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허문정의 주먹이 금색 장벽에 세게 부딪히더니 고막이 터질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곧이어 일그러진 얼굴로 험상궂은 표정을 짓고 있던 허문정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왜냐하면 주먹에서 전해진 극심한 고통이 팔을 타고 빠르게 퍼져나가 온몸을 점령했기 때문이다.이런 통증은 이루 형용할 수 없을 정도였다.여태껏 살면서 항상 남을 괴롭히고 상대방의 고통을 지켜보는 입장이지 않았는가? 무릎 꿇고 용서를 비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얼마나 큰 쾌감을 느꼈는지 모른다.그러나 누군가에게 얻어맞은 적은 태어나서 처음이었다.오늘날에야 아프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직접 경험하게 되었고 기분이 정말 불쾌했다.허문정은 무의식중으로 주먹을 빼내려고 했지만 금색 장벽이 어마어마한 흡입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아무리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쳐도 옴짝달싹 안 했다.이는 팔찌의 금광 호신 주술로서 이중 주술을 사용한 덕분에 방어력을 2배로 끌어올렸다.“좋게 말할 때 당장 놔!”허문정이 이를 악물고 떨리는 목소리로 협박했다.“아니면 필살기를 사용할 거야.”“어디 해보시던가?”염무현의 말투가 가볍기 그지없었다.“네가 죽으려고 환장했으니까 남 탓하지 마! 더블 스트라이크 맛 좀 봐! 죽어!”허문정은 등 뒤에 숨긴 왼손을 번쩍 들어 올리더니 모든 기운을 모아 염무현을 향해 주먹을 뻗었다.그제야 염무현은 움직일 기미를 보였고, 손을 살짝 들어 허문정의 손목을 단숨에 붙잡았다.그러나 다른 사람의 눈에는 허문정이 스스로 손을 가져다준 꼴처럼 보였다.연홍도와 3명의 그랜드 마스터는 동시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문외한은 마냥 구경할 테지만, 베테랑은 요령을 관찰하기 마련이다.이런 상황이 일어났다는 자체가 적어도 두 가지 현상을 설명했다.우선, 염무현의 실력이 허문정을 훨씬 뛰어넘었기에 손쉽게 그의 공격을 막은 것.둘째, 염무현이 허문정의 공격을 이미 꿰뚫어 보았기에 뒤늦게 방어해도 우세를 점할 수 있었던 것.“이거 놔! 개자식...”우득!허문정이 욕설을
염무현은 허문정의 부러진 팔을 마치 쓰레기처럼 내동댕이쳤다.툭!팔이 땅에 닿는 순간 허문정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피범벅이 되었다.휘둥그레진 두 눈, 그리고 얼굴에는 경악과 분노로 가득했다.신의 선택을 받은 자신이 또한 스승의 총애를 한 몸에 받는 제자로서 옥반지에 빙의한 미스터리 거물의 도움을 받아 절대적인 우세를 점한 건 사실이지 않은가?따라서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정상에서 모든 이를 내려다보며 주도권마저 손에 넣은 덕분에 자신과 경쟁할 적수가 없을 거로 확신했지만, 결국에는 어린 나이에 타향에서 목숨을 거두는 비참한 운명에 처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사람들의 의아한 시선 속에서 허문정은 이미 숨을 거두고 즉사했다.털썩!염무현이 은침을 빼내자 허문정의 시체가 바닥에 꼬꾸라졌다.연홍도를 포함한 사람은 깜짝 놀라 차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염무현이 상대조차 안 될 거로 여겼지만 결국 허문정이 죽게 될 줄이야!어린 나이에 이름을 날린 허문정은 뛰어난 의술뿐만 아니라 혼원문의 미래이자 고대 무림계의 떠오르는 샛별로 유명했다.허문정이 최연소 그랜드 마스터의 기록을 새로 쓴다고 단언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게다가 혼원문에서 그를 얼마나 중요시하는지 더 말할 것도 없었다.또한, 전폭적인 지원 아래 비록 레벨은 아직 대성 마스터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실력만큼은 웬만한 그랜드 마스터 급의 고수를 훨씬 능가했다.게다가 본인이 직접 공개석상에서 그랜드 마스터 바로 아래 단계에서 무적의 존재라고 자랑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따지고 보면 비슷한 나이대의 염무현이 허문정의 상대가 될 리가 없지만 결과는 어떠한가?염무현을 상대로 허문정은 고작 한 방에 무너졌다.“설마?”연홍도는 의혹이 가득한 시선으로 한 그랜드 마스터를 바라보았다.이내 남자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확신에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그랜드 마스터가 확실해요.”“그렇다면 납득이 가네요.”연홍도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옆에 있던 연희주는 넋이 나간 얼굴로 염무현만 멍하니
염무현은 손을 저으며 정색했다.“연 사장님, 전 예의 차리려고 하는 말이 아니에요.”고작 혼원문 따위는 염라대왕의 안중에도 없었다.설령 다른 사람에게 혼원문은 건드리면 안 되는 막강한 존재일지 모르지만 염무현의 눈에는 어차피 똑같은 벌레에 불과했고, 굳이 따지자면 힘이 조금 센 편에 속하는 정도였다.하늘 위를 나는 용신이 어찌 바닥에 기어 다니는 벌레를 신경 쓰겠는가!연홍도가 다시 설득하려는 찰나 염무현은 기회조차 주지 않고 말을 가로챘다.“따님의 병을 치료했으니 약속은 지키시죠?”“물론입니다.”연홍도는 흔쾌히 대답했다.“가시죠, 제가 직접 보물창고까지 모셔다드릴게요.”“괜찮아요, 전 칠요보연만 가지면 돼요.”염무현의 말에 연홍도가 고개를 끄덕였다.“네, 그럼 가져다줄게요.”“아빠, 제가 갈게요.”연희주가 선뜻 나섰다.이를 본 다른 사람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자리를 떠났다.어쨌거나 살인 사건이 일어난 현장에서 심지어 피해자는 혼원문의 제자인지라 자칫 불똥이라도 튈까 봐 두려워 뒤꽁무니를 뺐다.기다리는 동안 연홍도는 목구멍까지 차오른 말을 연신 삼켰다.곧이어 연희주가 쟁반을 들고 다가왔다.“이게 바로 무현 씨가 말씀하신 칠요보연입니다.”수줍게 말을 이어가는 소녀의 눈에 흠모하는 감정이 고스란히 드러났다.이에 공혜리는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경험자’로서 염무현을 향한 흠모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지 않은가?염무현은 쟁반을 덮은 비단 천을 걷어냈다. 이내 살아 숨 쉬는 듯한 연꽃 한 송이가 나타났고, 크리스털처럼 햇빛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36장의 꽃잎 사이로 노란색 꽃술이 정중앙에 위치했고, 그 아래로 청록색 연방이 이어졌다.그리고 자그마한 연방 속에 볼록 튀어나온 연밥 7개가 곳곳에 분포되었다.찬찬히 들여다보면 연밥들이 북두칠성과 같은 모양을 이루었다는 걸 발견할 수 있다.북두칠성은 다른 말로 칠요(七曜), 즉 7개의 빛나는 별이라고도 불린다.이는 또한 칠요보연이라는 이름이
연홍도는 눈치 하나는 기가 막힌지라 공혜리와 염무현이 연인 사이가 아니라는 것쯤은 단번에 알아차렸다.공혜리가 선뜻 나서서 염무현의 편을 들어주며 무조건적인 신뢰를 보여줬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눈에는 딸아이 연희주처럼 염무현을 극도로 흠모하는 입장에 불과하다고 여겼다.여자가 남자에게 호감이 생기면서 점차 사랑하는 감정으로 바뀌는 건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다.또한 이는 딸한테도 아직 기회가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그렇다면 아버지로서 당연히 딸아이를 도와줘야 하지 않겠는가?“괜찮아요, 아직 볼일이 좀 남아서.”염무현이 완곡하게 거절했다.그는 연희주의 마음을 눈치 못 챈 건 결코 아니었다. 하지만 단순히 호감에서 사랑으로 발전했다는 연홍도의 생각과 달리 현무의 냉기를 85%이나 체외로 배출한 덕분에 남은 15%만 지닌 연희주는 분신으로서 본체인 염무현에게 알 수 없는 친근감을 느끼기 마련이라고 여겼다.사실상 염무현은 굳이 아무런 액션을 취하지 않더라도 연희주의 몸과 마음은 물론 스스로 모든 걸 바치게 할 수 있다.그러나 허문정처럼 비열한 놈은 아닌지라 딱히 잇속을 차릴 생각이 없었다.“그럼 이만 가볼게요.”이내 공혜리를 향해 말했다.“갑시다.”“네!”공혜리는 몰래 기쁨을 감추었고, 조금 전까지 느꼈던 위기감은 말끔히 사라졌다.이를 본 연홍도는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정말 아쉽네요, 제가 두 분을 배웅해드리죠.”저택 입구, 남녀의 뒷모습이 점점 더 멀어져 갔다.연희주는 여전히 입구에 서서 얼이 빠진 모습으로 하염없이 쳐다만 보았는데 사랑에 빠진 소녀가 따로 없었다.“크흠!”연홍도의 기침 소리에 소녀는 그제야 정신을 차렸고, 예쁘장한 얼굴이 금세 빨갛게 달아올라 부끄러움을 감추지 못했다.사실 그녀조차도 납득이 안 갔다.분명 처음 만난 사이지만 왜 머릿속에 깊숙이 박혀 지워지지 않냐는 말이다.이제 18살이 된 연희주는 가족들의 극진한 보살핌을 받았기에 남녀의 관계에 아무런 경험이 없었다.“딸, 이제 막 컨디션이 회복되었는데 밖에 날도
“아빠! 그건 너무 민망하잖아요.”연희주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그제야 아버지가 일부러 약을 올렸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발을 동동 구르며 짐짓 화난 척했다.“됐어요!”말을 마친 그녀는 수치스러움에 뒤돌아서 뒤꽁무니를 뺐다....토요일, 리버타운 1호 별장.염무현은 발코니에 서서 공혜리의 전화를 받고 있었다.“연홍도 씨가 경태 삼촌을 통해 저한테 연락이 왔는데 무현 님을 직접 찾아뵙고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고 해서 제가 일단 완곡하게 거절했어요.”염무현이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잘했어요.”환자와 의사의 관계를 처리하면서 그는 줄곧 냉정한 태도로 취했다.쉽게 말해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다.공씨 가문, 진씨 가문, 그리고 전태웅은 예외에 속했다.물론 이런 경우는 그에게 극히 드물었다.환자를 치료하는 건 의사의 본분이며 진료비를 받는 자체가 당연한 일이다.즉 애초에 등가 교환에 해당하는 행위인지라 어느 쪽이 신세를 지는 상황은 성립되지 않았다.유일한 예외는 그가 자발적으로 치료해주는 것인데, 이는 지금까지 한 번도 있어 본 적이 없는 상황이었다.어떻게 보면 연홍도에게 뜻밖의 횡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긴 했다.그는 염라대왕으로서 여태껏 치료받는 사람에게 진료비 명목으로 재산의 절반을 가져갔다.이번에는 단지 사부님의 불치병을 치료하기 위해서 칠요보연이 필요했을 뿐이었고, 제자로서 딱히 손해 보는 일이라고 생각되지 않았다.공혜리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하지만 연홍도 씨가 또 다른 요청을 하셨어요. 어떻게든 밥 한 끼 대접해 주면서 얼굴 보고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고 하네요. 제가 보기에 수소문해서 무현 님의 진료비 스케일을 알게 되자 양심에 찔려서 그러는 것 같아요. 그리고 혹시라도 칠요보연같은 천재지보가 필요하다면 그동안 쌓아온 인맥을 통해 도움을 드릴 수도 있다고 했어요.”이는 공혜리가 염무현에게 연락한 진짜 이유이기도 했다.아니면 염무현 대신 결정을 내리고 연홍도의 부탁을 단번에 거절했을 것이다.염
“이르게도 왔네! 전화에서 관심 없는 척 능청스럽게 말한 사람이 누구더라?”목소리의 출처는 다름 아닌 박동하였다.밍크코트로 몸을 감싸고 화장을 떡칠한 채 한껏 꾸민 여자가 박동하의 팔짱을 끼고 있었다.“자기야, 예의상 사양했을 뿐인데 진짜로 믿으면 어떡해? 이건 무려 동창회잖아. 밑바닥 생활하는 평민에게 처지를 바꾸기 위해 이보다 더 좋은 기회는 없거든. 친구들 앞에서 우는 소리 몇 마디만 하면 능력 있는 애들은 그동안의 정을 봐서라도 도움을 주기 마련이야. 바보가 아닌 이상 벼락출세하는 기회를 뻥 차버리지는 않겠지?”염무현이 눈살을 찌푸렸다.“넌 뭐야?”여자가 두 눈을 부릅떴다.“눈 크게 뜨고 똑똑히 봐, 설마 날 잊은 건 아니지?”성형 괴물이 따로 없는 얼굴은 칼을 몇 번이나 댔는지 모를 정도였다.이목구비를 따로 뜯어보면 비율이든 스타일이든 미인형이 속했지만, 한데 어우러지지 않고 어딘가 이질감이 들었다.게다가 화장을 어찌나 두껍게 했는지 설령 친부모가 와도 알아보기 힘들 정도였다.“내가 널 안다고?”염무현이 의혹이 가득한 목소리로 물어보자 여자가 발끈하며 외쳤다.“모른 척하기는! 나 양소민이야. 일부러 그러는 거지?”착잡하기 그지없는 염무현의 표정 때문에 양소민은 화가 부글부글 끓어올랐다.여태껏 얼굴에 돈을 쏟아부은 이유도 단지 예쁘다는 칭찬 한마디를 듣기 위해서이지 않은가?그러나 지금까지 마주한 리액션이라고는 불쾌함과 의혹뿐이니 열 받을 수밖에 없었다.“미안, 진짜 몰랐어.”염무현이 태연하게 말했다.“여자는 크면서 환골탈태하여 점점 더 예뻐진다고 하더니 넌 얼굴을 바꿨네? 왜? 원래 얼굴이 못 봐줄 정도야?”양소민은 치밀어 오르는 분노 때문에 눈빛이 활활 타올랐고, 박동하는 두 눈을 부라리며 말했다.“염무현,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보는 눈이 어쩌면 그렇게도 없어? 정녕 예쁘다는 뜻이 뭔지도 모르는 거야? 어쩐지 소민에게 차였다 했어.”“그러니까! 내가 눈이 멀었지, 어떻게 너 같은 놈을 좋아했지?”양소민이
“학교 다닐 때만 해도 넌 우리 반... 아니, 대학교를 통틀어 유명한 풍운아였잖아. 지금까지도 네가 단상에 서서 발표할 때 모두의 주목을 받던 장면이 잊히지 않아.”“이게 대체 몇 년 만이지? 넌 여전하구나. 그동안 뭐 했는데 당최 연락이 안 되는 거야? 이따가 거하게 한잔해보자고.”친구들의 환대에 염무현은 마음이 금세 훈훈해졌다.어쨌거나 다들 박동하와 같은 부류는 아니었으니까.학창 시절의 우정은 이익에 따른 분쟁이 없기에 비교적 순수한 편에 속했다.설령 누군가 큰코다치거나 잘못을 저질러도 친구끼리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눈살을 찌푸린 양소민이 염무현의 출소 사실을 폭로하기 직전 박동하가 불쑥 끼어들었다.“아직 시간은 있어, 괜스레 민망해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버리면 말짱 도루묵이잖아.”“알았어, 룸에 가서 망신을 줄게.”양소민은 단번에 알아챘다.두 사람이 동시에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나 지금 볼 일이 있어서 나중에 다시 만나서 얘기하자.”염무현은 동창회에 참가하려고 호텔을 찾은 게 아니었지만 친구들의 열정을 당해내지 못했다.“여기까지 왔는데 어딜 간다고 그래? 친구들을 만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뭐가 있어? 이따가 다른 애들도 올 거야.”박동하가 짐짓 통이 큰 척 말했다.“다들 서 있지 말고 들어가서 얘기해. 룸은 이미 예약했거든?”염무현은 친구들에게 끌려가다시피 억지로 위층에 있는 룸으로 향했다.널찍한 룸 안은 사치스러운 인테리어가 돋보였다.지름이 5m가 넘는 거대한 원목 식탁은 30명의 손님이 동시에 식사할 수 있다.염무현은 시계를 흘긋 쳐다보았다. 6시 30분까지 아직 20분이 남았다.기왕 따라왔으니 맘 편히 동기들과 옛 추억을 공유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역시 동하답네! 이렇게 럭셔리한 호텔을 예약하다니, 돈 꽤 썼겠는데?”사람들은 주최자의 비위를 맞춰주기 바빴다. 어쨌거나 박동하 덕분에 호강하게 된 건 사실이니까.“친구끼리 예의 차릴 필요 없어.”박동하는 호탕한 모습으로 말을 이어갔다.“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이혼은 왜 했어?”“둘은 항상 사이가 돈독했잖아. 게다가 동창 중에서 제일 먼저 결혼한 커플이고. 당시 취업만 아니었다면 결혼식에 무조건 참석했을 거야.”“희지 대체 왜 그런대? 어떻게 너랑 이혼할 생각 했지?”양희지가 기업을 이끄는 총수가 될 수 있었던 이유도 염무현의 적극적인 도움 덕분이라고 생각하는 친구들이 대부분이다.어쨌거나 대학교 시절부터 염무현은 모든 면에서 천부적인 재능을 보여주었다.예민한 비즈니스 감각을 지닌 그는 친구들이 땡땡이를 치거나 게임에 빠져 있을 때 이미 알바와 학업을 병행하면서 등록금과 생활비를 제외하고도 돈이 남아돌 지경이었다.따라서 대부분 학생보다 더 윤택한 생활을 누렸다.이에 비해 양희지는 외모가 예쁘장한 것을 제외하고 딱히 특출난 점은 없었다.다시 말해서 여느 학생과 마찬가지였다.사실상 시골 출신의 양희지는 집안 형편이 넉넉지 않아 대학을 다니는 내내 염무현이 뒷바라지해 주었다.그리고 대학교를 졸업한 뒤 염무현은 오로지 자기 실력으로 한 대기업의 러브콜을 받았고 불과 몇 달 만에 손쉽게 첫 이익을 얻게 되었다.게다가 동창 중에서 처음으로 부모님의 도움 없이 집과 차를 사기도 했다.반면, 밑천도 인맥 관계도 썩 변변치 않은 양씨 가문이 대체 무슨 수로 단 몇 년 만에 성공을 거둬 억만장자가 되겠는가?따라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모두 염무현의 덕분이라고 여겼다.그런 상황에서 양희지가 왜 이혼하겠냐는 말이다.“이미 지나간 일을 꺼내봤자 뭐 하겠어?”염무현이 무덤덤한 말투로 대답했다.그는 마음을 넓게 가졌다. 어차피 이혼한 마당에 남몰래 전처의 흠을 들춰낼 생각도 딱히 없었다.설령 양씨 가문이 수많은 잘못을 저질러 이혼하게 되었을지언정 마찬가지였다.또한 개인의 사생활을 남에게 알릴 필요가 뭐 있겠는가?다만 모든 일이 뜻대로 되는 건 아니었다.염무현이 굳이 언급하고 싶지 않아도 물고 늘어질 사람이 나타나기 마련이다.“말은 누가 못해? 모르는 사람이 들었더라면 네가 아량이 넓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