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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7화

은수의 말에 분위기는 많이 싸늘해졌다.

수현은 난감함을 느꼈고, 손에 힘을 꽉 쥐고 최선을 다해 은수의 질곡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그녀는 미안해하며 은택을 향해 웃었다.

"미안, 오늘 힘들게 왔는데, 얘기는 이미 끝냈으니 난 이만 가볼게."

말하면서 그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

은수는 이 상황을 보고 즉시 쫓아갔다.

은택은 이 장면을 보고 두 사람이 떠나는 것을 의미심장하게 바라보며 더 이상 귀찮게 굴지 않았다.

수현은 어지러움을 참으며 빠른 걸음으로 걸었고, 은수는 쫓아가서 그녀의 손을 잡으며 그녀더러 멈추게 하려 했지만 수현은 힘껏 뿌리쳤다.

수현이 이렇게 명백하게 거절하는 것을 보고 은수도 화가 확 치밀어 올랐다.

"왜, 내가 당신 좋은 일을 방해해서 화가 난 거야? 내가 오지 말았어야 했나봐? 그래야 당신이 그의 품에서 좀 더 오래 머물 수 있었으니까, 그렇지?"

사람을 아프게 하는 말은 전혀 머리를 거치지 않고 이렇게 직설적으로 튀어나왔다.

수현은 문득 매우 가소롭다고 느꼈다. 은택의 품에 있었던 것은 그녀가 하마터면 다른 사람에게 부딪혀 넘어질 뻔했기 때문에, 은택은 하마터면 화상을 입을 뻔한 그녀를 끌어당겼다.

그러나 은수는 이렇게 다짜고짜 그녀와 따지며 아예 그녀에게 바람을 피운 죄명을 뒤집어씌웠다.

게다가 방금 은택 앞에서 그는 그딴 허튼소리까지 했으니 은택은 또 그녀를 어떻게 생각할까......

분명 은수가 연설을 안고 있을 때 더욱 긴밀하고 애매했는데.

이 남자는 정말 내로남불이었다.

수현은 갑자기 힘이 빠졌는데,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피곤함을 느꼈다. 그녀는 몸을 돌려 은수와 더 이상 따지고 싶지 않았다.

언제부터인가 남자의 아름다운 얼굴을 보면 그녀는 행복이 아니라 깊은 황공과 불안을 느꼈다.

수현이 이렇게 침묵하고 몸을 돌려 떠나려 하며 심지어 말 한 마디조차 하려 하지 않는 것을 보고 은수의 마음은 갑자기 차가워졌다.

그는 수현의 설명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확실히 틀렸을지도 모르지만 이런 침묵이 있어서는 안 됐다. 그는 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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