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도와주지 말아요. 두 사람이 알아서 하게 놔둬요." 조지운이 말했다. "은서는 한이와 함께 있으니 걱정할 필요 없어요.""한이는 곧 귀국할 거예요. 그러면 은서 혼자 거기에 있어야 하는데 좀 걱정되네요." 진아연이 대답했다."그 모델 회사는 은서의 매니저가 관리한다고 하지 않았어요? 매니저가 잘 돌볼 거예요.""네. 은서와 성빈 씨의 신분 차이가 너무 크긴 해요. 그러니 은서가 스스로 결정해야 해요." 그녀는 야채 튀김 하나를 입에 집어넣었다. 바삭하고 달콤한 느낌이 전해왔다. "잘 튀겨진 것 같아요."조지운도 한 입 맛보고 대답했다. "새우랑 야채를 같이 튀긴 것 같은데요.""맞아요. 좀 있다 하나 포장해서 라엘에게 갖다 줘야겠어요. 라엘이 이걸 즐겨 먹거든요."조지운은 모든 요리를 맛보았다."지난번 결혼식 때 모셔온 요리사보다 실력이 더 뛰어난 것 같긴 한데 꽤 만족스러워요." 그가 적절하게 평가했다.진아연: "시준 씨한테 이렇게 말하면 다른 요리사를 구해오라고 할 거예요.""대표님에겐 말하지 말아야죠. 진아연 씨에게만 말하는 거예요." 조지운이 말했다. "번거롭게 하지 말고 여기로 결정하고 아연 씨는 집에서 대표님을 돌봐주세요.""요리사 한 명을 더 모셔와서 요리를 준비해도 돼요. 그러면 하객들이 입맛에 맞는 걸 골라서 드실 수 있어요." 진아연이 제안했다."그래도 돼요. 좀 있다 예전의 그 요리사에게 연락할게요.""알았어요. 가격 협상이 끝나면 계산서를...""성빈 형에게 갖다 줄게요. 대표님은 아연 씨 돈을 쓰려고 하지 않을 거예요." 조지운이 그녀의 말을 잘랐다. "청첩장이 나오면 사람을 시켜 돌리도록 하면 되고, 케이크는 어느 브랜드로 할 거예요? 좀 있다 같이 고르러 가요."조지운이 천천히 말을 이었다."지운 씨, 일을 참 깔끔하게 잘하시네요.""대표님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죠." 조지운이 겸손하게 말했다. "대표님이 다리 골절만 아니면 모든 일을 알아서 다 결정하고 전 그저 심부름만 다니면 됐을 거예요."
호텔에서 나온 조지운은 진아연과 함께 케이크를 고르러 가기로 했다.하지만 호텔에서 나와보니 익숙한 얼굴이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왕은지도 여기에서 진아연과 마주칠 줄은 몰랐다.그녀는 고객 두 명을 만나기 위해 온 것이었다. 그녀는 회사와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는 이유로 여기까지 오는 게 썩 내키지 않았지만 고민 끝에 결국 찾아온 것인데여기에서 진아연과 마주칠 줄은 몰랐다."진아연, 집에서 박시준 옆을 지키고 있는 거 아니었어?" 왕은지가 말하며 조지운을 힐끗 보았다. "ST그룹의 일로 온 거야 아니면 진명그룹의 일로 온 거야?""무슨 일로 왔든 당신이랑 상관없어." 진아연이 차갑게 말했다." 난 너희들과 얘기를 나누고 싶은데. 진명그룹으로 내 목을 조이려 하지 않았어? 결국 회사를 박시준에게 팔아넘겼더군? 이젠 어떻게 할 예정이야?" 왕은지가 비웃으며 말했다. "내가 박시준과 한판 붙기 바라는 모양인데 내가 바보야? 내가 보기엔 넌 이미 졌어. 넌 루저라고!"왕은지의 도발에 진아연의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조지운은 그녀의 팔을 살짝 치면서 왕은지를 무시하라고 귀띔했다."아연 씨든, 저의 대표님이든 누구든 왕은지에게 본때를 보여줄 수만 있으면 되는거예요."진아연이 알았다고 대답했다."조지운 씨, 내가 안 보여요? 아무리 그래도 제이그룹 대표인데 이렇게 무시해도 되는거예요?" 왕은지가 조롱하며 말했다. "난 A국에서 정정당당하게 사업을 하는데 당신 대표님이 뭘 어떻게 할 수 있다고 그래요?""그럼 정정당당하게 사업만 해요. 안 그럼 대표님이 가만두지 않을 테니깐요." 조지운이 말했다. "우리 대표님께서 이미 왕은지 씨가 마음에 들지 않은 지 오래됐어요. 진아연 씨와 감정 문제로 끌지만 않았어도 지금 여기서 기고만장하게 서 있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이런, 당신 대표님이 앞으로는 감정 문제가 없기를 바랄게요." 왕은지는 말을 뱉고 나서 비서와 함께 성큼성큼 호텔 안으로 들어갔다.조지운이 진아연을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도 가요. 아
최은서는 한숨을 내쉬고 나서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정리했다. "지금 이런 모습이 좀 엉망이지 않아요?"진아연: "막상 만난다고 하니깐 긴장돼요?""그러게요. 친오빠이기도 하고... 처음 만나는 거기도 하잖아요." 최은서는 마음속에 있는 말을 했다. "좋은 인상을 남겨주고 싶어요. 그렇다고 아부한다는 건 아니고요. 전 아연 씨와 아연 씨 아이들을 좋아하거든요.""지금 이런 모습도 괜찮아요. 못 믿겠으면 한이한테 물어봐요." 진아연이 웃으면서 그들과 함께 차에 탔다.차에 앉은 후 최은서가 한이에게 물었다. "한이야, 네가 보기엔 나 지금 어때? 예뻐? 돌아가서 머리를 감을까?"한이는 아무 감정 없이 고개를 돌려 창밖을 내다보았다.그의 눈에는 엄마와 동생이 가장 예쁘고 다른 여자는 다 비슷하게 생겼다."은서 씨, 먼저 돌아가고 싶다면 그래도 돼요." 진아연은 그녀가 불안해하자 말했다. "먼저 은서 씨를 바래다줄게요. 하지만 좀 있다 은서 씨 스스로 호텔에 찾아가야 해요.""그래요. 아연 씨는 나한테 참 친절해요." 최은서가 그녀의 팔을 끌어안고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나한테 예의 차릴 필요 없어요. 우리 집은 있을 곳이 없으니 오빠네 집에 가 있어요. 시은 씨와 최운석 씨도 거기에서 살고 있어요.""정말 오빠네 집에서 살아도 돼요?" 최은서가 눈을 깜박이며 말했다.진아연은 어리둥절해졌다. "허락할 거예요. 아직 얘기하지는 않았어요."사소한 일이기도 했고 요즘 좀 바빠서 미리 얘기해주지 못했다."그럼 지금 전화해서 물어봐요. 제가 들어가서 사는 걸 허락하지 않을 것 같아요. 저는 시은 씨랑은 비교할 수 없어요." 최은서는 조심스러웠다. "사실 이젠 호텔에서 지내는 것도 두렵지 않아요. 호텔에서 지내도 돼요."그녀는 박시준의 친 여동생이었지만 그렇다고 이로 인해 자랑스럽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그녀는 시은이를 만나본 적이 없지만 박시준이 시은이를 많이 아낀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었다.그녀가 이토록 조심스럽고 걱정이 많아 보이자 진아연은
"하하하하! 꼭 그런 건 아니에요. 전 그녀를 잘 몰라서 딱히 할 말이 없을 뿐이에요" 마이크가 손을 한이의 어깨에 올려놓고 말했다. "어쩐지 성빈이가 그녀를 대하는 태도가 확 달라졌다 했어요."그들은 이야기를 나누며 연회장에 도착했다.박시준과 라엘이는 연회장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엘리베이터에서 나오자 라엘이는 그들을 향해 달려갔다."오빠!"여동생의 이런 열성에 어색한 듯 한이는 입꼬리를 살짝 씰룩거렸다.하지만 그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라엘이는 그를 꼭 끌어안았다."오빠! 나 시험에서 1등 했어! 내가 시험에서 1등 하면 안 간다고 약속했잖아!" 라엘이는 한이의 팔을 꼭 붙잡고 있었고 한이로부터 원하지 않는 대답을 듣게 될까 두려운 듯했다.한이: "당분간 안 갈 거야.""뭐? 당분간?" 라엘이가 따져 물었다."세상이 이렇게 넓은데 계속 국내에만 있으라는 법은 없잖아." 한이는 자신을 꼭 끌어안은 동생의 팔을 풀더니 라엘이의 손을 잡고 물었다. "동생은?""동생은 아직 자고 있어. 종일 먹고 자고 하더니 이젠 뚱땡이 돼지가 돼버렸어." 라엘이는 말하며 그의 가방을 잡았다. "동생한테 무슨 선물 사줬어? 어디 봐봐."진아연은 이토록 다정한 남매의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았다."오빠, 설마 동생한테만 선물 사 오고 나한텐 안 사 온 거 아니지?" 라엘이가 오빠의 가방을 당기더니 지퍼를 열고 뒤적이기 시작했다.진아연이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라엘아. 여긴 밖이잖니. 오빠 물건을 함부로 뒤지지 말고 오빠가 꺼내도록 내버려 둬야지.""알았어요." 라엘이는 가방을 오빠한테 돌려줬다.한이는 가방에서 투명한 상자 하나를 꺼냈다.상자 안에는 둥근 수정 구슬 하나가 있었다."오빠, 이거 내 선물이야? 너무 예쁘다." 라엘이는 상자를 손에 들었다.한이: "이건 동생 선물이야.""그럼 내 건?" 라엘이는 상자를 엄마한테 건네고는 선물을 달라고 오빠에게 손을 내밀었다.한이는 가방 지퍼를 열더니 안에서 정교한 상자 하나를 꺼냈다.상자를 받아든
그는 전화를 끊고 싶었지만 오늘은 지성이의 돌잔치였기에 하객에게서 걸려온 것일 수도 있었다.그는 구석진 자리로 가서 전화를 받았다."먼저 들어가자!" 진아연은 두 아이를 데리고 연회장으로 들어갔다.하객들은 한이가 온 것을 보고 다가와 인사했다."한이가 많이 컸네요. 지난번에 봤을 땐 지금보다 훨씬 작았는데요.""박 대표님과 아연 씨가 다 키가 크시니 아이들이 작을 수 없죠.""그러게요. 지성이는 이제 겨우 돌인데 세 살짜리 우리 집 손녀보다 더 큰 것 같아요. 하하!"한이는 이 사람들과 친하지 않았기에 여기에 남아 구경거리가 되는 게 싫었다."동생 보러 가고 싶어요." 한이가 진아연에게 말했다."알았어, 내가 데려다줄게." 진아연이 하객들에게 인사를 한 후 한이를 데리고 휴게실로 향했다.휴게실, 지성이는 멋진 옷을 입고 침대 위에서 달콤한 잠을 자고 있었다.이모님이 옆에서 지성이를 돌보고 있다가진아연과 한이가 들어오는 걸 보고 자리에서 일어섰다."한이야, 돌아왔구나. 라엘이가 매일 얼마나 기다렸는데. 잘 됐어. 앞으론 서로 떨어져 있을 일도 없겠구나." 이모님이 한이의 앞에 다가가 말했다. "한이가 이젠 나보다 더 큰 것 같네."이모님의 말이 끝나자 침대 위에 있던 아이가 갑자기 움직였고모두의 눈길이 침대 쪽으로 향했다.꼬맹이는 기지개를 켜고 나서 눈을 반짝 떴다.이모님은 지성이를 안고 한이의 앞에 다가가 소개했다.지성이는 기지개를 켜고나서 커다란 눈을 깜박이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한이는 여동생의 말이 맞다고 생각했다.남동생은 하얗고 통통했으며 나른한 모습이 마치 아기 돼지 같았다.그는 아이에 대해 인내심이 별로 없었지만 자신의 남동생은 달랐다.그는 남동생의 선물을 꺼냈다. "지성아, 이걸 봐. 이건 형이 널 위해 산 선물이야. 수정 구슬인데 프로젝터이기도 해."그는 말을 하며 프로젝터 버튼을 눌렀다.진아연이 창가에 다가가더니 커튼을 닫았다.순간 방안에는 오색영롱한 밤하늘이 나타났다.연회장.성빈이 마이크 앞
그와 성빈은 약속이나 한 듯 입구를 바라보았다.최은서가 하얀색 드레스를 입고 머리를 질끈 묶은 채 나타났다.그녀는 얼굴에 옅은 화장을 했고 하이힐을 신고 있어 더 날씬하고 훤칠해 보였다.그녀는 박시준과 함께 걸어왔다.일반인들이 박시준의 옆에 서면 무색해 보이지만 최은서가 그의 옆에 있으니 오히려 더 잘 어울려 보였다.성빈이 성큼성큼 걸어가 박시준을 향해 말했다. "남매가 서로를 인정한 거야?"박시준은 어리둥절해 있다가 눈살을 찌푸리고 물었다. "뭐라고?"성빈도 어리둥절해 있다가 옆에 있는 최은서를 가리키며 말했다. "너랑 은서 씨 말이야. 너희 둘 함께 들어왔잖아."박시준은 그제야 옆에 누군가 서 있다는 걸 느꼈다.그는 예리한 눈빛으로 최은서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성빈은 어이없었다. "시준아, 설마 같이 들어오면서 누군지도 몰랐던 건 아니지?""누군지 내가 꼭 알아야 해?" 그는 최은서에게서 시선을 거두었다."하하하하! 넌 최은서를 만난 적이 없으니 그럴 만도 하겠지." 말을 마친 성빈은 최은서를 바라보았다. "오빠를 보고 인사도 안 하고 몰래 뒤쫓아 오면 어떻게 해.""몰래 따라서 온 거 아니에요." 최은서가 성빈의 말에 반박했다. "연회장이 이렇게 크고 사람도 많잖아요. 아연 씨와 한이를 찾아야 하는 데 이 사람을 따라가면 찾기 쉬우니까요."성빈은 그녀의 말에 할 말을 잃었다.박시준은 저도 모르게 그녀를 힐끗 보았다.그녀는 그를 가이드로 생각하고 있었다.방금 통화를 마친 그는 놀란 마음에 한동안 넋 놓고 있었다.그래서 그는 그녀가 자신을 따라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아연이는 어디 갔지?" 그가 성빈에게 물었다."한이가 동생 보러 가겠다고 해서 아연 씨가 데리고 휴게실로 갔어." 성빈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박시준이 휴게실에서 걸어 나왔다.최은서는 따라가려 했지만 성빈이 그녀의 팔을 잡았다."최은서, 왜 내 문자를 씹는 거야? 연속으로 일주일이나 문자를 보냈는데 하나도 안 본 거야?" 성빈은 엄청 화가 난 것 같진 않
그는 당장 팔찌를 빼려는 최은서를 말렸다. "아니야. 빼지 마. 내가 착용한 걸 보니 잘 어울리네."최은서가 동작을 멈췄다. "그럼요."성빈은 여전히 언짢았다. "너한테 선물한 이 팔찌는 백화점에서 산 거야. 박스가 그렇게 허술하다고?""백화점에서 샀으니 박스 탓이 아니라 제가 힘이 너무 컸어요."그는 그녀가 조롱하는 것 같다고 느꼈지만 증거가 없었다."그럼 다음에는 단단한 박스로 고를게.""다음에요?" 최은서가 물었다. "누구한테 선물하는 걸 참 좋아하네요?"성빈이 단호하게 부인했다. "보통은 다른 사람이 나한테 선물을 주지...""내가 답례를 하지 않았다고 귀띔하는 건가요?""아, 아니야. 난 단지 네 물음에 대답한 것뿐이야... 일반적으로 다른 사람이 나한테 선물을 주고 내가 다른 사람을 위해 선물을 고르는 경우가 적다는 말을 하는 거야." 그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는데 그녀의 말 때문에 당황한 것 같았다. "난 여자한테 선물을 해본 적이 거의 없으니까. 집안의 여성 친척을 제외하면, 아연 씨, 라엘이, 너 말고는 거의 없거든.""그렇게 말하니 성빈 씨 선물을 받는 게 더 난감하네요. 내가 무슨 자격으로 감히 성빈 씨가 직접 고른 선물을 받을 수 있겠어요."성빈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됐어. 선물 얘기는 하지 말자. 매니저랑 함께 왔어?""아니요.""그럼 마음껏 먹어도 되겠네." 성빈은 그녀를 데리고 뷔페 구역으로 데려가려 했다."다음 달에 대회에 참가할 거예요. 매니저가 안 와도 함부로 밥을 먹을 수는 없어요." 최은서가 그의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 "나한테 함부로 손대지 말아요. 남들이 우리 사이를 오해하면 큰일 나요."성빈이 멍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상관없어.""하지만 내가 상관있는걸요." 최은서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잘생긴 남자가 나한테 반해 다가와 말을 걸려다가 내가 성빈 씨랑 실랑이하는 모습을 보면 감히 다가오지 못할 수 있잖아요."성빈: "!!!""문자에 왜 답장하지 않았냐고 질문 외에 다른 볼 일이
여소정은 옆에 있는 의자에 앉더니 휴대폰을 꺼내 게임을 하려 했다.최은서는 밥을 먹을 수 없어서 여소정 옆에 다가가 앉았다."소정 언니, 음식을 못 드시면 과일은 드실 수 있어요?""과일은 좀 먹을 수 있는데 많이는 못 먹어요. 많이 먹으면 토하거든요." 여소정이 휴대폰을 내려놓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방금 성빈 씨랑 대화하는 걸 봤어요."최은서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문자를 보냈었는데 제가 답장을 안 했거든요. 그래서 왜 답장을 안 하냐고 물은 거예요.""그렇군요. 그럼 왜 답장을 안 하는 거예요? 싫어서?" 여소정은 수다를 떠니 정신이 한결 맑아지는 것 같았다.최은서는 잠시 생각에 잠기다가 고개를 저었다. "싫어하는 정도까진 아니에요.""아연이의 말에 의하면 은서 씨를 좋아한다던데요.""그래요? 전 왜 그런 말을 못 들었죠?""얼굴 빨개진 것 좀 봐요. 그 사람이 좋아하는지 아닌지를 은서 씨는 느꼈을 거예요." 여소정도 겪어봐서 경험을 얘기했다. "은서 씨도 그 사람을 좋아하죠? 그래서 일부러 그러는 거잖아요?"최은서가 다시 한번 고개를 저었다. "한이가 지금은 연애하지 말래요. 아무것도 없는 지금의 제가 잘난 남자랑 함께 있으면 다른 사람이 저를 깔볼 거래요. 한이 말이 맞는 것 같아요. 그래서 당분간은 연애할 생각이 없어요.""한이가 정말 그렇게 말했어요?" 여소정은 의외라는 듯 말했다. "한이는 너무 조숙한 것 같아요.""네." 최은서는 그녀가 임신 중이라는 걸 알기에 눈빛을 그녀의 아랫배로 향했다. "몇 개월 됐어요?""2개월 됐어요. 이제 한 달만 잘 버티면 태아가 안전하대요." 여소정이 미소를 지었다. "힘드시겠어요. 매일 배부르게 먹을 수도 없으니 매일 배를 곯고 있는 거잖아요.""저도 그래요. 사실 지금도 배가 너무 고픈데 먹을 수 없어요. 다음 달에 대회가 있거든요. 반드시 순위에 들어야 해서요..."멀지 않은 곳에서 성빈이 하준기의 팔꿈치를 치며 말했다. "최은서가 네 와이프랑 얘기 중인데?""한 달째 냉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