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아연: "..."이렇게까지 취했으면서 취하지 않았다고 말하다니."새해 복 많이 받아요." 그녀는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 말 듣자고 지금 영상 통화를 한 거예요?""아니." 그는 단호하게 말했다. "지성이는? 좀 보여줄 수 있을까?"그녀는 그가 이런 부탁을 할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다."드디어 아이가 보고 싶은 거예요?" 그녀는 비아냥 거리며 말했다. "아이를 탓하지 않는 거죠?"박시준은 그녀와 논쟁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조용히 말했다. "아이를 잊은 적 없어."그가 최선을 다해 지키려 했던 아이를 어떻게 잊을 수 있겠는가?"그럼 아이를 원망하지 않는 거죠?" 그녀는 그의 마음을 알고 싶었다."아이가 죽는다고 해도 시은이가 살아 돌아오지 않아." 그의 말투는 차갑고 매서웠지만 눈빛만은 부드러웠다. "작은 아이를 원망해서 뭐해.""왜 자책을 하세요? 시은씨가 당신에게 강요한 것도 아닌데." 진아연은 그에게 말했다. "박시준 씨, 그렇게 살면 피곤하지 않아요? 저도 시은 씨를 잃어서... 슬퍼요. 근데 이렇게 계속 붙잡고만 있는다면 모든 사람들이 그 일에서 벗어날 수 없어요."그녀의 말은 그를 잠시 침묵에 빠지게 만들었다.그는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고 그녀 역시 그를 바라보았다.마치 정지 버튼이라도 누른 것처럼, 영화 속 재회 장면을 하는 슬로 모션처럼 말이다.시간이 얼마나 흐른 지도 모르게 두 사람은 서로를 지켜보았다. 그리고 마침내 그가 먼저 침묵을 깼다. "지성이를 보여줘."그녀는 그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침대를 바라보았다.지성이의 크고 반짝이는 검은 눈동자는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지성아, 언제 일어났어? 울지도 않고 착하네." 진아연은 미소를 지으며 지성이 쪽으로 화면을 보여주며 말했다. "지성아, 여기 봐봐. 아빠네."박시준은 복잡한 감정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용히 지성의 얼굴을 바라보았다.지성이의 모습이라면 이모님께서 매일 사진을 보내 잘 알았지만 영상으로 보는 자신의 아이의 모습은 감회가 새
그녀와 아이들을 보며 행복했지만 그의 내면 속 약함과 어둠을 견뎌낼 수 없을까 두려웠다.자신의 이런 엉망인 모습이 그와 아이들에게 영향을 끼치지 않기를 원했다.진아연은 말 없는 그의 모습과 복잡한 눈빛을 보았지만,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그녀는 자신이 직접 그를 초대한다면 그가 순순히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는 계속 아무 말이 없었다.아이를 보고 싶지 않다면 바로 거절하면 될 텐데 말이다!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안 되면 어쩔 수 없고요." 진아연은 그의 침묵을 참지 못하고 먼저 말을 꺼냈다. "라엘이가 혼자 집에서 새해를 보낼 거라고 해서 물어 본...""넌... 내가 갔으면 좋겠어?" 그는 그녀의 말을 가로채며 물었다.그가 만약 거절한다면 그녀는 슬퍼할 것이다.그는 그녀가 슬퍼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그의 노골적인 질문에 진아연은 얼굴이 빨개졌다.이렇게 그를 먼저 초대했는데 그는 여전히 무슨 의미인지 다시 확인을 하고 싶은 걸까?"... 오고 싶으면 오고, 싫으면 말고요..." 이 말을 듣고 그는 바로 대답했다."비행기 표 확인해 볼게."대답을 들은 그녀는 갑자기 답답한 마음이 풀리는 것 같았다."지성이 밥 먹을 시간이에요. 가봐야 할 거 같아요. 먼저 끊을게요!""응." 그는 취기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다.그리고 방금 자신이 했던 말과 앞으로 해야 하는 일을 깨달았다.라엘이는 그를 아빠로 인정했고, 한이 역시 예전처럼 반감이 크지 않았다.그리고 진아연은 지성이를 원망한 자신에 대해 비난하지 않았다.그녀와 아이들은 그를 인정했고 그는 달콤한 유혹을 뿌리칠 수 없었다.단 며칠만이라도 가족의 따뜻한 온기를 느껴보고 싶었다.그는 바로 비행기 표를 예매한 뒤, 샤워를 하러 화장실로 들어갔다.잠시 뒤, 그는 옷을 차려입고 캐리어를 들고 위층에서 내려왔다.성빈과 조지운은 그를 보며 놀랐다.방금 기가 죽은 채로 방에 들어가던 모습과는 다르게 뭔가 기분이 좋아 보였다."뭐야?
박시준을 초대한 것은 그녀였기 때문에 그가 가기 전까지는 이곳에서 머물러야 한다. 그럼 아이들과 더 가까워지겠지.그녀는 지성을 안아 거실로 나왔다. 이모님은 바로 지성이를 안았다."엄마, 방금 누가 전화한 거예요?" 라엘이는 테이블에서 내려와 진아연에게 다가왔다."아빠야." 진아연은 라엘의 손을 잡고 식당으로 걸어가며 말했다. "아빠가 여기로 와서 함께 새해를 보낼 거야."그리고 식당에 있던 사람들 모두가 이 말을 들었다."아연아, 지금 박시준 씨가 온다고 한 거야?" 마이크가 소리치며 물었다."응. 지금 비행기 탔데.""오... 그럼 지운 씨는...? 지운 씨도 같이 오려나?" 마이크의 관심은 박시준이 아닌 오직 조지운에게 있었다.진아연: "나한테 물어보지 마. 직접 지운 씨한테 전화해서 물어보면 돼잖아."마이크는 씩씩거리며 말했다. "됐어. 안 올 게 분명해. 구정에는 부모님을 보러 간다고 했거든.""응, 그럼 이해 해야지! 다른 때면 바빠서 가볼 시간도 없을 텐데. 구정이나 되어야 부모님과 시간을 보낼 거 아니야." 진아연은 실망한 그를 위로했다.마이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리고 여소정을 바라보며 그녀에게 눈짓했다. "너 가고 또 엄청 마시더라. 아니면 아연이 네가 하준기 씨한테 한번 전화해 보는 건 어때?!"진아연은 여소정을 바라보았다.여소정은 울지는 않았지만 계속 술만 마시고 있었다.진아연은 돌아서서 하준기의 번호를 찾아 전화를 걸었다.—죄송합니다. 지금 거신 전화번호는 없는 번호입니다.시스템 안내 목소리가 차갑게 들렸다.순간 진아연은 잘못 들은 줄 알았다.하준기의 번호가 어떻게 없는 번호가? 사업을 하는 사람이라 쉽게 전화번호를 쉽게 바꿀 리가 없었다.그녀는 다시 하준기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지만 똑같이 없는 번호라고 말했다.하준기... 그는 전화번호를 없앴다!갑자기 왜 번호를 바꾼 거지?!마이크는 진아연의 당황한 모습을 보며 불길한 느낌에 바로 물었다. "뭐야? 무슨 일인데?""없는 번호야..." 진아
진아연은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마이크: "왜 영향이 없겠어? 집에 남는 방이 어딨어? 소정이 데리고 간 게스트룸은 엄청 작잖아. 소정이는 괜찮지만. 박시준 씨가 견뎌낼 수 있을까?"진아연: "소정이도 괜찮은데. 그 사람이 왜 못 견뎌? 아니 싫으면 5성급 고급 호텔에 보내면 되지."마이크는 미간을 찌푸린 채, 그녀를 바라보았다.진아연은 그런 그에게 말했다. "뭐야, 그 표정은? 그 사람이 여기 머물지는 나도 몰라. 비행기에서 내리면 바로 호텔에 갈 수도 있어."마이크는 담담하게 '오' 라고 말했다. "며칠 동안 있는데?""몰라. 아니, 설마 영원히 여기서 살겠어?""아, 그냥 물어본 거지. 왜 이렇게 민감하데?" 마이크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근데 왜 갑자기 오겠다는 거야? 어제는 왜 안 오고? 설마 네가 부른 건 아니지?"진아연은 귀까지 얼굴이 빨개졌다."한 마디만 더 하면 네 방을 손님 방으로 만들 줄 알아." 진아연이 그에게 협박했다.마이크는 말했다. "내 방이라도 주고 싶네. 박시준 씨가 정말 원한다면! 근데 내가 알기로는 결벽증이 있다고 하던데?"진아연은 마이크와의 말씨름에 지친다는 표정으로 돌아서서 설거지를 돕기 위해 주방으로 갔다.마이크는 바로 그 뒤를 뒤쫓았다. "내가 할게. 넌 가서 한이 형이나 돌보라고! 박시준 씨가 온다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안 좋아질 텐데!"진아연은 그 말을 들은 뒤, 바로 아이의 방으로 걸어갔다.확실히 이 말을 들은 한이는 짜증이 났다.새해를 맞이하여 기분이 좋았는데 갑자기 박시준이 온다는 소식에 절망했다.그는 박시준과 마주치고 싶지 않았다. 자신을 좋지 않은 표정으로 보는 그와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다.진아연은 문을 열고 들어와 한이 옆으로 다가갔다."한이야, 엄마가 네가 듣기 싫은 말을 하나 하려고 하는데." 진아연은 한이가 억지로 그를 아빠로 인정하라고 시키고 싶지 않았다. "엄마가 아빠를 이곳에 오라고 불렀어. 왜냐하면 시은 누나가 그
B국 시간 밤 12시 5분경, 박시준이 탄 비행기는 B공항에 착륙했다.마이크가 공항에 마중을 나와 있었다.마이크한테 박시준 마중을 나가라고 한 사람은 진아연이 아니라 조지운이었다.조지운은 마이크에게 박시준을 만나면 진아연의 집으로 데려가 어디에 머물지는 진아연에게 맡기라고 했다.마이크도 조지운의 말에 따라 박시준을 집으로 데리고 갔다.늦은 시간이라 경호원과 아이들은 자고 있었다.하지만 진아연은 거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마이크는 진아연을 보고 하품을 하며 말했다. "데리고 왔으니 이제 나 들어가 자도 되지?"진아연은 마이크의 말을 들은 체 만 체 했다.박시준의 시선도 진아연에게 고정되어 다른 누구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마이크는 이 순간 자기가 마냥 순수한 공기인 것처럼 느껴졌다.어색하기도 하면서 기분도 썩 좋지 않았다. 그는 혼잣말로 "그럼 나 방에 들어간다?"하지만 여전히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마이크는 조용히 방으로 들어가 조지운에게 전화를 했다.거실.진아연은 직접 캐리어 가방을 끌고 있는 박시준을 보고 물었다. "경호원 없이 혼자 왔어요?""응." 박시준이 이번에 B국에 온 이유는 아이들이랑 설날을 같이 보내기 위해서이다. 그래서 그는 경호원에게도 휴가를 줬다.B국은 A국이 아니라 여기에는 박시준을 알아볼 사람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었다.진아연의 머릿속은 갑자기 복잡해졌다.늦은 시간이라 일단은 쓸 방을 마련해 줘야 했다.하지만 작은방은 사실 좀 많이 작았다. 그리고 평소에 집에 오는 사람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전에는 거의 창고로 쓰다시피했었다.지성이를 낳고 나서 진아연은 이모님과 경호원을 더 쓰고 있어 방이 부족했다.오전까지만 해도 진아연은 당당하게 박시준이 오면 작은 방에 머물면 된다고 했는데, 정작 박시준이 집에 오니 작은 방을 쓰게 하려니 좀 고민됐다."배 안 고파요? 이모님이 음식을 준비해 놨어요, 덥혀서 먹으면 돼요." 진아연은 이렇게라도 시간을 좀 벌어, 자기 방에 들어가 생활용품을 빼고 박시준을 침
진아연의 방에는 아이들의 생활용품들로 가득했다.진아연이 요즘 육아에 전념하고 있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박시준을 이 방에 머물게 할 것을 미리 계획했다면 이미 정리를 해 놓았을 것이다.진아연은 잠깐 고민하다가 솔직히 얘기하기로 했다. "집이 원래 좀 작아요. 그리고 아이 하나가 더 늘어서 이모님을 더 모셨어요. 여기 치안이 좋다고 해도 안전을 위해 경호원도 더 뽑아서 매일 번갈아가며 집에서 자게 하고요..."진아연이 이렇게 길게 설명하는 것도 단 한 가지를 얘기하기 위해서였다."방이 부족하면 나 호텔에 묵어도 괜찮아." 박시준은 진아연을 난처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그게... 빈 방이 없는 건 아닌데..." 진아연은 작은 목소리도 말했다.늦은 시간이 아니었으면 어쩌면 진아연은 박시준을 호텔에 가게 놔뒀을 수도 있었다.하지만 이번에 오면서 경호원도 같이 오지 않았는데, 혼자 밖에 나갔다가 위험한 일이라도 생기면 어떡하지?진아연의 대답에 박시준은 어리둥절했다.빈 방이 있는데 왜 자기 방을 쓰게 한다는 것일까?"그냥 이 방 쓰고, 제가 다른 방 쓸게요." 진아연은 박시준이 오해라도 할까 봐 바로 말했다. "다른 방이 하나 있는데 좀 작아요, 불편할까 봐 그래요.""괜찮아, 잘 곳만 있으면 돼, 작은 건 문제없어." 박시준은 조금 실망한 눈치였다. 하지만 그는 재빨리 표정을 감췄다."그럼 일단 이리 와 한번 봐요." 진아연은 입구 쪽으로 갔다.박시준은 짐을 들고 그녀의 뒤를 따라 작은방에 왔다.방은 솔직히 좀 작았다. 방안에는 침대 하나와 머릿장 빼고는 다른 가구를 놓을 공간조차 없었다.방 안의 화장실도 간신히 한 사람이 들어갈 수 있었다.사실 이 방은 설계할 때 가정부 방으로 설계된 방이었다.하지만 진아연은 이모님을 이 방에 살게 하기에 너무 작다고 생각해 이모님이 손님방을 사용하게 했다.그렇다고 손님이 왔다고 이모님을 다시 이 방으로 옮기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전에 여소정 같이 술에 취해 하루만 묵고 간 것처럼 하
최근 들어 두 사람은 눈에 띄는 갈등은 별로 없었다. 하지만 예전 같아서는 별것도 아닌 일을 가지고도 3일 동안 싸우고 그랬었다!그러나 박시준을 본 순간 진아연 마음속의 모든 감정은 비로소 안정이 되었다.그리고 박시준도 진아연과 싸우러 온 것은 아니었다.아마도 아이 셋이 있기 때문에 두 사람 모두 감정을 어느 정도 억제하는 것도 있다. 예전처럼 화가 조금이라도 나도 펄쩍 뛰고 그러지는 않았다.가정부 방.샤워를 마친 박시준은 침대 옆으로 걸아가 앉았다.그는 휴대폰을 꺼냈다. 조지운한테서 문자가 와 있었다.조지운이 보내온 것은 다름이 아니라 호텔 예약 정보였다. 대표님, 진아연 집에서 가장 거리가 가까운 호텔을 예약했습니다. 호텔에서 직접 픽업하러 오실 겁니다. 차로 왔다 갔다 10분도 안 걸립니다, 아이들이랑 지내는 데에 아무 지장이 없을 겁니다.조지운은 마이크로부터 박시준이 진아연 집의 가정부 방을 쓰게 된 것을 알게 되었다.조지운은 자기 대표가 이러한 대접을 받는 것을 절대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진아연 이 여자가, 사랑하지 않으면 그만이지 굳이 사람을 괴롭힐 필요까지 있었을까?박시준은 답장을 했다. 나 진아연 집에서 머물기로 했으니까 예약 취소해.조지운: "가정부 방을 쓰라고 했다면서요? 본인은 왜 가정부 방을 안 쓴대요? 가정부는 왜 또 가정부 방을 안 쓰고 큰 방을 쓴대요? 가정부 방이면 엄청 작은방 아니에요? 그런 곳에서 어떻게 주무세요?"조지운의 반응에 박시준은 자기가 진아연 집에 개 우리에라도 들어가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가정부 방이 비록 작긴 하지만 그래도 침대는 나름 퀸 사이즈였다.박시준에게는 잠만 잘 수 있는 공간이면 다른 건 상관없었다.원래 이번에 B국에 온 것도 아이들을 위한 것이지 휴가 보내러 온 것이 아니었다.박시준은 더 설명하기가 귀찮아서 그냥 "나 잔다." 하고 답장을 하고 휴대폰을 내려놓았다.이상하게도 박시준은 분명히 비행기에서 잠을 잤지만, 자리에 눕자 바로 잠이 들었다.약 먹는 것조차 잊었다.
박시준은 '으흠' 하고 소리를 냈다.진아연의 말에 답하는 건지 아파서 하는 신음 소리인지 구분이 안됐다.이때, 문밖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박시준은 소리가 나는 문 쪽을 바라보았다——이모님이 지성이를 안고, 마이크가 라엘을 안고 네 사람은 문밖에서 몰래 방 안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사실, 다들 몰래 볼 필요가 없었다. 그냥 들어와서 봐도 됐었다.그런데 왜 다들 밖에서 몰래 보고 있는지 몰랐다.머리를 부딪힌 건 잘한 것이 아니지만 그리 창피한 일도 아니었다.진아연은 박시준의 상처를 붕대로 잘 처리하고 약 상자를 치웠다."아침부터 일단 먼저 먹고 병원에 같이 다녀와요." 진아연은 말했다.박시준: "혼자 갈게.""여기 병원 잘 알아요?" 진아연은 반박하며 말했다. "병원에 아는 사람이 있어요, 가면 바로 CT촬영을 할 수 있어요, 아니면 이곳 병원의 진료 절차를 다 따르다간 오늘 안에 촬영 못할 수도 있어요."박시준은 할 말이 없었다.비록 돈은 많았지만 어쨌든 여기는 자기 나라가 아니었다. 아는 사람도 없었는데다 병원에 가는 일은 진아연 말을 따르는 게 나을 듯했다.두 사람은 방에서 나왔다.모두의 시선은 약속하듯이 박시준의 얼굴을 향했다."아빠, 왜 벽에 부딪혔어요?" 라엘이는 의아한 표정으로 박시준을 바라보았다.마이크는 깊이 숨을 들이마시며 말했다. "내가 말해주지 않았어? 아빠 방이 너무 작아서 그랬다고."라엘은 방안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제가 보기엔 하나도 안 작은데요!"마이크: "그건 네 아빠가 너보다 크기 때문인 거 아니야. 이 방이 너에게는 크지만 네 아빠에게는 너무 작아."라엘이는 다시 박시준을 바라보았다. "아... 아빠 너무 불쌍해. 우리 방에서 자게 할 수도 없고, 오빠가 동의하지 않을 거니까. 하지만 마이크 아저씨 방에서 자면 돼요. 마이크 아저씨 방이 엄청 커요, 침대도 크고 해서 둘이 같이 잘 수 있어요."마이크: "!!!"박시준도 안색이 확 변했다. 그리고 말했다. "엄마 방에 가서 자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