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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4장

진아연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냥... R국에 더이상 있고 싶지 않았어요."

"대체 왜?" 그가 물었다.

"... 당신이 위정 오빠를 봤다고 했을 때, 잘 때마다 위정 오빠랑 시은 씨가 나오는 꿈을 꿨어요." 그녀는 힘든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미안해요... 신혼여행은 행복해야 하는데. 꿈에서 깰 때마다 너무 힘들었어요."

그는 그녀를 부드럽게 안으며 위로했다. "그런 일이라면 내게 털어놓고 말해도 돼."

"말해봤자... 우리 둘 다 힘들 뿐이잖아요." 그녀는 잠긴 목소리로 천천히 말했다. "시준 씨, 몇 일정도 쉬었다가 저랑 같이 B국에 한이 보러가요!"

"알았어." 그는 바로 대답했다. "한이한테 영상 통화로 상처받지 않게 잘 말해봐."

"네."

그녀는 오후에 여소정과 함께 산 물건들을 가방에서 하나씩 꺼냈다.

두 아이를 위한 옷들과 약간의 간식이었다.

라엘은 새 옷을 보자마자 신이 나서 그녀의 손을 끌어당겼다. "엄마! 저도 깜짝 선물이 있어요!"

진아연은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무슨 깜짝 선물?"

라엘이는 테이블로 달려간 뒤, 바나나를 집어 들고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는 지성에게 다가가더니 지성이를 안아들었다.

"지성아! 여기 내 손에 있는 바나나 보이지~? 먹을래?" 라엘은 지성이를 다시 내려놓은 다음, 뒤로 물러서서 말했다. "누나한테 오면 바나나 줄게!"

진아연은 라엘이가 말한 깜짝 선물이 무엇인지 알아차렸다.

설마 지성이가 벌써 걸을 수 있다는 건가?

지성은 라엘의 손에 들린 바나나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그리고 큰 눈이 잠시나마 반짝거렸다.

주먹을 꽉 쥐었다가 팔을 쭉 뻗더니 비장한 표정으로 라엘을 향해 천천히 발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아직 어려 걷는 폼이 어색했고 중심을 잡지 못해 흔들리는 몸에 진아연은 매우 걱정됐다.

"걱정마. 넘어져도 아프지 않을 거야." 박시준이 말했다. "오후에 과일 접시로 직접 걸어가더니 바나나가 먹고 싶었는지 집어들더라."

"하하, 정말이지 못 살아." 진아연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지성은 '쾅'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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