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일은 모두 처음에는 생소하다가도 차차 익숙해지는 거야. 게다가 우리 딸이 남보다 못할 거 뭐 있어?”온혜정은 고개를 저으며 진지하게 충고했다. 차수현의 자신감 없는 모습을 보자 그녀는 왠지 예전의 자신이 떠올랐다.과거의 그녀도 주위의 모든 게 두려웠었다. 특히 처음에 아무것도 없고 가난한 차씨가문에 들어가 자존심 강한 차한명을 남편으로 모셔야 했을 때도 그녀는 일부러 강한 척 뻔뻔하게 사람들에게 먼저 말을 걸며 교우관계를 넓혔고 처음으로 목돈을 벌었고 또 차츰 사업을 정상 궤도로 끌어올렸다.차수현은 그때의 그녀에 비하면 모자랄 것 하나 없다. 심지어 더욱 좋은 교육을 받은 데다 인생 경험도 더 많다. 하지만 그저 이런 상황이 익숙하지 않을 뿐이다.그런데 온은수와 결혼한 이상 이런 사교활동은 피할 수 없다.온은수 같은 사람이 파티에 참석한다면 모든 사람의 관심과 이목을 끌 게 뻔하다. 하지만 차수현이 그와 함께 참석하지 않는다면 꿍꿍이가 있는 여자들은 기회를 틈타 그에게 달라붙을 거다.온헤정은 그런 상황이 닥치는 걸 원치 않기에 자기의 딸이 쓸데없는 생각을 떨쳐버리고 용감하게 상황에 직면하기를 바랐다.“모르는 거 있으면 이 엄마가 가르쳐주마. 나도 왕년에 비즈니스 때문에 파티에 많이 참석했었어.”온혜정의 자신감 넘치는 말투에 차수현도 피식 웃었다. ‘엄마의 이러한 모습을 보는 날이 오게 될 줄이야. 사교 파티에 참석하는 것도 나쁜 것만은 아니네.’“그럼 한 수 제대로 가르쳐 주시겠어요? 밖에 나가 엄마 얼굴에 먹칠하면 안 되잖아요.”차수현은 온혜정의 팔짱을 끼며 애교부렸다.…….그다음 며칠 동안은 잔잔하고 무사하게 흘러갔다.그리고 어느덧 파티 당일이 다가왔다. 온은수는 일찌감치 차수현에게 전화해 그녀를 스타일링 숍으로 데려갈 의사를 밝혔다.“가 봐.”온혜정은 차수현이 충분히 잘 배웠다고 여겼기에 다른 명문가 규수들보다 절대 뒤처지지 않을 거라고 자신했다.차수현이 차에 오르자 온은수는 그녀를 데리고 그 일대에서 가장 유명한
“앞으로 어떻게 하는지 두고보겠어! 다른 여자한테 한 번만 더 한 눈 팔면 그때 나한테 혼날줄 알아!”차수현은 콧방귀를 뀌며 온은수에게 경고했다. 곧 참석할 연회에는 젊고 예쁜 여자들도 많을건데 혹시나 온은수를 마음에 들어할까 봐 걱정되었다.“너 말고 아무도 보고싶지 않아.”차수현의 경고를 들은 그는 화가 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기분이 좋고 마음이 따뜻했다.모처럼 질투하는 모습을 보인 차수현이 마냥 예쁘고 이런 느낌이 좋았다.차수현은 더 이상 온은수와 말다툼을 하지 않고 시간을 보더니 입을 열었다.“우리 인제 가자. 곧 시작할 거야.”온은수는 고개를 끄덕이고 두 사람은 차에 올라 연회장으로 출발했다.10여분후 차는 연회장 문어귀에 안정하게 주차되였다. 온은수는 먼저 차에서 내렸고 신사답게 차수현을 위해 차문을 열어주었다.차수현은 손을 그에게 건네주었고 온은수는 그녀의 손을 꼭 잡고 팔짱에 끼웠다. 두사람은 그제야 천천히 연회장으로 들어갔다.“긴장할 필요 없어, 내가 있잖아. 너한테 함부로 하지 못할거야. 그냥 인사만 드리러 가는 거니 긴장하지 마.”온은수는 차수현이 긴장할까 봐 조심스레 다독여줬는데 그의 예상과는 달리 연회장에 들어가는 순간 차수현은 마치 다른 사람으로 변한것 만 같았다.걸음걸이가 우아할 뿐만 아니라 동작 하나하나가 대범하여 흠 잡을 곳이 없었다. 설령 그와 같은 까다로운 사람이라 하더라도 아무런 빈틈도 찾을 수 없을 정도였다.온은수는 회의장에 나타나자마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을 모조리 끌었다.MS 그룹은 최근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회사고 젊고 유능한 온은수까지 있으니 이목릏 끌기 마련이다. 많은 이들은 오늘 연회장에 그도 온다는 소식을 듣고 온 것이다. 혼자서 온 것이 아니라 온은수와 나이가 어울리는 딸도 함께 데리고 왔다. 행여나 온은수가 마음에 들어하여 “금수저” 사위를 볼 수도 있다는 마음에 그랬던 것이다.근데 온은수와 나란히 들어오는 차수현을 보고 자리에 있던 여자들은 멍하니 서로를바라보며
은수의 곁에 있는 수현을 한 번 보았는데, 줄리는 그녀의 내력을 좀 알 수 없었다.은수를 찾아온 여자친구인가, 아니면 그의 여자친구인가?떠보려는 마음이 생기자 줄리는 주동적으로 수현에게 말을 걸었다."이 아가씨는 낯선 얼굴이다. 네가 어느 집 규수인지 모르겠다......""저는..."수현이 입을 열자마자 은수는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대신해서 대답했다."그녀는 나의 부인이다."줄리의 표정이 굳어지자 수현은 단지 여자친구일 수도 있고 또 어떤 이슬애인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은수가 뜻밖에도 그를 그의 안해라고 직설적으로 말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이것은 그녀의 계획과 오히려 매우 큰 차이가 있다. 이 연회를 개최하는 것은 그녀의 생각이다. 그 중 매우 중요한 계획은 바로 은수를 끌어들여 그를 자신의 진영에 가입시키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아버지의 상회 의장 위치가 더욱 견고하고 좋은 점이 많다.그러나 수현과 같은 변수가 하나 더 생겨 모든 것을 장악하는 데 익숙해진 줄리를 받아들이기 어려웠지만 조급해하지 않고 오히려 화목한 미소를 지으며 수현을 데리고 여기저기 돌아다니겠다고 했다.줄리는 연회 전체의 초점 인물이었다. 자신에게 이렇게 잘해 주었는데, 수현은 약간 총애를 받고 놀랐다. 그녀는 은수를 보고 눈빛으로 그의 뜻을 물었다."죄송합니다만, 제 부인은 낯을 가려서 줄리 양을 귀찮게 하지 않습니다." 수현이 낯선 사람과 교제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은수는 직접 그녀를 도와 막았다.그녀의 이런 표현을 보고 줄리는 수현에 대한 인상이 몇 점 낮아졌다. 결국 남자의 안색을 봐야 하는 사화였다. 은수는 뜻밖에도 이런 여자를 좋아했는가?다만, 수현이 원하지 않는 이상 줄리도 무리하기 어려웠다. 은수와 수현의 그 감정이 좋은 모습을 보고 그녀도 마음이 막혀 한쪽으로 가서 샴페인 한 잔을 들었다.생각하던 중 뒤에서 누군가가 다가와 줄리에게 작은 소리로 몇 마디 했다.이 사람은 줄리의 먼 사촌여동생 레이나이다. 이번에 연회가 있다는 것을
레이나의 말은 줄리로 하여금 의심스럽게 눈을 가늘게 뜨게 했다. 이 먼 사촌여동생에 대해 그녀는 더 이상 알 수 없었다. 그녀가 어떤 성격인지 알고도 바로 믿지 않았다."네 말이 사실이야?만약 네가 감히 나를 속인다면, 대가는 네가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레이나는 어색하게 웃었다. 비록 두 사람은 확실히 친척 관계가 있지만, 그녀는 줄리의 눈에는 자신이 하찮은 개미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았다."내가 어떻게 너를 속일 수 있겠니, 사촌 언니, 그렇지 않으면 네가 회사에 가서 그녀의 다른 동료에게 물어봐. 기본적으로 그녀가 아이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 예전에 그녀는 회사를 데리고 간 적이 있어. 그녀의 당초 남자친구에 관해서도 본 사람이 있어."......레이나의 눈을 한참 쳐다보았지만 아무런 허점도 발견하지 못하자 줄리는 그녀의 말을 믿었다."그럼...잠시 후에 나갈 때 네가 알고 있는 소식을 마음대로 말해라."줄리는 눈에 번쩍였다. 비록 중요한 정보를 얻었지만, 그녀는 직접 나서서 레이나가 마음대로 몇 마디 퍼뜨리도록 할 생각은 없었다.이 명원과 도련님들은 보기에는 도량이 당당해 보이지만, 이런 명문가의 비사를 만나면 오히려 하나의 가십과 같다. 그때가 되면 틀림없이 은수를 짝사랑하는 사람이 참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면 좋은 볼거리가 있을 것이다......."알겠어요. 하지만 사촌누나, 저한테도 이득을 좀 줘야 하지 않을까요..."라고 레이나는 손을 비비며 줄리를 기대하며 바라보았다."알았어, 어느 남자가 마음에 드는지, 너무 차이가 나지 않는 한 내가 방법을 생각해 줄게.""사촌 누나 고마워요, 그럼 갈게요."줄리의 보증을 받고 레이나는 즉시 흥분했다. 그녀가 온 목적은 바로 금거북사위를 낚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그녀는 열의가 넘쳤다.연회 구석으로 걸어가자 레이나는 아는 사람 몇 명을 찾아 수현의 가십을 이야기했다.오늘 크게 출세한 수현이 뜻밖에도 이런 신분이라는것을 알고 한 무리의 사람들은 모두 매우 놀라움을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누군가가 너무 인기가 많은 것 같아." 수현은 외면하고 그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수현의 보기 드문 작은 성질을 보고 은수는 화를 내지 않고 오히려 조심스럽게 한쪽에서 케이크를 들고 그녀에게 건네주었다."이 케이크는 맛이 그런대로 괜찮다. 아주 달지 않다. 먹어볼래?"수현은 은수의 그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고 기분이 많이 좋아졌다. 그녀도 원래 한바탕 조롱하고 싶었을 뿐 별로 화가 나지 않았다."네가 눈치를 본 셈이다."수현은 은수가 건네준 케이크를 한입 맛보았는데 확실히 아주 잘했다. 크림의 식감은 아주 매끄럽고 그속에는 작은 알갱이로 자른 과일도 있어 새콤달콤하여 다소 상쾌한 느낌을 더했다."괜찮아." 수현이 고개를 끄덕이자 은수는 입술 모서리를 일으켜 그녀의 입술 모서리에 있는 흰색 크림을 닦았다.옆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때때로 언뜻 다가와 은수가 수현에 대해 이렇게 총애하는 모습을 보고 더욱 가슴이 아팠다.평소에 은수는 늘 그렇게 우뚝 솟은 모습이지만 이 여자를 대할 때는 이렇게 부드럽고 자상하다. 그러나 그녀는 그가 그녀에게 이렇게 잘해 줄 자격이 전혀 없다.성질이 급한 여학생은 정말 더 이상 볼 수 없었다. 앞으로 다가와 수현을 호되게 노려보았다."이 아가씨, 모선생은 너에게 이렇게 잘해 주었지만, 너 같은 사람은 근본적으로 사기꾼이다. 나는 사람이 여전히 자신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수현은 케이크를 먹으면서 잠시 후에 떠날수 있을가 하는 생각을 하다가 갑자기 다른 사람에게 비난을 받아 온 얼굴이 망연자실했다.이 여자 아이, 그녀는 전혀 모른다. 그녀가 한 이 말들은 수현도 전혀 알아들을 수 없다.그러므로 수현은 화를 내지 않고 오히려 호의적으로 일깨워주었다."이 아가씨, 당신이 무엇을 잘못 알았는지, 혹은 사람을 잘못 보았는지, 나는 당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모르세요?" 수현의 무고한 모습을 보고 여자는 화가 났다.그녀는 자신의 약혼자를 빼앗아 갔던 녹차녀도 그
차수현의 안색이 안 좋은 것을 본 여자는 켕겨서 그런 것이 생각하고 의기양양하게 입을 열었다.“그것 봐, 나한테 들키니 켕겨서 그러지? 한 마디 반박도 못하는 것 좀…….”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 찬 바람을 일으키며 다가온 온은수가 여자의 볼을 사정없이 움켜잡았다.온은수의 강한 손아귀에 볼이 잡힌 여자는 그저 뼈가 바스러져 산산조각 나는 감각만 느껴질 뿐, 한 마디도 나오지 않았다.온은수가 얼음처럼 차가운 눈으로 위협했다.“죽고 싶지 않으면 그 입을 다물어. 그 더러운 말 한 마디라도 내 귀에 다시 들릴 땐, 지옥이 뭔 지 알게 될 거야.”말을 끝낸 온은수가 한 번의 동작으로 손을 떨쳤다. 비틀거리며 두어 걸음 뒤로 물러난 여자가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새하얀 피부 위에 새겨진 시뻘건 손가락 자국은 보기만 해도 끔찍했다.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이 일을 알게 된 온은수가 분노하며 차수현을 쫓아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렇게 앞뒤 가리지도 않고 심지어 여성에게 손을 대다니, 온은수에 대한 인상이 순식간에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남자 밝히는 여자를 인수받았으면 즉시 헤어져서 단절을 해야지 오히려 감싸고 돌다니, 정말 남자들의 수치다.그리고 여색 때문에 판단력을 상실한 사람이 큰 기업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을까?MS 그룹과의 합작을 원하던 많은 곳에서 발을 뺐다.슬픈 기억에서 정신을 차린 수현은 그제야 자신과 온은수를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주변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온은수도 들리는 말처럼 그리 대단하진 않네. 여자 때문에, 저 지경까지?][영웅도 미인계는 못 벗어난다고 하잖아. 그런데 이런 사람과 합작하게 되면 말이야. 좀 성실하지 못할 것 같은데. 만일 어떤 여자한테 속아 넘어가기라도 해 봐, 끝장이지.][내 생각에도…….]온은수가 마음먹고 합작한 상대가 그의 품행과 능력을 의심하기 시작했다는 말을 들은 수현은 마음이 조급해졌다.온은수를 수행해서 이번 만찬장에 오기까지 그토록 노력했건만. 그의 위신을 세워주고 싶었다. 적어
“예전에 같은 회사를 다녔어요. 매일 부딪치는데 어떻게 모르겠어요? 그리고, 내 기억에 예전 차수현 옆에 있던 남자는 다른 사람이었다고, 네댓 살 된 아이가 있다고 얘기했을 뿐이에요. 물론 모두 내 두 눈으로 직접 본 것들이에요.”이 말을 듣고도 온은수는 아무런 내색을 하지 않았다.“아? 동료로서 또 직접 봤다고 하니, 그럼 그 증거들 좀 찾아줄 수 있습니까?”레이나는 다소 난처한 마음이었지만, 또 천재일우의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 휴대전화에는 없지만, 전화해서 알아볼 수는 있어요.”온은수가 제지하지 않자, 레이나는 곧장 주리에게 전화를 걸었다.위층에 있던 주리는 잠시 생각했다. ‘온은수의 태도로 볼 때 진상을 밝히려는 것 같은데, 그렇다면 그를 돕는 게 나을 테지.’주리는 바로 사람을 시켜 차수현에게 아이가 있는지 알아보게 했다. 그리고 찾는 즉시 사진을 레이나에게 전송하게 했다. 이 틈에 레이나가 차수현을 완전히 제거하게 말이다.주리가 부리는 이는 일 처리가 항상 신속 정확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차유담의 사진을 찾아 곧장 레이나의 휴대폰으로 전송했다.차수현과 차유담의 사진을 확인한 레이나가 사람들 앞에 내보였다.“보세요, 차수현과 아이 사진이에요.”레이나의 휴대전화를 가져간 온은수는 확실히 유담의 사진임을 확인했다. 하지만 복사된 듯해 보이는 사진은 그다지 선명하지 않았다. 이 멍청한 여자는 유담의 얼굴을 자세히 본 적도 없으면서 감히 유언비어를 날조한 것이다.곧장 컴퓨터를 구해 오게 한 온은수는 사진을 모니터에 띄웠다. 또 해킹 기술을 이용해서 썩 선명하지 않던 본래의 사진을 몇 배로 확대시켰다.최첨단 영상복제 처리 과정을 거친 사진은 비할 데 없이 선명해졌다. 유담의 얼굴을 본 사람들은 저절로 온은수의 얼굴과 비교했다.결과는…….‘이 아이는 온은수의 축소판이 아닌가?’불쑥 무언가를 떠올린 주리가 서둘러 제지하려 했지만, 2층에 있는 그녀로서는 이미 늦었다.온은수가 조롱의 빛이 어린 얼굴로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어 수군거리면서 질책을 하자 억울했던 레이나는 참다 못해 울먹거리는 눈빛으로 저 멀리에서 강 건너 불 구경하던 주리를 바라보았다.이때 은수 또한 자기도 모르게 그녀의 시선을 따라갔다.그러자 은수와 주리 둘은 순간 눈이 마주쳤다.주리는 갑자기 화가 치밀어올라 속으로 레이나를 욕하기 시작했다. 정말 바보가 따로 없지, 어떻게 이 상황에서 날 물에 빠뜨릴 생각을 해? 멍청하기 그지 없는 저 여자 말을 믿지 말았어야 했어.주리는 무표정한 얼굴로 은수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천천히 걸어왔다.비록 주위는 엄청 떠들썩하고 시끄러웠지만, 주리는 전혀 신경 쓰지도 않았고 여전히 우아한 품위를 유지했다.그런 주리가 나타나자 사람들은 천천히 입을 다물었다.한편 레이나는 회의장에 도착하자마자 자신이 바로 주리의 사촌 여동생이라는 각별한 관계를 동네방네 소문을 내고 다녔다. 아니면 아예 이름이 알려지지도 않은 신분의 그녀를 그 누구도 상대하지 않았을 것이다.그리하여 사람들은 다들 주리가 직접 이 얘기를 꺼내기를 바랬다.이때 주리는 레이나를 흘깃 보았다. "이 친구는 저의 먼 사촌 여동생이긴 해요. 여기에 와서 세상을 좀 알아가라고 좋은 마음으로 제가 데리고 왔는데 여기서 이렇게 큰 소동을 일으킬 줄은 저도 몰랐네요. 여기 계신 모든 분들은 제 성격에 대해서 잘 아시잖아요. 이번 일에 대해서 함부로 소문을 퍼뜨리는 분이 계신다면 저 절대 가만 안있을겁니다. 얼른 누가 와서 얘 좀 끌어내!”더이상 레이나에게 아무런 감정이 없던 그녀는, 레이나를 보호하기 위해서 자신의 이미지가 망가지는 것을 용납할 수가 없었다. 그러자 레이나는 눈을 부릅뜬 채 크게 놀랐다. 대체 왜 이렇게 무자비한거야, 혹시 온은수 그 남자를 도와주기 위해서 이러는건가? 근데 왜 굳이 이렇게까지 하는거냐고. ......레이나가 반박할 새도 없이 몇 명의 건장한 경호원이 앞으로 나가 레이나를 쫓아내려 했다. 주리의 단호한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던 레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