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주리가 주절주절 해명을 하긴 했지만 온은수는 그녀의 말을 별로 믿지 않았다.한 켠에 서 있던 차수현 또한 그 말들을 별로 믿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는 더이상 주리와 마주치고 싶지 않았다. 겉으로만 봐도 주리는 심상치 않은 사람이란 것을 눈치 챈 차수현은 자신의 실수로 인해 온은수의 대계에 영향을 끼치고 싶지 않았다.그리하여 온은수가 따지려던 순간에도, 그녀는 오히려 그를 말리면서 입모양으로 작게 말했다. 됐어, 그럴 필요 없어.그러자 온은수는 손으로 차수현의 손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그녀를 안심시켰다.사실 이번 연회는 그가 주동적으로 차수현을 데리고 온 것이다. 데리고 온 목적은, 그의 곁에는 이젠 이렇게 아름다운 여자가 있다는 것을 모든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서였다. 차수현은 정말로 명실상부한 부인이었다. 그러므로 그는 차수현이 그 누구에게도 무시 당하게 하고 싶지가 않았다."방금 레이나가 한 말, 그게 대체 무슨 말인지, 주리 씨는 잘 알고 있을거라고 믿어요.뭔가 감추고 있는 사실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럼 더이상 난감하게 캐묻지 않을게요. 오늘 이 만찬, 전 참여하지 않을게요.”온은수의 한 마디로 인해, 주리의 얼굴색은 순간 어두워졌다. 차수현을 데리고 저벅저벅 걸어나가는 온은수의 모습을 지켜보던 주리는 화가 나서 하마트면 손에 들고 있던 술잔을 깨뜨릴 뻔했다.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말을 꺼낸 주리는 더이상 온은수와는 관계가 깊어질 기회가 없을 것 같았다. 이 사실을 사람들이 알면 그녀를 비웃을 것 같았다.심지어 온은수 이 남자는 굳이 차수현 앞에서 자신을 짓밟으며 허튼 생각하지 말라고경고까지 하였다.어릴 때부터 수많은 사람들의 사랑만 받으며 살아온 주리는 갑작스레 다가온 이런 충격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온은수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진 않았지만 주리의 자존심을 제대로 짓밟았다. 특히나 차수현에게는 제대로 한방 보여주었다.주리는 여태 차수현처럼 이렇게 조신하고 상냥한 여자에 대해서는 마음에 들지
은수는 걱정하기는커녕 오히려 흥분되여 눈빛마저 반짝였다. 수현은 은수를 보고 어이가 없었다.......이 남자는 정상적인 사람이 아닌 것 같다. 당할 것이 뻔한데 그는 계속 덤벼보려고 한다...... .수현의 표정을 보고 은수는 마치 그녀의 마음을 꿰뚫어 본 것 같았다."그녀 같은 사람은 언젠가는 상대할 날이 있을 거야. 기왕 이렇게 된 이상 왜 시간을 낭비하면서 가식을 떨어? 아니면 그녀를 끌어들이기 위해 내 몸을 바치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해?"수현은 말을 듣고 얼굴을 찡그렸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맞는 말이기도 한 것 같다.주리라는 사람은 겉으로는 점잖아 보이지만 실은 속이 앙큼한 사람이다. 처음부터 그녀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는 게 좋은 일일지도 모른다."몸을 바치는 일을 매우 기대하는 것 같은데, 이제 못 참겠어?"수현은 화가 난 척하며 은수를 노려보았다."아니, 난 그녀를 다시 본 적이 없어. 네가 이런 말을 하다니 너무 억울해.""알면 돼."수현은 은수의 이런 표정을 보고 더는 할 말이 없었다.두 사람은 농담을 하면서 주차했던 차를 찾았다. 은수는 차로 수현을 데려다 주었다.수현이 사라지는 뒷모습을 보고 남자는 비로소 웃음을 거두었다.방금 말은 그렇게 했지만...... 주리는 결국 상회 주석의 딸이다. 앞으로 순조롭기는 힘들 것이다.......후에 며칠은 의외로 조용했다.수현의 몸이 회복된 후 집으로 돌아왔다. 유민도 학교의 시험에 순조롭게 통과했다. 시험을 거쳐 선생님은 그를 유담과 같은 반에서 수업하게 했다.유담이 곁에 있어 다른 학생들이 유민을 괴롭히지 못한다는 것만으로도 그에게 도움이 되였다. 유민도 점차 학교생활에 적응 되였으며 우울했던 얼굴도 점점 밝아졌다.두 아이가 점점 좋아지는 것을 보면서 수현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갔다. 자기도 빨리 일을 다시 시작하는 게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은수는 수현이 나가서 일을 하고 싶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그녀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말했
은수는 수현이 일자리를 쉽게 찾았다는 것을 알고 기뻐했다. 하지만, 그녀가 제기한 물음에 어처구니가 없었다.이 여자가 자기의 실력에 대해서 너무 모르는 게 아니야?"난 그런 적 없어. 그러나 주리가 혹시 당신에게 엿 먹이기 위해 수작을 부렸는지를 확인한 적은 있어. 그러니까 일자리를 찾을 수 있을지는 당신의 실력을 보야지.”"그럼 됐어."수현은 이 말을 듣고 매우 기뻐했다. 만약 은수의 체면으로 이렇게 빨리 일자리를 찾았다면 그녀는 기뻐할 수 없었을 것이다.지금 수현은 자기의 업무 능력이 인정되었다고 생각하니 일하는 열정이 넘쳤다.수현과 몇 마디 더 하고 은수는 전화를 끊었다.요 며칠 그는 계속 수현에게 사람을 붙였는데 주리가 손을 쓰는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설마 그녀가 이미 포기했단 말인가?은수는 일이 그렇게 쉽게 끝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마치 폭풍우가 내리기 전의 고요한 시간 같았다.그 여자가 도대체 무슨 꿍꿍이인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마침 윤찬이 몇 개의 서류를 가지고 들어왔다."대표님, 오늘 저녁에 작은 파티가 있는데, 우리가 협력하고 싶은 회사의 사장님들이 모두 갈 것입니다, 대표님께서는 어떻게 할 계획이에요?"그 시간은 마침 한가하다. 은수는 그 명단을 한 번 보았다."그럼 준비해, 우리도 참석하자."윤찬은 대표님의 지시를 받고 바로 나가서 일정을 잡았다.시간이 되자 은수는 파티 장소에 도착했는데 주리가 이미 거기에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가 오는 것을 보고, 그녀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에게 인사를 했다. 그때 불미스러운 일을 전혀 마음에 두지 않은 것 같았다.은수도 내색하지 않고 예의 바르게 고개를 끄덕였다.다만 마음속으로는 은근히 경계하기 시작했다. 그가 참석 리스트를 봤었는데 그 리스트에 주리의 이름이 없었다. 그녀는 임시로 참가했을 것이다.은수는 어떤 예감이 있었다. 어쩌면 주리가 오랫동안 꼼짝도 하지 않고 오늘만을 기다린 것 같았다.그럼 그는 차라리 그녀에게 속는 것처럼 넘어가
주리가 늙은 남자를 보낼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이렇게 매력적인 남자라니. 그를 잘 이용하면 앞으로 더 이상 이런 일을 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천천히 옷을 벗으며 휴대폰 등의 물건들을 밖에 있는 사람에게 건넸다.문을 잠그지 않아야 사람들이 바람피는 현장을 목격할 수 있을 거라고 주리가 당부했지만, 그녀는 사심을 가득 담아 문을 잠갔다. 이번 기회를 이용해 이 남자를 잘 구워삶아 자신을 계속 책임지게 할 생각이었다.문을 잠근 그녀는 단추를 풀고 아름다운 몸을 드러내 온은수의 가슴에 밀착시키고 하얀 손으로 그의 몸 여기저기를 어루만졌다.이윽고 방안에서 야릇한 소리가 들려오자 문 밖에 선 주리의 웃음기 있는 얼굴이 비뚤어졌다.이렇게 젊고 예쁜 여자한테 잘 넘어가면서, 무슨 가정적인 남자라는 거야?잠시 후 그녀는 뭔가 좋은 생각이 떠올라 온은수에게서 받은 휴대폰을 들고 차수현의 번호를 찾아 전화를 걸었다.이제 막 퇴근하고 집에 가려던 차수현은 온은수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그녀가 뭔가 말을 하기도 전에 수화기 너머로 헉헉거리는 숨소리가 들려왔고, 당황스러움에 그녀의 얼굴이 상기되었다.이게 무슨 소리야? 지금 뛰고 있는 건가?“은수, 뭐하는 거야?”차수현이 물었지만 맞은편에서는 답이 없었다. 그리고 계속 들려오는 숨소리가 들을수록 귀에 익었다.천천히, 차수현은 뭔가 깨달으며 얼굴빛이 창백해졌다. 이 숨소리는…?마음 속으로는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그 숨소리는 여전히 차수현을 심란하게 만들었다.“무슨 장난 치는 거야, 하나도 재미없어!”하지만 상대방은 여전히 말이 없었다. 그리고 소리도 멈추지 않고 갈수록 격렬해지기만 했다. 마침내 더 이상 들을 수가 없었던 차수현은 전화를 탁 끊었다.그리고 다시 전화를 걸었을 때는 이미 전원이 꺼져 있었다.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온은수가 뭘 하고 있었던 거지? 바람을 피우면서 대놓고 전화로 광고라도 한 건가?차수현은 스스로를 진정시키며 심호흡을 몇 번 한 후 윤찬에게 전화를
멀리서 CCTV를 통해 차수현의 표정을 보던 주리는 여유로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전에 자신 앞에서 애정표현을 서슴지 않았던 그녀에게, 그녀의 남자가 어떻게 배신하는지 직접 보여줄 것이다.이런 수모를 참을 여자는 없다. 차수현도 틀림없이 크게 소란을 피울 것이다. 주리는 이미 기자를 불러 놓았고, 안에서 싸우기만 하면 빠르게 스캔들을 퍼트릴 작정이었다.그러면 온은수의 모범적인 남편 이미지도 무너지겠지.온 씨 가문의 사업이 시작되기도 전에 대표의 이미지가 구겨지면 회사 이미지에도 큰 타격이 있을 게 분명하다.그 때, 차수현이 애가 타며 문을 두드리자 마침내 방안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온은수가 문을 열러 온 걸까? 아니면 다른 여자가?차수현의 마음은 사형당하기를 기다리는 죄수처럼 예측할 수 없는 불안으로 물들었다.그리고 문이 갑자기 열리며 미처 반응할 새도 없이 끌려 들어갔다.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르려던 차수현의 입을 온은수가 막았다.“소리 지르지 마요, 나예요.”그의 품에 기대어 심장박동 소리를 느끼며 차수현은 어리둥절했다.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이지?“주리가 내 술에 약을 탔는데, 내가 안 넘어갔어요. 당신까지 불러올 줄은 몰랐는데… 마침 잘 됐네요. 우리도 계략을 세워 봐요. 내가 당신을 놓아줄 테니 일단 아무 소리도 내지 마요. 상대쪽을 놀라게 해서 일을 그르치면 안 되니까.”눈을 깜박이던 차수현은 온은수의 말을 믿기로 했다. 왜냐하면 그의 몸에서 다른 여자의 냄새도 나지 않았고, 이 방 자체에도 그런 수상한 기운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 전화는 오해였을 것이다.차수현이 자신의 뜻을 받아들이는 걸 본 온은수는 손을 놓았고, 마침내 신선한 공기를 크게 들이마신 그녀가 그제서야 한 쪽 구석에 누워있는 여자를 발견했다. 그 여자는 손과 발이 모두 침대시트로 묶여 있는 모습이었다.“이게 누구야? 도대체 무슨 일이야?”차수현이 멍한 표정으로 계속 말했다.“방금 받은 전화에서 너와 어떤 여자가… 그게 이 여자야?”“이 여자는 주리가
온은수는 빠른 차수현의 행동에 당황하며 한 박자 늦게 공격을 피해 두어 걸음 뒤로 물러섰다.그냥… 연기하자고 한 건데 너무 몰입한 거 아니야?하지만 차수현의 생각은 달랐다. 이왕 연극을 하려면 반드시 제대로 해서 의심을 받지 않게 해야 한다.그녀는 매섭게 온은수를 쳐다보며 말했다.“말해봐, 설마 이런 일을 저지르고도 할 말이 없는 건 아니겠지?”왜 갑자기 자신에게 대사가 넘어오는 걸까? 멍하니 생각하던 온은수는 얼른 입을 열었다.“진정하고 내 설명을 들어봐요,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일이 아니예요!”“내가 직접 봤는데 아니긴 뭐가 아니야? 이런 찌질한 게!”문 밖에 있던 사람들은 안에서 격렬한 말다툼이 오가는 걸 듣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오랫동안 기다리던 기자들을 빨리 불렀다. 이윽고 대포 카메라 한 무더기가 방문을 향하자 직원은 싸움을 말리려는 척하며 문을 두드렸다.“무슨 일이세요? 문 좀 열어주세요!”말을 마치자마자 직원은 출입문 카드를 대고 문을 밀어젖혔다. 싸움의 열기가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릴 수 없었고, 반드시 싸움이 절정일 때 언론에 포착시켜야 했다.문을 열자 기자들이 뼈 냄새를 맡은 개처럼 앞다투어 몰려들었고, 한동안 플래시 소리가 여기저기 터져 나오며 특종을 놓치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잠시 후 사람들은 처음의 흥분에서 벗어나 눈 앞의 장면을 보며 뭔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따.그들이 보고 싶었던 장면은 온은수의 옷이 풀어헤쳐진 상태로 불륜상대와 구석으로 피해 있고 차수현이 미친듯이 화를 내는, 그야말로 막장 드라마의 한 장면이었다.그런데 눈앞에 펼쳐진 것은…….온은수는 가지런한 옷차림으로 한쪽에 서 있었고, 옷의 단추도 모두 잘 채워져 있었다. 머리카락도 흐트러지지 않았으며, 차수현이 냉정한 표정으로 그의 곁에 서 있었다.그리고 땅에는 불쌍하게 묶인 한 여자가 옷을 잘 입은 채 누워 있었다.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인가?자리에 모인 모든 사람들이 어리둥절하며 서로의 얼굴을 쳐다봤지만 아무도 어찌된 영문인지 몰랐다.온은
“처음부터 이런 계획이었던 거였어요?”온은수는 차갑게 말했다. 그제서야 취재진의 포위망을 뚫고 돌아온 주리는 눈앞의 광경을 보고 어안이 벙벙해졌다.이건, 그녀가 예상했던 것과는 완전히 달랐다.“대표님, 이게 무슨 짓이예요? 이 여자애한테 손을 댄 것도 모자라 이젠 이렇게 납치까지 하는 거예요? 일부러 상처를 주는 거잖아요, 지금.”주리도 세상 물정을 알만큼 아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이내 마음을 가라앉히고 온은수에게 전부 뒤집어씌우기로 결심했다. “괜한 사람한테 뒤집어씌우려고 하지 마세요.”차수현은 참을 수 없었다. 그녀는 도저히 주리를 그냥 참고 넘어갈 수 없었다. 분명 마음속으로는 남을 해칠 궁리만 하면서 그 여자애를 위해 나서는 척, 정의로운 척 하다니… 보기만해도 구역질이 났다.“수현 씨, 전 당신이 시시비비도 가릴 줄 모르는 사람일 줄은 정말 몰랐어요. 당신 애인은 바람을 피운 것도 모자라 다른 여자에게 상처를 입히기까지 했는데, 당신은 알고도 모른 척 애인을 감싸주다니… 정말 너무 실망이에요.”주리는 차수현이 온은수를 위해 자신을 비난하는 것을 보고, 그녀는 자신이 되려 당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이미 일이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기 때문에 그녀는 더 이상 물러설 길이 없었다.다행히 그녀는 이미 그 여자아이와 말을 맞춘 상태였다. 그 아이의 몸이 성치 않은 동생이 아직 그녀 손바닥 안에 있었기 때문에 그녀가 온은수가 그 여자아이에게 손을 댄 거라고 물고 늘어지기만 한다면 설령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해도 모든 책임을 온은수에게 전부 떠넘길 수 있었다.“일단 또 다른 사건 당사자의 말도 들어봐야죠. 무작정 온은수 씨 한쪽 말만 들을 수는 없어요.”주리는 위협적인 눈빛으로 여자아이를 쳐다봤다.꽁꽁 묶여있는 여자아이의 얼굴에는 절망이 가득했다. 그녀는 아직도 중병을 앓고 있는 동생을 생각하면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녀는 할 수 없이 자신을 향해 뻗어오는 어둠의 손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차수현은 이내 이상함을 알아차리고
여자아이는 말할수록 마음속에서 부끄러움과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그녀도 원래는 남들처럼 학교를 다니던 평범한 여자아이었는데 갑자기 동생의 건강이 악화되면서 진 빚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어둠의 길로 접어든 것이었다.그녀는 주리가 어떤 사람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저 차수현이 자신을 속인 것이 아니기만 간절히 바랐다. 게다가 그녀가 동생의 일까지 들춰내는 바람에 주리의 표정은 더욱 어두워졌다.“너…”주리는 그 여자아이가 자신이 한 일을 전부 털어놓자 당황해 안절부절못했다. 주변에 있던 주리가 요청한 기자들은 심상치 않은 상황을 보고 대충 무슨 일인지 속으로 깨달았다. 하지만 하나 둘씩 주리의 눈치를 보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기세가 수그러지고 말았다.그들은 자칫하면 유용한 뉴스를 얻어내지 못할 뿐만 아니라 주리의 미움까지 살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이제 여기에 있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때로는 사건의 진상을 알고 있는 것은 오히려 독이 된다. 너무 많은 진실을 알고 있는 건 오히려 좋은 일이 아니다. 기자들은 서로 눈치를 보더니 더 이상 주리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싶지 않아, 곧 너도나도 자리를 떠났다.차수현은 이런 모습을 보고 주먹을 불끈 움켜쥐었다.“그냥 이렇게 가시는 거예요? 조금 전까지 그 정의롭고 당당한 태도로 진실을 폭로하려고 하던 모습은 다 어디로 간거죠? 소위말하는 기자들의 직업 윤리도 그저 보여주기 식인가요?”차수현의 말에 기자들의 얼굴빛은 금세 어두워졌다. 하지만 마땅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그들은 주리와 오랜 시간 함께 일했기 때문에 나서야 할 때와 굳이 나서지 말아야 할 때를 잘 알고 있었다. 때문에 속은 내키지 않았지만 조용히 자리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기자들이 떠난 후, 떠들썩했던 방은 금세 조용해졌다. 주리 역시 점차 평정심을 되찾고 온은수를 담담한 표정으로 쳐다봤다. “이번에는 제가 졌습니다. 하지만 다음 번에는 이렇게 운이 좋으시지 않을 겁니다.”말을
차수현은 반박하지 않고 계속 고개를 숙이고 온은수를 바라보았다.그리고 어르신은 떠났다.잠시 후 온혜정과 유민도 왔는데, 그들은 무사히 돌아와 약간의 찰과상만 입은 유담을 자세히 살펴보다가 또 그를 품에 안고 한참을 울었다.그리고 나서야 그곳에서 구체적으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게 되었고, 온혜정은 들은 다음 마음이 복잡해졌다.그녀는 임미자가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다. 이렇게 되면 그녀도 더 이상 임미자를 미워할 수가 없었다.병실에 들어서자, 온혜정은 차수현이 눈도 깜빡이지 않고 온은수를 바라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수현아.” 온혜정은 작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차수현은 고개를 돌렸다.“엄마, 그는 괜찮아요.”“괜찮으면 됐어.”온혜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차수현 옆에 앉아 그녀의 손등을 두드렸다.“피곤하면 돌아가서 쉬어. 여긴 우리가 있잖아.”차수현은 뒤를 돌아보니 온은서도 온 것을 발견했다.비록 전에 온은수와 불쾌한 일이 많았지만, 이럴 때 그는 오히려 온은수가 죽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다.“나도 알아요…….”차수현은 대답했다. 그녀는 이럴 때 곁에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지탱하며 그녀가 쓰러지지 않도록 도와주고 있는 것을 다행이라고 여겼다.……또 일주일이 지났고, 온은수는 마침내 혼수상태에서 깨어났다.요 며칠, 차수현은 다른 사람들과 번갈아 그를 돌보았는데, 차수현이 머문 시간이 가장 많았다. 매일 이 남자를 돌보는 것 외에 그녀는 또 그의 손을 잡고 그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의 생존 의식을 불태워야 했다.온은수가 깨어났을 때, 그는 차수현이 자신의 침대에 엎드려 잠든 것을 보았고 남자는 손을 내밀어 어렵게 그녀의 머리를 만졌다. 차수현은 순식간에 깨어났다.온은수가 깨어난 것을 보고 그녀는 기쁨에 겨워 눈물을 흘리며 남자를 안고 이리저리 둘러보며 그가 정말 괜찮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서둘러 의사를 불러 온은수에게 검사를 진행했다.검사 결과, 모든 것이 정상이었고, 온은수는 한동안 휴양하면 퇴원할 수 있었다.한 무리
십여 분의 노정은 차수현에게 있어 마치 한 세기가 지난 것 같았다.마침내 병원에 도착하자 문앞에는 이미 들것이 기다리고 있었다. 차문이 열리자 온은수는 들것에 실려 직접 수술실로 옮겨져 응급처치를 받았다.차수현도 따라가서 수술실 입구를 지켰다.……수술실 밖, 어르신도 이 소식을 듣고 달려왔다.다만, 온은수의 상황을 물어볼 겨를도 없이 임미자가 죽었다는 말을 듣고, 그는 벼락을 맞은 듯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어르신은 자신의 귀를 믿지 않으려 했지만, 임미자의 시체를 보러 갈 것이냐는 질문을 받았다.어르신은 망연히 따라갔고, 임미자의 산산조각난 시체를 보고 그는 마침내 믿었다. 줄곧 얼굴에 감정을 나타내지 않는 남자가 목놓아 울었고, 원래 반쯤 하얀 머리카락은 순식간에 하얗게 변했다.그는 하루 만에 자신과 삐진 아내가 아무런 생기도 없는 시체가 되어 영원히 자신에게서 떠날 줄은 도무지 생각하지 못했다.“사모님은 유담 도련님을 구하시기 위해…….”어떤 사람이 사건의 경위를 어르신에게 말했고, 모든 것을 알게 된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가슴은 아파서 숨을 쉴 수 없었지만, 그는 생명의 마지막 순간, 임미자는 틀림없이 만족했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면 충분했다.“미자야, 안심해라. 은수의 아이는 반드시 건강하고 평안하게 자랄 거야. 당신이 한 모든 것은, 그들이 줄곧 기억할 거야…….”……수술실 밖에서 차수현은 오랫동안 기다렸고, 그녀가 자신의 몸이 무감각해졌다고 느꼈을 때, 그 수술 중이란 등불은 마침내 꺼졌다.온은수는 의사에게 밀려나왔고, 차수현은 즉시 앞으로 다가가서 상황을 물었다.“의사 선생님, 그 이는 어떻게 됐나요!”“생명의 위험은 없지만…….”“뭔데요?”“도련님의 다리는 총상을 입은데다 또 심각한 골절을 입어, 회복하더라도 전처럼 돌아갈 수 없을 거예요.”“…….”차수현은 침묵하다가 잠시 후에야 메마른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알았어요.”그녀는 이런 상황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지만, 또 어쩔 수 없이
한 무리의 사람들은 미처 임미자가 사망했다는 사실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또 하나의 흉보를 맞이했다.차수현도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어 그 사람들과 함께 비틀거리며 달려갔다.다행히 온은수가 배치한 사람은 비록 매우 슬프고 이 사실을 믿기 힘들었지만 여전히 자신의 사명을 기억하고 차수현을 부축하며 그녀가 넘어지지 않도록 보호했다.일행이 공장 앞에 도착하자, 활활 타오르는 불길만 보였고, 자욱한 검은 연기는 온 하늘을 칠흑같이 어두컴컴하게 물들였다.차수현은 이 모든 것을 보고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온은수가 이미 불 속에 타 죽었거나 폭사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그녀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수백 수천 번이나 이 남자를 미워했지만, 그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았을 때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첫 번째 생각은 그가 무사하기를 바라는 것이었다.“온은수, 당신은 죽지 않을 거예요…… 당신은 내 뱃속의 아이가 당신을 아빠라고 부르는 것을 들어야 한다고 했잖아요…….”차수현은 중얼중얼 말하면서 말투에 말할 수 없는 슬픔을 띠었다.그녀는 온은수를 찾으러 들어가려 했지만 사람에게 붙잡혔다.“아갔;, 저희가 도련님을 찾으러 들어갈 거예요. 아가씨는 안의 연기를 들이킬 수 없어요. 아이에게 영향을 줄 거예요.”“나더러 이렇게 지켜보고 있으라고요?” 차수현은 멍하니 말했다. 그녀는 문득 자신이 쓸모가 없다고 느꼈다. 이럴 때 그들이 일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그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도련님은 아가씨의 뱃속의 아이의 안전을 가장 중시했으니 만약 아가씨에게 무슨 일 생긴다면 저희도 죽음으로 사죄할 거예요.”사람들이 모두 자신을 막자, 차수현은 한쪽에 서서 그들이 들어가서 기적을 찾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얼마나 지났는지 갑자기 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도련님은 여기에 있어!”공장 앞은 잡초로 뒤덮여 사람들의 시야를 가렸기 때문에, 그들은 한참을 찾고서야 그곳에 누워 이미 혼수상태에 빠진 온은수를 발견했다.온은수를 찾은 사람은 그에게 아직 호
그의 수하는 유담을 찾았으니, 그들은 유담을 보호하여 무사하게 돌려보낼 것이다. 이렇게 하면 그가 이곳에 온 가장 큰 목적은 달성됐으니 그도 잠시 안심할 수 있었다.연설도 이 소리를 들었은데, 대충 무슨 일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유담의 너덜너덜한 옷 밑에 폭탄이 있다는 것을 모를 것이고, 그것을 발견했을 때 또 얼마나 절망적일까?차수현은 자신이 사랑하는 아들이 그녀 앞에서 죽는 것을 지켜볼 뿐만 아니라 아예 그의 피와 살이 터지는 그런 가장 처참한 죽음을 지켜볼 것이다.임신한 그녀는 이런 장면을 보고 그 자리에서 놀라 기절하고 유산하겠지?여기까지 생각하자 연설의 얼굴에는 일그러진 웃음이 떠올랐고, 온은수는 이를 보고 깜짝 놀랐다.그는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또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은수 오빠, 오빠가 생각한 게 맞아요. 그는 당연히 이렇게 쉽게 도망가지 못하겠죠. 그의 몸에는 폭탄이 있으니 나가도 소용없어요.”“너……!”온은수는 갑자기 연설을 죽이고 싶은 마음까지 생겼다. 그는 어떻게 해야만 유담을 무사하게 할 수 있을까?연설은 남자 얼굴의 드러난 절망을 감상하며 그의 얼굴을 살며시 쓰다듬었다.“조금 있으면 폭발하는 소리가 들릴 텐데요…….”이와 동시.유담은 다른 사람에게 안겨 밖으로 달려갔고, 더 빨리 떠나기 위해 그들은 유담의 입에 있는 테이프를 뗄 겨를도 없었다.마침내 차수현 그들이 기다리고 있는 곳에 도착하자, 그들은 유담을 내려놓았고, 그러나 그는 귀신을 본 듯 끊임없이 밖으로 뛰어나갔다.“유담아!” 차수현은 이 상황을 보고 엄청 놀랐다. 유담이는 왜 이러는 것일까?유담은 마침내 자신의 입에 붙은 테이프를 떼어냈다.“엄마, 나한테 시한 폭탄이 있어요. 시간이 얼마 안 남았는데…….”차수현은 눈앞이 캄캄해졌다. 어떻게 이럴 수가?그리고 바로 이때, 몰래 따라온 임미자는 이 말을 듣고 즉시 달려가 유담을 껴안고 그가 입고 있는 너덜너덜한 옷을 찢었고, 그 안에 아직 카운트다운을 하고 있는 폭탄
“올라와요, 그리고 문 앞에 서서 들어오지 말고요, 그렇지 않으면 난 그 녀석을 죽일 거예요.”연설은 갑자기 입을 열더니 더는 총을 쏘지 않았다.온은수는 이렇게 한 걸음 한 걸음 올라갔고, 연설은 옆에 앉아 있는 유담을 바라보았는데, 그를 잡아당긴 후에야 그의 팔에 피가 묻은 것을 발견했다. 아마도 줄곧 밧줄을 갈아서 빠져나가려고 노력했을 것이다.“넌 도망가도 소용없다. 오히려 널 만난 사람은 모두 너 때문에 죽겠지. 만약 차수현이 흥분해서 너를 안고 손을 놓지 않으려 한다면 너희 모자 두 사람은 함께 저승에 가서 다시 가족이 될 수 있어.”연설은 냉담하게 잔인한 말을 하다가 갑자기 칼을 꺼내 유담의 손에 있는 밧줄을 잘랐고, 그 후 발자국 소리가 들려오더니 온은수가 도착했다.연설은 또 총을 들어 온은수의 오른쪽 다리를 향해 총을 쏘았다.온은수는 몸을 비틀거리다 결국 버티지 못하고 한쪽 다리는 무릎을 꿇었다.“이렇게 하면 화가 풀리겠어? 난 지금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네 마음대로 처리해. 유담이 풀어주기만 하면 돼.”온은수는 유담을 바라보며 계속 물었다.연설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온은수를 들어오게 했다.“들어와요, 그리고 난 그를 내보낼 거예요.”온은수는 다리와 어깨를 다쳤기 때문에 더 이상 도망갈 수 없었다. 자신이 상상했던 차수현을 괴롭혀 죽이는 화면과는 다르지만 온은수가 자신과 함께 죽게 할 수 있다면 그것도 좋았다.게다가 연설은 온은수가 차수현을 대신해 자신을 찾아올 수도 있다는 것을 짐작했기 때문에 두 가지 예상을 했었다.차수현이 왔다면 연설은 가장 잔인한 방법으로 그녀를 괴롭혀 그녀가 온은수 앞에서 죽게 하고, 온은수로 하여금 평생 연설이라는 사람을 잊을 수 없게 하려 했다.만약 온은수가 왔다면, 그녀는 그와 함께 죽을 것이다. 그녀는 자신이 여러 해 동안 사랑해 온 이 남자가 차수현과 남은 인생 행복하게 살게 하고 싶지 않았다. 차라리 그를 자신과 함께 지옥으로 가도록 하는 게 더 나았다.유담은 이 상황을 보고 끊
차수현은 결국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녀는 자신이 그들에게 폐를 끼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이렇게 온은수는 몇 명의 유력한 조수들을 배치하여 차수현을 보호하라고 한 다음, 기타 몇 명의 가장 믿을 만한 사람들을 데리고 출발했다.온은수는 단독으로 차를 몰고 갔고, 이 사람들은 일부는 안전한 곳에 남아 유담을 기다렸고 남은 사람은 공장을 뒤지며 유담을 찾았다. 그때 유담을 찾으면 누군가가 신호를 보낼 것이다.일을 안배한 후, 온은수는 옷을 갈아입고 스스로 차를 몰고 먼저 떠났고, 다른 사람들은 뒤에서 그를 따라 가면서 거리를 유지하여 연설에게 발견되지 않도록 했다. 그녀는 마음이 급해져서 유담을 해칠 수도 있었다.온은수는 차를 몰고 연설이 보낸 장소로 갔고, 거리가 가까워지면서 그 허름한 공장도 눈에 들어왔다.온은수는 이곳의 환경을 살펴보았는데, 사방에 인가가 없었고, 도처에 무성한 잡초가 자랐는데, 확실히 나쁜 일을 하기에 아주 적합한 곳이었다.온은수은 차를 한쪽에 세운 후 스스로 차에서 내렸다.연설은 위층에서 자동차 소리를 듣고 멀리서 한 번 바라보았는데, 유담도 와서 보려고 발버둥 쳤지만 꽁꽁 묶여 있어 몇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었다.유담은 마음속으로 차수현이 절대 오지 말기를 바랄 수밖에 없었다. 연설은 정말 미치광이여서 엄마가 나타난 순간 그녀를 죽일 것이다.그리고 유담은 절망적으로 자신의 몸에 있는 폭탄을 바라보았다. 이것은 센서가 달린 폭탄이었는데, 사람에게서 10초 이상 떠나면 바로 폭발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미 폭발 시간이 설정되어 있었는데, 바로 연설이 그들에게 준 마지막 기한이었다.다시 말하면, 차수현이 와서 유담을 구해도, 그들은 그의 몸에 있는 폭탄을 제거할 수 없었으니 유담은 여전히 죽어야 했다. 그리고 차수현은 헛되이 목숨을 잃을 뿐이었다.연설은 나타난 사람이 온은수인 것을 보고 멍하니 있다가 곧 싸늘하게 웃었다. 온은수는 여전히 그의 애지중지하는 차수현을 위험에 빠뜨리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차라
차수현이 침묵하며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모를 때, 갑자기 밖에서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안 돼, 은수야, 그건 너무 위험해서 안 돼!”온은수는 의아하게 고개를 돌렸고, 그제야 어르신과 임미자가 모두 왔다는 것을 발견하였다.임미자도 방금 온은수의 말을 들었다. 그녀는 자신의 아들이 이미 희생하려는 마음을 먹고 유담을 구하려 한다는 것을 보아냈다.유담은 그녀의 손자였으니 그녀도 그를 매우 걱정했지만, 온은수는 그녀가 힘들게 낳은 아이였다. 비록 두 모자는 일찍이 여러 가지 오해로 오랫동안 헤어졌지만, 그들이 혈육이란 사실은 변함없었다.임미자는 이런 황당한 일이 일어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그래, 은수야, 넌 우리를 생각하지 않는 거야?”어르신은 자신의 잘못이 지금의 상황을 초래하여 유담을 위험에 처하게 했다는 것을 알고, 짧디짧은 몇 시간 사이에 그의 백발은 두배로 늘어났고, 하루아침에 10살은 더 먹은 것 같았다.“하지만 전 남자이니, 제가 저지른 일은 제가 스스로 책임져야 하죠. 아버지, 이것은 어릴 때부터 가르쳐 주신 거 아니었나요?”어르신은 침묵하다가 잠시 후에야 입을 열었다.“만약 연설의 어머니를 보낸다면? 그녀는 아무리 미쳤더라도 자신의 친어머니를 직접 살해할 정도는 아니겠지.”“그녀가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이상, 분명히 그들조차 신경 쓰지 않는 게 분명해요. 저는 그런 시험을 할 수 없어요. 그리고 송혜미는 이 일을 알게 된 후, 큰 자극을 받았다. 이미 기절했고, 언제 깨어날 수 있을지 아직 모르니까 저는 그녀가 깨어날 때까지 기다릴 시간이 없어요.”유일한 가능성이 모두 없어진 것을 보고, 어르신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다 내 잘못이구나, 모두 내 탓이다. 내가 노망나서 연설을 풀어줬구나. 그렇지 않으면, 그녀더러 나를 죽여 분풀이를 하는 건 어떤가. 어차피 나도 늙었으니 죽을 때가 됐지. 자꾸 젊은 사람이 내 앞에서 죽는 것을 보는 것보다 낫지 않겠는가.”어르신의 말에 온은수도 약간의 슬픔을 느꼈다. 그는 눈을
차수현은 그 장면을 생각하자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 그녀가 유담이 온갖 고통을 받고 죽는 것을 눈 뜨고 지켜보게 하라니, 차라리 그녀가 가서 그를 바꾸는 것이 나았다.어차피 연설의 원한은 모두 자신을 향한 것이었고, 유담은 무고했으니 그녀는 자신의 아이가 어른의 원한에 연루되게 하고 싶지 않았다.더군다나 유담이 그렇게 간단하게 연설에 의해 납치된 것도 다 그녀가 일시적으로 마음이 약해서 그들에게 진실을 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유담은 연설이 그의 마음속의 그 선량하고 정직한 선생님이 아니라 악마라는 것을 전혀 몰랐다.여기까지 생각하자 차수현은 숨이 막혔지만 눈빛은 점차 담담해졌다.“어쨌든 나는 갈 거예요.”“그럼 당신 뱃속의 아기는? 당신은 그녀를 버릴 거야?” 온은수는 슬픔을 느꼈다. 지금 이 순간, 차수현은 여전히 그를 믿고 싶지 않았다.그러나 그는 심지어 이런 일로 괴로워할 자격도 없었다. 만약 그가 처음부터 깔끔하게 연설을 처리했다면, 또는 사람을 감옥에 보내 그녀를 잘 주시하도록 분부했다면, 이런 일이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그의 잘못이 더욱 컸다!“난…….”차수현은 이미 무엇을 희생하든 유담을 구하러 가려고 했지만, 뱃속의 아기를 언급하자 잠시 망설이다 결국 마음속으로 한숨을 쉬며 아직 아무런 의식도 없는 배아에게 미안하다는 한마디 할 수밖에 없었다.‘미안해. 엄마의 선택은 너무 이기적이었지? 어쩌면 네가 이 아름답지만 잔혹한 세상을 볼 수 없게 할 수도 있어. 하지만 만약 일이 정말 최악의 방향으로 발전한다면, 나도 너와 함께 떠날 거야. 절대로 널 혼자 두지 않을 거라고.’“만약 당신이 가서 유담을 구하더라도, 당신이 죽는다면, 그는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아? 아마 평생 그늘 속에서 살겠지. 더 이상 즐겁게 웃지도 못하고. 당신은 그가 그렇게 되길 원하니?”“그럼 어쩌라고요?! 당신이 말해봐요!” 차수현은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고함을 질렀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면, 그녀는 어떻게 해야 좋을까?설마 이
차수현의 비명소리에 온은수는 깜짝 놀랐다. 그는 재빨리 다가가 그녀의 손에서 아직 소리가 나는 휴대전화를 빼앗으려 했지만 차수현은 지푸라기라도 잡은 것처럼 전혀 주려 하지 않았다.“수현아, 진정해!”귀를 찌르는 비명소리에 온은수는 고막이 뚫릴 것 같았지만 몸의 불편함 대신, 오히려 가슴이 무언가에 의해 꽉 쥔 채 곧 깨질 것 같은 아픔을 느꼈다.그는 차수현이 이렇게 통제력을 잃은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종래로 없었다. 오은택의 일로 모함을 당했을 때도, 비록 많은 일반인들이 참을 수 없는 일을 당했지만 차수현은 이런 모습을 보인 적이 없었다. 그녀는 이미 그 빌어먹을 동영상에 자극되어 정신이 붕괴된 것 같았다.여기까지 생각하자 온은수는 더욱 걱정했다. 그러나 전에 그는 이미 차수현을 한 번 기절시켰으니 이번에는 차마 그러지 못하고 앉아서 차수현을 안고 가볍게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을 수밖에 없었다.“수현아, 핸드폰 줘, 내가 단서를 찾으러 갈게. 내가 그들의 현재 위치를 찾을 수 있을 거야. 방법이 꼭 있을 거야. 그녀의 가족도 우리 손에 있으니 우리도 속수무책이 아니야. 조급해하지 마…….”온은수 자신도 급해 죽을 지경이었지만 차수현을 진정시키는 것이 우선이었다. 차수현은 그의 말을 듣지 않았지만, 더 이상 비명을 지르지 않고 얼굴을 가리고 통곡했다. 마치 새끼를 잃은 어미 짐승처럼 슬피 울었다.온은수는 손을 내밀어 차수현의 휴대전화를 가져오려 했지만 그녀는 마치 귀신에 홀린 듯, 온은수의 어깨를 호되게 깨물며 자신의 휴대전화를 빼앗아 가지 못하게 했다.온은수는 심한 통증을 느꼈다. 차수현은 지금 이미 이성이 없어서 유난히 세게 그를 깨물었고, 한순간, 그는 살이 찢어져 피까지 흘렸다. 그러나 남자는 미간도 찡그리지 않고 오히려 이런 자세로 차수현을 그의 어깨에 엎드리게 하며 그녀의 손목을 살짝 잡더니 그녀가 손을 놓게 하는 데 성공했다.차수현은 여전히 온은수를 꽉 물고 놓지 않았다. 온은수는 아무일 없는 것처럼 차수현의 휴대폰에 들어온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