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담은 멈칫하다 그제야 자신이 무의식적으로 은수를 아빠라고 불렀다는 것을 깨달았다.전에도 그렇게 불렀지만, 그때의 은수는 혼수상태에 빠져 듣지 못했기 때문에 유담도 별 느낌이 없었다.지금 은수가 이렇게 묻자 유담은 그의 기뻐하는 표정을 보고 얼굴이 갑자기 붉어졌다."방...... 방금 내가 말을 잘못했어요! 맞아요, 실수일 뿐이에요......"은수는 유담이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모습을 보고 웃음이 절로 나왔다. 이 녀석은 확실히 수현의 아이였다. 툭하면 부끄러워하는 성격은 정말 그의 엄마를 쏙 빼닮았다."괜찮아, 난 이미 들었어, 유담아, 날 한 번만이라도 아빠라고 불러줘서 고마워."은수는 손을 내밀어 녀석의 머리를 만졌다. 그는 유담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는데, 그가 자신을 아버지라고 부르기를 원한다는 것은 아마도 그의 마음속에서 이미 자신을 인정했다는 것을 설명한다.유담이가 아직 인정하지 않더라도 은수는 자신의 모든 노력이 가치가 있다고 느꼈고 심지어 등에 있는 상처조차도 그렇게 아프지 않았다.은수의 큰 손이 자신의 머리를 만지자 유담은 비록 남자의 손은 따뜻해서 엄마의 부드러움과는 다르지만 사람으로 하여금 안심하고 그에게 의지하고 싶은 느낌이 들게 했다.어쩌면 이런 사람이 그들의 생활에 나타나는 것도 나쁜 일이 아닐 수도……유담은 엉뚱한 생각을 하다가 곧바로 또 힘껏 고개를 저었다. ‘안 돼. 은서 아빠가 떠난 지 얼마 됐다고. 만약 내가 이렇게 빨리 그를 잊고 이 사람을 아빠라고 부른다면 양심이 너무 없는 거잖아.’생각하다 유담은 침대에서 뛰어내려 은수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고개를 들어 수현을 바라보았다."엄마, 우리 집에 가요. 외할머니 쪽은 내가 핑계를 대서 잠시 이 일을 모르지만, 계속 돌아가지 않으면 의심할 거예요."수현은 이 말을 듣고 눈살을 찌푸렸다. 하긴, 자신의 엄마는 은수의 존재에 대해 매우 큰 거부감을 느꼈고, 만약 자신이 또 이 남자와 얽히고설킨 것을 알게 된다면 그녀는 틀림없이 화를 낼 것이다.혜정은
온 사람은 다름 아닌 온혜정이었다.은수는 멍해졌다. 수현이 온가네로 시집간 후, 그때의 그는 그녀의 가족에게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혜정을 방문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수현이 “죽었을” 때, 은수는 그녀에게 보상할 생각을 했지만 혜정에게 직접 쫓겨났다.혜정은 그를 매우 적대시했고, 은수도 줄곧 알고 있었다. 그러므로 그도 그녀를 불쾌하게 하지 않도록 웬만하면 그녀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다만 뜻밖에도 오늘 그녀가 주동적으로 찾아왔다니.윤찬은 혜정을 보고 다소 놀라더니 인차 은수를 바라보았다."도련님, 제가 먼저......"은수의 상처가 그렇게 심한데, 혜정의 표정을 보니 병문안 하러 온 것 같진 않았다. 그는 결코 이런 자질구레한 일로 자신의 도련님의 감정을 소모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아니야, 너 먼저 나가." 은수는 눈살을 찌푸리며 윤찬을 내보냈다.그는 윤찬의 생각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어떤 일은 줄곧 도피해도 소용이 없었기에 당당하게 수현과 함께 하려면 이 고비를 반드시 넘어야 했다.그러므로 언제든 상관없었기에 지금이 가장 좋은 타이밍이었다.윤찬은 잠시 망설이다가 말없이 떠났다.방안에는 은수와 혜정 두 사람만 남았다.혜정은 담담하게 은수를 바라보았다. 비록 앞에 있는 남자는 천만 명을 거닐고 있는 온씨 그룹 대표님이었지만, 그녀는 조금도 겁을 먹지 않고 매우 침착하고 담담해 보였다.어제 유담이 집에 돌아온 뒤 비록 합리해 보이는 이유를 말했지만 혜정은 여전히 의심을 했다. 녀석의 옷은 외출하기 전의 옷과 비슷하지만 디테일이 달랐기 때문이다.만약 수현이 경찰서에 조사를 협조하러 갔다면 유담이는 왜 새 옷으로 갈아입었을까?혜정은 마음속에 의심이 생겼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오늘 아침 유담이 학교에 가겠다고 하자 그녀는 그의 뒤를 따랐다.아니나 다를까, 녀석은 스쿨버스가 한 골목 거리에 도착했을 때, 차에서 내렸고, 또 즉시 그녀가 본 적이 없는 고급차에 올라탔다.혜정은 얼른 택시 기사더러 따라가라고 했고, 결국 이 병원에 도착했다
"......."은수는 한동안 말문이 막혔다.혜정의 말이 맞았다. 그는 확실히 수현을 다치게 했고, 그녀가 다친 이유는 결국 그가 도리스의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아 무고하게 연루되었기 때문이다.이 일은 그의 마음속의 가시이기도 했다."대답하지 않으면 묵인하는 걸로 할게요." 혜정은 그의 표정을 보고 또 어떻게 자신이 이 모든 것을 알아맞혔는지를 모르겠는가. 그녀의 눈빛은 더욱 차가워졌다."자네는 자네의 존재가 그들 모자에게 위험을 가져다준다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 이렇게 무책임하게 그들에게 접근하다니. 수현과 유담은 자네에게 약간의 감정이 있을지도 모으지만 나는 그들과 달라요. 온은수 씨, 정식으로 저네에게 경고하죠. 만약 자네가 계속 이렇게 매달리려 한다면, 나는 이 목숨을 걸고서라도 막을 거예요!"은수는 이 말을 듣고 마음이 덜컹 내려앉았고, 혜정의 그 원망하는 눈빛을 보더니 갑자기 몸 둘 바를 몰랐다.혜정은 말을 다 한 다음 더는 그와 마주하고 싶지 않아 몸을 돌려 떠나려고 했다.은수는 즉시 마음이 급해졌다. 그는 만약 혜정이 죽음으로 몰아붙인다면 아마도…… 수현도 그를 포기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또 어찌 달가워할 수 있겠는가?그래서 은수는 얼른 침대에서 내려 혜정의 팔을 잡았다."어머님, 죄송합니다. 예전의 일은 확실히 모두 제 잘못이에요. 하지만, 어쨌든 저는 최선을 다해 그들을 보호할 거예요. 앞으로 다신 이런 상황이 없을..."은수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혜정은 화가 나서 그를 뿌리쳤다. 그녀는 이 남자와 정말 할 말이 없었다.다만, 그녀가 이렇게 밀자 원래 그녀를 급하게 붙잡으려 했던 은수는 똑바로 서지 못했기에 비틀거리며 몇 걸음 뒤로 물러나더니 뒤의 탁자에 부딪혔다."으윽-"은수는 냉기를 한 모금 들이마시며 아파서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혜정은 은수가 고의로 불쌍한 척하고 있는 줄 알고 그를 비웃으려 했다. 그러나 고개를 숙이자 남자 등에 감은 붕대가 피에 흠뻑 젖은 것을 보았고, 그녀처럼
수현은 유담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온 뒤 혜정이 없는 것을 발견하고 두 사람은 서로 눈을 마주쳤다.수현은 왠지 불길한 예감이 들어 얼른 간병인에게 물었다."우리 엄마 어디 갔어요, 나가기 전에 말했나요?""저도 잘 모르겠어요, 물건 사러 나가지 않았을까요?"수현은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수현은 생각하다 직접 주방에 들어가 잠시 후 은수에게 어떤 음식을 가져다줘야 할지 고민했다.‘그 남자는 그렇게 심하게 다쳤으니 담백한 음식만 먹어야겠지?’수현을 죽을 좀 끓이려고 쌀을 씻으러 갔는데, 이렇게 움직이니 그녀 자신의 상처도 덩달아 무척 아팠다.수현은 그제야 자신의 어깨에도 상처가 있다는 것을 기억했다. 비록 행동에 영향을 주지 않지만 스스로 요리하려 한다면 아마 불가능할 것이다.수현은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대체 얼마나 멍청하길래 뜻밖에도 자신이 다친 일까지 잊어버렸을까? 아마도 줄곧 은수의 부상을 염려했기 때문일 것이다....상황이 이렇게 되니 수현도 미련하게 계속 요리하려 하지 않았고, 평소에 자주 가던 레스토랑에 가서 사장님더러 음식 좀 만들어 달라고 부탁하려 했다.수현이 손을 깨끗이 씻고 나가자 혜정도 마침 돌아왔다. 그녀의 두 손이 텅 빈 채 생각에 잠긴 모습을 보고 수현은 마음이 조여들었지만 여전히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걸어갔다."엄마, 돌아왔어요? 방금 어디 갔어요?"혜정은 정신을 차리고 수현을 쳐다보았다."이건 내가 너에게 묻는 게 맞겠지? 수현아, 너 어제 어디 갔었어?"수현은 제 발이 저렸지만 여전히 유담이 어제 한 말에 따라 설명했다."어... 어제 전에 회사 쪽에 상황이 좀 생겨서....""더 이상 날 속이려 하지 마, 나 방금, 이미 병원에 가서 온은수 씨 봤어. 넌 내가 정말 그렇게 멍청하게 그 졸렬한 핑계에 속아 넘어갈 줄 알았어?"수현은 갑자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고 혜정의 평온한 표정을 보고 마음속으로 더욱 당황했다. 만약 혜정이 화를 낸다면 오히려 정상이었다. 필
이렇게 생각하자 혜정도 한숨을 내쉬었다."됐어, 네 일은 네가 알아서 해. 하지만 자신을 잘 보호해야 돼. 엄마도 이제 나이가 많아서 네가 다치는 거 보고 싶지 않아."수현은 다소 의외였다. 그녀는 혜정이 갑자기 이런 말을 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어쨌든 한차례 모녀간의 충돌을 면할 수 있어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고마워요, 엄마."혜정은 손을 흔들며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혼자 방으로 돌아갔다. 다만 그녀의 뒷모습은 약간 씁쓸해 보여 수현은 이유 없이 마음이 짠했다.유담은 옆에서 발생한 모든 것을 지켜보다 다가가서 수현의 손을 잡았다."엄마, 외할머니는 내가 보고 있을 테니까 괜찮을 거예요. 빨리 가서 할 일 해요."수현은 정신을 차리고 녀석의 지지하는 표정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수현은 바로 평소에 자주 가던 그 레스토랑에 전화를 걸어 음식을 예약한 다음 인차 떠났다.레스토랑에 도착한 다음, 잠시 기다렸다가 사장님은 다 만든 음식을 포장하여 수현에게 건네주었다. 여기의 셰프는 모두 한국 사람이라 만든 음식도 한국인의 입맛에 잘 맞았다.수현은 확인해 보니 모두 은수와 같은 상처를 입은 사람에게 아주 적합한 무척 담백한 음식인 것을 보고 재빨리 계산한 다음 은수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수현은 마음이 초조했지만 도로 상황은 별로 좋지 않았다. 마침 출근 시간인데다 하필 병원에 가는 그 길은 또 좀 막혔다. 그녀가 병원에 도착할 때, 시간은 이미 한 시간 뒤였다.수현이 병원 복도에 나타난 순간, 밖에서 지키고 있던 윤찬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비록 그들 사이에 무슨 약속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방금 은수의 그 참혹한 상처를 생각하니 만약 수현이 그를 보러 오지 않는다면, 윤찬은 정말 자신의 보스가 불쌍하다고 느낄 것이다.다행히 수현은 왔다.수현은 별다른 생각하지 않고 윤찬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황급히 방으로 들어갔다.문을 열자 방안은 매우 조용했고 코를 찌르는 소독수 냄새에 수현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나 그녀는
수현은 잠시 침묵했다."우리 엄마 왔었죠? 혹시...... 당신에게 무슨 듣기 싫은 말 했어요? 만약 그랬다면 내가 우리 엄마 대신해서 사과할게요."은수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혜정은 수현의 어머니였기에 그에게 있어서 그녀가 무슨 말을 하든 그녀가 자신을 한바탕 호되게 욕하더라도 그는 참을 수 있었다."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참, 당신이 돌아간 후에 두 사람 말다툼하지 않았어?" 은수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결코 자신 때문에 수현이 혜정과 싸우게 하고 싶지 않았다."아니요." 수현은 고개를 저으며 사실대로 대답했다."엄마는 나 스스로 내 일을 결정하라고 하셨어요."은수는 의아함을 느꼈다. 그는 원래 만약 혜정이 마음을 굳게 먹고 수현과 그를 갈라놓고, 심지어 죽음으로 수현을 몰아붙인다면 수현도 그대로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었다.뜻밖에도 혜정은 그에게 약간의 여지를 남겼다.설마, 그에게 아직 희망이 있는 건 아니겠지?여기까지 생각하자 은수는 눈빛이 밝아졌다. 그는 심지어 자신의 상처를 깜빡하고 일어나서 앉으려 했다.그 결과, 그는 아파서 표정이 일그러져 침대에서 떨어질 뻔했다.수현은 재빨리 그를 부축하여 다시 침대로 눕혔다."당신 좀 가만히 있을 순 없어요? 자꾸 이렇게 움직이지 마요. 당신 설마 평생 이 상처를 안고 살아갈 거예요?""미안, 그냥 어머님 마음속에서, 나의 이미지가 마침내 좀 바뀐 것 같아서, 좀 흥분했어."은수는 침대에 얌전히 누워 목소리에는 약간의 기쁨을 띠고 있었다.설사 그가 수현에게 계속 매달려 그녀의 마음을 바꿀 신심이 있다 하더라도, 만약 그녀의 가족의 축복을 받지 못한다면, 이 일은 여전히 어려울 것이다. 지금 마침내 일말의 희망을 보았으니 그는 또 어떻게 격동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수현은 순간 이 남자의 엉뚱한 생각에 어이가 없었다. 자신이 지금 무슨 꼴인데 아직도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니.다만, 그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은수의 웃는 얼굴을 보고 수현은 차마 말을 할 수 없었다.
수현은 은수의 불쌍한 척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가 이미 전에 이런 수단을 쓰지 않았다면 그녀는 정말 순순히 그의 표정에 속았을 것이다……그러나 자꾸 이 남자에게 당한다면 너무 재미가 없고 그녀도 무척 바보 같을 것이다. 수현은 실눈을 뜨더니 좋은 방법이 생각났다."알았어요."은수는 수현이 이렇게 흔쾌히 대답하는 것을 보고 천천히 침대에서 일어났다. 수현이 자신에게 밥을 먹여줄 것이라고 생각했을 때, 앞에 있던 여자는 갑자기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수현은 문어귀로 걸어가 윤찬을 바라보았다."윤 비서님, 좀 도와주셔야 할 것 같아요."윤찬은 이 말을 듣자마자 또다시 걱정하기 시작했다, 설마 은수의 상처에 또 무슨 문제가 생긴 것일까?윤찬은 서둘러 수현을 따라 병실로 들어갔다.수현은 탁자 위에 놓여 있는 국을 가리키며 말했다."윤 비서님, 당신의 도련님한테 국 좀 먹여 줘요. 난 어깨 다쳐서 행동이 불편하니 그에게 음식을 먹일 수가 없어서요."윤찬은 눈을 부릅뜨고 은수를 바라보더니 할 말을 잃었다.그는 또 무슨 일 생긴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수현이 그를 불러 은수에게 음식을 먹이라 하다니."윤 비서님, 당신은 무척 똑똑하니까 꼭 잘할 수 있을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내가 가르쳐 줄게요. 그냥 아 하고 온은수 씨더러 입을 벌리라고 한 다음 음식을 순순히 먹으라고 하면 돼요."수현은 무슨 일이든 항상 여유가 있는 두 남자가 지금 난처한 표정을 지은 것을 보며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다.그리고 수현의 말에 은수는 이마에 핏줄이 뛰기 시작했다.‘이 여자, 지금 날 지능 지수가 낮은 아이로 보는 건가?’윤찬더러 이렇게 자신을 먹이라니, 그는 또 어떻게 먹을 수 있겠는가?윤찬도 안색이 변했다. 만약 은수를 위해 생사를 넘나들게 한다면, 그는 아마 눈도 깜빡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수현이 말한 은수에게 밥을 먹여 주는 그 장면을 생각하니 그는 소름이 쫙 끼쳤다. 너무 징그러웠다....은수는 윤찬의 그 싫어하는 표정을 보고 안색이 더욱
수현은 얼굴에 미소가 서서히 옅어졌다. 은수는 그녀의 표정이 이상한 것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왜 그래, 수현아......"방금 그녀는 분명히 환하게 웃고 있었는데, 지금은 갑자기 또 다른 표정으로 변했고, 눈동자에는 은근히 실의감이 묻어났다. 이렇게 갑작스러운 정서 변화는 그로 하여금 이상하다고 생각했다."아무것도 아니에요."수현은 고개를 저었다."당신 빨리 먹어요. 자꾸 굶으면 위에 좋지 않아요."은수는 수현을 한참 쳐다보았지만 그녀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고 그저 정신을 딴 데 팔고 있는 것 같았다.은수의 마음은 갑자기 초조해졌다. 그는 이런 수현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 분명히 자신의 앞에 서 있지만 그녀의 마음은 이미 딴 데에 있었다.잠시 후 수현은 젓가락을 움직이지 않는 은수를 바라보며 물었다."입맛에 안 맞아요? 아니면 그냥 윤 비서님더러 가서 다른 거 좀 사달라고 할게요."말하면서 수현은 식기를 거두었고, 은수는 그제야 눈을 드리우며 말했다."아니야.»은수는 한 모금 마셨는데, 맛은 사실 아주 괜찮았다. 담백하고 맛있는 데다 온도도 적합했다. 아마 셰프도 열심히 만들었을 것이다. 다만, 은수는 음식을 음미할 마음이 없었다.두 사람은 이렇게 말없이 있었고, 수현은 은수가 음식을 다 먹은 것을 보고 일어나 치우려고 했다. 은수는 얼른 그녀를 막았다."당신이 할 필요 없어. 다른 사람이 와서 치우면 돼."수현은 고개를 끄덕였고, 잠시 후 윤찬은 사람을 불러 음식 포장함을 치웠다.방안은 즉시 깔끔하고 깨끗해졌지만 수현은 오히려 왠지 심란했다. 아마도 방금 머릿속에 은서의 그림자가 스쳐 지나가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지만 지금, 그녀는 아무리 해도 그를 지울 수 없었다.생각하다 수현은 일어섰다."갑자기 우리 집에 아직 처리해야 할 일이 좀 있다는 거 생각났네요. 나 잠시 돌아가고 싶은데, 그래도 될까요?"수현의 말투는 그다지 확실하지 못했다. 필경 그녀는 전에 은수를 잘 돌보겠다고 약속했으니 만약 이 남자가 동의하지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