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주리가 주절주절 해명을 하긴 했지만 온은수는 그녀의 말을 별로 믿지 않았다.한 켠에 서 있던 차수현 또한 그 말들을 별로 믿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는 더이상 주리와 마주치고 싶지 않았다. 겉으로만 봐도 주리는 심상치 않은 사람이란 것을 눈치 챈 차수현은 자신의 실수로 인해 온은수의 대계에 영향을 끼치고 싶지 않았다.그리하여 온은수가 따지려던 순간에도, 그녀는 오히려 그를 말리면서 입모양으로 작게 말했다. 됐어, 그럴 필요 없어.그러자 온은수는 손으로 차수현의 손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그녀를 안심시켰다.사실 이번 연회는 그가 주동적으로 차수현을 데리고 온 것이다. 데리고 온 목적은, 그의 곁에는 이젠 이렇게 아름다운 여자가 있다는 것을 모든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서였다. 차수현은 정말로 명실상부한 부인이었다. 그러므로 그는 차수현이 그 누구에게도 무시 당하게 하고 싶지가 않았다."방금 레이나가 한 말, 그게 대체 무슨 말인지, 주리 씨는 잘 알고 있을거라고 믿어요.뭔가 감추고 있는 사실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럼 더이상 난감하게 캐묻지 않을게요. 오늘 이 만찬, 전 참여하지 않을게요.”온은수의 한 마디로 인해, 주리의 얼굴색은 순간 어두워졌다. 차수현을 데리고 저벅저벅 걸어나가는 온은수의 모습을 지켜보던 주리는 화가 나서 하마트면 손에 들고 있던 술잔을 깨뜨릴 뻔했다.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말을 꺼낸 주리는 더이상 온은수와는 관계가 깊어질 기회가 없을 것 같았다. 이 사실을 사람들이 알면 그녀를 비웃을 것 같았다.심지어 온은수 이 남자는 굳이 차수현 앞에서 자신을 짓밟으며 허튼 생각하지 말라고경고까지 하였다.어릴 때부터 수많은 사람들의 사랑만 받으며 살아온 주리는 갑작스레 다가온 이런 충격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온은수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진 않았지만 주리의 자존심을 제대로 짓밟았다. 특히나 차수현에게는 제대로 한방 보여주었다.주리는 여태 차수현처럼 이렇게 조신하고 상냥한 여자에 대해서는 마음에 들지
은수는 걱정하기는커녕 오히려 흥분되여 눈빛마저 반짝였다. 수현은 은수를 보고 어이가 없었다.......이 남자는 정상적인 사람이 아닌 것 같다. 당할 것이 뻔한데 그는 계속 덤벼보려고 한다...... .수현의 표정을 보고 은수는 마치 그녀의 마음을 꿰뚫어 본 것 같았다."그녀 같은 사람은 언젠가는 상대할 날이 있을 거야. 기왕 이렇게 된 이상 왜 시간을 낭비하면서 가식을 떨어? 아니면 그녀를 끌어들이기 위해 내 몸을 바치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해?"수현은 말을 듣고 얼굴을 찡그렸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맞는 말이기도 한 것 같다.주리라는 사람은 겉으로는 점잖아 보이지만 실은 속이 앙큼한 사람이다. 처음부터 그녀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는 게 좋은 일일지도 모른다."몸을 바치는 일을 매우 기대하는 것 같은데, 이제 못 참겠어?"수현은 화가 난 척하며 은수를 노려보았다."아니, 난 그녀를 다시 본 적이 없어. 네가 이런 말을 하다니 너무 억울해.""알면 돼."수현은 은수의 이런 표정을 보고 더는 할 말이 없었다.두 사람은 농담을 하면서 주차했던 차를 찾았다. 은수는 차로 수현을 데려다 주었다.수현이 사라지는 뒷모습을 보고 남자는 비로소 웃음을 거두었다.방금 말은 그렇게 했지만...... 주리는 결국 상회 주석의 딸이다. 앞으로 순조롭기는 힘들 것이다.......후에 며칠은 의외로 조용했다.수현의 몸이 회복된 후 집으로 돌아왔다. 유민도 학교의 시험에 순조롭게 통과했다. 시험을 거쳐 선생님은 그를 유담과 같은 반에서 수업하게 했다.유담이 곁에 있어 다른 학생들이 유민을 괴롭히지 못한다는 것만으로도 그에게 도움이 되였다. 유민도 점차 학교생활에 적응 되였으며 우울했던 얼굴도 점점 밝아졌다.두 아이가 점점 좋아지는 것을 보면서 수현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갔다. 자기도 빨리 일을 다시 시작하는 게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은수는 수현이 나가서 일을 하고 싶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그녀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말했
은수는 수현이 일자리를 쉽게 찾았다는 것을 알고 기뻐했다. 하지만, 그녀가 제기한 물음에 어처구니가 없었다.이 여자가 자기의 실력에 대해서 너무 모르는 게 아니야?"난 그런 적 없어. 그러나 주리가 혹시 당신에게 엿 먹이기 위해 수작을 부렸는지를 확인한 적은 있어. 그러니까 일자리를 찾을 수 있을지는 당신의 실력을 보야지.”"그럼 됐어."수현은 이 말을 듣고 매우 기뻐했다. 만약 은수의 체면으로 이렇게 빨리 일자리를 찾았다면 그녀는 기뻐할 수 없었을 것이다.지금 수현은 자기의 업무 능력이 인정되었다고 생각하니 일하는 열정이 넘쳤다.수현과 몇 마디 더 하고 은수는 전화를 끊었다.요 며칠 그는 계속 수현에게 사람을 붙였는데 주리가 손을 쓰는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설마 그녀가 이미 포기했단 말인가?은수는 일이 그렇게 쉽게 끝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마치 폭풍우가 내리기 전의 고요한 시간 같았다.그 여자가 도대체 무슨 꿍꿍이인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마침 윤찬이 몇 개의 서류를 가지고 들어왔다."대표님, 오늘 저녁에 작은 파티가 있는데, 우리가 협력하고 싶은 회사의 사장님들이 모두 갈 것입니다, 대표님께서는 어떻게 할 계획이에요?"그 시간은 마침 한가하다. 은수는 그 명단을 한 번 보았다."그럼 준비해, 우리도 참석하자."윤찬은 대표님의 지시를 받고 바로 나가서 일정을 잡았다.시간이 되자 은수는 파티 장소에 도착했는데 주리가 이미 거기에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가 오는 것을 보고, 그녀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에게 인사를 했다. 그때 불미스러운 일을 전혀 마음에 두지 않은 것 같았다.은수도 내색하지 않고 예의 바르게 고개를 끄덕였다.다만 마음속으로는 은근히 경계하기 시작했다. 그가 참석 리스트를 봤었는데 그 리스트에 주리의 이름이 없었다. 그녀는 임시로 참가했을 것이다.은수는 어떤 예감이 있었다. 어쩌면 주리가 오랫동안 꼼짝도 하지 않고 오늘만을 기다린 것 같았다.그럼 그는 차라리 그녀에게 속는 것처럼 넘어가
주리가 늙은 남자를 보낼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이렇게 매력적인 남자라니. 그를 잘 이용하면 앞으로 더 이상 이런 일을 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천천히 옷을 벗으며 휴대폰 등의 물건들을 밖에 있는 사람에게 건넸다.문을 잠그지 않아야 사람들이 바람피는 현장을 목격할 수 있을 거라고 주리가 당부했지만, 그녀는 사심을 가득 담아 문을 잠갔다. 이번 기회를 이용해 이 남자를 잘 구워삶아 자신을 계속 책임지게 할 생각이었다.문을 잠근 그녀는 단추를 풀고 아름다운 몸을 드러내 온은수의 가슴에 밀착시키고 하얀 손으로 그의 몸 여기저기를 어루만졌다.이윽고 방안에서 야릇한 소리가 들려오자 문 밖에 선 주리의 웃음기 있는 얼굴이 비뚤어졌다.이렇게 젊고 예쁜 여자한테 잘 넘어가면서, 무슨 가정적인 남자라는 거야?잠시 후 그녀는 뭔가 좋은 생각이 떠올라 온은수에게서 받은 휴대폰을 들고 차수현의 번호를 찾아 전화를 걸었다.이제 막 퇴근하고 집에 가려던 차수현은 온은수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그녀가 뭔가 말을 하기도 전에 수화기 너머로 헉헉거리는 숨소리가 들려왔고, 당황스러움에 그녀의 얼굴이 상기되었다.이게 무슨 소리야? 지금 뛰고 있는 건가?“은수, 뭐하는 거야?”차수현이 물었지만 맞은편에서는 답이 없었다. 그리고 계속 들려오는 숨소리가 들을수록 귀에 익었다.천천히, 차수현은 뭔가 깨달으며 얼굴빛이 창백해졌다. 이 숨소리는…?마음 속으로는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그 숨소리는 여전히 차수현을 심란하게 만들었다.“무슨 장난 치는 거야, 하나도 재미없어!”하지만 상대방은 여전히 말이 없었다. 그리고 소리도 멈추지 않고 갈수록 격렬해지기만 했다. 마침내 더 이상 들을 수가 없었던 차수현은 전화를 탁 끊었다.그리고 다시 전화를 걸었을 때는 이미 전원이 꺼져 있었다.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온은수가 뭘 하고 있었던 거지? 바람을 피우면서 대놓고 전화로 광고라도 한 건가?차수현은 스스로를 진정시키며 심호흡을 몇 번 한 후 윤찬에게 전화를
멀리서 CCTV를 통해 차수현의 표정을 보던 주리는 여유로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전에 자신 앞에서 애정표현을 서슴지 않았던 그녀에게, 그녀의 남자가 어떻게 배신하는지 직접 보여줄 것이다.이런 수모를 참을 여자는 없다. 차수현도 틀림없이 크게 소란을 피울 것이다. 주리는 이미 기자를 불러 놓았고, 안에서 싸우기만 하면 빠르게 스캔들을 퍼트릴 작정이었다.그러면 온은수의 모범적인 남편 이미지도 무너지겠지.온 씨 가문의 사업이 시작되기도 전에 대표의 이미지가 구겨지면 회사 이미지에도 큰 타격이 있을 게 분명하다.그 때, 차수현이 애가 타며 문을 두드리자 마침내 방안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온은수가 문을 열러 온 걸까? 아니면 다른 여자가?차수현의 마음은 사형당하기를 기다리는 죄수처럼 예측할 수 없는 불안으로 물들었다.그리고 문이 갑자기 열리며 미처 반응할 새도 없이 끌려 들어갔다.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르려던 차수현의 입을 온은수가 막았다.“소리 지르지 마요, 나예요.”그의 품에 기대어 심장박동 소리를 느끼며 차수현은 어리둥절했다.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이지?“주리가 내 술에 약을 탔는데, 내가 안 넘어갔어요. 당신까지 불러올 줄은 몰랐는데… 마침 잘 됐네요. 우리도 계략을 세워 봐요. 내가 당신을 놓아줄 테니 일단 아무 소리도 내지 마요. 상대쪽을 놀라게 해서 일을 그르치면 안 되니까.”눈을 깜박이던 차수현은 온은수의 말을 믿기로 했다. 왜냐하면 그의 몸에서 다른 여자의 냄새도 나지 않았고, 이 방 자체에도 그런 수상한 기운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 전화는 오해였을 것이다.차수현이 자신의 뜻을 받아들이는 걸 본 온은수는 손을 놓았고, 마침내 신선한 공기를 크게 들이마신 그녀가 그제서야 한 쪽 구석에 누워있는 여자를 발견했다. 그 여자는 손과 발이 모두 침대시트로 묶여 있는 모습이었다.“이게 누구야? 도대체 무슨 일이야?”차수현이 멍한 표정으로 계속 말했다.“방금 받은 전화에서 너와 어떤 여자가… 그게 이 여자야?”“이 여자는 주리가
온은수는 빠른 차수현의 행동에 당황하며 한 박자 늦게 공격을 피해 두어 걸음 뒤로 물러섰다.그냥… 연기하자고 한 건데 너무 몰입한 거 아니야?하지만 차수현의 생각은 달랐다. 이왕 연극을 하려면 반드시 제대로 해서 의심을 받지 않게 해야 한다.그녀는 매섭게 온은수를 쳐다보며 말했다.“말해봐, 설마 이런 일을 저지르고도 할 말이 없는 건 아니겠지?”왜 갑자기 자신에게 대사가 넘어오는 걸까? 멍하니 생각하던 온은수는 얼른 입을 열었다.“진정하고 내 설명을 들어봐요,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일이 아니예요!”“내가 직접 봤는데 아니긴 뭐가 아니야? 이런 찌질한 게!”문 밖에 있던 사람들은 안에서 격렬한 말다툼이 오가는 걸 듣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오랫동안 기다리던 기자들을 빨리 불렀다. 이윽고 대포 카메라 한 무더기가 방문을 향하자 직원은 싸움을 말리려는 척하며 문을 두드렸다.“무슨 일이세요? 문 좀 열어주세요!”말을 마치자마자 직원은 출입문 카드를 대고 문을 밀어젖혔다. 싸움의 열기가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릴 수 없었고, 반드시 싸움이 절정일 때 언론에 포착시켜야 했다.문을 열자 기자들이 뼈 냄새를 맡은 개처럼 앞다투어 몰려들었고, 한동안 플래시 소리가 여기저기 터져 나오며 특종을 놓치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잠시 후 사람들은 처음의 흥분에서 벗어나 눈 앞의 장면을 보며 뭔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따.그들이 보고 싶었던 장면은 온은수의 옷이 풀어헤쳐진 상태로 불륜상대와 구석으로 피해 있고 차수현이 미친듯이 화를 내는, 그야말로 막장 드라마의 한 장면이었다.그런데 눈앞에 펼쳐진 것은…….온은수는 가지런한 옷차림으로 한쪽에 서 있었고, 옷의 단추도 모두 잘 채워져 있었다. 머리카락도 흐트러지지 않았으며, 차수현이 냉정한 표정으로 그의 곁에 서 있었다.그리고 땅에는 불쌍하게 묶인 한 여자가 옷을 잘 입은 채 누워 있었다.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인가?자리에 모인 모든 사람들이 어리둥절하며 서로의 얼굴을 쳐다봤지만 아무도 어찌된 영문인지 몰랐다.온은
“처음부터 이런 계획이었던 거였어요?”온은수는 차갑게 말했다. 그제서야 취재진의 포위망을 뚫고 돌아온 주리는 눈앞의 광경을 보고 어안이 벙벙해졌다.이건, 그녀가 예상했던 것과는 완전히 달랐다.“대표님, 이게 무슨 짓이예요? 이 여자애한테 손을 댄 것도 모자라 이젠 이렇게 납치까지 하는 거예요? 일부러 상처를 주는 거잖아요, 지금.”주리도 세상 물정을 알만큼 아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이내 마음을 가라앉히고 온은수에게 전부 뒤집어씌우기로 결심했다. “괜한 사람한테 뒤집어씌우려고 하지 마세요.”차수현은 참을 수 없었다. 그녀는 도저히 주리를 그냥 참고 넘어갈 수 없었다. 분명 마음속으로는 남을 해칠 궁리만 하면서 그 여자애를 위해 나서는 척, 정의로운 척 하다니… 보기만해도 구역질이 났다.“수현 씨, 전 당신이 시시비비도 가릴 줄 모르는 사람일 줄은 정말 몰랐어요. 당신 애인은 바람을 피운 것도 모자라 다른 여자에게 상처를 입히기까지 했는데, 당신은 알고도 모른 척 애인을 감싸주다니… 정말 너무 실망이에요.”주리는 차수현이 온은수를 위해 자신을 비난하는 것을 보고, 그녀는 자신이 되려 당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이미 일이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기 때문에 그녀는 더 이상 물러설 길이 없었다.다행히 그녀는 이미 그 여자아이와 말을 맞춘 상태였다. 그 아이의 몸이 성치 않은 동생이 아직 그녀 손바닥 안에 있었기 때문에 그녀가 온은수가 그 여자아이에게 손을 댄 거라고 물고 늘어지기만 한다면 설령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해도 모든 책임을 온은수에게 전부 떠넘길 수 있었다.“일단 또 다른 사건 당사자의 말도 들어봐야죠. 무작정 온은수 씨 한쪽 말만 들을 수는 없어요.”주리는 위협적인 눈빛으로 여자아이를 쳐다봤다.꽁꽁 묶여있는 여자아이의 얼굴에는 절망이 가득했다. 그녀는 아직도 중병을 앓고 있는 동생을 생각하면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녀는 할 수 없이 자신을 향해 뻗어오는 어둠의 손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차수현은 이내 이상함을 알아차리고
여자아이는 말할수록 마음속에서 부끄러움과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그녀도 원래는 남들처럼 학교를 다니던 평범한 여자아이었는데 갑자기 동생의 건강이 악화되면서 진 빚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어둠의 길로 접어든 것이었다.그녀는 주리가 어떤 사람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저 차수현이 자신을 속인 것이 아니기만 간절히 바랐다. 게다가 그녀가 동생의 일까지 들춰내는 바람에 주리의 표정은 더욱 어두워졌다.“너…”주리는 그 여자아이가 자신이 한 일을 전부 털어놓자 당황해 안절부절못했다. 주변에 있던 주리가 요청한 기자들은 심상치 않은 상황을 보고 대충 무슨 일인지 속으로 깨달았다. 하지만 하나 둘씩 주리의 눈치를 보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기세가 수그러지고 말았다.그들은 자칫하면 유용한 뉴스를 얻어내지 못할 뿐만 아니라 주리의 미움까지 살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이제 여기에 있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때로는 사건의 진상을 알고 있는 것은 오히려 독이 된다. 너무 많은 진실을 알고 있는 건 오히려 좋은 일이 아니다. 기자들은 서로 눈치를 보더니 더 이상 주리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싶지 않아, 곧 너도나도 자리를 떠났다.차수현은 이런 모습을 보고 주먹을 불끈 움켜쥐었다.“그냥 이렇게 가시는 거예요? 조금 전까지 그 정의롭고 당당한 태도로 진실을 폭로하려고 하던 모습은 다 어디로 간거죠? 소위말하는 기자들의 직업 윤리도 그저 보여주기 식인가요?”차수현의 말에 기자들의 얼굴빛은 금세 어두워졌다. 하지만 마땅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그들은 주리와 오랜 시간 함께 일했기 때문에 나서야 할 때와 굳이 나서지 말아야 할 때를 잘 알고 있었다. 때문에 속은 내키지 않았지만 조용히 자리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기자들이 떠난 후, 떠들썩했던 방은 금세 조용해졌다. 주리 역시 점차 평정심을 되찾고 온은수를 담담한 표정으로 쳐다봤다. “이번에는 제가 졌습니다. 하지만 다음 번에는 이렇게 운이 좋으시지 않을 겁니다.”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