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해보면 윤진이 그의 딸보다 훨씬 괜찮았다.반크는 무기력하게 웃었다."티몬 그룹에서 윤티파니 아가씨를 보냈으니 그들의 목적도 우리와 같은 것 같아.""보아하니 그들도 케이트의 공급원 루트를 얻으러 온 것이네요."강성연은 눈썹을 치켜 올리며 이렇게 말하자 반크는 조금 걱정되었다."케이트가 어떤 조건을 부를 지 모르겠어. 아마 150억으로도 부족할 것 같아."탄자나이트 공급원 루트를 얻는 것만 하여도 아마 150억이 들 것이다.결국 케이트 주얼리만 유일하게 BM과 시장 합작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해외 수입 루트를 독점하는 것에 많은 자금을 들였었다.그들이 거의 한 시간 정도 기다렸을 때에서야 직원이 문 앞에 나타났다."몹시 죄송하지만 저의 대표님께서 말씀하시길 당신들의 스튜디오는 아직 상장하지 않았고, 능력이 어떤지 알 수 없기에 스튜디오 사업이 안정된 후 다시 합작하러 오라고 하셨습니다."반크는 자리에서 일어섰다."남여진 부인께서 그렇게 말씀하셨나?"직원은 난처한 얼굴로 말했다."반크 선생님, 저희는 그저 대표님의 뜻을 전달할 뿐입니다."강성연은 담담하게 자리에 앉아있었고 고개도 돌리지 않았다."남여진 부인께서 어떤 조건을 부르셨지요?"직원은 머뭇거리다가 이렇게 말했다."조건 문제가 아니라 당신들의 스튜디오가 아직 불안정하기 때문입니다. 어디까지나 저희 대표님은 후기 합작 능력도 고려하셔야 하거든요."강성연은 눈을 내리깔더니 천천히 직원 쪽으로 걸어갔다."알겠어요. 다음에 왔을 때 남여진 부인께서 약속을 지켜주셨으면 해요. 저희를 이렇게 오랫동안 기다리게 하지도 마시고요."그녀는 빙긋 웃으면서 반크와 함께 귀빈실에서 나왔다.공교롭게도 맞은편에서 윤티파니가 걸어오고 있었다. 윤티파니는 그들의 약속이 거절된 것을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제가 말했잖아요. 당신들처럼 이름도 없는 작은 회사는 거짓말로 들어온 것이라고. 케이트가 당신들을 접대한 것만으로도 영광으로 생각하세요. 합작하는 건 상상하지도 마요."강
그들은 사단을 일으키지 않았고 아무 짓도 하지 않았으며 그저 상장하지 못한 회사일 뿐이었다. 그들을 쫓아버린다면 그들에게 케이트가 새 회사를 안중에 두지 않는다는 화제를 만들 기회를 주는 게 아니겠는가?"그들이 기다리겠다고 하면 기다리게 내버려둬."한 시간 후 여직원이 다시 보고했지만 남여진 노부인은 여전히 거들떠보지 않았다.오후가 되었을 때 여직원이 다시 보고했다. 그녀도 그들의 의지력에 굴복한 것 같았다."그들은 아직도 떠나지 않았고 배달음식까지 시켰습니다. 아마 저녁까지 있을 것 같습니다."그들은 굳건하게 앉아있었지만 남여진 부인은 안절부절 못했다.그녀는 휠체어를 돌렸다."내가 가봐야겠다."그녀가 새 회사 직원의 의지력을 좀 낮잡아본 것이었다. 아마 그래서인지 남여진은 좀 호기심이 생겼다.그녀는 아직 상장도 하지 않은 새 회사가 어떤 뱃심이 있길래 이렇게 자신만만한지 궁금했다!"저 사람들은 정말 뻔뻔해. 대표님이 만나주지 않으니 이곳에 드러누워있잖아.""만약 나라면 부끄러워서 못 있을 것 같아.""배달음식까지 시켰어. 케이트를 정말 자신의 집이라고 생각하나 봐."직원 몇 명은 귀빈실을 지나가다가 안의 광경을 보고 모두 귓속말을 하면서 웃었다.하지만 강성연은 조금도 개의치 않고 일회용 비닐장갑으로 치킨을 뜯고 있었다. 귀빈실은 향긋한 치킨 냄새로 가득 찼다.그녀는 콜라를 들고 한 모금 마셨다.치킨에 콜라는 정말 천상궁합이야!여직원은 남여진 노부인의 휠체어를 밀면서 귀빈실 쪽으로 왔다. 그녀들이 문 앞에 이르렀을 때부터 치킨 향기가 스며 나왔다.안쪽을 보니 소파에 앉은 젊은 여자가 신나게 치킨을 뜯고 있었다.문 밖을 본 반크는 깜짝 놀랐고 일회용 비닐 장갑을 벗지도 못하고 일어섰다.강성연은 고개를 돌리더니 침착하게 비닐 장갑을 벗었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방긋 웃었다."노부인, 안녕하세요."남여진 노부인은 입을 열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반크를 보며 물었다."Soul은 자네의 회사였나?" 반크는
그녀는 말을 마친 후 남여진 노부인 앞에 다가와 쪼그려 앉았다. 그녀는 고개를 들더니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노부인 명의의 케이트 그룹은 탄자나이트를 가장 최고로 뽑고 있습니다. 노부인께서도 저처럼 탄자나이트가 발휘할 공간이 있다고 여겨 그러신 것이 아닙니까?""Z국 주얼리 시장에서 탄자나이트로 가공한 주얼리가 너무 적습니다. 아주 많은 젊은이들이 탄자나이트의 매력을 알 기회가 없지요. 만일 탄자나이트가 매장된다면 그의 존재 가치도 의미가 없는 것입니다."남여진은 눈앞에 간곡한 표정을 지은 젊은 아가씨를 바라 보았다. 여태껏 그녀를 찾아와 탄자나이트 합작 루트를 요구한 사람이 없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 사람들은 탄자나이트의 매력이 아닌 그 희귀 정도를 중요하게 생각했다.탄자나이트의 채굴은 기한이 있었고 몇 십 년이 지나면 전 세계 어디에서도 탄자나이트를 찾지 못할 것이다. 때가 되면 탄자나이트의 소장 가치는 지금의 사파이어보다 높을 것이다.상품은 흔치 않을수록 비싼 법이었다. 또한 남여진은 귀한 물건을 의미없는 일에 낭비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을 내걸었던 것이다.하지만 이 젊은 아가씨는 탄자나이트에 집착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탄자나이트의 매력도 알고 있었다. 그녀의 말처럼 많은 젊은이들은 탄자나이트의 아름다움을 모르고 있었으며 사파이어와 별다른 차이가 없다고 여기고 있었다. 만일 이런 보석이 매몰된다면 탄자나이트의 존재 가치는 확실히 의미가 없는 것이다.그녀는 깊은 숨을 들이쉰 후 이렇게 말했다."젊은 아가씨가 설득을 잘하는군. 그러나 한 가지는 날 설득하지 못했어.""?"남여진 노부인은 엄숙하게 말했다."내가 너에게 탄자나이트를 준다 하여도 네가 그들이 존재하는 의미가 무엇인지 보여줄 수 있을까?"강성연은 빙긋 웃었다."제가 일년 안에 탄자나이트를 패션 주얼리 업계의 탑 클라스로 만들면 의미가 있는 것이잖아요.""정말 패기가 대단하구나. 나도 감히 그들을 패션 주얼리 업계의 탑 클라스로 만들겠
그 얼굴은 이상할 정도로 준수했다.하지만 이건 꼭 그녀의 착각일 것이지!반지훈은 고개를 들고 그녀를 바라 보았다."돌아왔어?"그녀는 시선을 거둔 후 계약서를 들고 들어갔다."반 대표님은 이렇게 한가한가요?""당신이 케이트 주얼리에서 한참 시간을 들여서야 남여진 노부인을 만났다고?""반 대표님, 설마 저에게 CCTV를 달아둔 게 아닌가요?"강성연은 자신의 옷을 살펴보았다. 그는 꼭 CCTV를 달아두었을 것이야!반지훈은 입술을 꾹 다물더니 천천히 일어서서 그녀에게 걸어갔다."왜 TG 소속 주얼리 회사라고 말하지 않았어?"새 회사가 케이트 주얼리를 찾아가면 불가피하게 면박을 당하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상대방은 그들의 실력을 잘 모르기에 쉽게 응답할 수 없었다.하지만 TG 소속 주얼리 회사라고 한다면 케이트는 한 번 생각해볼 것이다. 왜냐하면 재력이 든든하니 케이트가 내놓은 조건은 다른 회사가 감당하기에는 어려워도 반지훈은 아마 눈도 깜빡 하지 않을 것이다.강성연은 계약서를 탁자 위에 놓은 후 탁자에 조금 기대며 말했다."제가 왜 TG 소속이라고 말해야 하죠?"반지훈은 손으로 탁자를 지탱하면서 그녀를 포위했다."당신은 내가 그렇게 부끄러워?"그가 말하기 부끄러운 사람이 되는 날도 있다니?강성연은 손가락을 들고 그의 어깨를 밀쳤다."부끄러운 게 아니라 너무 남의 눈에 띄어요."반지훈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강성연은 멈칫했다가 무의식적으로 손을 뿌리치려 했지만 반지훈은 더 꽉 잡았다.반지훈의 시선이 그녀의 입술로 내려가자 강성연은 눈치채고 그가 몸을 숙일 때 손으로 그의 입술을 막았다."이곳은 사무실이에요, 함부로 하면 안돼요!"반지훈은 눈을 가늘게 뜨더니 눈에서 묘한 빛이 스쳐 지나갔다.강성연은 손바닥에서 별안간 느껴지는 따뜻하고 축축한 느낌에 화들짝 놀랐다. 그녀는 재빨리 손을 거두면서 놀란 표정으로 그를 바라 보았다."변태!"이 빌어먹을 놈이!글쎄......"다시 한 번 말해봐."반지훈은 그녀가 놀라움과 부끄러움
강성연은 심플한 옷으로 갈아입었다.흰색의 와이넥 랜턴슬리브 셔츠에 베이지색 하이웨이스트 와이드 팬츠, 허리에 둘러진 리본은 왼쪽켠에 자연스럽게 늘어뜨려져 있어 심플하지만 패셔너블했다.종업원은 그들을 데리고 룸으로 향했고 문밖에는 두 명의 검은색 양복을 입은 경호원이 그곳을 지키고 있었다.“반지훈씨.”검은색 양복을 입은 경호원은 반지훈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더니 문을 열어줬다.아름다운 인테리어와 함께 테이블 앞에 위엄 넘치는 모습으로 앉아있는 50대 남성이 보였다.사람을 압도하는 그의 기세를 보니 역시나 반지훈의 아버지다웠다.하지만 반씨 집안처럼 대단한 집안은 며느리에 대한 요구가 높을지도 몰랐다.적어도 황실의 딸이나 재벌 집 딸 정도는 돼야 허락할 듯했다.반지훈은 강성연의 허리에 손을 두르고 그녀와 함께 그의 앞에 섰다.“아버지, 아버지 며느리 데려왔어요.”“???”반지훈의 아버지가 자신을 바라보자 강성연은 백을 들고 있던 손에 은근히 힘이 들어갔다. 하지만 그녀는 최대한 침착해 보이려 애썼다.“안녕하세요, 아저씨.”반지훈의 아버지가 만족할지 말지는 중요하지 않았다.그녀는 반지훈과 결혼해서 반씨 집안의 며느리가 되려는 생각은 전혀 없었고 오히려 반지훈의 아버지가 그녀를 못마땅하게 여겼으면 했다.만약 그가 몇십억을 주면서 자기 아들을 떠나라고 한다면 아주 흔쾌히 돈을 받고 떠날 것이다.반지훈의 아버지는 손을 내저었다.“앉거라. 그렇게 긴장하지 않아도 된다.”강성연은 자리를 찾아 앉았고 반지훈의 아버지는 그녀를 보며 말했다.“네가 지훈이 아이를 셋이나 낳았다니, 믿기지 않는구나.”강성연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구기며 입술을 꾹 깨물었다.반지훈의 아버지는 아이들을 빼앗아 갈 셈인 걸까? 설마 양육권을 빼앗을 생각인가?“저런 놈의 아이를 낳다니, 내가 참으로 미안하구나. 이 세상에 너처럼 참한 여자애가 내 못난 아들을 마음에 들어 하다니, 내 아들이 참 복이 많은가 보구나.”강성연은 당황한 얼굴로 반지훈의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아저씨, 선물은 안 주셔도 괜찮아요. 그럴 필요 없으세요.”강성연은 허둥지둥 거절했다. 어른이 주신 선물을 받을 수는 없었다. 그러나 반지훈의 아버지는 이미 선물 상자를 꺼냈고 그것을 열었다.“사이즈가 맞을지 모르겠구나.”그 안에는 엄청난 값어치의 제이드 팔찌가 들어있었다. 강성연은 그것을 잠시 살피다가 당황한 얼굴로 말했다.“이건... 임페리얼 제이드 아니에요?”반지훈의 아버지는 눈빛을 번뜩였다.“응? 제이드 품종도 알아보는 것이냐?”반지훈의 입꼬리가 스르르 올라갔다.“아버지, 성연이는 주얼리 디자이너예요. 보석에 대해서 잘 알죠.”“그렇구나. 어쩐지, 눈썰미가 좋다고 했어. 이 엠페리얼 제이드는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것이야. 우리 집안의 보물이지. 이건 지훈의 어머니가 남긴 혼수품이다. 지훈이가 결혼하게 되면 며느리에게 이 엠페리얼 제이드를 물려주려고 했지.”반지훈 아버지의 말을 듣자 강성연은 더더욱 그것을 받을 수 없었다.“아저씨, 이 엠페리얼 제이드는 너무 과해요. 정말 받을 수 없어요.”“이미 선물로 준 건데 안 받는 법이 어딨어? 내가 대신 보관해줄게.”반지훈이 그녀 대신 팔찌를 받았다.“당신...”강성연은 고개를 돌려 그를 흘겨보았다.반지훈 아버지는 두 사람을 번갈아 보더니 너그럽게 웃으며 말했다.“요즘 젊은이들은 다들 서로 맞추면서 살아간다지. 난 내 아들을 잘 알아. 저놈은 아무나 부릴 수 있는 놈이 아니야.”강성연은 답답했다.누가 그를 부리고 싶어 한다는 말인가?전혀 부리고 싶지 않았다.반지훈의 아버지와 식사를 마치고 난 뒤 저택으로 돌아오니 아주 늦은 시각이었다. 김 아저씨는 어르신이 돌아오자 웃으며 그를 맞이했다.“어르신, 오셨어요?”“그래. 우리 손녀 손자들 보러 왔다.”“할아버지!”유이와 시언이 위층에서 내려와 잔뜩 신난 얼굴로 할아버지에게 달려갔다.반지훈의 아버지는 허리를 숙여 아이를 안았다.“어이구, 우리 손녀딸 잘 먹어서 살쪘나 보네.”“저 살 안 쪘어요!”유이가
“그건 맞아. 6년 전 일은 너한테 사고였겠지.”반지훈은 그녀를 바라보며 덤덤한 어조로 말했다.“하지만 나한테는 아니야.”그 일을 사고로 여겼었다면 그는 그녀를 찾지 않았을 것이다.어쩌면 그날 밤 약 때문에 그를 밤새 미치게 만든 여자를 찾고 싶은 걸지도 몰랐다.그녀의 아름다움과 그녀가 준 기쁨이 뼛속 깊이까지 스며들어 도저히 잊히지 않았다.이 업계에서 일하면서 외모가 아름다운 여자는 수도 없이 만났었지만 강성연 만큼 강렬한 느낌을 준 여자는 없었다. 물론 강미현도 그녀에 미치지 못했다.반지훈은 그녀의 턱을 잡더니 손가락으로 그녀의 살짝 벌어진 빨간 입술을 문질렀다.“강미현은 내 옆에 6년 동안 있었지만 난 단 한 번도 강미현에게 손댄 적 없어. 그날 밤 그 여자는 손이 닿는 순간 나 자신을 통제할 수 없었지만 강미현은 아니었어.”강성연은 깜짝 놀랐다.반지훈이 지금 무슨 말을 한 걸까?너무 위험한 남자였다.“반지훈씨, 당신... 읍!”그의 키스는 마치 지금 그의 모습처럼 거칠고 난폭했다. 마치 걷잡을 수 없이 번져가는 불길 같았다.“너도 느꼈잖아?”반지훈은 그녀를 살짝 놓아주면서 중얼거렸다. 뜨거운 숨결이 강성연의 얼굴에 닿았다.“반지훈씨, 이거 먼저 놔요.”강성연은 조급히 그를 밀어내려 했지만 그는 그녀의 위로 몸을 겹치며 가슴팍을 맞닿았다.강성연은 그의 키스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고 가느다란 두 손은 그의 옷깃을 단단히 쥐고 있었다.그는 온몸이 불덩이처럼 뜨거웠다.마치 통제를 잃은 듯한 그의 모습에 강성연은 무척 당황했다.그녀는 저항하기 시작하면서 불분명한 발음으로 얘기했다.“반지훈씨... 나한테 손 안 댈 거라고 했잖아요!”“움직이지 마!”낮은 그의 목소리는 어딘가 거칠었고 그녀를 바라보는 그의 눈동자는 마치 횃불 같았다.“손 안 댈 거야. 하지만 맛은 좀 봐야지.”말을 마친 뒤 키스가 이어졌다.적막이 들어선 방 안에서 야살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강성연도 처음에는 반항했지만 서서히 저항을 멈췄다.심지어
“테이블 위에 있는 드로잉들 가져가요.”“더 주려고?”“네.”강성연은 시선을 들며 말했다.“이제 단맛을 봤으니 야심이 생길 거예요. 강미현의 야심이 더 부풀어 오르게 하려면 조금 더 배부르게 만들어줘야죠.”반크는 강성연의 뜻에 따라 그녀의 드로잉을 몰래 프라이드에게 건넸다.프라이드는 드로잉을 건네받은 뒤 위너로 가서 그것을 강미현에게 건넸다.그리고 디자인을 손에 든 강미현은 기쁠 수밖에 없었다. 현재 위너는 그녀의 손에 들린 디자인에 완전히 의지하고 있기 때문이다.이것들이 그녀의 것이라면...프라이드가 그녀 대신에 디자인을 대필해 줄 거라는 생각에 강미현은 더없이 흥분됐다.그녀는 심지어 그 작품들을 전부 그녀의 명의로 SNS에 올렸다.역시나, 몇 시간 뒤 클릭수가 만을 넘었다.강성연도 강미현이 SNS에 업로드한 사진을 봤고 반크에게 핸드폰을 건네며 말했다.“우리가 대신 실시간 검색어 사주자고요.”**#위너 디자이너##강미현 주얼리#하룻밤 사이에 강미현의 인기가 하늘로 치솟았다.댓글은 전부 그녀를 찬양하는 말이었고 그 모든 것은 강미현에게 꿈만 같았다.하정화는 아주 들떴다. 강씨 집안에 이런 잘난 인재가 나오고 또 위너에 어마어마한 수익을 가져다줬으니 기뻐하지 않을 수 없었다.그러나 강진은 전혀 기쁘지 않았다.그는 디자인을 한 것이 강미현이 아니란 걸 알고 있었다.“언니 정말 대단하네요!”강예림은 강미현의 앞에 서서 부러움 가득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하정화가 입을 뗐다.“예림아, 앞으로 언니랑 자주 같이 다녀. 언니랑 같이 서울시 누비면서 인맥도 쌓고 그래.”강예림은 쑥스러운 듯 웃어 보였다.“알겠어요. 할머니.”할머니의 말이 맞았다.서울시처럼 번화한 대도시에는 신분 높은 권력가들이 많았다.비록 단 한 번도 자신이 남에게 뒤처진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으나 혹시나 그들의 마음에 든다면 동생의 괴롭힘을 받을 필요가 없었다.심지어 할머니도 그녀를 중요시할지 몰랐다.강예림은 그렇게 생각했지만 강미현의 생각은
”유이야.”조민과 소찬이 술잔을 들고 다가왔다.“오늘 너무 예쁘다!”강유이가 웃으며 말했다.“고마워요.”조민이 술잔을 들며 말했다.“이건 나와 소찬 씨가 축하의 의미로 권하는 거야. 너와 한태군이 오랫동안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래.”강유이가 그녀의 잔에 자신의 잔을 부딪혔다.“저도 선배와 소찬 씨의 앞날에 행복할 일만 가득하길 바랄게요.”곧이어 남우와 반재언이 다가왔다. 두 사람의 뒤에는 진예은과 반재신 그리고 강성연과 반지훈까지 있었다.강성연이 유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오늘 우리 유이 너무 잘했어!”그녀가 미소 지었다.“진짜요?”반지훈이 말했다.“우리 딸 정말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어. 넌 우리의 자랑이야.”강유이가 한 떨기 꽃처럼 어여쁘게 미소를 지었다.한태군이 그들 쪽으로 다가와 감사 인사를 전했다.“아버님, 어머니, 두 분께서 유이를 제가 주신 것에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이 잔 올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었다.“네놈 운 좋은 줄 알아!”그가 술잔을 들고 한태군이 내민 잔에 부딪혔다.“앞으로 내 딸한테 정말 잘해줘야 해.”한태군이 강유이를 바라보았다.“걱정 마세요. 제 생에 여자는 오직 유이 한 사람뿐입니다.”강성연도 미소 지었다.여준우와 진예은의 아버지도 인사를 건네러 다가왔다. 그들과 함께 정연 여왕과 한희운도 다가왔다. 여준우가 말했다.“아직 의식 하나 남았지?”강유이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남은 의식이 또 있어요?”그가 말했다.“베란다에서 하는 세기말 키스가 남았잖니. 너희 아직 그거 못했어.”한희운이 웃으며 말했다.“여준우 경, 어째 가족들보다 경이 더 조급해 하는 것 같습니다.”여준우가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전설 속의 세기말 키스. 우리 모두 한 번도 본 적이 없지 않습니까! 그 장면을 오늘에서야 보게 되었군요.”그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웃음을 터뜨렸다.남우가 의문스러운 듯이 물었다.“세기말 키스가 뭐야?”반재언이 그녀에게 설명해 주었다.“오래전 첫 번째
웨딩카가 지나가야 했기에 궁에서부터 대성당까지 가는 길에 기타 차량은 통행을 금지 시켰다.강유이가 창밖을 바라보았는데 길에는 혼란스러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그들 모두가 이 성대하고 엄청난 장면을 구경하러 몰려든 것이였다.그녀의 곁에 앉아있는 한태군은 네이비 더블 버튼 군복을 입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늠름해 보였다. 어깨에는 성 패트릭 훈장과 로열 빅토리아 훈장 등 여러 훈장이 달려있었다.그가 강유이의 손을 잡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손에서 땀이 나는데?”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나 긴장돼.”그가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더니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내가 있잖아. 긴장할 것 없어. 마음을 편하게 가져.”강유이의 시선이 그가 입은 제복으로 향했다.“이 옷 오빠한테 너무 잘 어울린다!”한태군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내 신부도 오늘 너무 아름다워.”성당에 도착하자 한태군은 강유이와 떨어지게 되었다. 그는 아버지 한희운과 함께 여준우, 진예은의 아버지 등 황실 성원들 그리고 내각 대신들까지 함께 성당 서쪽 문으로 걸어갔다. 문 앞에 있는 광장에는 이미 수천 명의 초대 관객들이 몰려있었는데 그 장면이 너무나도 웅장했다.여준우가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고, 결혼식도 전부 라이브로 방송되겠는데 유이 그 계집애 아마 지금쯤 우리보다 더 긴장하고 있겠죠?”진예은의 아버지가 그를 바라보았다.“하하. 내 눈에는 네가 더 긴장한 것 같은데?”그가 웃으며 말했다.“황실 결혼식은 처음이라서요.”열한 시 반이 되자 정연 여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신랑 한태군 일행이 도착할 때까지 대표로 성당에서 각 귀빈들과 인사를 나눴다.남우가 반재언 곁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저분이 바로 여왕 폐하셔? 엄청 예쁘시다. 나 실제로 처음 봐.”반재언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나도 처음 뵙는 거야.”“뭐?”남우가 깜짝 놀랐다.“그전에 한 번도 만난 적 없어?”“재신이
”참 형수님은?”소찬이 묻자 반재언이 대답했다.“지금 아버님 모시고 돌아다니고 있어. 나도 이제 가야겠네. 두 사람 편히 쉬고 있어요.”반재언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리를 떠났다.소찬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와이프가 생기더니 변했어!”“하하. 당신은 뭐 재언 씨와 다른 것처럼 말하네요.”조민도 자리에서 일어났다.소찬도 얼른 잔을 놓고 그녀의 뒤를 따랐다.“잠깐만요. 왜 나 버리고 혼자 가요! 같이 가요.”강성연과 지윤이 룸에서 나와 걸어가다 마침 복도에서 반지훈과 희승과 마주쳤다. 희승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오랜만이에요, 사모님.”강성연이 반지훈 앞에 멈춰 서자 반지훈이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오랜만에 만났는데 얘기는 잘 했어?”“그럼요. 근데 당신 오후에 아버님과 여씨 가문에 간다고 하지 않았나요?”반지훈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당신 기다리고 있었지. 가서 밥 먹자.”희승이 지윤의 곁에 나란히 서며 그들을 바라보았다.“회장님 사모님, 그럼 저희들은 먼저 아버님한테 가볼게요.”반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강성연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그녀와 나란히 복도를 걸어갔다. 포근한 햇살이 통유리로 된 창문으로 들어와 바닥에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두 사람의 그림자가 한데 꼭 붙어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이틀 후, 드디어 모든 사람들이 기대했던 세기말 황실 결혼식 날이 다가왔다. 식은 아홉 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아침 일곱 시부터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궁에 도착해 있었다. 강유이는 커다란 메이크업 룸을 혼자 썼다. 네다섯 명의 탑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그녀를 위해 화장을 해주고 머리를 만져주었다.여덟 시가 되어서야 강유이는 드레스를 입을 수 있었다. 순백의 새하얀 드레스는 과한 보석과 레이스가 아닌 천연 실크 소재로 우아함을 극대화했다. 오프숄더 형 넥 라인으로 간단하지만 파격적인 미를 추가했고 소매는 칠부 정도 되었다.면사포 길이만 16피트 정도 되었는데 변두리가 레이스로 수놓아져 있었다.
그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럼 나 결혼식 당일에 이 티아라 쓸래. 그러면 엄마의 디자인을 홍보해 줄 수도 있잖아.”한태군이 등 뒤에서 그녀를 껴안았다.“네가 원하는 대로 다 해도 돼.”…반씨 가문 사람들은 결혼식 이틀 전에 영국에 도착했다. 그들은 한태군이 안배한 호텔에 머물게 되었다. 황실에서는 호텔을 통으로 빌려 결혼식 때문에 일부러 해외에서 온 귀빈들을 위한 장소로 마련했다.구씨 집안사람들과 육씨 집안사람들도 왔고, 남강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연예계에서 강유이와 친분을 유지했던 윤수아, 우영, 주계진, 임석진도 초대되었다. 조민과 소찬은 당연히 초청자 명단에 속해 있었다.강성연이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웨이터가 그녀를 룸으로 안내했다. 룸 안에 앉아있는 남자를 발견한 그녀가 활짝 웃으며 다가갔다.“삼촌.”헨리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못 본 지 몇 년이나 되었지만 그는 아직도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다만 예전보다 살이 많이 빠진 것 같았다.강성연이 다가가 그와 포옹했다.“오셨어요.”헨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예전에 내가 네 결혼식도 참석 못 하고, 또 네 두 아들의 결혼식도 참석 못 했었잖니.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마침 영국에 출장 올 일이 있어서 이렇게 너를 만나러 왔단다.”그녀가 시선을 내려뜨리며 말했다.“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몸은 좀 어떠세요?”그가 미소 지었다.“많이 괜찮아졌다. 지윤이와 희승이가 돌봐주고 있어서 조금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아.”그때 지윤이 문을 열고 룸으로 들어왔다.강성연이 고개를 돌려 지윤을 확인했다. 처음에는 놀라던 그녀가 다음 순간 눈물을 글썽였다.“두 사람도 와줬네요.”지윤이 그녀한테 다가갔다.“유이가 영국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는 소식을 듣고 저와 희승 씨도 아버지 따라왔어요. 희승 씨는 지금 반 회장님과 같이 있어요.”헨리가 경호원에게 선물을 갖고 오라고 지시한 후 강성연에게 선물을 건넸다.“리비어가 올 수 없어서 참 안타까워했단다. 이건 걔가 너
한태군의 말에 나머지 사람들도 함께 웃었다.어느덧 밤이 깊어졌다. 온 도시가 화려한 네온사인에 둘러싸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강유이와 한태군은 저녁을 먹은 후 진원으로 돌아갔다.이제 막 샤워를 마친 탓에 강유이의 머리카락은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그러자 한태군이 그녀의 손에서 타월을 가져가더니 대신 머리를 닦아주었다.그녀는 화장대 거울 앞에 앉아 거울 속 남자를 바라보고 미소를 지었다.“태군 오빠, 나 결혼식이 너무 기대가 돼.”“그래?”한태군이 부드러운 그녀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내리며 말했다.“나 역시 기대돼!”“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성스러운 결혼식장에 들어서다니!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인 것 같아.”그가 소리 내어 웃더니 허리를 숙이며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그거 알아? 난 한평생 내가 꿈꿨던 모든 소원들을 이미 다 이뤘어.”강유이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원인데?”한태군이 여전히 그의 귓가에서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너를 아내로 맞이하고, 너와 결혼식장에 들어가고, 우리 두 사람의 아이까지 만나게 된 거.”그녀가 멈칫거렸다. 따듯한 조명 아래 그녀의 볼이 붉게 피어올랐다.“설마 처음부터 다 꿍꿍이가 있었던 거야?”그가 대답했다.“어쩌면 네가 내 눈앞에 나타난 순간부터 난 너를 아내로 맞이할 줄 알았던 것 같아.”강유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끌어안았다.“나도 이번 생에는 오빠가 아닌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될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한태군이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의 따듯한 마음이 뼛속까지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정말 영광이야.”…이틀 후, 한태군과 강유이는 영국으로 돌아갔고, 황실은 결혼식 준비로 한창이었다. 화제의 결혼식이다 보니 모든 언론이 그들을 주목하고 있었다.패션 계와 주얼리 계의 최상급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작품들이 줄지어 강유이한테 전해졌다. 명품 맞춤 드레스와 결혼식 때 사용할 각종 보석들이 발 디딜 곳 없게 전시된 채 그녀가 고
그러자 민서율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여행 좀 다녀오니까 마음이 많이 차분해졌어요.”안예지가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네가 원하는 일이 다 잘 되길 바랄게.”그는 그저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월말이 되었다. 강유이 일행들의 여행도 어느새 끝이 나고 서울로 돌아오게 되었다.강성연과 반지훈은 정원 밖에 나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곧이어 도착한 아이들이 차례대로 차에서 내렸다. 강유이가 두 사람을 향해 달려갔다.“아빠, 엄마!”그녀가 두 사람을 동시에 끌어안았다.반지훈이 못 말린다는 듯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이렇게 안겨?”강유이가 눈초리를 휘며 대답했다.“엄마 아빠한테 저는 영원한 어린애죠.”강성연이 미소를 지으며 이쪽으로 다가오는 나머지 아이들을 바라보았다.“재밌게 놀았으면 됐어. 이제 안으로 들어가야지. 오늘 저녁은 다 같이 모여 떠들썩하게 밥을 먹을 수 있겠구나.”진예은과 남우는 집안으로 들어간 후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가 아이들을 살폈다. 희망이는 두 남동생과 함께 있었다. 세 아이는 깊은 잠에 빠져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따뜻하게 느껴졌다.아래층에서는 반재신 반재언 형제가 외출을 하고, 한태군이 거실에서 반지훈가 바둑을 두고 있었다.“아버님 이번 판은 제게 양보해 주십시오!”반지훈이 흰색 바둑알을 들고 판을 들여다보다 결심한 듯이 바둑알을 내려놓았다.“쓸데없는 소리 하지말게.”한태군이 웃으며 말했다.“다음번에는 제가 양보해 드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허튼수작 부리지 말거라. 난 네 양보 따위 필요 없다.”주방에서 과일을 깎고 있던 강성연이 거실에 있는 두 사람을 힐끗 바라본 후 다시 커피를 타고 있는 강유이를 바라보았다.“이제 곧 결혼식을 올리겠구나. 엄마가 너를 위해 서프라이즈 선물을 준비했어.”강유이가 멈칫거리더니 강성연을 돌아보았다.“어떤 서프라이즈 선물이요?”“아직은 안 가르쳐 줄 건데?”강유이가 조금
한태군이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두 사람을 여기에서 만날 줄은 몰랐네.”조민이 대답했다.“나랑 소찬 씨는 이곳에 온 지 좀 됐어. 유이가 인스타에 사진을 올려서 알았어. 너희들도 여기 왔다는걸.”강유이가 조민의 팔을 잡아당기며 자리에 앉혔다.“그럼 우리랑 며칠 더 같이 놀아요.”소찬까지 자리에 착석한 후 반재언은 그에게 진예은과 강유이를 소개했다.“여기는 우리 제수씨인 진예은씨고, 이쪽은 내 동생 유이야.”“형 결혼식 때 봤었어.”소찬은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형 동생이 내 와이프랑 같은 학교 출신이라면서? 와이프한테서 얘기 들었어.”조민이 그를 보며 말했다.“누구보고 와이프래요?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 못 하거든요?!”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약혼까지 다 했는데 다른 남자한테 시집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두 사람의 티격태격한 모습에 다른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유독 강유이만 멍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지금 무슨 소리들 하는 거예요! 약혼이라니. 선배 약혼했어요?”조민이 작게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응, 너한테 말하는 걸 깜빡했어.”“너무해요. 어떻게 그렇게 중요한 일을 나한테 말하지 않을 수 있어요.”강유이가 입을 삐쭉 내밀었다. 그녀는 조민이 약혼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조민이 그녀의 손을 감싸며 말했다.“너한테 서프라이즈를 해주려고 그랬지.”그녀가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렸다.“저 이제 선배랑 안 놀거예요.”조민이 울지도 웃지도 못한 채 옆에 앉아있는 한태군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빨리 네 와이프 좀 달래 봐.”한태군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강유이도 그저 장난으로 그런 말을 했을 뿐이었다. 그녀는 조민의 약혼 소식을 듣고 진심으로 기뻤다.적어도 이제 그녀는 자기만의 행복을 찾았다.…..한편, 서울 병원.민서율은 복도에서 의사와 이야기를 나눈 후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침대 머리에 기대앉아있는 어머니는 많이 초췌해진 상태였다.“어머니, 몸은 좀 어떠
투호 판을 벌인 사장이 말했다.“오천 원에 세 번 던질 수 있어요.”“그렇게나 비싸요? 오천 원에 세 번밖에 던지지 못하다니!”진예은은 어쩐지 손해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투호 판 사장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저희가 여기서 제일 쌉니다. 다른 집에서는 만 원에 세 번 던지게 하는걸요.”강유이가 진예은을 잡아끌며 말했다.“오천 원에 하자. 사장님도 장사하는 게 어려우실 거 아니야. 우리 재미로 한 번 해보자.”결국 그녀는 사장에게 만 원을 건넸다.“기회는 총 여섯 번입니다.”사장이 화살 여섯 개를 그녀에게 건넸다. 가지런히 놓인 여러 개의 항아리 옆에는 명중했을 때 가질 수 있는 선물이 놓여있었다. 강유이는 그중 팔찌가 갖고 싶었다. 비록 가짜겠지만 디자인이 예뻤다.그녀가 고심 끝에 화살을 던졌다. 하지만 화살은 항아리를 빗나가고 말았다.그 뒤로 연속 두 번 더 던졌으나 모두 다 실패했다.이제 화살은 세 개 밖에 남지 않았다.강유이의 자신 없는 모습을 본 남우가 그녀의 손에서 화살을 가져가며 말했다.“내가 할게요.”그녀가 팔찌 옆에 놓인 항아리로 화살을 던졌고, 화살은 단번에 항아리 안으로 들어갔다.성공이다!흥분한 강유이가 폴짝폴짝 뛰며 말했다.“새언니 정말 대단해요!”“훗. 이 정도쯤이야.”남우가 눈을 찡긋해 보이며 물었다.“또 어떤 게 갖고 싶어요?”강유이가 진예은에게 물었다.“예은아, 어떤 게 마음에 들어?”진예은이 선물을 살피다가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머리핀이요. 저게 제일 예쁜 것 같애요.”남우가 다시 머리핀 옆에 있는 항아리를 향해 화살을 던졌다. 그리고 정말로 그 머리핀을 명중했다.강유이가 그녀의 손을 꼭 붙잡고 잔뜩 흥분하며 말했다.“진짜 백발백중이네요. 새언니, 이제는 새언니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요.”남우가 턱을 쓰담으며 말했다.“그러면 저는…”그녀의 시선에 백옥 청자가 들어왔다.“저걸로 하죠.”그녀가 들고 있던 화살을 슝 던지자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항아리 안으로 빨려
늦은 밤의 산속은 무척이나 고요했다. 평안한 야영장에는 오직 풀벌레 소리만 잔잔하게 들려왔다.텐트 밖 잔디 위에는 랜트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평온하고도 아늑한 분위기였다.강유이는 몸을 뒤척거리며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때 한태군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품에 안았다.“잠이 안 와?”“응.”그녀가 그의 품에 가만히 기댔다.“태군 오빠, 나 화장실 가고 싶은데 무서워서 못 가겠어.”한태군이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그럼 내가 같이 가줄게.”두 사람이 텐트 밖으로 나왔다. 한태군이 손전등을 들고 그녀와 함께 한참을 걸었다. 두 사람은 우거진 숲 앞에 도착했다. 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여기서 기다리고 있어.”한태군이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일 있으면 불러.”그녀는 숲 안으로 들어갔지만 무서워서 멀리 가지는 못했다.볼일을 본 후 강유이가 서둘러 달려와 그의 팔짱을 꼈다.“됐어.”한태군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텐트로 돌아가던 중 그녀가 고개를 들고 밤 하늘을 바라보며 손으로 가리켰다.“저게 북두칠성인가?”한태군도 고개를 들었다.“응, 맞아.”강유이가 배시시 웃었다.“역시 산속이니까 별이 엄청 잘 보이는 것 같아.”“두 사람 밤늦게 자지도 않고 별구경 하는 거예요?”남우가 텐트 안에서 나오며 묻자 강유이가 그녀를 바라보았다.“새언니도 아직 안 잤어요?”“네. 아까 귀신 이야기한 것 때문에 무서워 잠을 못 자겠잖아요…!”남우가 생수 한 병을 따서 마셨다.강유이와 한태군이 서로를 마주 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새언니 설마 그런 이야기에 무서워해요?”남우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여기는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산골짜기라고요! 보통 때와는 다르잖아요.”강유이가 포도 한 송이를 들며 말했다.“걱정 마요. 우리 큰오빠가 새언니를 지켜줄 거예요.”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한태군과 함께 텐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고개를 돌린 남우는 그제야 두 사람이 들어가 버린 것을 알