호팀과 헬기는 강씨 가문을 포위했다.강주승의 부하들은 살면서 이런 무시무시한 장면을 겪은 적이 없었다.박시준이 거실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동안, 경호원은 그가 원하는 물건을 되찾았다!강진이 전에 강주승의 통화를 엿들어 그가 물건을 측근에게 맡겼다는 걸 알게 되어 이런 주도면밀한 계획이 세워졌다.박시준은 물건을 받고 바로 자리를 떠났다.강진은 오늘이 그녀와 박시준의 마지막 만남이라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었다.그는 단 한 번도 그녀의 것이 된 적이 없었다. 그게 과거든, 지금이든, 미래든, 모두 마찬가지였다.강진은 그한테서 사랑을 얻지 못했지만 유일하게 배운 거라곤 악독한 마음씨와 악랄한 수단뿐이었다!호텔.성빈은 전화를 받고 같이 온 일행에게 알렸다. "시준이는 오지 않을 겁니다. 지금 가셔도 됩니다!""그래? 그럼 남아서 점심을 먹어도 돼?" 하준기는 오래 기다린 탓에 배가 고팠다."강씨 가문에 이변이 생겼어. 갑작스러운 사고를 겪고 싶지 않으면 지금 바로 나가는 게 좋을 거야." 성빈은 조용히 낮은 목소리로 알렸다."그럼 형은?" 하준기는 그의 말을 듣더니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궁금했지만, 목숨이 훨씬 중요했다."난 죽는 게 두렵지 않아. 무슨 일이 벌어질지 보려고." 성빈은 강진의 야망이 이 정도일 줄 몰랐고 그녀가 강주승한테서 상속권을 뺏을 수 있는지 지켜보고 싶었다.이에 하준기는 바로 조지운을 끌고호텔에서 나와 함께 박 씨 별장으로 향했다.박시준이 일도 끝냈으니 결혼식도 이대로 끝날 것 같았다.이들이 호텔을 떠날 때, 강주승이 갈팡질팡 허둥대고 있는 모습을 봤다.강주승이 감히 박시준에게 대들다니! 자기 주제를 알아야지.박 씨 별장, 거실.홍 아줌마는 박시준의 요구대로 거실에 스토브를 준비했다.박시준은 스토브에 불을 붙이고 웬 꼬질꼬질한 종이를 펴서 힐끗 보더니 스토브에 던졌다.삽시간, 솟구치는 불길은 종이를 삼켜버렸고곁에서 지켜보던 홍 아줌마는 그의 모습에 아무
여소정: 아연아, 나 지금 너무 화가 나! 하준기가 약혼녀를 데리고 와서 내 앞에서 아주 거들먹거리는 게 너무 짜증 나! 이 나쁜 자식! 나 진짜 평생 다시는 보지 않을 거야!여소정: 너무 화가 나서 연회장에서 뛰쳐나왔는데 이걸 어떡하지?! 박시준 씨와 강진이 괘씸해서 결혼식을 망치고 싶었는데... 안돼.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가면 안 될 것 같아! 그냥 호텔 밖에서 기다릴래!여소정: 이제 곧 12시가 되는데 신랑, 신부가 아직도 도착하지 않았어... 길이 막혀서 늦은 건지, 아니면 결혼하지 않으려는 건지 모르겠네! 계속 서 있어서 다리가 아파! 안 되겠다. 일단 쉴 곳부터 찾아야겠어!여소정: 아연아, 지금 뭐 해? 계속 문자를 보냈는데 왜 답장이 없는 거야? 몰래 울고 있는 게 아니고 바쁜 거겠지? 그래도 시간 나면 답장해 줘!마이크: 수술 시간이 너무 긴 거 아니야? 일단 병원에서 기다릴게.진아연은 마이크의 문자를 보자 화장실에서 나왔다.아니나 다를까, 마이크는 복도의 벤치에 앉아 휴대폰으로 게임을 하고 있었다.진아연은 바로 다가가 그의 어깨를 툭툭 건드리며 말했다. "오래 기다렸지? 네가 오지 않았어도 연락할 생각이었어... 너무 힘들어서 눈이 계속 감기네."마이크는 그녀를 보자 바로 휴대폰을 넣어두고 일어섰다. "수술은 어때? 왜 이렇게 오래 걸렸어? 수술실의 불이 켜져 있지 않았으면 납치라도 당했을까 봐 걱정이었어.""수술은 환자의 회복 상태에 따라 지켜봐야겠어. 사실 전에 시은 씨의 수술을 진행할 때도 오래 걸렸어. 다만 이번 수술이 전보다 힘들었을 뿐이야." 진아연은 말하면서 하품을 멈추지 않았다.마이크는 그녀의 이런 모습에 원망했다. "둘째를 출산하고 제대로 쉬지도 않았잖아. 내가 너였으면 적어도 집에서 반년은 쉬었을걸. 지금 널 보면, 그저 일개미 같아. 한시도 쉬지 않으니까."진아연은 그의 말을 듣더니 바로 반박했다. "둘째를 낳지 않아도 몸은 점점 노화되기 마련이잖아! 아무튼, 회사는 어때?""누가 일개미 아니라고 할까
여소정: 아연아, 난 박시준 씨를 비난할 생각은 없어. 솔직히 내 일과는 관계가 없잖아. 만약 강진 씨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순조롭게 물건을 되찾을 수도 없었을 거야. 난 이해해.진아연: 때로는 그런 이해 때문에 더 괴롭지.여소정: 내가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됐는지 알아? 대단한 사람이어서 가 아니라 어차피 지금 강진의 얼굴도 망가졌잖아. 평생 회복도 못해 무섭고 추한 얼굴로 살아야 되는데, 만약 내가 그 사람과 같은 일을 당했다면 더는 살 수 없었을걸. 그리고 지금 나보다 훨씬 더 괴로워하고 있을 거야.진아연: 악행을 저지르면 스스로 무덤을 파게 되는 법이야.여소정: 맞는 말이야! 방금 성빈 씨가 메시지를 보냈어. 나중에 하준기의 결혼식에 꼭 참가하라고 하는데 무슨 뜻이지?진아연: 그럼 넌 어쩔 생각이야? 네가 가고 싶으면 가고 싫으면 가지 마. 그 사람의 말에 휘둘리지 말고.여소정: 원래는 나도 가고 싶었지만, 오늘 일어난 일 때문에 열받아서 가고 싶지 않아.진아연: 그럼 일단 지금 당장 결정하지 말고 나중에 진정하면 다시 생각하자.여소정: 그래. 아연아, 언제 돌아올 생각이야? 한이와 라엘이도 곧 개학하지 않아?진아연: 맞아. 일단 환자의 수술 후 회복 상태를 보고 결정해야 할 것 같아. 아이들의 학업에 영향을 미치면 안 되니까 마이크한테 부탁해서 보낼 생각이야.여소정: 그럼 나중에 돌아오면 나한테 알려줘.진아연: 그래.진아연은 휴대폰을 내려놓고 아픈 눈을 비볐다."왜 그리 심각한 표정이야? 누구와 메시지를 주고받았는데?" 마이크는 진아연의 표정을 보더니 장난삼아 물었다."소정이지, 뭐. 또 누구가 있겠어?" 진아연은 몸을 뒤로 젖히고 눈을 감아 휴식을 취했다."오, 박시준 씨가 널 찾은 게 아니었어? 그래도 이번에는 배신한 것도 아니잖아? 강진 씨와 결혼도 하지 않았고 협받을 당하고 있었다는 사실도 이제 알게 되었잖아..." 마이크는 진아연의 생각이 궁금했다."넌 또 왜 갑자기 그 사람 편을 드는 거야?" 진아연은 화난 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