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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9화

그러나 수현은 묵묵히 한 걸음 물러섰고, 눈빛은 매우 싸늘했다.

"아니에요, 당신 귀찮게 하지 않을 게요."

그녀의 말투는 어떤 감정도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가벼웠지만 오히려 은수를 더욱 불안하게 했다.

이럴 때, 그는 수현이 차라리 화를 내서 그를 한바탕 욕하거나 몇 대 때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그러면 그녀는 여전히 그에게 마음이 있다는 것을 설명해준다.

그러나 이런 담담한 반응은 마치 수현이 그에게 이미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희망도, 실망도 없었다. 감정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다투고 싸우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실의감에 빠져 할말이 없는 것이다.

그들은 왜 이렇게 됐을까?

은수는 즉시 정신을 차리며 더 이상 이대로 놔둘 순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그는 수현에게 더 이상 거절할 기회를 주지 않고 직접 사람을 안고 빠른 걸음으로 자신이 옆에 주차한 차로 향했다.

수현은 발버둥쳤지만 헛수고라는 것을 깨닫고 아예 포기했다.

은수가 그녀를 조수석에 앉히도록 내버려둔 수현은 고개를 돌려 창밖을 보면서 겉에 있는 남자와 이야기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은수는 그녀가 이렇게 소극적으로 저항하는 모습을 보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먼저 차를 몰고 병원에 갈 수밖에 없었다.

차 안의 분위기는 숨쉬기도 어려울 정도로 고요했다.

이렇게 몇 분 지나, 은수의 휴대전화 벨소리가 이 고요함을 깨뜨렸다.

은수는 힐끗 쳐다보았는데, 연설에게서 걸려온 전화인 것을 보고 받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또 다시 연설의 전화를 받으면 수현은 아마 화가 나서 미칠 것이다.

전화를 끊은 후 저쪽에서 또 전화가 왔다.

수현은 사람을 귀찮게 하는 벨소리가 계속 울리는 것을 듣고 고개를 돌려 보았는데, 발신자가 연설인 것을 발견하고 갑자기 조롱하는 미소를 지었다.

"정말 애틋하네요. 한시도 헤어지고 싶지 않다니. 당신은 왜 전화를 받지 않는 거죠? 그녀더러 오래 기다리게 하면 너무한 거 아니에요?"

"수현아, 당신 이렇게 말하지 마. 내가 지금 병원에 데려다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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