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선은 급히 나서서 말렸다.“이러지 말고 말로 해결해요!”“뭐야, 이 노친네는. 비켜요!”양문수는 바로 정은선을 밀쳐 바닥에 넘어지게 했고 다시 한번 염무현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퍼억-!염무현의 발이 먼저 양문수의 복부에 닿았다. 그리고 몇 미터 나가떨어지더니 그대로 처참한 모습으로 바닥에 떨어졌다.“감히 내 남편을 때려? 내 너를 반드시 죽여버릴 거야!”그러자 서아란이 달려들었다.염무현은 바로 미간을 찌푸리며 언성을 높였다.“꺼져!”서아란은 그 기세에 놀라 다리가 후들거리더니 그대로 주저앉게 되었다.양문수도 그런 그의 모습에 적잖이 놀라 창백해졌고 비참한 모습으로 두 사람은 서로를 부축하며 도망갔다.대문까지 달려간 두 사람은 그제야 두려움이 가셨는지 서아란이 달려나가면서 소리를 질렀다.“염무현! 이 빌어먹을 개 같은 놈아! 너 딱 기다려. 내가 반드시 널 죽여버릴 거야! 안 그러면 내가 서아란이 아니야!”우현민은 정은선을 부축하면서 한숨을 내쉬었다.“무현아, 말로 좋게 보낼 수는 없었니? 굳이 이렇게 소란을 피워야겠어? 그러면 나중에 다시 희지랑 잘될 기회가 없어지는 거잖니.”“원래부터 그 기회는 없었어요.”염무현은 그제야 다시 미소를 지었다.“지나간 일은 지나가게 그냥 내버려두라. 이건 삼촌이 저한테 가르쳐주신 거잖아요. 그러니 너무 지나간 일에 연연하지 마세요. 벌어지지도 않은 미래에 지레 걱정할 필요도 없어요. 그냥 지금 이 순간만 소중히 여기면 돼요.”그러자 우현민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난 그냥 아쉽구나. 희지 그 애가 참... 아이고, 아니다. 뭐가 어떻게 되었든 네가 돌아왔으니 그걸로 되었다!”“여보, 뭘 아직도 멍하니 서 있어요. 얼른 장 봐야죠. 돈 걱정은 하지 말고 우리 무현이가 좋아하는 거로, 좋은 거로 사 와요!”정은선도 기쁜 듯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얼른 손만 씻고 나갈게요!”얼마 지나지 않아 정은선은 싱싱한 생선과 갈비 등 여러 가지를 사 왔고 전부 염무현이 좋아하
집안을 울리는 듯한 경쾌한 소리가 들려왔다.염무현은 여전히 양팔을 벌리고 있었고 상황 파악 안 된 듯한 얼굴로 그녀를 보았다.우현민과 정은선도 놀란 표정을 지었다. 두 사람은 자신의 딸이 이런 행동을 할 거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사실 염무현의 실력으론 가뿐하게 그녀의 손을 피할 수 있었다.더군다나 우예원은 연약한 여자가 아니던가. 아무리 건장하고 튼실할 군인이 그의 뺨을 갈군다고 해도 그는 재빠르게 피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의 손이 그의 얼굴에 닿고 경쾌한 소리를 내서야 그는 이 상황이 현실이라는 것을 믿게 되었다.그는 그때 자신의 등에 업혀 초롱초롱한 눈을 깜빡거리던 소녀가 자신의 뺨을 때릴 거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그와 우예원은 친남매는 아니었지만, 친남매처럼 자랐다!염무현은 그녀가 얼른 자랐으면 바라기도 했고 자라지 않았으면 바라기도 했었다.예전에는 그에게 부족한 것이 없었기에 어딜 가나 빛이 나던 존재였고 우예원도 다른 소녀들과 다를 바 없이 그를 동경해 왔다.그러나 그는 함정에 빠져 감방에 4년 동안 갇혀 있게 되었다.그 시절 소녀가 동경하던 존재도 당연히 사라져 실망만 남게 된 것이다.극도로 실망한 탓에 증오만 남아 있었다.염무현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아직 세 사람이 실망할 만한 얘기는 꺼내지도 않았다.자신의 호의로 양준우의 죄를 뒤집어쓰고 감방에 들어갔을 뿐만 아니라 은혜를 받기는커녕 오히려 아까와 같은 적반하장의 상황만 겪게 한 것이다.이 일을 또 어떻게 눈앞에 있는 사람들에게 말할 수 있겠는가?”“다 너 때문이야! 네가 멋대로 나대서 우리 가족이 이 꼴이 된 거잖아! 그런데 그걸로도 모자라서 또 찾아온 거야? 우리 아빠 엄마가 너 때문에 어떻게 되었는데!!”우예원은 그간 마음속 꾹꾹 눌러 담았던 울화를 전부 표출해 냈다.잔뜩 분노 가득한 그녀의 눈빛은 당장이라도 염무현을 죽여버릴 것 같은 눈빛이었다. 염무현은 그런 그녀의 눈빛을 똑바로 볼 수가 없었다.“예원아,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염무현, 이게 다 너 때문이야. 도대체 무슨 낯짝으로 우리 앞에 나타난 거지? 너 때문에 가족들이 비참하게 지옥 같은 나날들을 보냈는데 그것만으로도 모자란 거야?”염무현은 충격으로 말문이 막혔다.우예원이 그저 실망하고 원망하는 줄만 알았는데 증오의 감정이 뼛속까지 깊이 박혀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초췌한 우현민의 모습과 산전수전 다 겪은 듯한 정은선의 모습은 또래보다 열 살 정도 늙어 보였고 염무현 역시 이를 일찌감치 발견했다.특히나 정은선의 거친 손은 동상을 입은 듯 여기저기 갈라져 있었다. 아직 늦가을, 기껏해야 초겨울에 불과한 날씨인데 추운 겨울이 되면 두 손이 어떻게 변할지 감히 짐작할 수도 없었다.가슴이 미어진 염무현은 자기 뺨을 내려치고 싶은 심정이었다.우예원의 말대로 감옥에서 한가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전혀 생각조차 쓰지 않았다.그는 순진하게도 자신이 모든 책임을 떠안고 아무에게도 피해를 끼치지 않으면 다들 잘 살고 있을 거라고 착각했다.현실은 정반대인데 말이다.“네가 힘든 건 다 못난 이 아빠 탓이야. 무현이랑 아무 상관 없어.”우현민은 두 눈을 부릅뜨고 말을 이었다.“무현이가 왜 들어갔는지 잊었어? 나쁜 놈들이 아내를 괴롭히고 있는데 그걸 가만히 지켜볼 수 있는 남자가 어딨니? 무현의 행동은 남자로서 당연한 거야. 잘못한 거 없어. 예원아, 어쩌면 넌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능력조차 없니? 실망이구나.”우예원은 다급해졌다.“제가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못한다고요? 설사 아빠 말이 다 맞다고 하더라도 양희지 씨를 구하려고 나선 거면 양씨 가문에서 이 모든 걸 떠안아야죠. 양씨 가문의 상황이랑 우리 가족의 처지를 생각해 보면 모르시겠어요? 그 인간들은 도와줄 여력이 있음에도 아무것도 모르는 척 눈 감고 있다고요. 이런 상황에서 돈마저 뜯어가려는 뻔뻔함까지 가지고 있으니...”정은선은 허심탄회하게 말했다.“예원아, 양씨 가문이 잘사는 건 그 사람들의 능력이야. 도와줄지 말지는 그들의 선택이고
충격받아 그 자리에 멍하니 서서 눈물을 글썽이는 우예원의 모습은 불쌍하기 그지 없었다.흐르는 눈물을 애써 참았지만 울먹이는 목소리는 감출 수 없었다.“아빠, 고작 염무현 같은 사람 때문에 친딸마저 버리시는 거예요?”사실 우현민은 독한 말을 내뱉은 순간 이미 마음속으로 후회했다.하지만 가장으로서의 위엄과 체면에 염무현을 지켜주고 싶은 마음까지 더해지자 딸에게는 차마 고개를 숙일 수 없었다.우현민은 염무현 아버지의 후배로, 두 사람은 뛰어난 인품과 학문으로 인정받으며 학교에서 특별 인재로 양성되었다.나중에 학교에 남아 교편을 잡을 기회가 생겼는데, 그에 비해 염무현의 아버지가 훨씬 더 우월한 자격조건을 갖추고 있었다.우현민은 가정 형편이 좋지 않았다. 그러나 졸업 후 고향으로 돌아가 기껏해야 중학교 교사로 일하며 평생 살아야 하는 그의 상황을 고려하여 염무현 아버지는 스스로 자리를 내어줬고 예비 신부와 함께 일선 과학 탐사대에 갔다. 우현민은 늘 이에 감사했고, 염무현의 어머니 덕분에 지금의 아내인 정은선까지 만나게 됐으니 두 집안의 관계는 점점 더 가까워졌다.하여 과학 탐사대에서 안 좋은 소식이 전해져왔을 때 우현민은 제일 먼저 염무현을 집으로 데려와 친아들처럼 극진히 보살폈다.그는 염무현을 잘 키우지 못하면 선배와 형수를 뵐 면목이 없다고 생각했었다.이 때문에 염무현이 사고를 당했을 때 우현민은 최선을 다해 그를 도왔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딸과 염무현 중 하나를 택하라면 주저없이 염무현을 선택할 것이다.우예원의 마음이 얼마나 허탈한지 짐작할 수 있는 상황이다.“다 제 잘못이니까 이제 그만 싸워요.”염무현은 죄책감은 느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저 때문에 어려운 상황에 빠진 것도 맞고, 예원이 말대로 전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으니 빌어먹을 놈인 것도 맞아요.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해서 잘못을 만회하고 꼭 더 나은 생활을 할 수 있게끔 책임질게요.”그는 제일 먼저 큰 집을 사서 우현민과 정은선을 데리고 이곳을
우예원은 눈을 부릅뜨고 큰 소리로 말했다.“양씨 가문 사람은 믿을 구석이 없다고 제가 말했죠? 겉모습은 멀쩡한데 그 뒤에 음흉함과 비열함이 숨겨져 있다니까요.”“염무현, 넌 이제 끝장이네. 마지막 빽까지 없어졌으니 방금 했던 약속은 물 건너간 건가?”“이것 봐요, 우리 가족을 해치려고 찾아온 게 맞잖아요! 막다른 골목에 들어서자마자 찾아온 거 보면 모르겠어요? 아빠, 이 인간은 재수탱이란 말이에요. 왜 그걸 몰라요?”우현민은 눈살을 찌푸리며 호통쳤다.“헛소리 하지 마.”정은선도 서둘러 다가가서 말렸다.“예원아, 이제 그만해. 무현이가 이렇게 돌아온 것만으로도 얼마나 기쁜 일이니? 오늘 저녁에 가족끼리 오붓하게 모여서 식사나 할까?”“전 이 사람이랑 가족이었던 적이 없어요.”우예원이 째려보며 말하자 정은선은 그녀의 손을 잡으며 타일렀다.“어린애처럼 굴지 말고 이제 그만해. 마침 잘 왔네, 온 김에 엄마 도와서 재료 손질 좀 해줘. 너희 남매가 좋아하는 음식들로 준비했어.”“누가 이걸 좋아해요? 전 안 좋아하거든요?”말을 그렇게 했지만, 여전히 자리를 지켰다.염무현이 죄책감 가득한 표정으로 우예원을 바라보자, 그녀는 곧바로 째려봤다.“삼촌, 제가 그동안 마사지하는 법을 배웠는데 머리 마사지해 드릴까요? 컨디션이 좋아질 수도 있잖아요.”염무현이 웃으며 제안하자 우현민은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좋지! 빈둥빈둥 놀기만 한 줄 알았는데 이것저것 배운 걸 보니 뿌듯하구나.”두 사람이 방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본 우예원은 일부러 들으라는 듯 경멸적인 어조로 말했다.“자기 주제도 모르고 함부로 행동하네. 알츠하이머가 전 세계 전문가들도 속수무책인 병인 걸 모르는 건가? 고작 마사지로 치료할 수 있다면 병원이 왜 있고, 의사가 왜 있겠어? 무식한 걸 보니까 정말 창피하네.”죽은 사람도 살린다는 경이로운 의술을 가진 염무현에게 우현민의 병을 치료하는 데는 단 몇분밖에 걸리지 않는다.염무현이 손을 쓰면 염라대왕마저도 뒤로 물러서야 할 판이다.경
우현민은 딸의 반대에도 전혀 개의치 않고 핸드폰을 꺼냈다.“그러니까 도와달라고 부탁하려는 거잖아.”“삼촌, 그러실 필요 없어요. 사실 전...”염무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우현민은 단번에 그의 말을 잘랐다.“넌 걱정하지 마. 젊을 때는 다 사고 치는 거야. 개과천선하면 되는 거니까 네가 노력만 한다면 아무도 널 무시 못 해.” 염무현은 지금의 능력과 재력으로 전혀 출근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려고 했다.진료를 한 번만 해도 직장인이 평생 버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수입을 얻을 수 있기에 굳이 그들과 똑같이 9시에 출근해서 5시에 퇴근하는 생활을 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그냥 내 말대로 해. 방금 나와서 기댈 구석 하나 없을 텐데 내가 책임져야지.”우현민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널 무시하는 사람들이 다시는 네 앞에서 찍소리도 못하게 꼭 성공해야 해. 알겠지?”염무현은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여태껏 늘 희생하며 살아온 우현민의 모습을 떠올리자 차마 거절할 수가 없었다.‘혜리 그룹? 설마 공혜리 씨랑 연관있나? 그럴 리가, 혜리 씨는 SJ 그룹이잖아. 공교롭게 이름이 같은 건가?’가뜩이나 기분이 좋지 않았던 우예원은 더 화가 났고, 음식을 차리고 나서는 입맛이 없는지 핑계를 대고 자리를 피했다.식사 후 정은선에게 마사지를 해주자 거듭 칭찬을 받았다.“여보, 이거 정말 신기하네요. 허리랑 다리가 더 이상 아프지 않아요.”지난 2년 동안 그녀의 허리와 다리는 아무리 치료를 받아도 호전되지 않았고 밤에 자다가 통증 때문에 깨어나는 게 일상이었다.“거봐요, 제가 거짓말한 게 아니죠? 예원이는 아직도 안 믿는다니까요.”우현민은 웃으며 말했다.“저쪽 작은 안방을 무현이에게 내어줄까요? 일단 대충 치울게요.”정은선이 제안했다.“좋죠, 예원이 이사한 이후로 잡동사니들만 쌓아놓은 것 같은데 이참에 치웁시다.”우현민은 그녀의 말에 적극 동의했다.“귀찮게 안 그러셔도 돼요.”“안 귀찮아. 여기서 안 자면 어디 갈 건데? 설마 여기서
서운혁은 경멸적인 미소를 지었다.“정신이 오락가락하는 건 내 알 바 아니고, 뭐가 됐든 한번 내뱉은 말은 끝까지 지켜야지. 그러니까 이 돈은 무조건 빌려야 하는 거야. 단골인 걸 봐서 어르신께서 특별히 배려해 주셨는데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칠 거야? 원금을 안 넣어도 되니까 이자율로 이자만 갚으면 돼.”누가 봐도 알츠하이머를 바보로 생각하고 사람을 괴롭히는 거나 다름없다.옆에 있던 부하가 계산기를 꺼내 두드리더니 곧바로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들었다.“1,400만 원을 3년 동안 빌린다고 치면 이자는 총 1,650만원이 되겠네. 매달 50만 원씩 갚으면 돼. 오늘 마침 돈 갚을 날이네. 물론 한꺼번에 갚을 의향이 있다면 말리지는 않을 텐데 한 푼도 적어서는 안 돼. 우리 얄짤없는 거 알지?”우현민은 어안이 벙벙했다. 전화 한 통을 했을 뿐인데 1,600만 원이 넘는 이자를 물어야 하는 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여기까지 찾아왔는데 겨우 50만 원 받는 거야? X발, 밥값도 안 되겠네.”서운혁은 마치 손해를 본 것처럼 경멸적인 표정을 지으며 코웃음쳤다.“우리니까 이렇게 배려해 주는 거야. 다른 사람이었으면 이대로 끝나지 않는다고.”염무현은 눈살을 찌푸렸다. 잠깐 계산해 보니 이 자식들은 60%의 이자율을 받고 있었다.게다가 원금도 안 내고 뻔뻔하게 이자를 요구하다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삼촌, 이 사채업자들한테서 대출 받으셨어요?”염무현이 묻자 우현민은 고개를 끄덕였다.“4,000만 원 빌렸는데 3년 동안 8,600만 원 갚았어. 매달 240만 원씩. 나중에는 원금과 이자를 포함해서 몇십만 원이 남았으니까 여섯 번 더 갚으라고 강요해서 넉 달 전에야 다 갚을 수 있었어.”“쓸데없는 말이 참 많네.”부하 중 한 명이 막대기를 휘두르며 벽 구석에 가지런히 놓은 병들을 깨뜨렸다.“돈 안 갚으면 당신들도 저 병처럼 되는 거야. 그때 가서 다리가 부러졌네 팔이 부러졌네 아무리 애원해도 소용없으니까 일 크게 만들지 말고 좋게 좋게 가자. 다쳐도
“야, 넌 뭐냐? 살고 싶으면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지 말고 꺼져.”서운혁은 코앞까지 다가온 500만 원이 물거품 될 위기에 처하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이 사채업자들은 우현민과 정은선의 소심함을 이용하여 일부러 협박하려고 접근한 게 틀림없다. 얼굴만 내밀어도 1,600만 원의 빚을 떠안게 됐는데 뭐가됐든 그들은 무조건 이익을 받는 입장이다.우현민은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무현아, 서 사장 무서운 사람이야. 그러니까 넌 이 일에 끼어들지 말고 가만히 있어.”계산기를 두드리던 사채업자는 기고만장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우리 형님 무서운 사람인 걸 아는 거 보니까 눈치는 빠르네. 다른 사람처럼 목숨을 걸 정도로 멍청하지 않아서 그나마 다행이야. 서해에 안씨 가문이라고 있었는데 우리 형님에 핍박에 못 이겨서 건물에서 뛰어내렸잖아. 죽으면 빚이 청산된다고 착각한 모양인데 현명한 우리 형님이 그 사람 와이프랑 딸을 잡아 왔어. 와이프는 지금 유흥업소에서 청소일하고 딸은 프런트 직원으로 일하고 있으니까 직장 동료가 된 거지 뭐. 같이 벌면서 돈 갚는 거야. 그 꼴이 되고 싶지 않으면 조용히 돈 내놓는 게 좋아. 솔직히 우리가 이 정도 배려해 주는 걸 고맙게 생각해야 돼.”우현민은 겁에 질린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서 사장, 지금 바로 보낼게. 우리 조카가 아직 세상물정을 몰라서 그런 거니까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마.”말을 마친 그는 핸드폰을 꺼냈다.500만 원은 두 사람이 몇 달 동안 아껴쓰며 모은 돈이다.비록 빚은 다 갚았지만, 염무현이 감옥에서 나올 때 무일푼인 걸 고려하여 모아뒀던 돈이기도 하다. 두 사람은 염무현이 처가 사람들에게 무시당하지 않도록 돕고 싶었다.처음부터 그에게 쓰려던 돈이기에 서아란 부부가 사기 치러 왔을 때 우현민은 주저하지 않고 동의했다.염무현은 손을 들어 우현민을 가로막으며 진지하게 말했다.“삼촌, 주지 말라고 했잖아요.”얼굴에 걸려있던 미소가 점점 얼어붙은 서운혁은 버럭 화를 냈다.“야, 상황 파악 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