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오늘 아침 시은이의 머리를 빗어줄 때 갑자기 하얗게 염색하고 싶다고 해서 말이야. 만약 진짜 수현이를 입양하게 된다면 진짜 염색할 것 같아."진아연은 위정 말에 참지 못해 웃었다. “그냥 동의하시지 그래요! 시은 씨는 어떤 색으로 염색해도 다 이쁠 것 같아요.”"일단 며칠 동안 진정하고 다시 결정하자고 말했어." 위정은 바로 자기 걱정을 말했다. "그리고 염색은 아무래도 두피와 모발에 좋지 않아서 말이야.""사실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아요. 그리고 너무 자주 염색하지 않으면 괜찮을 거예요. 아니면 흰색 가발을 선물해 줘요." 진아연은 이어 자기 생각을 알렸다. "전에도 가발을 자주 쓰지 않았나요?""그런 생각은 못 했네. 일단 수현이의 검사를 마치고 다시 상의해 볼게.""네. 어제 라엘과 지성이도 수현이와 만났는데, 아이들이 너무 좋아했어요. 아마 수현이가 현이라고 생각했나 봐요." 진아연은 현이의 얘기에 방금까지 웃고 있던 미소가 바로 사라졌다. “현이도 착한 사람을 만났으면 좋을 텐데 말이에요.”"무조건 그럴 거야. 너희처럼 착한 사람이라면 하늘이 분명 현이한테 좋은 터전을 마련해 줬을 거야. 지금은 힘들어도 나중에 무조건 만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해." 위정은 진아연이 우울해하자 바로 위로해 줬고진아연은 그의 말에 다시 정신을 차렸다.오전, 수현이의 검사를 마치자 피부과 전문의들은 함께 모여 회의를 진행했고오후에 바로 자세한 진단 내용을 알렸다."수현이의 상황은 안 피부 백색증인 것으로 확인이 되었습니다. 이는 단순한 안 백색증보다 심각하지만, 그래도 최악의 상황은 아닙니다. 평소 자외선 차단에 유의하시면 사실 일반인처럼 살 수 있지만, 이 부분은 부모님께서 많이 신경 쓰셔야 합니다. 만약 학교를 가게 되면 선생님들과 아이의 간호 방법을 설명하셔야 합니다. 현재 발병하지 않아 특별한 약물 치료는 진행하지 않으셔도 되고 추후 완치할 수 있는 약이 있는지 알아봐야 합니다."병원에서 나오자 진아연은 수현이와 함께 집으로 돌아갔고도중
진아연은 아이의 말에 뭔가가 떠올랐지만그녀가 채 말하기 전에 경호원이 먼저 입을 열었다. “수현아, 아연 이모는 보육원 원장이 아니야. 너를 데리고 하산한 이유는 네 병 때문에 세심한 보살핌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데리고 온 거야. 아연 이모한테 절친도 데리고 하산하기를 바란다면 과하지 않을까 싶어.”진아연은 경호원을 힐끗 노려보더니 바로 말렸다. “무슨 소리 하는 거예요. 만약 사원에서 더는 아이들을 챙겨줄 수 없다면 제가 챙겨줄 수 있어요.”수현이는 이들의 말에 붉어진 얼굴로 수줍게 말을 이었다. “경호원 아저씨, 저는 수수가 나중에 좋은 사람을 만났으면 했던 거예요. 아연 이모가 아니어도 말이에요. 저도 아이를 키우는 건 쉽지 않다고 생각해요.”수현이의 말을 듣던 경호원은 아이의 말에 당황했는지 바로 설명했다."수현아, 아저씨는 절대 너를 탓하는 뜻이 아니야! 너무 마음에 두지 마!" 경호원은 조심스럽게 아이를 보면서 설명했다."경호원 아저씨, 만약 수수와 만나면 엄청 이뻐할걸요." 수현이는 참지 못해 자기 절친을 자랑했다. "수수는 똑똑하고 귀엽고 제가 지금까지 본 친구 중에서 제일 귀여운 친구예요.""그럼 너보다 더 귀여워?" 경호원은 웃으면서 아이한테 물었다.수현이는 어찌 보면 꽤 귀여운 아이였고 같은 병을 앓고 있는 다른 아이들과 달랐다.그 외에 수현이는 다른 아이들보다 조숙한 편이었고이는 질병 때문일 수도 있지만, 버림받은 이유일 수도 있었다.그리고 산에서 자란 아이들은 도시에서 자란 아이들보다 더 조숙하고 철들기 마련이라 생각했다.수현이는 경호원의 말에 생각도 하지 않고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 모두 귀여워요.""하하! 네가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아니면 여승님들이 그렇게 말한 거야?""다들 그렇게 얘기했어요." 수현이는 단호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내일 같이 만나러 가요. 저 진짜 거짓말하지 않았어요.""그래. 그리 귀엽다고 하는데, 아저씨가 선물이라도 사서 내일 만나면 줘야지." 경호원은 계속해 수현이와 얘기
"아연 이모, 제가 그리 대단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 수현이는 진아연의 말에 기쁘기도 하지만, 걱정되는 부분도 있었다."물론이지. 수현이가 목표를 정하면 우리 함께 이루기 위해 노력하면 돼. 그리고 앞으로 이런 비밀들을 시은 이모나 나한테 알려주면 돼. 우리 모두 너의 가장 친한 친구니까 말이야.""네!"다음 날 아침, 날씨도 좋지 않고 아직 이른 시간이지만라엘과 지성이는 일곱 시도 채 되지 않아 바로 일어났다.라엘은 이미 머리핀 한 박스를 책가방에 넣었고 사원에 도착하면 머리핀을 여자애들에게 나눠줄 생각이었다.아직 쓰지 않은 머리핀이 서랍장에 쌓여 있어 라엘은 사원 여자애들에게 선물할 생각이었고지성이는 누나가 선물을 준비하자 자기도 뭔가를 준비할 생각이었다."누가, 그럼 나는 뭘 선물할까?" 지성이는 머리핀 같은 액세서리보다장난감들이 많지만, 전부 챙겨갈 수 없으니 무엇을 선물해야 할지 고민이었다!"넌 너무 어려. 굳이 선물하지 않아도 돼!" 라엘은 동생을 힐끗 보면서 답했지만지성이가입을 삐죽거리고 불만 가득한 모습을 보자 다시 아이디어를 하나 던져줬다. "너 돈 많지 않아? 그냥 봉투 줘."지성이: "아..."라엘: "누나가 가서 봉투 찾아볼게."지성이: "누나, 잠깐만! 같이 가!"아이들은 여기저기 뛰어다니면서 봉투를 찾기 시작했다.8시, 진아연과 박시준은 일어나 아래층으로 향했고아이들은 이미 아침을 먹고 거실에서 장난감을 놀고 있었다.라엘은 지성이의 장난감이 너무 유치하다고 생각해수현이와 지성이를 데리고 함께 놀았다.이때 이모님이 다가와 아침을 차려주면서 박시준과 진아연에게 물었다. “지성이가 사원에 가서 아이들에게 봉투를 나눠줄 생각인 것 같아요. 혹시 문제라도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네요.”진아연은 이모님의 말에 깜짝 놀랐다. "아직 어린아이인데,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한 거죠?""아마 라엘이 알려줬을 거에요. 라엘이 사원 어린이들에게 머리핀을 나눠주려는 걸 지성이가 알게 되서 사원 아이들에게 뭐라도 선물하고
박시준은 위로해 주는 진아연의 말에 참지 못해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나도 함께 가고 싶은데, 네가 말리니 그냥 집에 있을게. 밖에 날씨도 추우니까 옷 따뜻하게 입고 가.""네." 진아연은 그의 말에 그저 몸이 따뜻해지는 듯한 기분이었다. "시준 씨, 갑자기 이렇게 말을 잘 들으니 적응이 안 돼요. 좀 더 달래야 할 것 같았는데, 제가 쓸데없는 생각했네요.""그럼 달래줘." 박시준은 그녀의 말에 바로 부응했다."하하, 오늘 저녁에 돌아와서 달래줄게요." 진아연은 붉어진 얼굴로 아침을 마치고 입을 닦았다. "시준 씨, 주말인데 일하지 말고 쉬어요. 너무 심심하면 친구들을 불러서 집에서 수다나 떨어요.""그래. 조심히 다녀와.""네. 오늘 일기예보 확인했어요. 흐린 날씨지만 바람도 불지 않고 비도 오지 않아요.” 진아연은 말하면서 거실로 향했고박시준은 그녀를 따라 집 앞까지 배웅했다.아이들은 이미 각자 가방 하나씩 메고 대기하고 있었다.진아연은 얼른 패딩을 입고 가방을 챙긴 후, 아이들에게 다가갔다. "가자! 위정 삼촌은 아마 출발했을 거야."진아연의 말에 경호원들과 이모님도 같이 움직여 차에 탔다.아침 9시.이들은 사원에 도착하자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위정과 경호원들을 먼저 만났다."위정 씨, 왜 이곳은 남성 참배객을 받지 않는 걸까요?" 경호원은 호기심에 위정에게 물었다.위정: "사원마다 규정이 있으니 저희는 그냥 이들의 규정에 따르면 돼요.""네! 저는 그냥 안전을 위해 걱정뿐입니다." 경호원은 계속해 말을 이었다. "저도 남자지만, 어떤 남자들은 진짜 나빠서 말이죠...""성별을 구별하지 않고 나쁜 사람들은 있는 법이죠. 하지만 나쁜 남자 힘은 여자보다 쌔고 하니깐 이런 차원에서 남성 참배객을 받지 않는 것 또한 이해합니다.""네. 그런데 밖에 있으니 좀 춥네요." 경호원은 추운지 몸서리쳤고그의 말대로 바람은 불지 않지만, 아무래도 산 위에 있는 사원이라 공기가 찰 수밖에 없었다."그리 추우면 움직여도 돼요.""그럼 너무
"그래. 마음의 준비는 이미 다 했어.""위정 선배, 너무 긴장하실 필요 없어요. 사회자 아주 좋은 사람이에요. 그녀는 애들이 다 잘 지내길 바라는 마음뿐이에요. 앞으로 수현이 잘 돌보기만 하면 선배 곤란하게 하지 않을 거예요.""알았어."진아연은 위정을 사회자가 있는 쪽으로 데려간 후, 아이들을 찾으러 뒷마당으로 향했다.방금 스님은 수현이, 라엘이와 지성이를 데리고 아이들에게 선물과 용돈 봉투를 나누어 주러 뒷마당으로 향했다.오늘은 주말이라 애들이 모두 절에 있었다.라엘이와 지성이까지 더해지니 뒷마당은 더욱 활기차고 시끌벅적해졌다.스님의 지도하에 애들은 두 줄로 나눠섰다.진아연이 마당에 들어섰을 때, 스님은 마침 아이들에게 라엘이와 지성이를 소개해주고 있었다.스님은 아이들에게 라엘이와 지성이는 산 아래에서 놀러온 친구라고 소개했다, 지성이와 라엘이의 실제 가정상황에 대해 상세히 말하지 않았다.이에 진아연은 안도의 한 숨을 내쉬었다."이건 지성이가 여러분을 위해 준비한 용돈이에요, 지성이가 오랫동안 모은 세뱃돈이에요. 봉투 받고 지성이한테 고맙다고 말해주세요. 그리고 라엘이 언니가 준비한 머리핀도 있는데, 머리핀 받고 나서 뭐라고 말해야 하죠?""라엘 언니, 고마워요!" 아이들은 한 목소리로 라엘이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라엘이의 어린 마음은 깊은 감동을 받았다.그녀는 많은 악세사리 보석이나 장식품을 가지고 있었는데 대부분 부모님이나 오빠가 준 선물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집에 예쁜 옷들과 신발들이 아주 많았다, 매일 옷을 갈아입는다고 해도 적어도 한 달 동안은 겹치지 않을 것이다.줄곧 가족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랐던 라엘이는 여태 부족함이라는 걸 모르고 지냈었다, 하여 부모님들에게 버림받은 이 아이들을 바라보며 그녀의 눈시울은 자기도 모르게 붉어졌다.그녀의 삶은 너무 동화처럼 행복해서 어둠과 가난이란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세상에 어둠과 가난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언니가 머리핀 해줄게!" 라엘이는 말하
진아연은 어린 꼬마애가 생각이 그렇게까지 깊을 줄은 예상치 못했다."수현아, 수수한테 이모 번호 있으니까 나한테 연락이 올 거야."수현이는 기분이 많이 가라앉은 것 같았다: "할머니는 왜 꼭 수수를 데려가려고 한 거에요?"수현이에게는 산 속의 생활도 나쁘지 않았다.진아연과 시은이를 만난게 아니었다면, 수현이는 이곳에서 떠나지 않으려 했을 것이다."수현아, 이건 그 할머니분의 결정이라 우리도 강요할 수 없었어."스님은 평온한 어조로 물었다. "수현이는 산에서 내려가고 그동안 잘 지냈어?""잘 지내고 있었어요. 진 이모가 저 데리고 병원에 가서 병도 치료했어요. 라엘이 언니랑 지성이 동생도 저한테 아주 잘해줘요. 시은이 이모도 새로 알게 됐어요... 시은이 이모가 저를 입양하고 싶어해요. 참, 시은이 이모랑 진 이모는 한 가족이에요. 다 좋은 사람 같아요. 저 시은이 이모랑 같이 살고 싶어요."스님은 진아연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진 아가씨, 수현이가 따라가길 원하는 거 보면 아마 인연은 정말 따로 있나봅니다. 그럼 앞으로 우리 수현이 잘 부탁드리겠습니다.""아닙니다, 앞으로 수현이 데리고 자주 찾아뵐게요. 절에 다른 도움이 필요하시거나 어려운 점이 있으시면 언제든 제게 연락하세요. 사회에 작은 도움이라도 될 수 있다면 전 그것으로도 너무 행복합니다." 진아연은 진심을 다해 얘기했다."진 아가씨, 정말 너무 감사합니다. 우리 모두 이곳에서 당신과 당신의 가족이 늘 건강하고 잘 되시길 기도해 드리겠습니다." 스님이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그래서 말인데 제가 지난 번에 산에서 빌었던 소원이 제 가족과 관련된 소원이긴 합니다. 제게 딸이 하나 있는데 태어난 후로 쭉 저희와 떨어져 지냈어요. 제가 딸을 찾아갔을 때는 이미 사라지고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어요. 지금까지도 딸이 살았는지 죽었는지, 어디서 잘 지내고 있는건지 모르겠습니다." 진아연은 마음속에 담아두고 끙끙 앓던 속앓이를 얘기하며 한숨을 내쉬었다.스님은 위로의 말을 건넸다: "진 아가씨,
라엘이의 눈꺼풀도 졸음을 참지 못하고 내려오기 시작했다."엄마, 이번 주 일기는 오늘의 이야기를 적을 거에요." 라엘이는 휴대폰을 뒤지며 오늘 찍은 사진들을 보았다.원래 절에는 사진 찍는 것을 허용하지 않지만 라엘이는 그 규정을 모르고 스님에게 애들과 사진 한 장 찍어달라고 부탁했다, 스님은 미소를 지으며 승낙했다."좋아! 그럼 일기 다 쓰고 엄마한테 보여줘.""알겠어요. 엄마, 이 사진 보세요. 제가 한 번 세어봤는데 저랑 지성이 빼면 32명의 어린이들이 있어요." 라엘이가 웃으며 말했다. "공교롭게도 저희 반에도 마침 애들이 32명 있거든요.""수현이가 떠났으니 이제 산에는 31명의 애들만 남았겠네." 진아연이 말했다."그리고 이젠 수수도 절에 없어요!""수수는 애초부터 절에 속하지 않았어. 수수한테는 가족이 있으니까. 수수 못봐서 엄마도 많이 아쉽네. 수현이가 수수 그렇게 많이 좋아하는 거 보면 수수도 수현이처럼 착한 아이일 거야." 진아연은 한탄하며 말했다."수수의 조모는 왜 수수를 데리고 떠난 거에요? 왜 수현이가 떠나면 수수도 떠나야 하는 거에요? 분명 수수는 절에서 떠나기 아쉬워 했다고 했잖아요? 조모는 누구를 가리키는 거에요?" 라엘이는 마음에 품은 의문을 모두 제기했다. "조모가 할머니라는 뜻이에요? 어디서 할머니를 조모라고 부르는 거에요?"라엘이의 마지막 질문에 진아연은 말문이 막혀버렸다.사실 진아연은 라엘이의 앞선 질문들에도 어떻게 답해야 할지 몰랐다.수수는 산에서 잘 지냈었다, 수현이가 입양되고 절을 떠났기 때문에 조모가 이리 급히 수수를 데리고 떠난 것이었다.조모의 행동은 다소 사람들을 당혹스럽게 할지도 모른다."어쩌면 일부 지역에서 할머니를 조모라고 부를 수도 있겠지." 진아연이 추측하며 말했다. "수현이가 수수 자기보다 어리다고 했던 거 같은데.""네. 그럼 수수는 엄마 아빠가 없는 거에요? 그렇지 않으면 할머니는 왜 수수를 데리고 절에서 지냈겠어요?" 라엘이는 수수도 너무 가엽게 느껴졌다.가족이 있긴 하지
박시준은 대답하며 휴대폰을 딸에게 돌려주었다."오늘 산에서 즐거웠어?""마냥 즐겁지만은 않았어요. 많은 애들이 선천적 질병 때문에 버림 받았어요. 그리고 일부 아이들은 건강했지만 그래도 부모님들에게 버림 받았죠. 그래서 마음이 너무 아팠어요." 라엘이는 시무룩해하며 말했다. "아빠, 그 아이들과 비하면 저는 너무 행복한 것 같아요.""라엘아, 이 세상에는 불행한 사람들도 많고 행복한 사람들도 많아. 행복한 건 너의 잘못이 아니야." 박시준은 인내심과 함께 딸을 위로해 주었다. "먼 곳에 있는 시골에 가면 더 많은 불쌍한 아이들이 있을 거야. 어쩌면 밥도 배부르게 먹지 못하면서 지낼 수도 있어."아버지의 말을 들은 라엘이는 더 우울해졌다: "아빠, 제가 어떻게 해야 그 아이들을 도울 수 있을까요?""그 아이들을 위해 돈을 기부할 수도 있고 물건을 기부할 수도 있지. 엄마랑 아빠는 매년마다 자선 단체에 기부하고 있어. 우리가 모든 사람들의 운명을 바꿀 수는 없어도 한 명이라도 더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거지.""알겠어요, 아빠.""라엘아, 아빠가 멀리 나갈 수 있을만큼 몸이 더 나아지면 우리 라엘이 데리고 더 많은 곳에 다닐게.""좋아요, 아빠! 아빠가 빨리 나으셨으면 좋겠어요!"진아연은 옆에서 부녀지간의 대화를 들으며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시준 씨, 솔직히 말해봐요. 당신 시골에서 지내본 적 없으시죠? 당신이 매년 자선 단체에 기부한다는 건 맞지만 당신 분명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체험해 본 적은 없을 거예요."박시준: "...""당신 라엘이 데리고 너무 외딴 곳에 가지 마세요, 걱정되니까요." 진아연은 무자비하게 비웃으며 말했다. "그때 가서 오히려 라엘이가 당신 챙겨야 할 수도 있으니까요."박시준: "..."굳이 그렇게 말할 필요까지 있나?아이 앞에서 체면 좀 차려주면 안되나?"라엘아, 너희 아버지는 3대째 사업을 이어오고 있어 늘 부자 집안이었어. 너희 아버지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가난하게 지낸 적이 없었단다." 진아연이 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