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은수는 빠른 차수현의 행동에 당황하며 한 박자 늦게 공격을 피해 두어 걸음 뒤로 물러섰다.그냥… 연기하자고 한 건데 너무 몰입한 거 아니야?하지만 차수현의 생각은 달랐다. 이왕 연극을 하려면 반드시 제대로 해서 의심을 받지 않게 해야 한다.그녀는 매섭게 온은수를 쳐다보며 말했다.“말해봐, 설마 이런 일을 저지르고도 할 말이 없는 건 아니겠지?”왜 갑자기 자신에게 대사가 넘어오는 걸까? 멍하니 생각하던 온은수는 얼른 입을 열었다.“진정하고 내 설명을 들어봐요,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일이 아니예요!”“내가 직접 봤는데 아니긴 뭐가 아니야? 이런 찌질한 게!”문 밖에 있던 사람들은 안에서 격렬한 말다툼이 오가는 걸 듣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오랫동안 기다리던 기자들을 빨리 불렀다. 이윽고 대포 카메라 한 무더기가 방문을 향하자 직원은 싸움을 말리려는 척하며 문을 두드렸다.“무슨 일이세요? 문 좀 열어주세요!”말을 마치자마자 직원은 출입문 카드를 대고 문을 밀어젖혔다. 싸움의 열기가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릴 수 없었고, 반드시 싸움이 절정일 때 언론에 포착시켜야 했다.문을 열자 기자들이 뼈 냄새를 맡은 개처럼 앞다투어 몰려들었고, 한동안 플래시 소리가 여기저기 터져 나오며 특종을 놓치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잠시 후 사람들은 처음의 흥분에서 벗어나 눈 앞의 장면을 보며 뭔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따.그들이 보고 싶었던 장면은 온은수의 옷이 풀어헤쳐진 상태로 불륜상대와 구석으로 피해 있고 차수현이 미친듯이 화를 내는, 그야말로 막장 드라마의 한 장면이었다.그런데 눈앞에 펼쳐진 것은…….온은수는 가지런한 옷차림으로 한쪽에 서 있었고, 옷의 단추도 모두 잘 채워져 있었다. 머리카락도 흐트러지지 않았으며, 차수현이 냉정한 표정으로 그의 곁에 서 있었다.그리고 땅에는 불쌍하게 묶인 한 여자가 옷을 잘 입은 채 누워 있었다.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인가?자리에 모인 모든 사람들이 어리둥절하며 서로의 얼굴을 쳐다봤지만 아무도 어찌된 영문인지 몰랐다.온은
“처음부터 이런 계획이었던 거였어요?”온은수는 차갑게 말했다. 그제서야 취재진의 포위망을 뚫고 돌아온 주리는 눈앞의 광경을 보고 어안이 벙벙해졌다.이건, 그녀가 예상했던 것과는 완전히 달랐다.“대표님, 이게 무슨 짓이예요? 이 여자애한테 손을 댄 것도 모자라 이젠 이렇게 납치까지 하는 거예요? 일부러 상처를 주는 거잖아요, 지금.”주리도 세상 물정을 알만큼 아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이내 마음을 가라앉히고 온은수에게 전부 뒤집어씌우기로 결심했다. “괜한 사람한테 뒤집어씌우려고 하지 마세요.”차수현은 참을 수 없었다. 그녀는 도저히 주리를 그냥 참고 넘어갈 수 없었다. 분명 마음속으로는 남을 해칠 궁리만 하면서 그 여자애를 위해 나서는 척, 정의로운 척 하다니… 보기만해도 구역질이 났다.“수현 씨, 전 당신이 시시비비도 가릴 줄 모르는 사람일 줄은 정말 몰랐어요. 당신 애인은 바람을 피운 것도 모자라 다른 여자에게 상처를 입히기까지 했는데, 당신은 알고도 모른 척 애인을 감싸주다니… 정말 너무 실망이에요.”주리는 차수현이 온은수를 위해 자신을 비난하는 것을 보고, 그녀는 자신이 되려 당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이미 일이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기 때문에 그녀는 더 이상 물러설 길이 없었다.다행히 그녀는 이미 그 여자아이와 말을 맞춘 상태였다. 그 아이의 몸이 성치 않은 동생이 아직 그녀 손바닥 안에 있었기 때문에 그녀가 온은수가 그 여자아이에게 손을 댄 거라고 물고 늘어지기만 한다면 설령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해도 모든 책임을 온은수에게 전부 떠넘길 수 있었다.“일단 또 다른 사건 당사자의 말도 들어봐야죠. 무작정 온은수 씨 한쪽 말만 들을 수는 없어요.”주리는 위협적인 눈빛으로 여자아이를 쳐다봤다.꽁꽁 묶여있는 여자아이의 얼굴에는 절망이 가득했다. 그녀는 아직도 중병을 앓고 있는 동생을 생각하면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녀는 할 수 없이 자신을 향해 뻗어오는 어둠의 손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차수현은 이내 이상함을 알아차리고
여자아이는 말할수록 마음속에서 부끄러움과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그녀도 원래는 남들처럼 학교를 다니던 평범한 여자아이었는데 갑자기 동생의 건강이 악화되면서 진 빚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어둠의 길로 접어든 것이었다.그녀는 주리가 어떤 사람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저 차수현이 자신을 속인 것이 아니기만 간절히 바랐다. 게다가 그녀가 동생의 일까지 들춰내는 바람에 주리의 표정은 더욱 어두워졌다.“너…”주리는 그 여자아이가 자신이 한 일을 전부 털어놓자 당황해 안절부절못했다. 주변에 있던 주리가 요청한 기자들은 심상치 않은 상황을 보고 대충 무슨 일인지 속으로 깨달았다. 하지만 하나 둘씩 주리의 눈치를 보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기세가 수그러지고 말았다.그들은 자칫하면 유용한 뉴스를 얻어내지 못할 뿐만 아니라 주리의 미움까지 살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이제 여기에 있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때로는 사건의 진상을 알고 있는 것은 오히려 독이 된다. 너무 많은 진실을 알고 있는 건 오히려 좋은 일이 아니다. 기자들은 서로 눈치를 보더니 더 이상 주리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싶지 않아, 곧 너도나도 자리를 떠났다.차수현은 이런 모습을 보고 주먹을 불끈 움켜쥐었다.“그냥 이렇게 가시는 거예요? 조금 전까지 그 정의롭고 당당한 태도로 진실을 폭로하려고 하던 모습은 다 어디로 간거죠? 소위말하는 기자들의 직업 윤리도 그저 보여주기 식인가요?”차수현의 말에 기자들의 얼굴빛은 금세 어두워졌다. 하지만 마땅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그들은 주리와 오랜 시간 함께 일했기 때문에 나서야 할 때와 굳이 나서지 말아야 할 때를 잘 알고 있었다. 때문에 속은 내키지 않았지만 조용히 자리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기자들이 떠난 후, 떠들썩했던 방은 금세 조용해졌다. 주리 역시 점차 평정심을 되찾고 온은수를 담담한 표정으로 쳐다봤다. “이번에는 제가 졌습니다. 하지만 다음 번에는 이렇게 운이 좋으시지 않을 겁니다.”말을
"쯧, 정말 소름 끼치는군."남자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어깨를 으쓱거리며 온은수를 쳐다보았다."온은수씨, 저 여자는 제 입을 막으려는 계획인 듯 싶은데, 우리가 거래 하는 게 어때요? 제가 가진 걸 전부 넘길 테니 제 목숨만 책임져 주세요."온은수는 눈을 가늘게 뜨며 고민했다. 나쁘지 않은 장사였다. 주리 그 여자는 절대 이대로 그만둘 사람이 아니었으니 처참히 무너뜨리는 게 나은 편일지도 몰랐다. 다시 다른 사람을 괴롭힐 여유조차 없을 정도로."그렇게 하도록 하죠."온은수가 대답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윤찬이 사람 몇 명을 데리고 나타났다. 그 사람들은 모두 몸이 우람지고 허리에는 무기까지 소지한 사내들이었다. 주리의 표정이 점점 굳어져 가더니 그녀는 결국 씩씩거리며 떠날 수밖에 없었다.주리가 떠나는 걸 확인한 남자가 드디어 숨을 돌렸다. 그는 핸드폰을 온은수에게 건네며 말했다."안에 든 동영상이 당신에게 도움이 될 겁니다. 순순히 넘겨드릴게요."온은수가 동영상을 확인해보니 확실히 쓸모가 컸다. 그는 윤찬을 불러와 동영상을 복사하라고 시켰다. 그리고 주리네 가문과 연관이 없는 매체를 통해 바로 공개시키라고 말을 덧붙였다.차수현은 낯선 이 남자를 호기심이 가득한 눈길로 바라보았다."당신 덕분에 증거를 확보했어요. 동영상이 아니었다면 주리는 대수롭지 않게 앞으로도 이런 짓을 계속했을 거예요."남자는 차수현의 말을 듣고 쓴웃음을 지었다."저를 기억하지 못하나 봅니다. 다시 인사 올리죠. 저는 나우석이라고합니다. 전에 주차장에서 만나 뵌 적이 있었죠."온은수와 차수현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날 한 사람이 그들에게 주리를 조심하라고 말해주었던 기억이 있었다. 설마 이 남자가 바로 그때 그 사람?"그게 바로 당신이었군요. 정말 큰 도움이 되었어요."차수현이 감격스러워하며 손을 내밀었다."저는 차수현이라고 합니다. 처음 뵙겠습니다."나우석이 손을 내밀어 악수하려고 했으나 온은우가 갑자기 둘 사이로 끼어드는 바람에 두
그녀의 말을 들은 세 사람의 표정이 심각하게 굳어갔다. 화려한 차림의 주리가 뒤에서는 이렇게 역겨운 짓을 하고 있을 줄이야.그렇다면 가능한 빠르게 여자아이의 동생을 구해야 했다. 아니면 정말 큰 화를 불러올지도 몰랐다.온은수는 윤찬에게 바로 그녀의 동생을 찾으라고 명령했고 안전한 곳으로 옮겨 병을 치료하라고 했다.온은수의 말에 여자아이는 감동의 눈물을 훔쳤고 그들에게 진심을 담아 사과했다."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제 생각만 하고 당신들을 모함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이렇게 흔쾌히 저를 도와주시니 저는......"차수현이 물끄러미 아이를 쳐다보았다. 겨우 열다섯 열여섯 남짓한 아이가 주리에게 이용당해서 하마터면 나쁜 일을 저지를뻔했다. 그러나 그녀를 어찌 탓할 수 있겠는가. 그녀에게는 아픈 가족이 있는데.차수현도 엄마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많은 대가를 치렀었다. 그러니 차수현은 그녀의 입장을 잘 이해할 수 있었다."본성이 나쁜 아이가 아니라는 건 제가 알 것 같아요. 그런데 나쁜 사람을 만나서 나쁜 길로 걸을 뻔했죠. 여기서 이런 말을 하는 것보다 어서 빨리 동생 만나러 가세요."차수현이 그녀의 어깨를 두드렸다. 아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 제가 도울 일이 있으면 뭐든지 마다하지 않고 돕겠습니다."그 말을 끝으로 그녀는 윤찬을 따라 자리를 떠났다.그녀가 떠나고 차수현이 온은우과 나우석을 번갈아 보았다."이 일에 대해서 다른 계획이 있나요? 제 생각에는 언론공개로 그칠 일이 아닌 것 같아요. 이러한 수법으로 얼마나 많은 여자아이를 구렁텅이로 빠트렸는지 몰라요. 이렇게 내버려 둬서는 안 되겠어요."온은수는 차수현이 자신의 어머니를 살리기 위해 애썼던 그 시절을 떠올린 걸 알아차리고 차수현의 손을 꼭 잡았다."이미 적이 되어버린 이상 제대로 갚아줘야겠죠. 철저히 망가뜨려서 다시 이런 짓을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해요."그렇다면 나우석이 찍은 동영상은 잠시 공개를 미뤄야 했다. 더 확실한 증거를 확보해 일망타진해야
나우석은 과거를 회상하며 찻잔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결혼 전날 밤 갑자기 처음 보는 여자와 잠을 잤고 다음 날 그 자리에서 영문도 모르고 누명을 썼다.너무 고통스러워하던 주리의 진짜 모습을 그때의 그는 몰랐다. 그래서 그는 자기 잘못을 만회하기 위해 주식을 그녀에게 넘기며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맹세했었다.그러나 그게 바로 주리가 짜놓은 판이었다. 그녀는 회사의 주식을 이미 적지 않게 모았고 그가 넘겨준 주식까지 더해 곧바로 회사의 대주주가 되었다.대주주가 된 주리는 바로 나씨 가문의 사람을 내쫓고 자신의 측근을 심어놓았다. 그리고 온갖 수법으로 나씨 가문의 주식을 샀고 그러다 보니 아무리 백년 기업이라고 해도 무너지는 건 시간문제였다. 나우석이 이를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늦어버렸다.회사의 대표인 아버지는 계속되는 사건 사고에 급성 뇌출혈로 돌아가시고 그는 처참히 무너진 그곳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며칠 전 나우석은 우연히 한 파티에서 온은수와 주리의 관계를 알아차리고 그에게 경고의 말을 남겼었다. 가문이 파탄 나고 사람이 죽어가는 일을 막고 싶었기 때문이었다.나우석의 말을 듣고 차수현과 온은우는 마음이 무거워졌다.기업은 다시 되돌릴 수 있지만 이미 잃어버린 가족은 되찾을 수 없었다.그 점에서 그들은 마음이 아파져 왔다."그래서 이번에는 무조건 그녀의 죄를 밝힐 겁니다. 다시는 이런 비극이 생기지 않도록."차수현이 나우석을 향해 진지하게 말했다."저를 돕겠다고 하시니 더할 나위가 없네요."나우석이 미소를 지었다. 비극이 일어났던 이곳으로 돌아온 건 모두 그 해의 일을 조사하기 위해서였다.그러나 지금의 그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었고 든든한 가정 배경과 자본을 가진 주리를 대치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하지만 온은수와 차수현의 도움이 있다면 정말 주리를 무너뜨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자신의 누명까지 벗길 수 있을지 모른다.차수현과 나우석의 눈길을 바라보던 온은수가 마른기침을 했다.이 두 사람, 지금 내가 보이지 않는
차수현은 아무런 고민의 여지도 없이 나우석을 거절해 버렸다. 이를 본 온은수는 그제서야 경각심을 거둬들이였다. 그는 차수현의 머리카락을 만지작 거리면서 차분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마요. 내가 수현씨를 저지하지 않았다면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거니, 잘 지켜봐요.""이유요? 혹시 무슨 방법이라도 있는거에요? 어서 말해봐요."온은수는 이미 수를 꿰고있는듯 늠름하게 말했다. 이런 늠름한 말투에 차수현은 의구심이 들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잠시 비밀~!"그러나 온은수 입도 뻥긋하지 않았다.이에 차수현은 금새 풀이 죽어서 말이 없었다. 그러다 순간 뭔가가 떠올랐는지 갑자기 온은수를 보고 얘기했다."혹시... 주리한테 미남계를 사용하려는 심보는 아니죠? 오늘같은 일은 두번다시 겪고싶지 않다고요!"온은수를 믿지 않는 것은 아니였다. 그는 단한번도 여성들과 부적당한 관계를 가져본적이 없는 정직한 사람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오늘 처럼 그런 이상한 소리들이 귀에 슬금슬금 기어들어오는데 어느 순간 맘속이 근질대는걸 참을수가 없었다.자기의 남자가 외도를 한다니... 그런 생각들로 그녀는 기분이 완전 바닥이였다.차수현은 상상하기도 싫었다. 언젠간 온은수가 자신을 배신하고 바람피우는 그런 관경들을.그녀가 지금 소유하고 있는 사랑은 마치 타격에 취약한 유리처럼 자칫 잘못하면 산산조각이 날게 뻔했다. 이저런 생각들을 하노라니 차수현의 안색은 급격히 어두워졌다.이런 차수현을 민렵하게 포착한 온은수는 아까의 산만한 태도를 거둬들이고 담담하게 얘기했다."나 아무리 공허해도 그정도까지는 아네요. 걱정하지마요. 그딴 별거아닌 일로 ‘희생’하고 싶지 않다고요. 난 대표에요, 대표면 대표로서의 자존심이 있는거지!"온은수는 차수현을 보며 차근차근 설명해주었다. 차수현은 다만 묵묵부답으로 듣고만 있을 뿐이였다. 불신의 눈빛이였다. 비록 평시 질투하는 차수현의 모습을 은근히 즐기고 있던 온은수였지만 이런 불신의 눈빛은 결코 질투와는 본질적으로 달랐다. 이런 불신들이 쌓여서
온은수는 그제야 손에서 이미 뭉개져서 과즙이 줄줄 흐르는 망고를 내려놓았다. 차수현을 보니 이미 얼굴이 토마토마냥 붉게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는 되려 아무것도 모른다는듯 넌지시 한마디 던졌다."뭐에요~ 얼굴이 완전 원숭이 엉덩이인데요? 여기가 뭐 그리 더워요... 왜 그리 빨개? 혹시 이상한 생각 하고 있는거는 아니죠~?"온은수는 금새 차수현의 옆까지 와서 얼굴을 들이대고 귀에다 후 하고 불었다.조습하고 따뜻한 온은수의 입김은 차수현의 볼을 타고 올라가 귀바퀴에서 맴돌다 사라지였다. 순간 차수현은 마치 전류가 흐르느듯 짜릿한 무언가를 느꼈다.그 전류는 마치 전기충격기마냥 그녀를 찌릿찌릿 온몽의 공제를 잃고 걸상에서 흘려내려오게 만들었다. 온은수는 이런 차수현을 보고 재빨리 손을 뻗어 허리를 감싸고 자신한테로 끌어당겼다.두 육체는 그렇게 딱 붙어서 서로의 온기를 나눴다. 온은수의 온기는 두근거리는 심장박동소리를 겸하여 같이 차수현한테로 전해져 갔다. 그리고 이 냄새... 남자의 냄새까지 곁들어져 아우라가 풍기는 요리마냥 입을 다시게 만들었다. 차수현의 머리속에는 금새 아까 전화기에서 들려오던 거친 숨소리가 메아리쳐 울렸다.그녀의 머리속은 이미 이저런 생각들로 한데 뭉쳐져서 뒤죽박죽 되여있었다.온은수는 눈을 반쯤 지그시 뜨며 차수현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은근 애뜻한 표정을 져보이는 거였다."비록 오늘 주리의 수에 걸려넘어가지는 않았지만 그녀가 준 약은 이미 먹어버린 상태에요. 그래도 의지가 강해서 말이지, 아니면 큰일날뻔 했다고요..."차수현은 온은수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드는거 같았다."그게 사실이에요? 얼른 병원 가봐야되잖아요!"온은수는 차수현의 걱정어린 말에 차수현의 손을 더 세게 잡고 자신의 가슴위에 올려놓았다. 그의 얼굴에는 잔잔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병원가봤자 쓸모 없어요. 하지만 수현씨라면... 아마 나를 해독해 줄수 있을거 같아요."차수현은 그말에 입술을 깨물고는 한나절 답이 없었다. 농담이 재미 없었나, 온은수는 차수현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