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아연은 박시준이 아직 잠들지 않았음을 직감적으로 느꼈다.화가 머리끝까지 났는데 잘 리가 있을까?방에 들어오는 소리를 듣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진아연은 천천히 다가가 그의 옆에 누우려 했다.종일 고생하더니 그녀도 무지 지친 상태였다.그녀가 침대에 앉아 누우려 할 때 박시준의 나지막하고 화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가!""싫어요." 진아연은 말하면서 침대에 누워이불을 젖히고 그의 옆에 누웠다.진아연은 그가 움직이기도 전에 그의 몸을 꼭 껴안았고박시준은 긴장했는지 몸이 굳어버리더니 숨소리마저 점점 거칠어졌고 마치 곧 폭발할 듯했다."시준 씨, 죄송해요. 제가 잘못했어요... 진짜 잘못했어요." 진아연은 그를 꽉 안고 귓가에 조용히 속삭였다. "저를 위해 준비한 조명쇼도 봤고, 다이아몬드 반지도 봤어요..."방금 진정된 마음은 그녀의 말에 다시 불타올랐다.박시준은 그녀를 밀어내고 쉰 소리로 외쳤다. "날 건들지 마!"진아연은 그의 외침에 잠깐 머뭇거리다가 다시 그를 꽉 안았다."시준 씨, 저에 대한 당신의 마음을 절대 의심하지 않아요." 진아연은 그한테 자기 속마음을 전부 알리고 싶었다. "물론 시준 씨에 대한 제 마음도 의심한 적 없어요. 제가 사랑하는 사람은 처음부터 당신이었어요. 오늘 밤 저한테 프러포즈할 줄 알았다면 바로 와서 당신을 만났을 거예요."박시준은 그녀의 말에 가슴이 벅찼고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머리는 깨질 듯 아파졌고 체온도 왠지 이상하게 높았다.그를 꽉 껴안은 진아연 때문에 숨이 더욱 가빠졌지만밀어내지 않았다. 왜냐면 다시 밀어내도 계속 다가올 걸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시준 씨, 휴대폰을 가방에 넣고 배터리가 나가서 전화를 안 받은 거예요. 전 배터리가 나간 줄도 몰랐어요." 진아연은 계속 그한테 설명했다. "저희 약속을 깜빡한 건 아니에요. 최운석 씨의 병황이 나아지면 찾아가려 했지만, 계속 구토를 해서 떠날 수가 없었어요."진아연이 최운석을 언급하자 박시준은 다시 불타올랐다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는 박시준은 진아연이 그의 품속을 떠나는 순간 얼어 죽을 것 같아그녀를 놓아줄 수 없었다."시준 씨, 이런 식으로 자신을 아프게 하지 마요. 알았죠? 시준 씨가 잘못했든, 제가 잘못했든 이렇게 자기를 아프게 하지 마요." 진아연은 계속해서 자신을 학대하는 박시준 때문에 마음이 아팠다.그의 숨결은 더욱 거칠어졌고몸은 마치 불덩이처럼 끊임없이 열을 내뿜고 있었다.진아연은 그한테 무슨 문제라도 생길까 봐 점점 불안했다."시준 씨, 놔요. 제가 약을 가져다드릴게요." 진아연은 그의 팔을 밀어내고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박시준은 재빨리 그녀를 붙잡고 놓지 않았다."박시준 씨! 이대로 아파 죽을 생각이에요?!" 박시준이 꽉 잡고 있는 탓에 손이 너무 아팠다.물론 진아연은 그한테 소리치고 싶지 않았지만, 그가 정신을 차라지 않는다면 그녀가 아무리 애써봤자 벗어날 수 없었다.그녀가 목소리를 높이자 박시준은 그제야 힘을 풀었지만여전히 놓아주지 않았다.그의 앞에 앉아 떠날 수도 없고 누워있을 수도 없는 진아연은 어둠 속에서 그를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진짜 이대로 죽고 싶어." 박시준은 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정신이 멀쩡한 듯 나간 듯한 그의 말에진아연은 듣자마자 성을 냈다. "이대로 죽게 놔둘 수 없어요! 이대로 죽으면 저와 아이들은 어떡해요?!""너한테 재산을 남겨줄게. 그럼 훨씬 나은 생활을 살게 될 거야." 다시 전해지는 그의 목소리에는 숨 막힐 듯한 절망을 느낄 수 있었다."왜 죽고 싶은 거예요?! 혹시 제가 오늘 늦게 와서..." 진아연은 울먹거리며 그한테 물었다."힘들어." 박시준은 그녀한테 솔직히 답해줬다.그녀의 지각은 단지 시발점에 불과했다.박시준은 자기 인생 자체가 잘못이라 여겼고태어날 때부터 모든 게 틀렸다고 생각했다.진아연은 눈물을 머금은 채로 그의 팔을 밀어내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그녀는 불을 켜고 침대 옆에 서서 차가운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박시준 씨, 지금 아파서 헛소리한 거라
순간, 그녀가 말한 '남편' 이 누군지 깨닫지 못한 경호원은언성을 높여 물었다. "누구예요? 남편이 누구세요?"곁에 있는 박시준도 휴대폰에서 전해지는 경호원의 거친 목소리를 듣고 있다는 걸의식한 진아연은 얼굴이 새빨갛게 붉어졌다. "박시준 씨 외에 다른 사람이 있겠어요? 저 곧 시준 씨와 결혼하잖아요.""아! 아직 결혼하지 않았잖아요? 근데 벌써 남편으로 불러요?" 경호원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물었다. "알겠어요. 그럼 돌보고 계세요. 제가 알아서 최운석 씨를 무시하면 돼요."박시준이 곁에 없었다면 분명 경호원에게 부탁해 최운석의 기분을 달래주라고 할 진아연이었지만박시준이 곁에 있으니 그런 말을 할 수가 없었다.진아연이 전화를 끊고 박시준을 바라보자박시준은 그녀를 등져 몸을 돌렸다.진아연은 휴대폰을 내려놓고 그에게 기대어 조용히 물었다."시준 씨, 이제 어때요?" 그녀는 말하면서 손을 뻗어 그의 이마를 어루만졌다.박시준은 전날 밤의 일에 불만이 있는지 바로 그녀의 손을 밀어냈다."미안해요. 어제는 제가 잘못했어요. 배고프지 않아요? 제가 가서 아침밥을 가지고 올게요!" 진아연은 그를 안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병원에 가서 그 바보를 챙기지 그래?" 박시준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당신이 그 사람보다 더 중요하니까요. 시준 씨, 여기 봐봐요. 제가 반지를 꼈는데 딱 맞아요." 진아연은 그와 마주 볼 수 있게 몸을 돌려 반지를 보여줬다.박시준은 그녀가 끼고 있는 반지를 보더니 마음속 분노가 천천히 가라앉았다.전날 열이 났을 때, 그녀가 품속에서 했던 말들을 되새겨보면박시준은 그녀가 일부러 늦은 게 아니라는 걸 믿고 있었다.하지만 그와 최운석은 서로 어울릴 수 없는 사이고 진아연이 그를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최운석과 얽매이는 게 싫었다.동정과 연민 때문이라도 그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시준 씨가 최운석 씨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건 알아요. 그래도 시은 씨의 친오빠잖아요. 시준 씨, 저도 알고 있어요." 진아연은 그의
"근데 결국 시은이를 발견했잖아?" 그는 눈살을 찌푸리며 다른 계획을 제안했다. "최운석 씨를 죽이지 않고 최경규 일가족을 죽여도 되지."진아연: "..."진아연은 아무래도 그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그녀는 박시준이 그 누구도 죽이지 않았으면 했다."시준 씨, 감기가 낫지 않았는데 일단 쉬어요. 최운석 씨의 일은 일단 신경 쓰지 마시고 제가 경호원한테 병원에서 지켜보라고 할게요. 그러면 최경규 씨가 다가가지 못할 거예요." 진아연은 고개를 숙이고 중얼거렸다. "나중에 몸이 회복되면 다른 방법이 있는지 생각해 보죠.""진아연, 도망 쳐봤자 문제는 해결할 수 없어. 난 그와 같은 공간에서 지낼 수 없는 사이야." 박시준은 목소리는 얼음과도 같이 차가웠다."같은 공간에서 지낼 수 없다니요? 최운석 씨는 당신의 그 어떤 것도 뺏을 수 없는 사람이에요. 그는 시은 씨와 같아요. 어떻게 보면 보통 사람이라고 볼 수 없잖아요. 만약 시은 씨가 살아있다면 설마 시은 씨도 죽일 생각이에요?"그녀는 인상을 찌푸리며 그에게 물었다."생트집 잡지 마. 시은이는 죽었고 네 말은 그냥 억지일 뿐이야." 박시준은 바로 그녀에게 반박했다."생트집이라뇨? 최운석 씨가 뭘 잘못했는데요? 왜 받아들일 수 없는 거죠?" 사실 진아연은 박시준과 언젠가는 이런 문제에 직면할 거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의 태도가 이리 단호할 줄 몰랐다."틀린 건 그가 아니라 나야. 난 그의 인생을 차지했을 뿐만 아니라 평생 돌려줄 생각도 없어!" 박시준은 어두운 낯빛을 하며 말을 이었다."시준 씨, 당신이 틀렸다고 말한 적 없어요." 진아연은 고통스러운지 거친 숨을 내쉬며 말했다. "자기 삶을 선택할 수 없었던 당신도 피해자일 뿐이에요."박시준은 그녀의 말을 듣자 이불을 옆으로 던지고 침대에서 내려왔고진아연은 화장실로 들어간 박시준을 보며 그저 가슴이 답답할 뿐이다.진아연은 이제 그를 설득할 수 없다는 걸 느끼고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은 이제 없다고 생각했다.물론 그의 말
병원.진아연과 만나지 못한 최운석은 우울해 보였다.경호원은 그의 옆에서 휴대폰 게임을 하고 있었고 최운석은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고 있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병실 문이 열리면서 진아연이 들어오자최운석은 그녀를 멍하니 보더니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 왜냐면 경호원은 그에게 진아연이 오지 않을 거라 알렸기 때문이었다."최운석 씨, 오늘은 어떠신가요?" 진아연은 병실 침대로 다가가 물었다.경호원은 그녀의 목소리에 놀라 바로 게임을 종료하고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대표님, 오늘 남편분을 돌보신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왜 갑자기 여기 찾아오신 거죠? 남편분은 괜찮으신가요? 아니면 남편분과 다투셨나요?""입 좀 다물지 않을래요?" 진아연은 경호원의 말을 듣자 마이크와 경호원을 포함한 주변 사람들이 점점 언행이 주제넘는다는 생각이 들었다.아마도 그녀의 성격이 고분고분해 선을 넘는 게 원인이 아닐까 싶었다.최운석은 진아연의 손을 잡고 환한 미소를 보이며 입을 열었다. "저 많이 좋아졌어요. 이제 저를 데려가도 돼요!""퇴원해도 될 거라 확신하는 거예요?" 진아연은 끝을 보이는 링거를 보며 물었다."저 여기에 있고 싶지 않아요. 아빠가 저를 찾아서 때릴까 봐 두려워요." 그는 진아연을 보며 애원했다.진아연은 불안한 그의 모습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담당 의사한테 퇴원할 수 있는지 물어볼게요. 가능하면 데려가죠."박시준의 저택.진아연이 떠나자 홍 아줌마는 이침 식사를 치라고 2층 침실로 올라갔다."대표님, 그래도 밥은 드셔야죠! 그렇지 않으면 버티기 힘드실 거예요." 홍 아줌마는 노파심에 계속 설득하려 했다. "제가 무심결에 두 사람의 대화를 들었어요. 최운석 씨라는 분이 시은 아가씨의 친오빠예요?"박시준은 홍 아줌마가 건넨 죽을 받고 고개를 끄덕이며 냉랭한 모습을 보였다."대표님, 외람된 말씀이지만 대표님은 아무것도 두려워할 필요 없어요." 홍 아줌마는 침착하게 말을 이었다. "그 누구도 지금까지 대표님이 이룬 것들에 영향을 줄 수
남자는 큰 키에 마른 편이었고 청초한 외모와 달리 눈 속에 두려움이 가득했다. 박시준은 그를 보자마자 최운석이라는 걸 알아챘다.진아연은 최운석의 손을 잡고 박시준에게 다가갔다."최운석 씨, 형이라고 불러요." 진아연은 최운석에게 부드럽게 알렸다.최운석은 박시준의 차가운 낯빛에 겁먹었지만 얌전하게 진아연의 말을 따랐다. "형...""그렇게 부르지 마세요! 저는 당신의 형이 아니에요!" 박시준은 그의 말을 뚝 잘라 버리고 진아연을 보며 말을 이었다. "진아연, 올라와!"진아연은그와 상의도 없이 최운석을 이곳으로 데려와 박시준이 몹시 화나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하지만 이는 그와 상의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상의해 봤자 최운석을 데려오는 일에 절대 동의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최운석 씨, 무서워하지 마요. 무서운 사람 같지만 사실 좋은 사람이에요." 진아연은 최운석을 진정시키고 위층으로 올라갔다.두 사람은 2층으로 올라가 침실로 들어갔다."시준 씨, 일단 화내지 말고 제 말을 들어보세요." 진아연은 그한테 다가가 부드러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제가 생각을 해봤는데, 제일 위험한 곳이 오히려 제일 안전한 곳이 아닐까 싶어요. 시준 씨의 집에서 지내는 게 제일 안전하지 않을까요? 누가 감히 당신의 집에서 사람을 뺏겠어요? 그렇지 않아요?"박시준: "...""시준 씨가 좋아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어요. 그러면 최운석 씨가 시준 씨의 집에서 지내고 시준 씨는 제집에서 지내요. 어차피 저희 곧 결혼하고 같이 살 거잖아요." 진아연은 이미 모든 상황을 정리했고박시준은 그녀의 일 처리에 말문이 막혔다.솔직히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왜 최운석을 자기 집에서 살게 해야 하는 거지?!"시준 씨, 만약 제집에서 지내기 싫으면 제가 이곳으로 와서 같이 살아도 돼요." 진아연은 그가 말이 없자 말을 이었다. "앞으로 제가 항상 곁에 있을게요. 무슨 일이 일어나든 옆을 지킬게요."...별장 밖.최경규는 화가 치밀어 올라와
무섭다!생각만 해도 소름 끼쳤다!지금까지 살면서 인제야 이런 비밀을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어머니께서는 알고 계셨던 건가?알고 있겠지? 여자로서 아들이 친자식이 아니라는 걸 모를 리가 있나?박한은 어린 시절의 일들을 자세히 기억하지 못했지만박시준이 어릴 적 신의한테 데려가 치료를 받은 적이 있었고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다시 돌아온 일이 생각났다.설마 그때 치료하면서 진짜 박시준을 바꿔치기한 건가?그렇지 않고서야 박시준이 최경규의 아들이라는 걸 어떻게 설명하지?그리고 최경규의 말대로라면 박시준은 이미 이 사실에 대해 알고 있었다.다만 박시준이 아무 움직임도 없다는 건 '박시준' 이라는 이름으로 계속 살 생각임을 알 수 있었다.어디까지나 박 씨 가문 도련님이라는 신분은 지위와 영광의 상징이니 말이다!만약 다른 사람들이 그가 최경규의 아들이라는 걸 알게 되면 그를 어떻게 생각할까? 체면을 중히 여기는 그가 이런 타격을 감당할 수 있을까?하지만 박한은 박 씨 가문의 장남으로서 어찌 이런 황당한 일이 계속되도록 용인할 수 있을까?박시준이 '박시준' 이라는 이름으로 계속 살아도 되지만, 박한에게 일정의 이익을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이에 박한은 돌아가서 박시준과 결판을 낼 때, 그를 노하게 하지 않는 선에서 어떻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지 생각해 보기로 했다.박시준의 저택.진아연은 박시준에게 자기 생각을 알렸고 박시준은 그냥 아무 말 없이 그녀를 차가운 시선으로 보고만 있었다.이제 최운석을 집으로 데려왔는데, 그 또한 뭘 할 수 있지? 설마 최운석을 밖으로 내쫓을까?만약 진짜 밖으로 내쫓으면 이에 따른 리스크도 상당했다!만약 최운석을 최경규에게 뺏기면 더 나쁜 상황에 부딪히니 박시준은 지금 골치가 아플 뿐이었다.그래도 최운석이 가까이 있으면 단기간에 그를 위협할 사람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열이 내려간 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푹 쉬어요." 진아연은 그의 초췌한 얼굴을 보자 급히 침대로 끌고 갔다. "아침은 먹었어요?
"최운석 씨, 배고프지 않아요?" 홍 아줌마는 과일 접시에서 바나나 하나를 건네며 말했다. "바나나 먹어요! 무서워하지 마요. 대표님이 화가 난 건 맞지만, 내쫓지 않을 거예요."최운석은 바나나를 받고 불안한 마음에 조용히 물었다. "너무 무서워요. 혹시 아연 씨도 괴롭히나요?"홍 아줌마는 부드러운 미소를 보였다. "아연 씨를 괴롭히지 않아요. 두 사람 곧 결혼할 텐데, 만약 아연 씨를 괴롭히면 아연 씨도 그와 결혼하지 않겠죠?"최운석은 고개를 떨구고 조용히 바나나 껍질을 벗겼다."최운석 씨, 아연 씨가 대표님을 형이라 부르라고 했잖아요. 앞으로 대표님을 보면 먼저 형이라고 불러요." 홍 아줌마는 최운석과 박시준의 사이를 풀어주고 싶었다."저한테 형이라고 하지 말랬어요.""몇 번 부르다 보면 천천히 적응하실 거예요. 나중에 받아들이면 아마 잘해줄걸요. 일단 바나나 먹고 있어요. 제가 가서 방을 정리해 드릴게요."홍 아줌마는 그를 위로해 주고 자리에서 일어섰고 최운석은 고개를 들어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주위를 살폈다.앞으로 이곳이 그의 집인 건가?저녁.진아연은 박시준이 자기 집에서 지낼 수 있게 짐을 싸줬다.당분간 최운석을 받아들일 수 없으니 이들의 만남을 줄이는 게 오히려 안전하고두 사람 곧 결혼할 테니 동거 생활을 일찍 시작하면 앞으로의 생활도 더 편해질 거라 생각했다.스타팰리스 별장으로 갈 때, 진아연은 눈살을 찌푸리고 있는 박시준의 모습에 바로 물었다."혹시 한이가 돌아와서 기분이 안 좋은 거예요?""한이가 싫어할까 봐 그런 거야." 박시준은 그녀에게 자기 생각을 말했다."사람이 살면서 모든 일을 마음대로 하며 살 수 없다는 걸 알려줘야죠. 제가 알아서 말할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요." 진아연은 이미 마음속에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준비했다."한이는 왜 그렇게 조숙한 거지?" 박시준은 한이만 했을 때의 자신을 떠올랐다."저도 몰라요. 라엘이와 같은 환경에서 자랐는데, 라엘이는 평범한 아이잖아요. 한이가 성숙한 이유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