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 기억하지. 지금도 여전히 그렇게 생각해." 그는 서두르지 않고 차분하게 말했다. "당신과 라엘이가 못 견딜가봐 그렇지. 라엘이가 정말로 빵점을 받으면 우선 라엘이도 울거고 당신도 초조할거고. 천재인 당신이 딸이 그렇게까지 못하는 걸 참을 수 있어?"그녀는 할 말이 없었다.그가 한 말이 전부 옳았기 때문이다.라엘이가 시험에서 빵점을 받으면 라엘이뿐만 아니라 그녀도 울 것이다.집에 돌아오니 이모님이 지성이를 데리고 목욕하고 있었다.라엘이는 숙제를 하고 있었다.진아연은 라엘이의 곁으로 다가가 딸이 숙제하는 것을 지켜봤다."오늘 밤 동생이랑 노느라 라엘이한테 방해됐지?""아니에요! 숙제는 벌써 다 했어요. 이건 제가 밖에서 산 문제집이에요." 그녀는 문제집을 엄마에게 보여주었다. "친구가 사는 거 보고 저도 하나 샀어요."진아연은 매우 놀랐다. "왜 엄마한테 말 안 했어?""오늘 방과 후에 샀어요." 라엘이는 순진하고 찬란한 미소를 지었다. "방금 엄마랑 아빠 찾으러 내려갔는데 못 찾았어요. 동생은 씼으러 갔고 아무도 안 놀아줘서 문제집 풀고 있었어요." "라엘아, 그렇게 열심히 할 필요없어..." 그녀는 딸이 너무 힘들까봐 걱정했다."오빠가 저 다음 시험에서 만점 받으면 돌아오겠다고 했어요." 그녀는 득의양양하게 말했다. "저 이번에 꼭 만점 받을 거에요!""오빠가 정말 그렇게 말했어?""네! 방금 오빠한테 전화 했는데 그렇게 말했어요.""라엘아, 너무 부담 갖지 말고. 곧 연말이라 만점 안 받아도 오빠 돌아올 거야.""전 오빠가 빨리 돌아왔으면 좋겠어요. 하루라도 더 일찍 돌아오면 전 그만큼 더 행복할 거예요.""그래. 엄마가 옆에 있어줄게." 진아연은 의자를 가져와 딸 옆에 앉았다.다음날 라엘이가 학교에 간 후 진아연은 박시준과 함께 병원에 갔다.외출할 때 지성이는 진아연의 다리를 껴안고 함께 나가고 싶어 했다."아가야, 엄마 아빠 지금 놀러 가는 게 아니라 병원에 가는 거야, 그래서 우리 지성이는 데려갈 수가 없네.
그녀는 순간 마음이 차가워졌고떨리는 손가락으로 그의 주소록에서 김영아의 ID를 찾아봤지만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했다.친구 목록에서 '영아' 라는 두 글자를 입력했지만 관련 결과를 찾을 수 없었다.그녀는 다시 한번 그의 친구 목록을 하나씩 훑었지만 끝내 아무런 수확도 없었다.그는 김영아를 추가했었지만 다시 삭제했을 것이다.이럴 가능성밖에 없다.김영아는 친구 추가 신청 메시지에 그녀의 배 속에 있는 아이가 라엘을 닮았다고 썼다. 그래서 박시준은 호기심에 그녀의 친구 추가 신청을 수락했을 것이고그는 그녀가 보내온 사진을 보고 나서 그녀를 삭제했다.이렇게 생각하니 진아연은 마음이 훨씬 편해졌다.그녀는 김영아가 너무 뻔뻔하다고 생각했다.그녀가 신청 메시지에 라엘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았더라면 박시준은 그녀의 친구 추가 신청을 수락하지 않았을 것이다.그런 게 아니라면 박시준이 그렇게 쉽게 그녀를 삭제했을 리 없다.진아연은 곧 마음이 안정되었다.박시준이 아무렇지 않게 그녀에게 휴대폰을 보여줬다는 건 그가 걱정할 게 없다는 걸 말해준다.약 30분 후 수술이 끝났다.박시준은 스스로 걸어 나왔다.진아연은 황급히 다가가 그를 부축하며 물었다. "어때요? 아파요? 좀 쉬다 갈까요?""괜찮아." 괜찮다고 하지만 얼굴이 창백했다.아무래도 수술을 받은 사람이었기에 불편한 건 당연한 일이었다."그럼 돌아가요. 며칠 동안 푹 쉬세요.""알았어."병원에서 집으로 돌아온 후 그의 안색은 조금 회복되었다."방에서 쉬지 않을래요?" 거실 소파에 앉아있는 박시준을 본 그녀는 그의 옆에 앉았다."어젯밤에 잘 잤더니 잠이 오지 않아." 그는 휴대폰을 켜고 말했다. "아들 돌잔치 준비를 해야 하는데...""이건 제가 알아서 할게요, 시준 씨는 집에서 푹 쉬면서 아무것도 신경 쓰지 말아요." 진아연은 그의 창백한 얼굴을 보며 말했다. "수술했으니 과로하면 안 돼요. 요즘은 애들도 안지 말아요.""애를 안는 게 무슨 힘든 일이라고 그래?" 그가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그녀는 기사에게 스타팰리스 별장 부근에 있는 고급호텔로 운전하라고 했다.차가 막히지 않는다면 아마 10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다."대표님, 박 대표님과 사이가 좋은 걸 보니 우리도 기분이 좋아요." 기사가 입을 열었다. "남들이 뭐라고 하는지는 신경 쓰지 말아요.""시준 씨 다리를 내가 분질러놓았다고 하는 그 뉴스 말이에요?" 진아연이 웃으면서 말했다.기사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아니요. 네티즌들이 박 대표님께서 밖에 와이프가 있다는 말이 돌아요. 이런 일은 다른 사람들이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함부로 지껄이는 거예요.""알아요, 인터넷에서 뭐라고 하든지 신경 안 써요. 어떻게 된 일인지 스스로 알고 있으면 되는 거니깐요.""맞아요. 제 말이 바로 그 말이에요. 박 대표님께서 Y국에 있으면 더 많은 걸 얻을 수 있을 텐데 돌아와서 대표님과 아이와 함께 하는 걸 보니... 대표님, 박 대표님은 대표님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 같아요."기사의 말을 들은 그녀는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기사는 평소에 이렇게 말이 많은 사람이 아니었다.그녀가 지금 박시준이랑 열애 중이라 기분이 좋은 걸 보니 걱정 없이 털어놓는 것 같았다.차가 곧 호텔에 도착했고 진아연이 호텔 로비에 들어서자 매니저가 그녀를 맞이했다."보름 뒤를 예약하시려면 여기 연회장을 예약하는 데 별문제 없어요." 매니저가 말했다. "하객이 얼마나 오실 건가요? 여기에서 가장 큰 연회장에 500명 정도 수용할 수 있어요."진아연은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많이 오지 않을 거예요. 기껏해야 100명이 좀 넘을 거예요.""그럼 안내해 드릴게요! 마음에 드는 홀을 선택하세요." 매니저가 안내해 주었다.점심, 조지운은 진아연으로부터 호텔에 와서 밥을 먹자는 전화를 받았다.조지운은 곧 차를 몰고 호텔로 찾아왔다."지성이 돌잔치 때문에 보자고 했죠?""족집게네요?" 진아연이 웃으며 그에게 주스를 따라줬다."그게 아니라, 대표님이 전화해 하객 명단을 작성하라고 했거든요. 아연
"아무도 도와주지 말아요. 두 사람이 알아서 하게 놔둬요." 조지운이 말했다. "은서는 한이와 함께 있으니 걱정할 필요 없어요.""한이는 곧 귀국할 거예요. 그러면 은서 혼자 거기에 있어야 하는데 좀 걱정되네요." 진아연이 대답했다."그 모델 회사는 은서의 매니저가 관리한다고 하지 않았어요? 매니저가 잘 돌볼 거예요.""네. 은서와 성빈 씨의 신분 차이가 너무 크긴 해요. 그러니 은서가 스스로 결정해야 해요." 그녀는 야채 튀김 하나를 입에 집어넣었다. 바삭하고 달콤한 느낌이 전해왔다. "잘 튀겨진 것 같아요."조지운도 한 입 맛보고 대답했다. "새우랑 야채를 같이 튀긴 것 같은데요.""맞아요. 좀 있다 하나 포장해서 라엘에게 갖다 줘야겠어요. 라엘이 이걸 즐겨 먹거든요."조지운은 모든 요리를 맛보았다."지난번 결혼식 때 모셔온 요리사보다 실력이 더 뛰어난 것 같긴 한데 꽤 만족스러워요." 그가 적절하게 평가했다.진아연: "시준 씨한테 이렇게 말하면 다른 요리사를 구해오라고 할 거예요.""대표님에겐 말하지 말아야죠. 진아연 씨에게만 말하는 거예요." 조지운이 말했다. "번거롭게 하지 말고 여기로 결정하고 아연 씨는 집에서 대표님을 돌봐주세요.""요리사 한 명을 더 모셔와서 요리를 준비해도 돼요. 그러면 하객들이 입맛에 맞는 걸 골라서 드실 수 있어요." 진아연이 제안했다."그래도 돼요. 좀 있다 예전의 그 요리사에게 연락할게요.""알았어요. 가격 협상이 끝나면 계산서를...""성빈 형에게 갖다 줄게요. 대표님은 아연 씨 돈을 쓰려고 하지 않을 거예요." 조지운이 그녀의 말을 잘랐다. "청첩장이 나오면 사람을 시켜 돌리도록 하면 되고, 케이크는 어느 브랜드로 할 거예요? 좀 있다 같이 고르러 가요."조지운이 천천히 말을 이었다."지운 씨, 일을 참 깔끔하게 잘하시네요.""대표님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죠." 조지운이 겸손하게 말했다. "대표님이 다리 골절만 아니면 모든 일을 알아서 다 결정하고 전 그저 심부름만 다니면 됐을 거예요."
호텔에서 나온 조지운은 진아연과 함께 케이크를 고르러 가기로 했다.하지만 호텔에서 나와보니 익숙한 얼굴이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왕은지도 여기에서 진아연과 마주칠 줄은 몰랐다.그녀는 고객 두 명을 만나기 위해 온 것이었다. 그녀는 회사와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는 이유로 여기까지 오는 게 썩 내키지 않았지만 고민 끝에 결국 찾아온 것인데여기에서 진아연과 마주칠 줄은 몰랐다."진아연, 집에서 박시준 옆을 지키고 있는 거 아니었어?" 왕은지가 말하며 조지운을 힐끗 보았다. "ST그룹의 일로 온 거야 아니면 진명그룹의 일로 온 거야?""무슨 일로 왔든 당신이랑 상관없어." 진아연이 차갑게 말했다." 난 너희들과 얘기를 나누고 싶은데. 진명그룹으로 내 목을 조이려 하지 않았어? 결국 회사를 박시준에게 팔아넘겼더군? 이젠 어떻게 할 예정이야?" 왕은지가 비웃으며 말했다. "내가 박시준과 한판 붙기 바라는 모양인데 내가 바보야? 내가 보기엔 넌 이미 졌어. 넌 루저라고!"왕은지의 도발에 진아연의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조지운은 그녀의 팔을 살짝 치면서 왕은지를 무시하라고 귀띔했다."아연 씨든, 저의 대표님이든 누구든 왕은지에게 본때를 보여줄 수만 있으면 되는거예요."진아연이 알았다고 대답했다."조지운 씨, 내가 안 보여요? 아무리 그래도 제이그룹 대표인데 이렇게 무시해도 되는거예요?" 왕은지가 조롱하며 말했다. "난 A국에서 정정당당하게 사업을 하는데 당신 대표님이 뭘 어떻게 할 수 있다고 그래요?""그럼 정정당당하게 사업만 해요. 안 그럼 대표님이 가만두지 않을 테니깐요." 조지운이 말했다. "우리 대표님께서 이미 왕은지 씨가 마음에 들지 않은 지 오래됐어요. 진아연 씨와 감정 문제로 끌지만 않았어도 지금 여기서 기고만장하게 서 있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이런, 당신 대표님이 앞으로는 감정 문제가 없기를 바랄게요." 왕은지는 말을 뱉고 나서 비서와 함께 성큼성큼 호텔 안으로 들어갔다.조지운이 진아연을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도 가요. 아
최은서는 한숨을 내쉬고 나서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정리했다. "지금 이런 모습이 좀 엉망이지 않아요?"진아연: "막상 만난다고 하니깐 긴장돼요?""그러게요. 친오빠이기도 하고... 처음 만나는 거기도 하잖아요." 최은서는 마음속에 있는 말을 했다. "좋은 인상을 남겨주고 싶어요. 그렇다고 아부한다는 건 아니고요. 전 아연 씨와 아연 씨 아이들을 좋아하거든요.""지금 이런 모습도 괜찮아요. 못 믿겠으면 한이한테 물어봐요." 진아연이 웃으면서 그들과 함께 차에 탔다.차에 앉은 후 최은서가 한이에게 물었다. "한이야, 네가 보기엔 나 지금 어때? 예뻐? 돌아가서 머리를 감을까?"한이는 아무 감정 없이 고개를 돌려 창밖을 내다보았다.그의 눈에는 엄마와 동생이 가장 예쁘고 다른 여자는 다 비슷하게 생겼다."은서 씨, 먼저 돌아가고 싶다면 그래도 돼요." 진아연은 그녀가 불안해하자 말했다. "먼저 은서 씨를 바래다줄게요. 하지만 좀 있다 은서 씨 스스로 호텔에 찾아가야 해요.""그래요. 아연 씨는 나한테 참 친절해요." 최은서가 그녀의 팔을 끌어안고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나한테 예의 차릴 필요 없어요. 우리 집은 있을 곳이 없으니 오빠네 집에 가 있어요. 시은 씨와 최운석 씨도 거기에서 살고 있어요.""정말 오빠네 집에서 살아도 돼요?" 최은서가 눈을 깜박이며 말했다.진아연은 어리둥절해졌다. "허락할 거예요. 아직 얘기하지는 않았어요."사소한 일이기도 했고 요즘 좀 바빠서 미리 얘기해주지 못했다."그럼 지금 전화해서 물어봐요. 제가 들어가서 사는 걸 허락하지 않을 것 같아요. 저는 시은 씨랑은 비교할 수 없어요." 최은서는 조심스러웠다. "사실 이젠 호텔에서 지내는 것도 두렵지 않아요. 호텔에서 지내도 돼요."그녀는 박시준의 친 여동생이었지만 그렇다고 이로 인해 자랑스럽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그녀는 시은이를 만나본 적이 없지만 박시준이 시은이를 많이 아낀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었다.그녀가 이토록 조심스럽고 걱정이 많아 보이자 진아연은
"하하하하! 꼭 그런 건 아니에요. 전 그녀를 잘 몰라서 딱히 할 말이 없을 뿐이에요" 마이크가 손을 한이의 어깨에 올려놓고 말했다. "어쩐지 성빈이가 그녀를 대하는 태도가 확 달라졌다 했어요."그들은 이야기를 나누며 연회장에 도착했다.박시준과 라엘이는 연회장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엘리베이터에서 나오자 라엘이는 그들을 향해 달려갔다."오빠!"여동생의 이런 열성에 어색한 듯 한이는 입꼬리를 살짝 씰룩거렸다.하지만 그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라엘이는 그를 꼭 끌어안았다."오빠! 나 시험에서 1등 했어! 내가 시험에서 1등 하면 안 간다고 약속했잖아!" 라엘이는 한이의 팔을 꼭 붙잡고 있었고 한이로부터 원하지 않는 대답을 듣게 될까 두려운 듯했다.한이: "당분간 안 갈 거야.""뭐? 당분간?" 라엘이가 따져 물었다."세상이 이렇게 넓은데 계속 국내에만 있으라는 법은 없잖아." 한이는 자신을 꼭 끌어안은 동생의 팔을 풀더니 라엘이의 손을 잡고 물었다. "동생은?""동생은 아직 자고 있어. 종일 먹고 자고 하더니 이젠 뚱땡이 돼지가 돼버렸어." 라엘이는 말하며 그의 가방을 잡았다. "동생한테 무슨 선물 사줬어? 어디 봐봐."진아연은 이토록 다정한 남매의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았다."오빠, 설마 동생한테만 선물 사 오고 나한텐 안 사 온 거 아니지?" 라엘이가 오빠의 가방을 당기더니 지퍼를 열고 뒤적이기 시작했다.진아연이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라엘아. 여긴 밖이잖니. 오빠 물건을 함부로 뒤지지 말고 오빠가 꺼내도록 내버려 둬야지.""알았어요." 라엘이는 가방을 오빠한테 돌려줬다.한이는 가방에서 투명한 상자 하나를 꺼냈다.상자 안에는 둥근 수정 구슬 하나가 있었다."오빠, 이거 내 선물이야? 너무 예쁘다." 라엘이는 상자를 손에 들었다.한이: "이건 동생 선물이야.""그럼 내 건?" 라엘이는 상자를 엄마한테 건네고는 선물을 달라고 오빠에게 손을 내밀었다.한이는 가방 지퍼를 열더니 안에서 정교한 상자 하나를 꺼냈다.상자를 받아든
그는 전화를 끊고 싶었지만 오늘은 지성이의 돌잔치였기에 하객에게서 걸려온 것일 수도 있었다.그는 구석진 자리로 가서 전화를 받았다."먼저 들어가자!" 진아연은 두 아이를 데리고 연회장으로 들어갔다.하객들은 한이가 온 것을 보고 다가와 인사했다."한이가 많이 컸네요. 지난번에 봤을 땐 지금보다 훨씬 작았는데요.""박 대표님과 아연 씨가 다 키가 크시니 아이들이 작을 수 없죠.""그러게요. 지성이는 이제 겨우 돌인데 세 살짜리 우리 집 손녀보다 더 큰 것 같아요. 하하!"한이는 이 사람들과 친하지 않았기에 여기에 남아 구경거리가 되는 게 싫었다."동생 보러 가고 싶어요." 한이가 진아연에게 말했다."알았어, 내가 데려다줄게." 진아연이 하객들에게 인사를 한 후 한이를 데리고 휴게실로 향했다.휴게실, 지성이는 멋진 옷을 입고 침대 위에서 달콤한 잠을 자고 있었다.이모님이 옆에서 지성이를 돌보고 있다가진아연과 한이가 들어오는 걸 보고 자리에서 일어섰다."한이야, 돌아왔구나. 라엘이가 매일 얼마나 기다렸는데. 잘 됐어. 앞으론 서로 떨어져 있을 일도 없겠구나." 이모님이 한이의 앞에 다가가 말했다. "한이가 이젠 나보다 더 큰 것 같네."이모님의 말이 끝나자 침대 위에 있던 아이가 갑자기 움직였고모두의 눈길이 침대 쪽으로 향했다.꼬맹이는 기지개를 켜고 나서 눈을 반짝 떴다.이모님은 지성이를 안고 한이의 앞에 다가가 소개했다.지성이는 기지개를 켜고나서 커다란 눈을 깜박이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한이는 여동생의 말이 맞다고 생각했다.남동생은 하얗고 통통했으며 나른한 모습이 마치 아기 돼지 같았다.그는 아이에 대해 인내심이 별로 없었지만 자신의 남동생은 달랐다.그는 남동생의 선물을 꺼냈다. "지성아, 이걸 봐. 이건 형이 널 위해 산 선물이야. 수정 구슬인데 프로젝터이기도 해."그는 말을 하며 프로젝터 버튼을 눌렀다.진아연이 창가에 다가가더니 커튼을 닫았다.순간 방안에는 오색영롱한 밤하늘이 나타났다.연회장.성빈이 마이크 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